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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혼이 비정상? 이럴 땐 이 영화

다사다난 2015년을 보내고 2016년 병신년을 맞이하며 최영주 기자l승인2015.12.31 10: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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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성향의 역사학자들조차 반대 입장을 표명한 역사교과서 국정화 고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이래 최다 인원이 거리로 나왔다는 민중총궐기 등 2015년은 말 그대로 ‘다사다난’했다.

이처럼 주요한 사안(혹은 그렇지 않은 상황)이 있을 때마다 박근혜 대통령은 각종 ‘어록’을 남기며 여론을 들끓게 만들었다. 국민들은 때로는 어리둥절함을, 때로는 분노를, 때로는 감동을 느꼈다. 그때마다 사이다(속 시원하다는 뜻의 신조어)같이 국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준 것은 언론보다 인터넷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상에서 이어진 패러디였다.

이번에는 영화를 준비해봤다. 그 때 그 어록으로 인해 상처받은 이들을 위로해 줄, 혹은 우리를 마음을 대신해 줄 영화말이다. 숱한 논란과 말들 속에서 2015년이 지나가고 있는 지금, 되짚을 건 되짚고 털어버릴 건 털어버리며 다가올 2016년 병신년(丙申年)을 새롭게 맞이해 보자. <편집자>

▲ 영화 <검은 사제들> 포스터. ⓒ공식 홈페이지

■내 혼(魂)이 ‘비정상’처럼 느껴진다면?
<검은 사제들>(감독 장재현, 2015년)

“자기 나라 역사를 모르면 혼이 없는 인간이 되고, 바르게 역사를 배우지 못하면 혼이 비정상이 될 수밖에 없다.”(국정화 고시 이후 11월 10일 국무회의)

그런 느낌을 받아본 적 있는가? 혹은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는가? 내가 ‘내’가 아닌 것 같은 어떤 위화감. 내게 어떤 바르지 못한 혼이 덧씌워지며 내 혼이 정상이 아닌 듯한 느낌. 연말 술기운일지도 모르겠으나, 괜히 그런 기운이 느껴지는 사람들에게, 혹은 음모론적인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검은 사제들>을 추천한다.

영화 <검은 사제들>은 교통사고 이후 사령(死靈)에 사로잡힌 소녀를 구하기 위해 나선 두 사제의 이야기를 그린다. 사령의 사로잡힘에서 벗어나게 하는 로마 가톨릭 교회의 예식인 ‘구마(驅魔)의식’을 소재로 한 <검은 사제들>은 비주류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5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혼탁한 영혼에 대한 엑소시즘 그 자체라는 최부제의 눈빛도 여기에 한 몫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존재한다고 알려졌지만 그 실재를 볼 수 없는 구마의식과 구마사제가 사실적으로 묘사되면서 관객들은 실재와 허구의 경계에 빠지게 된다. 비슷한 소재의 허리우드 영화가 ‘실화 바탕’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오듯이 <검은 사제들> 역시 뭔가 ‘그럴법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쯤에서 한 번 읊어봐야 할 거 같다. 2016년 새해를 맞이하는, 혼이 비정상인 사람들을 위한 기도다.

“저희 주님이신 하느님. 당신 종을 굽어보시어 모든 악과 악으로부터 오는 협박으로부터 당신의 모성을 구하시며, 모든 악으로부터 보호하소서.”

▲ 영화 <콘택트> 중. ⓒ공식 홈페이지

■간절히 바라면 우주도 반응한다
<콘택트>(감독 로버트 저메키스, 1997년)

“정말 간절하게 원하면 전 우주가 나서서 다 같이 도와준다, 그리고 꿈이 이뤄진다.”(지난 5월 5일 어린이날 청와대 행사)

어릴 적 외계인과 교신했던 기억을 갖고 사는 주인공 앨리 에로위(조디 포스터 분). 그때 그 기억을 가지고 성인이 되어서까지 그녀는 외계와 다시금 교신할 날을 기다린다. 일류 과학자가 되어서도, 주변의 비난에도 그녀는 위성을 통해 외계와 교신하려 노력한다. 간절한 그녀의 바람을 우주가 알아준 걸까. 앨리는 교신에 성공한다. 성공뿐인가. 외계의 존재를 직접 대면하게 된다.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존재에 대한 믿음과 희망을 가지고 우주를 향한 시선을 거두지 않았던 앨리. “정말 간절하게 원하면 온 우주가 나서서 도와준다”는 말처럼 그녀는 정말 간절하게 바라왔다. 그리고 포기하지 않았다.

과학과 종교 간 논쟁이라든지 인간의 지식으로 끝을 가늠할 수 없는 우주에 생명체가 인간뿐이냐 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는 일단 차치하고, 우리도 인생의 단 하나쯤은, 앨리와 같은 맹목적인 열정과 간절함으로 다가갈 수 있는 그 무엇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러한 간절함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하고자 한다.

▲ 영화 <내 이름은 칸> ⓒ예고편 화면캡처

■“난 테러리스트가 아닙니다”
<내 이름은 칸>(감독 카란 조하르, 2010년)

“특히 복면시위는 못 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IS도 그렇게 하고 있지 않습니까. 얼굴을 감추고서.”(1차 민중총궐기 10일 후인 11월 24일 국무회의)

“My name is khan. I'm not a terrorist.”

영화 내내 주인공 칸은 “내 이름은 칸입니다. 저는 테러리스트가 아닙니다”를 외친다. 정말이다. ‘Really’이다. 그는 테러리스트가 아니다. 그가 하고자 하는 일은 단 하나, 대통령을 만나 자신이 ‘테러리스트’가 아니라는 걸 말하는 것이다. 그의 사랑하는 가족을 되찾기 위해서 말이다.

지난 2001년 9월 11일, 미국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과 워싱턴 국방부 건물에 벌어진 항공기 자살 테러로 3000명이 넘는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당한 본토에 대한 테러 공격. 9・11 테러 이후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 무슬림에 대한 차별과 혐오, 폭력 등 이른바 ‘반(反) 무슬림’ 정서가 강해졌다. <내 이름은 칸>은 무슬림 전체를 향한 오해와 편견에 대해 맞서는 영화다.

“복면시위는 못 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IS도 그렇게 하고 있지 않습니까, 얼굴을 감추고서”라는데, 2015년 다시 한 번 이 영화가 필요할 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필요로 할지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다시 한 번 이 영화의 명대사를 꺼내본다.

“My name is khan. I'm not a terrorist.”

▲ 영화 <위대한 침묵> 중. ⓒ공식 홈페이지

■속이 타 들어갈 정도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위대한 침묵>(감독 필립 그로닝, 2005년)

“(노동개혁 등) 법안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각종 악재를 이겨낼 수 있을지, 젊은이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요즘은 걱정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경제활성화를 위한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구조개혁과 경제 활성화를 위한 핵심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아 속이 타들어 가는 심정이다”(12월 18일 전국 상공회의소 회장단 초청 청와대 오찬)

“언어가 사라진 뒤에야, 우리는 비로소 보기 시작한다”는 포스터 속 문구처럼 이 영화는 말 그래도 ‘침묵’의 향연이다. 168분의 러닝타임 동안 대사도, 음악도(자연의 소리를 제외하고는), 조명도 없다. 소리도, 행위도 침묵 그 자체다.

종교 다큐멘터리 <위대한 침묵>은 해발 1300m 알프스의 깊은 계곡에 위치한 카르투지오 수도회의 본산인 그랑 샤르트뢰즈 수도원 수도사들의 일상을 담은 영화다. 무성영화는 아니지만 거의 무성영화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침묵이 가득하다.

자급자족을 통해 삶을 꾸려가는 수도사들은 하루의 대부분을 작고 밀폐된 독방에서 생활한다. 수도사들의 방마다 쓰여 있는 “우리들의 가장 중요한 지향과 소명은 침묵 안에 머무르는 것과 독방 안에서의 고독에 머무는 것이다”라는 글귀처럼 그들은 그 안에서 명상을 통해 깨달음을 얻으려 한다. 말이 난무하는 시대, 수도사들의 침묵은 많은 말보다 오히려 더 많은 것을 관객들에게 알려준다. 제목 그대로 ‘위대한 침묵’이며, 가끔은 ‘침묵’이 필요한 때가 있음을 알려준다.

그리고 또 하나, 영화의 적막함은 관객들에게 인내심을 요구한다. 이에 따른 수면은 덤이다. 실제로 영화 상영 중 명상의 시간을 가진 관객도 상당하다는 소문이 있었다. 여러모로 “속이 타 들어가…잠을 이루지 못하겠다”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 영화를 통해 적어도 한 가지는 얻을 수 있을 거라 본다. 명상 혹은 깨달음.


최영주 기자  yj719@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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