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산다’를 통해서 본 토크쇼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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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교석의 티적티적]

<나 혼자 산다>는 2년 전 홀로 사는 쓸쓸한 남자들의 싱글라이프를 주목하며 관찰형 예능 시대를 열었다. 출연자는 모두 남성이지만 타깃은 여성 시청자였다. 남성 시청자들의 공감대보다는 여자들의 시선에서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순진한 남자의 모습을 극대화한 모성애 자극이 주요 포인트였다.

그 후 2년이란 시간이 지나는 동안 여러 연예인들이 무지개 회원으로 들어오고 나갔다. 그러는 사이 외로움이나 모성애 콘셉트에 변화가 생겼다. 황석정, 치타, 이국주 등 여성 멤버가 합류하고 어르신이라 할 수 있는 김용건부터 강남, 전현무, 김영철 등 예능선수들이 가세하면서 모성애 자극과 1인 가구 라이프스타일의 전시 대신 그들(연예인들)이 사는 이야기를 꾸밈없이 들려주는 것으로 방향이 바뀌었다.

<나 혼자 산다>는 형식적으로는 여전히 관찰형 예능의 모습을 취한다. 그런데 일반적인 관찰형 예능과 달리 구성과 기획이 많다. 여행, 가족모임, 파티, 일하는 모습 등 혼자 사는 생활상과는 상관없는 이벤트들이 태반이다. 그 소재도 가정사, 취미, 현재 어울리는 연예인 커뮤니티, 지인 초대 등 기존 스튜디오 토크쇼의 여러 구성 요소들을 아우른다.

▲ 또래 개그우먼들을 초대한 이국주의 집에서는 같은 직업에 종사하는 친구들의 진지한 대화가 이어졌다. 슬랩스틱을 주무기로 삼는 여성 코미디언의 이면에 자리한 생활인으로서의 고민을 꽤나 솔직하게 드러냈다. MBC <나 혼자 산다> 화면 캡처 ⓒMBC

지난 크리스마스에 방영된 강남과 이국주 집에서 펼쳐진 파티는 분명 관찰형 예능의 모습이 아니다. <나 혼자 산다>를 떠나는 강남을 위해 출연자들이 모인 크리스마스 파티는 전현무의 진행 하에 펼쳐진 기존의 왁자지껄한 예능 토크쇼에 가까웠다. 그런가 하면 또래 개그우먼들을 초대한 이국주의 집에서는 같은 직업에 종사하는 친구들의 진지한 대화가 이어졌다. 슬랩스틱을 주무기로 삼는 여성 코미디언의 이면에 자리한 생활인으로서의 고민을 꽤나 솔직하게 드러냈다.

오늘날 <나 혼자 산다>가 흥미로운 것은 관찰형 예능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토크쇼에서 나눌 법한 이야기를 자신이 살고 있는 공간과 소소한 일상을 통해서 드러낸다는 점이다. 출연자들은 이를 통해 연예인이란 신분을 벗어버리고 인간적인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간다. 다시 말해 <나 혼자 산다>는 관찰형 예능으로 출발했지만 현재는 진화한 버전의 토크쇼라고 할 수 있다.

<나 혼자 산다>에는 기존 토크쇼에서 업그레이드된 특징이 있다. 일회성으로 끝날 수밖에 없는 토크쇼와 달리 누군가의 삶을 들여다볼 지켜볼 시간이 있다는 점과, 우리 주변의 이야기라는 기시감이다. <라스>에서 누군가의 끼와 존재감을 발견한다면 <나 혼자 산다>는 그 누군가의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낸다. 예를 들면 강남과 시청자들은 통장 잔고가 없던 예능 신인 시절부터 예능선수로 성장한 지금까지 함께했다. 적금을 부어 양복을 맞추고, 황량한 집이 점점 더 살만한 공간으로 바뀌는 과정을 전부다 알고 있다.

▲ <나 혼자 산다>가 흥미로운 것은 관찰형 예능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토크쇼에서 나눌 법한 이야기를 자신이 살고 있는 공간과 소소한 일상을 통해서 드러낸다는 점이다. ⓒMBC

육중완과 황치열의 옥탑방, 황석정의 월세집은 오늘날 <나 혼자 산다>의 정체를 드러내는 상징이다. 김동완처럼 지켜보는 재미가 있는 출연자도 있지만 화려할 것만 같던 연예인들도 사실 우리와 별 다를 바 없는 사람이라는 정서적 공감대를 한 축에 두고, 시청자들에게 멤버들의 일상이 다른 세상의 먼 이야기가 아님을 끊임없이 알린다. 시청자들에게 그들의 이야기를 지켜봐달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이자 시청자의 일상과 괴리되면서 외면을 받았던 토크쇼의 병폐를 극복하는 방식이다.

<나 혼자 산다>는 여전히 혼자 사는 외로움이나 씩씩함을 전면에 내세운다. 그러나 더 이상 공감이나 연예인의 생활을 지켜보는 재미, 혼자 사는 생활의 팁을 기대하던 때는 지났다. 시청자들은 방송을 보면서 이웃의 존재를 느끼고, 그들이 성장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데서 소소한 재미를 느낀다. 소파에 앉아서 주고받는 대화가 아니라 일상의 전달이라는 시청각자료를 통해서 다가오니 훨씬 더 가깝게 느낄 수밖에 없다. 이런 맥락에서 <나 혼자 산다>는 과거 토크쇼의 역할이 몇 배나 업그레이드 된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시청자들은 이미 토크쇼보다 더 직접적인 방식으로 연예인의 진솔한 이야기를 듣고 있다. 이것이 <힐링캠프>나 과거 <무릎팍도사>같은 형태의 토크쇼가 오늘날 어려워진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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