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MBC노조 뿌리째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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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부 업무 복귀에 단일노조까지 위협…“노조탄압이자 언론탄압”

‘집행부 복귀명령 철회하라’, ‘분쇄! 노조파괴 노동탄압’ 등의 플래카드가 걸린 천막이 서울 성암로 상암MBC 앞에 펼쳐진지도 22일째(12일 기준)다. 영하의 날씨 속에MBC 앞에 천막이 펼쳐진 이유는 MBC가 노사 임금협상 중이던 지난해 12월 21일 타임오프(근로시간 면제) 종료를 이유로 노조 전임자에 대한 업무 복귀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복귀 명령을 받은 전임자들은 휴가를 내고 간신히 노조 업무를 이어가고 있다. 전임자 복귀는 MBC에 노동조합이 생긴 이래 초유의 일이다. 그리고 언론노동자의 위치가 얼마나 위태한지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지난 5일 중앙노동위원회(이하 중노위)는 MBC본부 및 17개 지역MBC 노동쟁의 조정신청 건에 대한 2차 조정회의를 진행하고 노사 간 난항을 겪고 있는 임금협약에 대한 조정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MBC(사장 안광한)가 해당 안을 거부하며 조정은 결렬됐다. 이로 인해 임금 협상에서 촉발된 노사 간 갈등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언론노조(위원장 김환균)는 지난해 12월 22일 노사 교섭만으로는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해 중노위에 조정을 신청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 언론노조 MBC본부(위원장 조능희) 집행부와 18개 지부장은 지난 2015년 12월 22일 오후 긴급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의 전환을 의결해 오후부터 천막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언론노조 MBC본부

임금협상 난항에 타임오프 종료로 인한 전임자 복귀…“노조 탄압” 논란

최근 MBC 노사 문제가 가시화한 것은 노동조합 전임자 업무 복귀 명령에서 시작된다. 2012년 파업 이후 살얼음판이었던 MBC 노사 관계는 최근 상황이 더 악화됐다. MBC(사장 안광한)가 노조 전임자에 대한 타임오프(근로시간 면제) 시한 종료를 이유로 지난해 12월 21일자로 임금 협상 중인 언론노조 MBC본부(위원장 조능희, 이하 MBC본부) 조능희 위원장을 비롯한 송희원 사무처장, 배성민 정책교섭국장, 김혜성 홍보국장, 이호찬 민실위 간사 등 상근 집행부 5명 전원에게 업무 복귀 명령을 내렸다.

이에 대해 MBC는 지난해 12월 24일 타임오프 문제는 임금협상과 무관한 사안이며 이는 단체교섭 사항이라는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MBC는 “(본부노조) 상근집행부를 원직 발령한 것은 합의종료에 따른 정상적인 후속 절차이고 합당한 행위”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MBC본부는 이번 사태를 ‘식물노조’로 만들기 위한 수순이자 ‘노조파괴’ 행위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임금협상 도중에 협상위원을 업무에 복귀시키는 것은 노조의 존재를 부정하려는 의도이며 조직을 흔들고 와해시키고자 하는 행위라는 설명이다. 이에 MBC본부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업무 복귀 일자 다음날인 지난해 12월 22일부터 MBC 사옥 앞에서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 지난 2012년 언론노조 MBC본부의 파업 99일째, 한학수 PD가 광화문광장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PD저널

MBC, 2012년 노조의 170일 파업 이후 노사 갈등 최고조…해고·징계·무단협

MBC본부가 이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단순히 이번 임협 문제 때문만은 아니다. MBC본부 주장의 배경에는 지난 2012년 170일 간 벌어진 MBC본부의 파업 이후 깊어진 노사 간 갈등이 있다.

MBC본부가 지난 2012년 ‘공정방송 회복’을 외치며 170일이라는 장기간 파업을 한 이후 MBC는 노조 집행부를 비롯한 파업 참가자를 대상으로 해고, 정직 등 징계와 교육, 전보발령 등의 조치를 취했다.

그 결과 2012년 파업 당시 정영하 전 위원장을 비롯한 노조 간부에 대한 구속적부심 2번, 업무방해 1심·2심, 해고무효 1심·2심, 195억원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2심 등을 비롯한 MBC 노사 간 수십 건의 소송이 진행 중이다. 또한 해고나 징계, 전보조치에 대한 무효소송에서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후 재징계가 이뤄지기도 했다.

또한 MBC본부는 3년째 사측과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못해 ‘무단협’ 상태다. 단체협약은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노동조건의 최소기준은 물론이고 조합활동, 조합전임자 대우, 노조 홍보활동 보장, 부당노동행위 금지 등에 대한 노사의 자치적인 협의사항이다. 공영방송인 MBC의 경우 단체협약에 ‘공정방송의 실현의무’ 등이 포함돼 있다. 단체협약은 노사관계의 안정을 가져오지만, 무단협 상태가 지속될 경우 이 같은 안정이 깨지는 것은 물론, 헌법상 명시된 근로3권이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이 같은 MBC 사태는 지난 2012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MBC 파업사태가 다뤄지기도 했으며,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도 MBC 관리・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에 대한 국정감사를 통해서도 MBC 해직언론인 사태 등이 꾸준히 다뤄지고 있다.

그러나 MBC 사측은 손해배상 등 소송에서 “노조가 벌인 2012년 파업의 본질적 문제점은 사장퇴진을 목적으로 행하여졌다는 점과 함께 노동조합이 정파적 시각에 따라 일방적으로 공정성을 주장한 뒤 파업이라는 투쟁수단, 즉 힘의 논리로 밀어붙이고자 한 것에 있다”(2015년 6월 12일)라며 MBC본부 파업은 불법파업이자 정치파업이며, 해고 등 징계는 사측의 고유한 경영권이라고 꾸준히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주장은 이번 임금협상 과정에서도 반복되었다.

조능희 MBC본부 위원장도 임단협특보 5호(2015년 12월 16일)를 통해 “노동계에서는 파업 후 ‘해고-업무방해 형사기소–손배 가압류–복수노조 등장’의 네 가지를 ‘노조파괴 4종 세트’라고 한다. 우리는 이 모두를 모두 경험했다”며 이 같은 일련의 상황이 여타 사업장에서 발생했던 ‘노조파괴’의 모습과 닮아있다고 말했다.

▲ 이미경 민주당 의원(현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011년 9월27일 국정감사에서 폭로한 KEC 인력 구조조정 로드맵.

단체교섭권 박탈·파업 참가자 징계·재징계…노조파괴 사업장의 모습

이처럼 그간의 MBC본부 사례들이 지난 2008년 이명박 정권 이후 발레오전장시스템, 유성기업 등 각 사업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른바 ‘노조파괴’, ‘노조 무력화’ 등의 모습과 유사하다는 것이 MBC본부와 노동계의 시각이다.

이들 사업장에서는 복수노조창구단일화제도는 물론이고 노동법상에 명시된 법률에 따라 외형상 적법한 절차를 거쳐 노조를 탄압해왔다. 실제로 노조탄압 증거들이 발견됐지만 사업자에 대한 처벌이 어려운데, 이는 상대적 약자인 노조에 비해 우위에 위치한 사업장에서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법률의 테두리 안에서 이 같은 일을 해왔기 때문이다.

현재 MBC는 사내에 존재하는 3개 노조와 개별협상을 진행 중에 있다. 법률에 따라 대표교섭 노조를 정해 교섭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이들 노조 사이에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MBC본부가 대표교섭노조가 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MBC본부는 타임오프 종료 시점에 도달하면서 결국 전임자 복귀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은 것이다.

이런 와중에 MBC는 개별교섭 과정에 따라 지난해 12월 30일 또 다른 노조인 MBC노동조합과는 임금협상을 타결하는 행보를 보였다.

또한 MBC는 서울 본사와 지역MBC의 경영 및 재정상황이 각기 다른 만큼 MBC본부에 대해서도 MBC본사 노조와 17개 지역사 노조가 개별협상을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MBC본부는 지난 20여년 공통협상을 해온 만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는 중노위 조정 과정에서도 다뤄졌지만 결국 조정이 이뤄지지 못했다.

문제는 이 같은 복수노조창구단일화 제도가 노조갈등을 유발하는데 합법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MBC본부는 우려하고 있다. MBC본부가 지난해 12월 11일 긴급중앙집행위원회 결의사항을 통해 “단일노조를 파괴하려는 일체의 행위에 대해 단호히 총력 대응한다”며 공통교섭을 지켜나갈 것을 밝힌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이 지난해 7월 발표한 ‘복수노조창구단일화 제도는 어떻게 악용되는가’에서는 민주노총 전국건설산업노조연맹 가맹노조인 전국플랜트건설노조가 교섭단위분리와 교섭창구단일화절차를 통해 단체교섭권이 박탈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지난 2013년부터 플랜트건설업체들이 노동위원회에 지역별 교섭단위 분리신청을 남발하고, 노동위원회가 지역별 현격한 근로조건의 차이가 없음에도 지역별로 교섭단위 분리결정을 하면서 교섭대표권을 확보하기 위한 노노 및 노사 갈등이 빈번하게 발생했다는 것이다.

MBC본부 사례와 유사한 타 사업장의 사례는 또 있다. 실제로 대표적인 노조파괴 기업으로 알려진 유성기업에서는 개별교섭과 이후 어용노조와 조기교섭 타결, 단체협약 해지 통보 등 노무법인 창조컨설팅과 함께 한 이른바 ‘노조파괴 시나리오’를 실행한 것으로 유명하다. 창조컨설팅은 노조파업을 유도한 뒤 공격적 직장폐쇄를 거치고, 이후 노조원에 대한 해고 및 징계, 친기업 노조 설립이라는 공식을 가지고 노조를 파괴하는 데 앞장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2012년 국정감사를 통해 드러났다.

지난 2011년 5월 18일 유성기업이 노조의 쟁의행위에 맞서 직장폐쇄를 단행한 이후 유성기업 내 친기업 노조가 설립된다. 이후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의 임금교섭은 난항을 겪는다. 그해 임금교섭에서 타 노조와 먼저 임협을 체결한 뒤 유성기업지회와는 타결하지 않는가 하면 임금 차별과 임금 체불이 이어졌다. 또한 2011년 파업 이후 유성기업지회 소속 조합원들은 해고되거나 징계를 받았다.

MBC본부 역시 지난 2012년 파업 이후 단체협약 등 노사 간 교섭에서 난항을 겪고 있는가 하면, 소송에서 확정판결 후에 재징계 받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으로 이상호 기자는 대법원으로부터 해고무효 판결을 받고 지난해 MBC에 복직했으나, MBC는 인사위원회를 열고 “대법원의 판결에 근거해 이상호의 비위의 정도에 대해 이를 재심사하고 그에 합당한 징계를 결의한 것”이라며 이 기자에 대해 정직 6개월을 조치했다.

또 다른 노조파괴 사례로 꼽히는 KEC의 경우 지난 2013년 8월 1일 해고무효확인소송에서 무효판결을 받은 노동자들만 선별적으로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기도 했다. 재징계대상자 중 다수는 그해 1월 회사가 노사갈등을 해결하겠다며 복직시킨 노동자들이다. 이 같은 사측의 재징계 방침에 대해 ‘노조탄압’ 비판이 이어지기도 했다. 또한 KEC는 300억원이 넘는 손해배상소송 은 물론 회사의 협박 등으로 300여명의 노동자가 회사를 떠나기도 했다.

은수미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012년 낸 국정감사 정책자료집 ‘노조파괴 컨설팅의 실체 그리고, 그 효과’에서는 유성기업, 발레오전장시스템 등에서 벌어진 노조탄압 사례를 들며 “정당한 목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징계권을 노조 무력화의 목적으로 사용하였다”며 “특히나 민사적 압박을 통해 노동조합 간부들을 제압한 것으로 자평하는 부분은 창조컨설팅과 회사측의 부당노동행위 의사나 노조 혐오적 의사가 어느 정도였는지를 잘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 MBC 구성원들이 지난 2012년 5월 8일 파업 100일을 맞아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100배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언론노조

“MBC본부 탄압은 노조탄압이자 언론탄압”

법을 이용해 노조를 압박해 온 타 사업장의 사례와 일련의 MBC본부 사태의 유사성을 두고 박은정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노조탄압이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정책국장은 특히 MBC본부에 대한 탄압은 ‘노조’라는 부분과 ‘언론’이라는 부분 두 가지와 관련돼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10일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경찰에 자진출두하기에 앞서 “껍데기뿐이었던 민주주의마저 죽어가고 있는데 왜 아무도, 어떤 언론도 말하지 않습니까”라고 말한 데서 볼 수 있듯이 난 2008년 이명박 정권 이후 사회 전반에 친(親)자본-반(反)노동(노조) 성향이 팽배해 있다.

“노동자가 죽어야 관심을 갖고 보도하던 시절에서 이제는 노동자가 죽어도 보도를 외면하는 시절로 변화하고 있다”(2014년 4월 29일 ‘한국언론의 노동 보도 문제점과 개선 방안’ 토론회, 강진구 <경향신문> 기자(공인노무사))는 말처럼 이 같은 반노조 성향은 언론사도 마찬가지다. 한 위원장의 외침은 그간 사회 약자의 시선에서 불편부당함을 보도해야 할 언론이 이를 외면한 데 대한 지적이었다. 그리고 노동문제를 지적하고 보도해야 할 언론사 안팎의 반노조 시각은 내부의 ‘노동탄압’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으로 이어진다.

박 정책국장은 “교섭과 관련해 책임자를 교섭 자리에 나오지 않고 교섭에는 결정권 없는 관리자가 나와서 교섭만 하다가 아무것도 합의를 안 해주고 교섭 차수만 계속 늘리고, 기타 제2, 제3노조하고는 교섭해서 협약하는 등 특정 노조만 지원하는 건 사실상의 부당노동행위인데 이건 아주 전형적인 노조파괴 수순이라 볼 수 있다”며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각종 탄압으로 인해 노조의 힘이 약화된 상황에서, 더군다나 과거 파업으로 인해 불이익을 겪었다면 조합원은 선뜻 파업이나 쟁의행위에 나서기 쉽지 않다. 사용자가 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조정은 종료되는데, 노조는 단체행동을 하기도 쉽지 않다. 이러한 과정 역시 노조파괴 행위의 한 전형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정책국장은 “특히 MBC본부의 파업은 ‘공정보도’와 관련된 문제였다. MBC본부에 대한 탄압은 두 가지 필요에 의한 탄압이라고 볼 수 있다”며 “이건 결과적으로 보면 노조에 대한 탄압이자 언론에 대한 파괴행위”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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