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이라는 세월과 웃음이 빚어낸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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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욱한PD의 촌방촌설 村放寸說] 제주MBC '우리동네 차차차'

"정겨운 고향이 무대! 평범한 이웃들이 주인공! 고향 마을을 찾아 흥겨운 노래 한마당을 펼치고 이웃들의 꾸밈없는 이야기를 통해 고향 마을에는 활력을, 시청자들에게는 웃음과 감동을 전한다." 제주MBC <우리동네 차차차>의 기획의도이다. 기획의도에서 표방한 목표가 더하고 덜 것 없이 그대로 드러나는 프로그램이다. 눈치 챘겠지만 이 프로그램은 마을을 돌아다니며 한바탕 잔치를 벌이는 그런 흥겨운 방송이다. 당연히 여기에 노래는 필수!

‘우리 동네’에 어느 날 찾아온 방송국 손님들이 마을 어르신들과 함께 노래하고 웃고 떠들고 한바탕 왁자지껄한 놀이판을 ‘차차차’ 함께 만들어가는 프로그램이 <우리동네 차차차>이다. 설운도의 노래 ‘다함께 차차차’의 흥겨움이 눈에 선하게 떠오르는 타이틀 작명이 정겹고도 진솔하다. 이 코너를 연재하면서 다양한 지역 프로그램들을 만났다. 그 중에서 많은 수의 지역사가 선택한 장르 혹은 분야중의 하나가 농어촌 프로그램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만큼 시골 마을을 순회하는 포맷이 광범위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반증일 터이다.

▲ 우리 동네’에 어느 날 찾아온 방송국 손님들이 마을 어르신들과 함께 노래하고 웃고 떠들고 한바탕 왁자지껄한 놀이판을 ‘차차차’ 함께 만들어가는 프로그램이 <우리동네 차차차>이다. 사진은 제주MBC '우리동네 차차차' ⓒ제주MBC

그런데 한반도의 남단인 제주도에서 농어촌 탐방프로그램의 가장 오래된 뿌리를 확인했다는 사실은 개인적으로 놀랍고도 설레는 경험이었다. 그 주인공이 바로 제주MBC의 <우리동네 차차차>이다. 무려 2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명확한 고증을 거친 이야기도 아니고 따로 증명할 여력도 없는 나의 개인적 판단에 근거한 주장이지만, 쉼 없이 20년 이라는 역사를 이어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우리동네 차차차>는 다른 어느 지역 방송도 넘보기 힘든 아우라를 가졌음을 부인하기 힘들다. 물론 지역방송이 지역 사회를 대상으로 만들어왔던 모든 프로그램들이 농어촌프로그램의 거름이자 자산이었음은 지극히 당연한 사실이다. 선배의 어깨위에서 후배들이 좀 더 먼 세상을 조망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니까 말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지금까지 정착되어온 시골 마을 탐방프로그램 포맷의 원형을 제주MBC의 <우리동네 차차차>에서 찾는 것은 시간의 불가역성을 근거로 본다면 분명 타당한 근거를 가진다.

20년! 경이로운 세월이다. 적은 인력과 열악한 제작환경에서 수많은 개편을 거치면서도 살아남은 <우리동네 차차차>의 생존 비결은 무엇일까. 많은 이유들이 호명될 수 있을 것이다. 제작진의 의지나 기획의 탁월함, 혹은 시청률의 결과 등이 언급될 수 있을 것이다. 그 답을 조금이나마 알아내고자 하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 될 터이다. 그전에 먼저 김훈범PD의 이야기 속에서 <우리동네 차차차>가 걸어온 발자취를 조금이나마 엿보면 이해가 쉬울 듯하다.

“우리동네 차차차’로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열린다큐 우리동네’, ‘활력충전 우리동네’, ‘열창! 다함께 차차차’, ‘얼씨구나 우리동네’, 그리고 다시 ‘우리동네 차차차’로 타이틀이 변화하여 왔지만, 고향마을이 무대고 마을사람들이 주인공이라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었습니다. 사돈의 팔촌으로 얽혀있는 제주지역 사회에서 시청자들이 아는 누구라도 등장할 수 있고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는 것이 장수의 비결 같습니다.”

▲ 제주MBC '우리동네 차차차' 타이틀 ⓒ제주MBC

오랜 시간동안 타이틀이 조금씩 변해오는 과정을 거쳐 왔지만 프로그램의 고갱이는 알차게 유지되고 있다. 오히려 시대와 세태에 따라 적응하고 발전해왔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세월에 따라 변신을 거듭하면서도 이어져왔던 <우리동네 차차차>가 가지는 일관성은 크게 두개의 줄기를 근간으로 한다. 하나는 ‘마을’이라는 공동체이고 나머지 하나는 ‘노래’라는 흥겨운 도구이다. 인간이라는 생명체의 본질을 잘 꿰뚫은 두 개의 전략이다. 공동체와 유희는 불가분의 관계를 가진다. 어느 민족이나 공동체는 노래라는 유희를 통해 소속감을 느끼고 문화의 전승을 이어왔다. 도시화로 마을 단위 공동체의 분해가 가속화되어 왔지만 아직도 시골의 고향 마을은 어느 자리에서든 막걸리 한잔과 정겨운 이웃이 어우러지면 그 곳이 바로 공동체의 놀이 공간이 된다. 이런 인류의 시원적 욕구를 정확히 꿰뚫은 프로그램이 <우리동네 차차차>이다.

제주도는 한반도와 이질적인 이국의 정서를 일부분 간직한 고장이다. 폴리네이시아 문화권의 낙천성을 가진 동시에 대륙의 힘의 논리에 휘둘리며 많은 생채기를 얻은 변방이기도 하다. 이런 지역성 특성이 어쩌면 <우리동네 차차차>라는 프로그램을 잉태하게 만든 모태가 되었을 수도 있다. <우리동네 차차차>는 이런 정서 위에서 제주도만의 원형질을 찾아 나서는 긴 여정도 이어오고 있다. 그 대표적인 노력이 삼사년마다 찾는 일본의 제주도 이주민 마을 특집이다. 오사카의 이쿠노구는 제주도민들이 건너가서 정착한 일본 속의 제주도이다. 그 곳을 잊지 않고 주기적으로 찾아가서 실향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노력은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지역방송의 책임 의식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한바탕 즐겁게 노는 방송이 어느 사이에 제주도의 한과 역사를 아우르는 글로벌 프로그램으로 양질전화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이런 것이 바로 지역 방송이 가지는 힘이자 의무가 아닐까. 김훈범PD의 말을 옮겨본다.

“<우리동네 차차차>는 제주지역 농촌마을을 주요 대상으로 하지만, 3~4년 주기로 제주도 출신들이 밀집해 살고 있는 일본 오사카의 이쿠노구와 부산 영도구를 찾아서 특집으로 꾸밉니다. 그 지역에서는 고향에서 관심을 가져준다는 점에 크게 감동하고, 제주 지역의 시청자들은 그 특집 방송을 보고 오랜만에 그리운 사람을 찾았다며 연락할 방법을 문의하기도 합니다.”

▲ 첫 방송부터 지금까지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한결같은 20년을 지내온 MC 김성홍 씨(맨 왼쪽)는 제주MBC가 낳은 지역 스타이자 제주의 아들이기도 하다. 사진은 제주MBC '우리동네 차차차' ⓒ제주MBC

<우리동네 차차차>는 오랜 여정을 거치면서 많은 변화를 겪었다. 타이틀 이름을 바꿔가며 다양한 코너들을 실험하고 또 성공시켜 왔다. 그 여정의 끝에서 처음에 가졌던 그 이름 <우리동네 차차차>로 다시 돌아왔다. 그 오랜 시간동안 이 프로그램을 거쳐 간 많은 PD들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변화의 와중에도 변하지 않았던 단 한 명의 주인공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MC 김성홍씨다. 첫 방송부터 지금까지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한결같은 20년을 지내온 김성홍씨는 제주MBC가 낳은 지역 스타이자 제주의 아들이기도 하다. 제주도 농촌 마을의 대가족에서 막내로 태어났다는 그는 마을 어르신들과 언제 어디서든 물처럼 스며드는 붙임성을 가진 진행자로 정평이 나있다. 이런 장점은 바로 그가 지역에서 태어난 토박이이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지역의 인물이 지역의 스타가 되는 선순환이 <우리동네 차차차>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라디오 진행자가 장수하는 사례는 드물지 않게 있어왔다. 그러나 TV프로그램에서 그것도 지역 방송에서 20년 동안 진행을 이어온 것은 아마도 그 예를 찾기 어렵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 얼마나 더 오래 그가 구수하고 친근한 진행을 이어갈지 자못 궁금하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동네 차차차>가 거쳐 온 20년의 세월이 가지는 아우라는 영광이자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늘 새로움을 갈구하는 PD들의 본능이 이 프로그램과 어떻게 화학적으로 결합될 수 있을지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더불어 매번 반복되는 마을들을 어떻게 새롭게 접근하고 소개할 지에 대한 노력도 숙제로 남는다. 다행히 이 문제는 오히려 약점을 강점으로 살리는 현명한 해결책을 선보이고 있다. 3년 정도마다 돌아오는 마을 촬영에서 예전의 촬영 자료 그림들을 소개하고 비교하는 정공법을 택한 것이다. 3년 이라는 시간의 변화를 확인하는 과정은 마을 주민에게도 시청자들에게도 상당한 재미와 감흥을 준다. 현명한 선택이다. 세월의 흔적을 당당히 내보일 수 있는 것도 20년의 시간이 쌓였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제주도의 거창한 역사는 아니지만 어쩌면 이렇게 생활 속의 미시사가 영상으로 기록되고 있는 지도 모른다.

▲ 지금은 인력의 부족으로 한명의 PD가 고군분투하며 프로그램을 힘겹게 이끌어 나가고 있지만 3월부터는 2명의 PD로 충원이 되면서 다시 날개를 펼치고 날아오를 각오를 다지고 있다. 사진은 제주MBC '우리동네 차차차' 촬영 모습 ⓒ제주MBC

<우리동네 차차차>는 3월 개편을 예고하고 있다. 지금은 인력의 부족으로 한명의 PD가 고군분투하며 프로그램을 힘겹게 이끌어 나가고 있지만 3월부터는 2명의 PD로 충원이 되면서 다시 날개를 펼치고 날아오를 각오를 다지고 있다. 1박2일 체류를 염두에 두고 마을 주민들에게 더욱 밀착하는 리얼리티를 살리려고 야심찬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꽃 피는 봄이 오면 마을마다 고을마다 웃음꽃 주렁주렁 열리겠지. 그 때도 제작진들은 카메라 메고 마이크 들고 이렇게 물을 테지. “펜안 허시우꽈?” 이 말 한마디에 돌아오는 답은 또 왁자지껄 하겠지. 그 웃음소리들이 집 담을 넘고 마을 동구를 지나 제주도의 파도를 타고 퍼져나가겠지. 따뜻한 남도의 바람에 실려서..

벌써 <우리동네 차차차>의 봄이 기다려진다.

*필자 김욱한 PD는 포항MBC 편성제작센터장이면서 PD연합회 대구경북지부장을 역임하고 있다. 술과 썸타면서 방송과 연애하고 있고 책과 밀당 중이다. '변방에서 낮게 나는 부엉이'라는 황당한 닉네임을 스스로 즐겨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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