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대변하는 ‘자수성가 기업’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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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대변하는 ‘자수성가 기업’ 보도
[언론인권센터 모니터 보고서] 1월 5일~18일 지상파 3사, JTBC 메인뉴스
  • 언론인권센터 모니터팀
  • 승인 2016.01.21 15: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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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권센터 미디어모니터팀은 2016년 1월 5일~18일까지 KBS, MBC, SBS 지상파 3사와 JTBC의 메인뉴스 모니터를 했습니다. 모니터의 기준은 첫째, 인권보도준칙에 맞는 보도였는지, 둘째,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보도였는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보도프로그램에서 금지되어 있는 간접광고를 하는지를 모니터 했습니다. 이번 모니터링 회의에서는 공영방송, 특히 KBS <9시 뉴스>에 대한 문제점이 많이 지적되었습니다.

비슷한 기상 뉴스 계속 생중계하는 공영방송 메인뉴스

KBS <9시 뉴스>는 1월 4일부터 1월 18일, 총15일 중 12일이나 기상뉴스를 생중계로 내보냈습니다. 1월 5일과 6일, 16일 등 단 3일만이 제외되었습니다. 이는 뉴스 초중반(6번째에서 13번째 꼭지 사이)에 배치되었습니다. 강남역과 영등포역, 홍대, 인사동 등 주요 도심지역에 나가 있는 기상캐스터와 연결하여 날씨와 현장의 모습,건강에 유의하라는 멘트 등을 담았습니다.

물론 기상뉴스가 시민들에게 중요한 정보이긴 합니다. 그러나 매일 중계차를 내보내 뉴스 앞부분에 소식을 전할 정도로 우선순위가 높게 느껴지는 보도는 아니었습니다.화면에는 주로 도심을 바쁘게 오가는 시민들의 모습과 추위를 온몸으로 느끼는 기상캐스터의 모습만 담기고 있습니다.

기상캐스터의 멘트도 연일 비슷한 내용이 반복됩니다. ‘내복을 입으면 체감 온도를 최고 3도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내용은 1월 7일과 8일 똑같이 반복되었고, 1월 12일과 14일에는 ‘손을 자주 씻어 감기 바이러스를 예방해야 한다’는 내용이 반복되었습니다. 공영방송의 메인뉴스가 새로운 뉴스 가치가 없는 내용을 매일 반복해 내보내는 것은 전파 낭비에 해당하는 행위입니다.

북한과의 갈등을 더 부추기는 언론보도

북한 관련 보도일수록 신중을 기하고 균형을 잡아가야 할 의무가 있으나 공영방송이 오히려 이를 지키지 않는 보도 행태를 보였습니다. 특히 1월 6일은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보도가 주를 이루었습니다. 그런데 KBS의 경우 총 35꼭지의 리포트 중 30개를 북한 관련 보도로 채웠습니다. 같은 날, MBC는 총 47꼭지 중 31개, SBS는 총 31꼭지 중 20개, JTBC가 총 35꼭지 중 10개를 보도한 것과 비교되는 지점입니다. 북한의 핵실험은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하는 중요한 문제이긴 하지만,한 이슈를 지나치게 상세하게 보도하는 것은 다른 중요한 이슈들을 삼켜버리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 1월 6일자 KBS 뉴스9 보도 리스트. KBS는 이날 보도된 35개 보도 중 북한의 핵실험 리포트를 30개 내보냈다.

뉴스 초반부에는 주로 북한이 도발을 해오면 즉각 응징하겠다는 내용의 리포트가 많이 보도되었습니다.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軍 “추가 도발 시 단호하게 응징”>(1월 8일, MBC, 장승철 기자)와 <합참의장 “北 추가 도발 가능성…최고 대비 태세”>(1월 11일, KBS, 서지영 기자) 등은 당일 첫 뉴스였습니다. 또한 <”北 추가 도발 시 신속 대응” 한미, 압박 강도 더 높인다>(1월 10일, MBC, 장승철 기자)는 2번째로,<軍 경계 강화…도발 땐 3배 이상 ‘응징’>(1월 8일, KBS, 김지숙 기자)은 4번째로,<국방장관, 미사일사령부 점검…“도발하면 응징”>(1월 10일, KBS, 이호을 기자)은 3번째로 보도되었습니다. 이 같은 내용을 담고 있는 리포트는 국민들이 지나친 위기감을 느끼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습니다.

적대적 감정을 키울 수 있는 표현도 많이 사용되었습니다. <“확성기, 대북 압박 수단”…남북 긴장 고조>(1월 7일, KBS, 김기현 기자)에서는 인터뷰 도중 “김정은이가 ‘아 실수했다’라고 하는 생각을 갖도록 만들어줘야죠”라는 멘트가 그대로 방송되었습니다. 또한<“핵 우산 제공”…美 전략무기 추가 배치>(1월 11일, KBS, 김지숙 기자)에서는 ‘북한의 방공망을 무력화하면서 적진에 침투해 핵폭탄 16발을 투하할 수 있’는 폭격기가 대기 중이고,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레이건호도 출격 명령을 기다리고 있’다며 군사적 역량을 강조하면서 폭력적 갈등을 부추기는 듯한 보도도 있었습니다.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뉴스도 많았습니다. <“북한 봉쇄·정권 교체”…美 강경론 쏟아져>(1월 7일, KBS, 박유한 기자)에서는 북한에 대한 강경론에 야권,미국 내 전문가들까지도 합세해 ‘미국이 이제는 인내할 때가 아니라 행동을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고 보도했고, <북핵 대응 ‘핵무장론’까지 솔솔>(1월 12일, KBS, 서지영 기자)에서는 핵무장론이‘대북 전문가 그룹으로까지 확산되는 추세’라며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사안이 가지는 중대성에 비해 지나치게 불균형적인 정보를 제공한 것입니다. 일부의 주장을 전문가들전체의 의견으로 확대해석하는 것은, 국민에게 잘못된 정보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습니다.

반난민 정서를 부추길 수 있는 언론보도

지난해 12월 31일, 독일 른에서 있었던 새해 맞이 행사 도중 대규모의 성폭행이 일어났고,용의자들 중에는 난민 신청자들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KBS <9시 뉴스>에서 앵커는<‘난민 성폭행’ 사건…독일 내 갈등 격렬>(1월 10일, KBS, 이민우 기자)를 보도하면서 ‘난민들이 대규모 성폭행 사건을저지른이후 독일에서 난민 수용 여부를 놓고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용의자가 난민 신청자인 것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KBS는 이를 ‘난민 성폭행’ 사건이라 규정했습니다. 극우 단체가 사용하는 용어 ‘RAPEFUGEES(강간이란 뜻의 RAPE와 난민이란 뜻의 REFUGEES의 합성어)’도 영상을 통해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해당 용어는 이틀 뒤, <‘난민 성폭행’ 사건…독일 내 갈등 격렬>(1월 12일, KBS, 이민우 기자)에서도 앵커가 자세히 설명합니다. 선동적인 표현을 2일이나 자세히 보도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 드는 부분입니다.

이권 챙기기에 급급한 공영방송

공영방송이 목소리를 높인 부분은 따로 있었습니다. MBC <뉴스데스크>는 <한국광고학회 “지상파에 중간광고 규제 완화해야”>(1월 13일, MBC, 조현용 기자)에서 한국광고학회와 MBC미래방송포럼이 공동으로 주최한 토론회의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토론회에서는 ‘우리나라 방송 콘텐츠의 재도약을 위해서는 지상파 방송 중간광고의 규제 완화가 필수라는 의견이 제기’되었고, 참석자들은 ‘한류를 이끌어 온 지상파방송콘텐츠의 경쟁력 저하가 우려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는 지극히 자사이기주의적인 보도로, 지상파 방송에서 중간광고를 금지했던 공적 이유나 시청자의 권리 등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고 있지 않습니다. 다양한 의견이 있는 사안에 대해서 일방적인 주장만을 전한 편파보도인 것입니다.

대기업 대변하는 ‘자수성가 기업’보도

▲ 1월 4일자 KBS <뉴스9> '한국에 자수성가형 기업인 안나오는 이유는' 보도 ⓒ화면 캡처

공영방송 KBS가 지난 1월 4일 미국의 빌게이츠, 마크 저커버크, 워런 버핏 등을 나열하며 자수성가형 기업가가 한국에 안나오는 이유에 대해김현경 기자의 분석기사를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맨손으로 시작했다는 현대건설의 정주영 회장과 국가를 위해 기여했다는 삼성의 이병철 회장의 녹취를 공개하며 이들을 자수성가형기업가로 보도한 것은 심각한 사실 왜곡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삼성이병철 회장은 아버지로부터 300석을 추수할 수 있는 토지를 받아1936년 마산에서 협동정미소를 운영하는 것으로 첫사업을 시작했습니다. 현대건설은 개발시대 국가주도형 성장 정책의 최대 수혜자입니다. 사실관계마저 왜곡하는 보도가 버젓이 공영방송의 메인뉴스에 보도되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입니다.

그리고 이 보도는 단기적 투자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대기업에 대한 규제가 중소기업의 대기업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의 어려움은 대기업의 무분별한 시장확대와 중소기업에 대한 불공정 하도급, 기술 탈취에서 비롯하고 있다는 일반적 분석과는 정반대의 주장을 하고있는 것입니다. 규제 때문에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이 안되고 있다는 김현경 기자의 현실 인식이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진지하게 묻고 싶습니다.

지금 한국경제는 대기업중심의 구조입니다. 그래서 개발독재를 발판으로 고속성장을 이루기도 했지만 지금은 독점 대기업이 모든 중소상인들의 시장까지 진출하며 기업규제 때문에 더 이상의 시장확장을 못하고 있다고 정치권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불공정 하청 중소기업과 대기업 취업에 목을 맨 청년들의 삶이 무너지는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는 한국의 현실에서 공영방송의 보도는 국민의 눈과 귀를 속이고 있습니다.

이 보도의 목적은 결국 대기업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습니다. 자수성가형 기업이 나오기 위해서는 대기업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어야 한다는 황당한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규제’는 문어발식 시장확장을 하는 대기업에게필요한 조치임에도 ‘자수성가’라는 그럴듯한 포장으로 대기업의 입장을 보도한 것입니다.

또한 이 보도는 청년 실업의 문제를 청년의 파괴적 혁신 정신 부재로 돌리고 있습니다. 자수성가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에서 출발합니다. 그러나 지금의 한국사회는 한 번의 실패로 낭떨어지에서 다시 살아올 수 없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안전한 직장만이 생존할 수 있다고 청년들을 길들이고 있는데, 청년들에게 기업가정신이 없다고 몰아붙이고 있는 것입니다.

* 이 기사는 언론인권센터에서 제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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