우리가 말하지 못한 2015년, 외신이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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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기획] 외신에 비친 2015년 대한민국 네 개의 장면

2015년 집회・결사의 자유는 차벽에 막혔고, 언론의 자유는 탄압에 막혔다. 국제인권단체 프리덤하우스가 지난 4월 발표한 ‘2015 언론자유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언론자유 지수는 33점을 기록하며 ‘부분적 언론 자유국’됐다. 전체 199개국 중 아프리카의 나미비아와 공동 67위이고,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4개국 가운데에서는 30위를 기록했다. 프리덤하우스는 “한국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반대자들에 대한 협박이 증가하고 세월호 사건 이후 그녀의 처신에 대한 공개적인 비판에 대한 탄압 때문에 하향 추세 표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2015년 언론은 언론 본연의 역할인 ‘정권에 대한 비판 및 감시’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우리 언론이 말할 수 없거나 혹은 말하지 않은 사실, 국내 언론 프레임 뒤에 감춰진 것을 들춰낸 건 ‘외신’이었다. 국내 언론에 대한 불신으로 사람들은 중요한 사건과 정치적 상황에서 ‘외신’을 검색했다. ‘세월호 외신보도’, ‘물대포 외신보도’ 등의 검색어 등이 그 반증이다. <PD저널>은 올 한해 주요한 장면 네 개와 이에 대한 외신의 보도를 비영리 외신번역전문 언론 <뉴스프로>(https://thenewspro.org/)에서 소개한 기사를 통해 전달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검색어: 세월호 / CNN / 레볼루션 뉴스 / 베를리너 차이퉁 / 메르스 / 포린 폴리시 / 뉴욕타임스 / 역사교과서 국정화 / BBC / 디플로마트 / 민중총궐기 / 물대포 / 더 네이션

▲ 미국 CNN이 지난 4월 16일 보도한 ‘세월호 참사: 1년 후, 비탄에 잠긴 유족은 답을 원한다(Sewol ferry disaster: One year on, grieving families demand answers)’ 화면캡처. 사진을 클릭하면 <뉴스프로> 해당 페이지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미국 CNN 화면캡처

■‘폭력・불법집회’ 프레임 뒤 가려진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의 목소리

2014년 4월 16일, 수백명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사고에 대한 진상규명은 여전히 2014년에 머물러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지난 4월 16일을 기점으로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집회와 문화제가 열렸지만, 정부는 여전히 국민들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주문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세월호 참사 1주기 범국민대회가 열린 지난 4월 18일 경찰은 차벽 전용 트럭 등 차량 470여대, 172개 중대 1만 3700여명을 동원해 세종로 네거리와 광화문광장, 경복궁역 일대의 통행을 원천봉쇄한 것은 물론이고 이에 더해 물대포와 캡사이신 최루액을 살포했다. 이 같은 경찰의 진압 과정에서 유가족 21인을 포함한 100여명이 경찰에 연행했다. 앞서 16~17일 열린 집회에서도 경찰은 과잉진압으로 대응했다.

이를 두고 국내 언론은 세월호 희생자 가족과 참가자들의 ‘불법 집회’, ‘폭력 사태’에 초점을 맞춰 보도했지만 외신은 이 같은 프레임 뒤에 감춰진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의 ‘목소리’에 초점을 맞췄다.

미국 CNN은 4월 16일 ‘세월호 참사: 1년 후, 비탄에 잠긴 유족은 답을 원한다(Sewol ferry disaster: One year on, grieving families demand answers)’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일 년 후, 박 씨(실종자 허다윤 양의 어머니 박은미씨)의 삶은 멈춰져 있다. 아홉 명은 여전히 실종 상태이다. “우리 실종자 가족들은 여전히 그날, 2014년 4월 16일에 살고 있다”고 건강이 좋지 않으나 치료를 거부하고 있는 박 씨가 말했다. “딸과 다른 실종자를 찾는 것 외에 다른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다.”

박 씨의 경우는 아직 진행 중인 문제, 세월호가 침몰한 후 1년이 지났어도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는 문제를 보여주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와 연관된 수십 명이 형사상의 죄목으로 감옥에 수감됐다. 하지만 유족들은 세월호 침몰을 일으킨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기엔 아직 한참 멀었다고 말한다.

▲ 전 세계 시위 보도 전문 매체인 <레볼루션 뉴스>가 지난 4월 17일 보도한 ‘한국: 경찰 탄압 마주친 대규모 세월호 추모 집회(South Korea: Massive Sewol Anniversary Rally Faced Police Repression)’. 사진을 클릭하면 <뉴스프로> 해당 페이지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화면캡처

전 세계 시위 보도 전문 매체인 <레볼루션 뉴스>는 지난 4월 17일 ‘한국: 경찰 탄압 마주친 대규모 세월호 추모 집회(South Korea: Massive Sewol Anniversary Rally Faced Police Repression)’라는 제목의 보도에서 “진압경찰은, 시청광장에서의 대규모 집회 후 유가족들이 서울 중심 광화문에 있는 임시 제단에 분향하는 것을 막으려 경찰 저지선을 설치했고 이에 분노하는 유가족들에게 페퍼 스프레이를 사용했다”며 “수천 명의 사람들이 현장에 배치된 거대한 경찰 저지선 주변 길을 찾으려 시도하면서 경찰의 무자비함과 충돌이 계속되었다”고 경찰의 과잉진압에 대해 지적했다.

▲ 독일 일간지 <베를리너 차이퉁>가 지난 4월 10일 보도한 ‘1년 전의 “세월호” 침몰이 여전히 한국인들을 사로잡고 있다(Untergang der “Sewol” vor einem Jahr lässt Südkoreaner nicht los)’. 사진을 클릭하면 <뉴스프로> 해당 페이지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화면캡처

독일 일간지 <베를리너 차이퉁>은 지난 4월 10일 ‘1년 전의 “세월호” 침몰이 여전히 한국인들을 사로잡고 있다(Untergang der “Sewol” vor einem Jahr lässt Südkoreaner nicht los)’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많은 유족들은 보상에 대해 말하기를 원치 않는다. 1주기가 되었지만, 그들에게 있어 이 참사의 뒤에 숨겨진 진실을 찾는 일은 아직 갈 길이 요원하다”며 “희생자 가족들은 승객들의 구출을 위하여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음을 이유로 당국 또한 비판한다. 유족 중 많은 이들이 대통령의 동의를 얻은 특별위원회가 독립적인 수사에 착수할 것을 요구한다. 검찰에 의한 이제까지의 조사들을 그들은 신뢰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가 지난 6월 26일 보도한 ‘한국은 최근 전염병 발생에 왜 그렇게 엉망진창으로 대응했나?(Why has South Korea bungled its response to the latest disease outbreak so badly?)’ 사진을 클릭하면 <뉴스프로> 해당 페이지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FP 화면캡처

■메르스 사태 대처 실패의 주요 원인 ‘정치적 리더십 부재’

지난 5월 20일 국내 최초 확진환자가 나온 이후 급속도로 번지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이하 메르스)에 정부는 말 그대로 속수무책이었다. 인터넷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상에 온갖 조롱과 풍자가 나돌 정도로 메르스 사태에 대한 정부 대응을 바라보는 국민의 실망감은 컸다. 그러나 정부는 국민들의 불안과 불신을 앞에 두고 “괴담 유포자를 엄정처벌하겠다”고 나섰다. 언론은 이 같은 정부의 입장은 보도하면서도 메르스를 둘러싼 소문이 무성해진 이유, 다시 말해 컨트롤 타워의 부재, 정부의 대국민 소통 실패 등을 지적한 보도는 보기 힘들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 이하 <FP>)는 지난 6월 26일 ‘한국은 최근 전염병 발생에 왜 그렇게 엉망진창으로 대응했나?(Why has South Korea bungled its response to the latest disease outbreak so badly?)’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메르스 사태 대처 실패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정치적 리더십의 부재를 꼽았다.

<FP>는 “중동호흡기증후군 발생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은 어떤 기준으로 보아도 실패였다. 당국은 발생이 ‘완화’되는 것 같다고 말하지만 그 어조는 확약이 아니라 희망 사항으로 들린다”고 지적했다.

<FP>는 지난 2003년 한국에서 발생한 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당시 사태는 단지 4명의 감염자를 냈을 뿐 사망자를 한 사람도 내지 않은 모범적인 사례였다고 소개하며 이번 메르스 사태와 비교하며 한국 공중보건의료 체계의 미비점 등을 지적했다.

그러나 <FP>는 무엇보다도 “정부의 주도도 없이 박근혜 대통령의 개입도 거의 없이, 한국의 초기 대응에는 리더십이 부재했다”며 정치적 리더십 부재를 문제로 지목했다.

FP는 “하지만 의료 시스템만으로는 한국이 사스와 메르스에 대해 상이하게 대처한 것을 온전히 설명할 수는 없다. 더 중요한 요인은 시스템을 관장하는 사람들이었다. 직설적으로 말해, 박근혜 대통령이 이끄는 한국 정부는 그 도전에 대응할 만한 능력이 없었다”며 “박근혜 대통령 본인은 메르스 사태를 진두지휘할 마음이 없는 듯 보였다: 박 대통령은 첫 번째 메르스 감염 확진 환자가 나온 지 6일 후에야 보건복지부 장관과 회동했다”고 보도했다.

▲ 미국 유력일간지 <뉴욕타임스>가 지난 6월 7일 낸 만평 ‘한국에서 메르스 발생(MERS Outbreak in South Korea)’. 사진을 클릭하면 <뉴스프로> 해당 페이지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화면캡처

미국 유력일간지 <뉴욕타임스>가 지난 6월 7일 낸 만평은 메르스 사태에 대처하는 한국의 상황을 북한에서 바라보는 모습에 비유해 아프게 꼬집었다. 제목은 ‘한국에서 메르스 발생(MERS Outbreak in South Korea)’, 내용은 단 한 줄이다. “일부 탈북자들이 되돌아오고 있습니다…(SOME OF THE DEFECTORS ARE RUNNING BACK…).”

▲ 영국 공영방송 BBC가 지난 1일 보도한 ‘한국은 왜 역사 교과서를 고쳐 쓰는가?(Why South Korea is rewriting its history books)’. 사진을 클릭하면 <뉴스프로> 해당 페이지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화면캡처

■‘한국은 왜 역사 교과서를 고쳐 쓰는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로 ‘국민대통합’이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약속이 무색하게도 박 대통령 집권 3년차인 2015년 11월 3일 역사교과서 국정화 공식 고시로 정부와 국민 간 분열과 대립이 극에 달하고 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두고 학계 안팎에서는 “우경화의 결정판”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그러나 언론은 정부에 대한 비판보다는 이를 반대하는 여론을 비난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부의 주장은 받아쓰고 이를 확대재생산했지만 왜 국민이 국정화를 반대하는지, 왜 국정화 반대여론이 나날이 높아지는지, 국정화 비밀TF가 조직돼 뒤에서 활동하고 있었다는 사실 등에 대해서는 축소하기에 바빴다.

지금까지도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영국 공영방송 BBC는 지난 1일 ‘한국은 왜 역사 교과서를 고쳐 쓰는가?(Why South Korea is rewriting its history books)’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다음과 같이 전한다.

현 대통령 박근혜가 前 대통령 박정희의 딸이기 때문에 정부의 국정화 계획은 그렇게 심한 논쟁을 일으킨다. 1979년에 암살된 박정희는 논란의 여지가 많은 인물이다.

군 장교로서 그는 1961년에 쿠데타로 권력을 잡았다. 극도의 잔인성이 그의 집권 시에 정보기관에 의해 사용됐다. 그러나 그는 또한 한국의 초고속 산업화를 이끌어낸 공로를 널리 인정받기도 한다. 그는 국내 부자들에게 그가 일으킬 것을 지시한 산업에 그들의 돈을 투자하도록 명령했다. 박정희는 따라서 한국의 번영을 기초한 사람으로 칭송을 받는다. 예를 들어, 그의 출생지에서는 거대한 동상과 함께 사당이 있다 (그런데 이는 북한에서 지도자들을 우상화하기 위해 사용되는 동상을 연상시킨다).

(중략)

오늘날 정부의 비판자들은 새로운 역사 교과서가 과거에 대해 이와 유사한 미화된 관점을 가지게 될 것을 우려한다. 그리고 그들은 교과서 국정화 계획이 어두운 부분을 말끔히 씻어내어 자기 아버지의 과거를 미화하고자 원하는 현 대통령에게는 무척 소중하다고 주장한다.

(중략)

조지 오웰은 소설 1984에서 “과거를 통제하는 자가 미래를 통제한다”고 소설 상의 전체주의 정부가 내건 구호를 인용했다. 현재 교과서에 대해 심각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한국과 일본, 그리고 텍사스는 전체주의 국가들이 아니다. 정말로 독재가 행해지는 곳에서 정부가 역사 교육을 완전히 통제한다. 그러나 세 곳 모두에서 정부의 반대자들은 민주주의가 침식되는 것을 두려워한다. 역사는 중요하다. 역사는 정치이며, 모든 정치적 열정을 유발시킨다. 한국과 일본, 그리고 텍사스도 그 점을 알고 있다.

▲ 국정화 공식 고시에 앞서 지난 10월 29일 미국 외교전문지 <디플로마트>가 보도한 ‘한국: 역사 논쟁 배후에 있는 정치(South Korea: The Politics Behind the History Wars)’. 사진을 클릭하면 <뉴스프로> 해당 페이지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화면캡처

국정화 공식 고시에 앞서 지난 10월 29일 미국 외교전문지 <디플로마트>는 ‘한국: 역사 논쟁 배후에 있는 정치(South Korea: The Politics Behind the History Wars)’라는 기사에서 “2007년 보수층이 권력을 잡은 이래 줄곧 청와대가 주도해온 역사 수정주의를 향한 일련의 광범위한 움직임 중 가장 최근의 것인 역사교과서에 대한 국가적 통제 복원에 대한 최근의 논쟁은 한국을 이분화시켰다”고 지적한다.

<디플로마트>는 “아버지의 치적을 이용해 권력을 잡았다는 비난을 종종 받아온 박근혜 대통령도 이와 유사한 의도를 가지고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현대적 인식을 개조하려 한다”며 “박정희의 18년 군사 통치는 한국의 급속한 경제개발을 주도했지만, 또한 인권과 민주주의적 자유에 대한 노골적인 탄압이 두드러진 시대이기도 했다. 박정희의 과거 행적에서 또 하나의 사라지지 않는 흠집은 그가 일본의 한국 점령 당시 만주에 있는 일본 제국주의 군대에서 복무했다는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디플로마트>는 “유승민 전 원내대표처럼 대통령에 저항하는 대신 김 대표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수정안을 적극적으로 지지하여 대통령의 지지를 얻어내는 길을 택했다”, “역사 논쟁은 새누리당의 미래 정권유지 가능성마저 위협하는, 보수 정부를 향한 유권자들의 피로감을 감추는 효과는 있었다. 김 대표는 또한 북한에 대한 대중의 적대감을 활용하고 야당이 북한 정권의 추종자라는 그림을 만들려는 시도로서 교과서가 친북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러한 매카시즘적 언사가 구시대적이고 사실과 다를지 몰라도 반북 논리는 한국의 민주화 이후 선거마다 큰 영향력을 행사해왔다”며 국정화 논란에 감춰진 국내 정치상황을 지적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디플로마트>는 “근대사는 냉전 시대의 논리가 여전히 맹위를 떨치는 한국에서 주요 분열 이슈로 남을 것”이라며 “그러나 이처럼 타협할 수 없는 대립의 지속은 한국 사회를 괴롭히는 더욱 중요한 경제와 사회 문제를 방치하는 결과를 그 대가로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영국 공영방송 BBC가 지난 11월 14일 보도한 ‘한국 시위대 서울에서 경찰과 충돌(S Korea protesters clash with police in Seoul)’. 사진을 클릭하면 <뉴스프로> 해당 페이지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화면캡처

■“박근혜 대통령이…노동자와 시민들을 탄압하고 있다”

지난 11월 14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제1차 민중총궐기 투쟁대회에 참가한 농민 백남기씨는 경찰이 쏜 물대포에 얼굴과 상반신을 직격으로 맞아 쓰러진 후 중태에 빠졌다. 경찰은 백씨가 쓰러진 이후에도 약 15초간 물대포를 조준해 쐈다. 캡사이신이 섞인 물대포는 시민, 취재진을 가리지 않고 발사됐다. 경찰의 과잉・폭력진압을 두고 국내 언론은 오히려 시민들의 ‘폭력・불법시위’라고 부르며 “나라 전체도 마비시킬 수 있다”고 까지 표현했다. 방송뉴스에서는 시위대가 물대포를 맞는 장면은 보기 힘들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1월 26일 국무회의에서 시위참가자의 복면 착용을 금지해야 한다며 “전세계가 테러로 많은 사상자를 내고 있는 때에 테러 단체들이 불법 시위에 섞여 들어와서 국민의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특히 복면 시위는 못 하도록 해야 할 것이며 IS도 그렇게 지금 하고 있지 않습니까?”라고 발언해 파문이 일고 있다. 국민을 ‘테러리스트’에 비유했음에도 국내 언론은 이를 제대로 비판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 같은 공권력의 폭력진압, 대통령의 ‘IS발언’ 등에 대한 외신의 반응은 달랐다. 영국 BBC는 “경찰은 보수파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자들을 향해 최루액과 물대포를 사용했다”며 시민들이 캡사이신이 섞인 물대포를 맞는 장면을 고스란히 보도했다. 세계 4대 통신사인 미국 UPI 통신도 “한국에서 몇 년 만에 13만 명이나 모이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18년간 독재한 박정희 대통령의 딸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반대 시위다”고 보도했으며, 캐나다 민영방송 CTV 역시 “경찰이 시민에게 최루액과 물대포를 난사했다. 69세 농민 백모씨가 물대포를 직사로 맞고 응급실로 긴급 후송됐으며 중태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 팀 쇼락(Tim Shorrock)가 작성한 ‘독재자의 딸이 노동자를 탄압하다’(In South Korea, a Dictator’s Daughter Cracks Down on Labor) 제목의 <더네이션>(The Nation) 기사. 사진을 클릭하면 <뉴스프로> 해당 페이지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더네이션> 화면캡처

특히 지난 1일 미국 주간지 <더 네이션(The Nation)>은 ‘한국, 독재자의 딸이 노동자를 탄압하다(In South Korea, a Dictator’s Daughter Cracks Down on Labor)’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독재자였던 부친의 발자국을 따라가면서 새누리당의 권위적인 정책에 반대하는 노동자와 시민들을 탄압하고 있다. 복면 시위대를 테러리스트와 동일시하고 이에 맞춰 검찰과 경찰은 집회를 금지하고 강경대처 일변도로 나아가고 있다”며 “한국 내에서, 박 대통령의 행동들은 1961년에 권력을 장악하고 1979년에 한국 CIA의 부장에 의해 암살당할 때까지 철권으로 통치했던 그녀의 아버지인 박정희 장군에 대한 기억을 되살려주었다”고 전했다.

문제는 해당 기사에 대해 미국 뉴욕 총영사가 지난 2일(한국시간) 수차례의 항의 전화와 함께 반론 청구를 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는 사실이다.

해당 기사를 작성한 팀 쇼락(Tim Shorrock) 기자가 지난 4일(현지시간) 자신의 페이스북에 “<더 네이션> 편집장이 이번 기사에 대해 박근혜 정부가 언성을 높이며 항의했다는 소식을 지금 막 알려왔다”고 밝히면서 “나와 통화한 사람은 자세한 얘기도 없었고 사실관계의 오류가 있다는 지적이나 항의는 하지 않았다. 그저 ‘한국이 지난 40년 동안 이룬 엄청난 발전’ 등의 말을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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