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취록’ 해고 전모 드러났지만 MBC 묵묵부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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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록’ 해고 전모 드러났지만 MBC 묵묵부답”
해직언론인 최승호 · 박성제, “민형사상 책임 묻겠다” …MBC 공대위, 기자회견 열고 진상규명 촉구
  • 최영주 기자
  • 승인 2016.01.26 14:1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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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당시 많은 동료들이 내가 해고될 거라 생각했는데, 나는 내가 해고될 거라는 생각을 안했다. 해고 시킬 어떤 근거도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중략) 더 황당한 건 부당거래가 밝혀진 상황에서 MBC가 취하고 있는 모습이다. MBC는 공식적인 입장도 내놓지 않고 그냥 사적인 자리에서 있었던 일이라고 한다. 외면하고 무시하면 이 사태도 잊힐 것이다. MBC가 여전히 우리(경영진) 거라는 자신감을 보여주는, 한국 공영방송의 상황을 보여준다고 생각하니 더 화가 난다.”(최승호 전 MBC PD)

2012년 언론노조 MBC본부(이하 MBC본부)가 진행한 170일 파업 과정에서 해고된 최승호 전 MBC PD와 박성제 전 기자에 대해 MBC 경영진의 핵심 인사인 백종문 미래전략본부장이 “(이들이 파업의 배후란) 증거 없이 해고했다”고 말한 녹취록이 공개되며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26일 서울 성암로 MBC본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녹취록에 언급된 당사자인 MBC 해직언론인 최승호 PD(현 <뉴스타파> PD)와 박성제 전 MBC 기자는 백 본부장과 MBC 측에 유감의 뜻을 밝히고 법적인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 ‘MBC를 국민의 품으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MBC 공대위)는 26일 서울 성암로 MBC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녹취록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고 안광한 사장과 백종문 본부장 등 책임자를 처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PD저널

백종문 본부장 “최승호・박성제, 증거 없이 해고했다” 녹취록 공개 파문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측이 입수해 지난 25일 공개한 녹음파일에 따르면 백종문 본부장은 지난 2014년 4월 서울 종로에 있는 한식당에서 MBC 관계자 3인과 보수매체 ㅍ의 대표 및 기자와 함께 만난 자리에서 MBC본부의 170일 파업과 관련해 진행 중인 소송에 대해 언급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백 본부장은 “박성제하고 최승호는 증거불충분으로 해서 기각한다(기각할 가능성이 있다)…왜냐면 그때 최승호하고 박성제 해고시킬 때 그럴 것을 예측하고 해고시켰거든. 그 둘은, 왜냐면 증거가 없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녹취록이 공개됐지만 MBC 측은 “사적 자리의 대화인 것으로 알고 있어 (회사가) 설명할 범위가 아니다”라고 밝혔을 뿐이다.

지난 2012년 MBC본부는 공정방송 회복과 김재철 당시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170일 동안 파업을 벌인 당시 회사 측은 파업 지도부였던 정영하 당시 MBC본부 위원장과 박성호 기자회장 등 6인을 해고했는데, 당시 해고자 명단에는 평조합원이었던 최승호 PD와 박성제 기자도 포함되어 있었다. 두 명 모두 노조위원장 경력이 있었지만 당시 파업 지도부는 아니었다. 녹취록 파문의 주인공인 백 본부장은 당시 인사위원회 위원이었으며, 안광한 현 사장은 당시 부사장으로 인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녹취록에 따르면 백 본부장은 해고 등 징계는 무효라고 판결한 1심에 대해 “불법 파업한 게 공정하고 합법적인 파업이라면 당시 회사에 남아 있던 사람들은 다 불법행위를 한 사람들이고…그러면 회사에 남아 있는 사람은 다 죽어야 되는 거다, 다 교도소 가거나, 다 임금을 반납 하거나 징계를 받거나 해고를 당해야 하는 것”이라고 하는가 하면, “회사 입장에서 볼 때 이건 단순하게 MBC 문제가 아니고 KBS의 문제, YTN의 문제, 모든 언론의 문제, 더 확장하면 노동조합을 갖고 있는 대한민국 기업 모두의 문제가 된다. 한국 사회와 국가의 문제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소송비용이 얼마든, 변호사가 몇 명이, 수십 명이 들어가든 그건 내 알 바 아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MBC본부와 MBC는 해고무효소송, 195억원 손해배상 소송, 업무방해 소송 등 각종 소송이 진행 중이며 해고와 손배, 업무방해 모두 2심까지 노조가 승소한 상황이다.

▲ 백종문 MBC 미래전략본부장이 “증거 없이 해고시켰다”고 말한 녹취록이 공개되며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지난 2012년 언론노조 MBC본부의 170일 파업 기간 중 해고된 최승호 전 PD(사진 왼쪽)와 박성제 전 기자가 백 본부장에 대한 면담을 신청하기 위해 26일 서울 성암로 MBC 경영센터로 향하고 있다. ⓒPD저널

MBC공대위 “진상 규명하고 관련자 민・형사상 책임 물을 것”

‘MBC를 국민의 품으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MBC 공대위)는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녹취록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고 안광한 사장과 백종문 본부장 등 책임자를 처벌할 것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MBC공대위는 26일자로 ‘공영방송 MBC 장악음모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운동’에 돌입할 것임을 밝혔다.

MBC공대위는 “MBC 경영진의 권력을 향한 충성 경쟁으로 그동안 얼마나 많은 MBC의 언론노동자들이 해고와 징계, 전환배치로 고통 받아 왔는가”라며 “MBC를 망가뜨린 주범들의 실체를 밝히고 알려내는 것은 물론, 민・형사상 법적 책임과 도의적 책임을 물어 그에 합당한 대가를 치르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성제 기자는 "해당 사실이 보도된 이후 지인들이 ‘너 정말 억울했구나’란 말을 했다. 나를 해고시킨 인간들이 파렴치하고 말도 안 되는 일을 저질렀는지 알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개인적으로 일단 보도의 의미에 대해 만족한다”고 말하면서도 “이번 문제는 우리 두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 MBC 7명 해고자와 공정방송을 위해 싸운 1000여명의 조합원, 더 나아가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노동탄압에 맞서 싸우는 언론노동자와 노동자의 문제다. 이들을 대표하는 심정으로 노조 탄압을 일삼는 장본인들에게 민・형사상 법적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고 말했다.

전규찬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 역시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 대표는 “이건 명백히 공작이고, 정확히 음모다. 두 실력 있는 언론인을 잘라내고 노조를 와해하고 공영방송 MBC를 국영화하겠다는 고도의 비상한 음모고 공작의 결과”라며 “죄 없는 사람들이 (MBC 안으로) 들어가고 죄 있는 자들이 나오고, 잃어버린 공영방송이 다시 공영방송이 될 수 있도록 모든 민・형사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능희 MBC본부 위원장은 “썩을 대로 썩은 것은 아무리 감춰도 그 냄새는 결국 밖으로 나오게 된다. 하늘의, 정의의 그물은 아무리 성기어도 죄진 자를 잡아낸다고 했다. 방통위와 방문진, 방문진 이사들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새누리당과 청와대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아무런 죄 없는 노동자를 해고하는 게 경제민주화고 노동개혁인가”라며 “1700여명 MBC본부 조합원과 함께, 전 국민과 함께 반드시 공정방송을 이룩해서 국민의 품으로 돌아갈 것이다. 국민여러분, 공정방송, 공영방송 MBC가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게 도와주십시오”라고 말했다.

▲ 최승호 전 PD와 박성제 전 기자가 백종문 본부장에 대한 면담을 신청하기 위해 MBC 경영센터로 들어가려 했으나 MBC 보안팀에서 출입문을 봉쇄하고 이들을 막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순서대로 최승호 전 PD, 박성제 전 기자, 조능희 언론노조 MBC본부 위원장. ⓒPD저널

최승호・박성제, 백 본부장 면담 요청하려 했으나 출입조차 못해

MBC공대위는 이번 사태가 ‘꼬리 자르기’로 끝나선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MBC는 이 같은 녹취록에 대해 ‘사적 자리’라고 말하고 있지만, MBC공대위는 안 사장과 백 본부장을 비롯해 당시 인사위원으로 참석했던 이진숙 현 대전MBC 사장, 권재홍 현 MBC부사장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MBC공대위는 방송사에 대한 관리・감독 기구인 방송통신위원회에 녹취록에 대한 ‘특별조사’를 촉구하는 것은 물론 안광한 사장의 해임을 촉구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고용노동부에는 부당해고와 단체협약 해지 등으로 노사갈등 유발의 책임을 물어 MBC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 줄 것을 요청하기로 했으며, 국회에는 사태의 진상을 규명할 수 있도록 ‘MBC 국정조사 및 청문회’를 열 것을 촉구하기로 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 최승호 PD와 박성제 기자가 백종문 본부장에게 면담을 신청하고자 MBC로 향했으나 MBC는 출입문을 봉쇄하고 로비에 위치한 안내데스크로 가는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MBC 보안팀 측은 “통보받은 게 없다. 사전에 협조를 하시고 저희들한테 통보해야 한다. 오늘 규탄 기자회견을 했고, 그렇기 때문에 그렇다(출입할 수 없다). 평상시 같으면 우리들이 막겠나”라고 말하며 문을 열지 않았다. 출입이 막히자 최 PD는 백 본부장에게 통화를 시도, 연결이 되었지만 끊겨버렸다. 최 PD가 재차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백 본부장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관련기사 : MBC 녹취록 공식입장 발표 “증거 없이 해고? 명백한 허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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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애비다 2016-02-19 22:24:45
기껏 MBC 국장이 권력이라고.... ㅉㅉ
MBC가 섞어도 너무 섞었군.... 소수 쓰레기도 치우지 못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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