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BS <세계의 명화-잉글리쉬 페이션트> / 1월 16일 오후 11시 5분
마이클 온다체의 원작 <잉글리쉬 페이션트>는 아득한 사막의 지평선, 노을을 받으며 미끄러져 가는 복엽기의 이미지에서 자연스레 <아웃 오브 아프리카>(1985), <인도차이나>(1992)같은 류의 영화가 겹쳐지며 서구 제국주의에 대한 향수를 읽을 수 있다.
하지만 비행기는 격추되고 그 향수와 환상은 얼굴조차 알아보기 힘든 ‘영국인 환자’의 그것으로 대체된다. 정체불명의 주인공으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멜로드라마임에도 꽤 긴장감 있는 구도를 형성한다. <잉글리쉬 페이션트>는 그런 2차 대전 말기를 무대로 국적으로 규정되지 않는 개인들의 끈끈한 사랑을 그리고 있다.
사실 주인공은 제목과 달리 헝가리인 탐험가다. 그들은 전쟁의 폐허 속에서 국적을 넘나드는 사랑을 나눈다. 연합군과 독일군의 경계는 사막의 모래바람 앞에서 한낱 덧없다. 장엄한 스케일의 ‘아카데미 시상식 영화’라는 표현에 더없이 들어맞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