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종편 출연자들 영입…종편 결국 정치 산파 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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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종편 출연자들 영입…종편 결국 정치 산파 노릇?
6인 모두 종편 출연 이력…“종편 기울어진 운동장 현상 심화 우려”
  • 김세옥 기자
  • 승인 2016.01.11 1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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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에 출연해 평판을 쌓은 인사들이 총선 출마설과 함께 최근 출연하던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고 있는 가운데, 새누리당이 지난 10일 종편 패널들이 주축이 된 1차 영입 명단을 발표했다. 이들 중에는 종편에 출연해 사실 관계에 대한 확인 없는 막말로 고소를 당했던 인물도 포함돼 있는데, 종편이 정치 지망생들을 위한 산파 역할을 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열어 ‘새누리당과 함께할 젊은 전문가 그룹’이란 이름으로 6인의 사람들을 소개했다. 전희경 자유경제원 사무총장, 배승희 변호사, 변환봉 변호사, 김태현 변호사, 최진녕 변호사, 박상헌 공간과미디어 연구소 소장(정치평론가) 등으로 이들 대부분은 종편 패널로 활동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김 대표는 이들을 “애국심이 높은 젊은 전문가 그룹”이라고 소개하며 “젊은층 지지가 미약한 새누리당으로선 100만 원군의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들은 자발적으로 입당하겠다고 밝혀 온 만큼, 기존의 인재 영입과는 개념이 다르다”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자발성’에 방점을 찍었지만, 이들 6인 대부분은 종편 등에 출연하며 정부‧여당을 적극 두둔하는 발언들을 이어왔던 터라 ‘코드 영입’이라는 지적이 많다.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4·13 총선의 첫 인재영입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새누리당은 전희경(41·여) 자유경제원 사무총장, 배승희(34·여) 흙수저 희망센터 이사장, 변환봉(39) 서울지방변호사회 사무총장, 김태현(43) 언론중재위원회 선거기사심사위원, 최진녕(45) 전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 박상헌(52) 공간과미디어 연구소장 등 6명이 영입됐다고 밝혔다. 이들의 평균 나이는 약 42.3세이며, 법조인 출신이 4명으로 주로 종합편성채널에서 패널로 활동을 해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왼쪽부터 박상헌 공간과미디어 연구소장, 김태현 언론중재위원회 선거심사위원, 전희경 자유경제원 사무총장, 김무성 대표, 배승희 변호사, 변환봉 서울변회 사무총장, 최진녕 전 대한변협 대변인. ⓒ뉴스1

주요 사안마다 종편에서 정부·여당 두둔…“안철수는 간철수” 등 야당·시민사회 비난

특히 눈에 띄는 건 새누리당에서 배포한 이들의 약력에 ‘방송 다수 출연’이라는 표현이 대부분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약력에 ‘<신문이야기 돌직구쇼>(채널A) 외 방송 다수 출연’이라고 적힌 배승희 변호사의 경우 지난해 10월 18일 TV조선 <이봉규의 정치 옥타곤>에 출연해 ‘희대의 5대 사기꾼’을 주제로 얘기를 하는 과정에서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조희팔 사건에 연루된 듯 발언해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 고소됐다. 배 변호사는 당시 방송에서 “조희팔의 사업은 노무현 정권인 2004년 시작하는데, 2005년 대구에서 재보궐선거로 유승민 의원이 들어온다”며 “대구에서 사업하려면 국회의원들도 관련이 없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일자 TV조선은 홈페이지에 “유 의원이 조희팔 사건과 관련 없는데도 불법 자금이 흘러들어간 것처럼 방송한 건 명예훼손 및 허위사실 유포”라며 사과문을 올렸고, 유 의원은 배 변호사를 고소했다. 하지만 변호사는 유 의원의 고소에 대해 지난해 11월 1일 보도자료를 내고 “문제가 된 방송 내용에 대해 사과했다”면서도 “비판 목소리에 재갈을 물리는 것은 헌법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좁쌀 정치 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배 변호사는 종편에 출연하며 야당에 대한 막말 비판으로 물의를 빚었다. 실제로 배 변호사 출연한 방송들은 자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 심의 대상에 올랐다. 실례로 지난해 4월 30일 배 변호사는 채널A <신문이야기 돌직구쇼>에서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해 “문재인은 이석기 관련해서, 또 성완종 사면 관련해서 의혹이 있는데 아무런 사과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배 변호사는 6월 26일 같은 방송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은 공천 문제만 관심 있지, 법안에 대해 국민을 위해 생각하고 넘긴 게 있는가”라며 “법안 하나하나 심사하지 않고 이거 통과시켜주면 이거 넘어가 준다는 식으로 민생은 생각하지 않고 넘어갔다”고 말했다. 또 안철수 당시 새정치연합 의원에 대해서도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배 변호사는 지난 7월 28일 TV조선 <이하원의 시사Q>에서도 안철수 의원을 향해 “속된 말로 간철수라는 얘기가 있다”고 비판했다.

1호 영입 인재인 전희경 사무총장은 지난해 정부‧여당의 국정교과서 밀어붙이기가 한창이던 때 “검정 교과서는 좌편향”이라며 목소리를 높이던 인물로, 여러 차례 종편 방송에서 야권과 시민사회단체 등에 대한 비판을 했다. 전 사무총장은 지난해 11월 27일 채널A <쾌도난마>에 출연해 민중총궐기에 대해 얘기하는 과정에서 “민중이라고 스스로를 지칭하는 사람들의 실체는 무엇인가”, “이분들 대한민국을 허물자는 모든 주장들의 집합체”라고 말했다.

또 국정교과서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해 10월 19일 TV조선 <이하원의 시사Q>에 출연해 전 사무총장은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독재’로 표현한 교과서를 문제라고 얘기하면서 “시대를 살아보지 않은 사람들이 이야기 할 수 있는 부분과 그 시대를 살아야만 했던, 한정된 자원과 그 시대에 부여된 역사적 소명과 이런 것들에 대해 고뇌에 찬 결단들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현 변호사도 지난해 11월 19일 TV조선 <뉴스를 쏘다>에 출연해 민중총궐기에 참여한 시민들에 대한 “영어도 안 될 것”이라며 비하 발언을 했다. 당시 김 변호사는 “일부 시위꾼이라는 사람들, 참 비겁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외국에 나가서는 그렇게 법을 잘 지킨다면서요”라는 진행자의 말을 받아 “무섭거든요”라고 말하며 “우리나라 시위꾼들 알아요. 미국 가서 그렇게 했다간 큰일 난다는 거. 그러니까 못하는 거죠. 비겁한 거죠. 뭐 영어도 안 될 거고”라고 발언했다.

최진녕 변호사 또한 지난해 11월 16일 채널A <쾌도난마>에서 민중총궐기에 참여한 시민들에 대한 비판을 하며 복면금지법, 테러방지법 등의 통과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과정에서 “밤에 범죄 행위를 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어떻습니까. 밤을 틈타고 얼굴을 가리지 않습니까. 그게 정당하다고 하면 왜 얼굴을 가리겠습니까. 그것은 본인 스스로 본인들이 하는 행위가 폭력적이고 정당화되기 어렵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이라며 집회 참가자들을 범죄자에 비유하는 발언을 했다.

박상헌 정치평론가도 국정교과서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해 10월 7일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에 출연해 현행 교과서를 좌편향이라고 비판하며 “이게 북한교과서인지 대한민국 교과서인지 모르겠는데, 더 심각한 것은 이게 북한 김일성 독재에 이용됐다는 내용은 아주 작은 글씨로 밑에 나와 있습니다. 이 필진의 의도가 버젓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죠”라고 말했다. 그밖에 변환봉 변호사의 경우 서울변호사회 사무총장 자격으로 TV조선과 채널A 등 여러 종편에 출연했다.

▲ JTBC <썰전>에 출연하던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왼쪽)과 강용석 전 의원(오른쪽)의 모습. ⓒJTBC

종편 출연자 영입 러시? “정치 지망생 종편 출연 희망, 방송 공정성·객관성은?”

이들은 당장 총선 출마 계획 등을 밝히진 않고 있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재까진 총선에서 특정 지역이나 비례대표로 출마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김무성 대표 또한 이들에 대해 전략 공천 등의 “특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권 주변에선 이들 중 일부가 출마를 희망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는 실정이다. 18‧19대 총선 당시 부산 지역에서의 출마를 시도했던 박상헌 정치평론가는 현재 서울 송파을 출마가 거론되고 있고, 김태현 변호사도 경기 일산 지역에서의 출마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진녕 변호사 또한 대구 혹은 수도권에서의 출마를 저울질 중이라는 얘기가 있다.

이들 뿐 아니라 종편 등에서 활발한 방송 활동으로 이미지를 쌓은 강용석 전 의원과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 등도 현재 총선 출마를 선언하거나 저울질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19대 총선 낙마 이후 종편에서 정치 평론을 해온 진성호‧안형환 전 새누리당 의원 등은 이미 총선 출마를 선언한 상황이다. 강용석 전 의원과 이준석 전 비대위원과 함께 JTBC <썰전>에서 활약했던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 또한 더불어민주당 영입설이 나오고 있다.

방송에서 인지도를 쌓은 인물들은 정치권에서 영입하는 모습은 사실 새롭지 않다. 하지만 종편 출연자들의 경우 방송 출연 과정에서 특정 정파의 위치에서 노골적인 지지와 상대편에 대한 공격으로 인지도를 쌓아왔다는 점에서 과거 방송‧언론인들이 정치권에 영입되던 모습과는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정 정파에 속한 전직 국회의원들이 정치평론가의 위치에서 종편에 출연해 차기를 노리는 모습 또한 마찬가지다.

이에 대해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는 “방송에 출연하던 사람들이 정치권으로 직행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고, 특히 종편은 더욱 그렇다”며 “특정 정당을 지지하고 특정 이데올로기를 강변하던 사람들을 정치권에서 영입한다면, 앞으론 더 강력하게 정치화 된 사람들이 종편 출연을 희망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이처럼 방송을 정치 입문의 발판으로 삼은 이들에 대해 정치권에서 러브콜을 보낸다면 정치 지망생들은 더 노골적으로 방송에서 정치 성향을 드러낼 것이고, 이 경우 방송의 가장 중요한 가치인 공정성과 객관성은 당연히 상실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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