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여자’ ·’문재인의 여자’ 개념 잃은 종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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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보도감시연대] 시사토크쇼 모니터 보고서 (1월 14일~24일)

▢ 모니터 프로그램 : TV조선 <신통방통>, <시사탱크>, <시사Q>, <이슈해결사 박대장>, 채널A <쾌도난마>, <시사인사이드>, <뉴스스테이션>, <돌직구쇼>, MBN <뉴스&이슈>
▢ 모니터 기간 : 1월 14일~ 24일

1. TV조선·채널A, 새누리당 선거운동 시동 걸었나

총선 90일 전인 1월 14일부터 국회의원의 의정활동 보고가 금지되는 등 본격적인 선거체제에 돌입했다. 더불어민주당(더민주)은 김종인 위원장을 비롯한 외부인사 영입에 적극 나섰고, 안철수 의원이 탈당하며 만든 국민의당도 더민주 탈당 의원을 적극 영입하는 등 선거 태세를 갖추고 있다.

1월 14일부터 21일까지 TV조선과 채널A 시사토크프로그램은 ‘야당 깎아내리기’에 나섰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흔들기는 노골적이었다. 더민주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은 김종인 위원장 비하와 ‘친노’세력에 대한 저주성 발언이 모니터 기간 내내 이어졌다. 이들 프로그램에서는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에 대한 비난과 정의당을 두고 ‘운동권 당’이라고 표현하는 등 야권 전체에 대한 부정적 발언이 쏟아졌다. 반면, 새누리당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이러한 방송 행태는 사실상 새누리당을 돕고자 하는 것으로, 이미 이들이 사실상 선거운동원으로 발 벗고 나섰음을 보여준다.

1) 채널A <쾌도난마>, 하루도 빠짐없이 김종인 전력 들추며 비난
채널A <쾌도난마>는 14일부터 23일까지 9회 차 방송에서 단 한 번도 빼놓지 않고 더민주 김종인 선대위원장의 전두환 국보위 활동을 비난 또는 비하했다. 방송은 <노욕인가 소신인가…김종인 거취 논란>, <철새인가, 소신인가>, <정권 바뀔 때마다 요직 거쳐> 등의 자막을 내보내며 김종인 위원장과 더민주는 ‘분열’이나 ‘분란’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는 저주에 가까운 진단을 반복했다.

18일자 방송에서 진행자 이은우 씨는 “전두환 국보위에 참석했고, 뇌물 혐의로 실형까지 살았던 분이 지금 60년 야당이라고 스스로 주장하는 당의 간판 얼굴이 될 수 있습니까?”라고 물은 뒤 17분가량을 김 위원장의 국보위 시절에 대한 이야기로 대화를 이끌어갔다. 출연한 배병휴 씨가 “(김종인 위원장이) 순리대로 나온 과정이 없다”는 식의 답변을 했음에도, 거듭 “하나만 더 확인하자”면서 “10년, 20년, 30년 전 옛날이야기니까 그냥 상관없는 겁니까? 이승만 대통령에 대해서는 그렇게 비난을 했으면 전두환 대통령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해명은 있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사과까지는 아니더라도 한 마디 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본인은 깨끗하다하면 끝난 겁니까?”하며 반복해서 김종인 위원장 문제를 물고 늘어지는 행태를 보였다.

모니터 기간, 채널A <쾌도난마>와 TV조선 <시사탱크>에 출연진들은 김종인 위원장이 더민주에 합류한 것을 두고 “밀약이 있지 않았겠는가”(이현종, 채널A <쾌도난마> 19일), “모종의 내락을 받았을 것”, “일단 급하니까 ‘원하는 걸 다 드리겠습니다’라는 이면이 합의가 있었을지 모른다”(장성민, TV조선 <시사탱크>, 14일)라며 ‘깨끗하지 못한 정치’라고 몰아갔다. 또 “얼마나 오래갈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희망적이지 못하다”(이진곤, TV조선 <시사탱크>, 14일), “갈등은 불가피하다”(고영신, TV조선 <시사탱크>, 18일), “분열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졌다”(이종훈, TV조선 <시사탱크>, 18일)는 등 더민주에 대해 회의적인 전망을 내며 불안을 부추겼다.

선거를 앞두고, 특정 정당에 대해 비관적, 회의적 전망을 쏟아낼 경우 유권자들은 그 정당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을 갖게 된다. 오늘 내일이면 분열, 분란 될 당에 자신의 표를 주고 싶은 유권자가 어디 있겠는가. 선거 시기에 이처럼 특정 정당에 대한 불안함을 부추기는 발언을 반복하는 것은 명백한 불공정 선거방송이다.

2) TV조선·채널A, “나는 친노가 싫어요” 병증 수준

TV조선 <시사탱크>와 채널A <쾌도난마>는 ‘친노’에 대한 알러지 반응을 보였다. 모니터 기간 동안 이들 두 방송이 ‘친노’에 대해 정의한 것은 다음과 같다.

▲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 화면 갈무리(왼쪽부터1월18일, 1월 15일) ⓒTV조선

‘친노’로 분류된 개별 의원에 대한 비난도 이어졌다. 14일 채널A <쾌도난마>에 출연한 여상원 씨는 정청래 의원에 대해 “정청래 의원 말은 논리와 전혀 상관없이 자기의 일방적 주장을 자기의 지지자들한테 속 시원하게 털어놓기 때문에 쉽게 공박할 수 없다”고 말하자 진행자가 “어이가 없어서 말이 안 나옵니까?”라고 빈정거렸다. 이어 배병휴 씨는 “저거는 운동권식 발상이야. 이미 다 없어졌어야 할 운동권식 발상”라고 비난했다.

두 프로그램이 ‘친노’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정리하자면, ‘패거리 정치, 구태정치, 숙주정치, 막말정치’의 모든 원인이 ‘친노’라는 것이다.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라며 대통령의 발언도 왜곡하고, 매도했던 행태와 똑같다. 이들이 ‘친노’라고 부르는 대상은 현재 제1야당의 대표를 비롯한 주요 정치인이다. 이들을 대상으로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 붓는 것은 그 자체가 편파성 보도이다.

3) “야당은 사당, 여당은 공당”이라고?

19일 채널A <쾌도난마>에 출연한 이진곤 씨는 조경태 의원이 새누리당으로 당적을 바꾼 것을 언급하면서, 그 이유가 ‘야당의 사당화’라고 말했다. 이진곤 씨는 “안철수 의원이 정당을 못 만들고 좌절했던 이유는 안철수 사람들, 주변을 둘러싸고 있어 사당화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도 지금 많이 비난을 받는 게 사당화를 주도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당은 제도화 돼 있는 정당이다. 조경태 의원이 사당을 나와서 사당으로 가고 싶겠는가. 공당으로써 새누리와 같은 정도의 제대로 돼 있다면 안심하고 갈수 있겠지만, 안철수 주변의 공고한 그룹을 형성해 가기 어렵다”고 평했다. 새누리당은 ‘제도화 된 공당’인데 반해 야당은 ‘사당’이라는 것이다. 도대체 무슨 기준으로 이런 말을 하는 것인지도 이해가 가지 않을 뿐 아니라, 이런 말을 방송에서 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여기는 채널A 제작진의 인식도 문제이다. 무엇보다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원내대표까지도 끌어내려지고,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를 운운하며 당에 인사까지 개입하는 것이 ‘제도화 된 공당’의 모습인지 묻고 싶다.

2. TV조선 <신통방통>의 '관심법' 퀴즈대회?

▲ TV조선 <신통방통> 화면 갈무리(1월 20일 방송) ⓒTV조선

TV조선 <신통방통>은 신문에 나온 주제들로 출연자들이 이야기를 주고받는 형태로 진행된다. 그런데 예능에서 많이 하는 종이판에 글씨를 쓰거나 O, X 판을 들게 하는 방식을 자주 사용하고 있다. 정치 혹은 정책에 관련된 사안은 사실 관계, 정책 내용을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사전에 준비된 자료를 주로 사용한다. 그런데 신통방통은 개인의 생각을 묻고, 이를 표현해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다. 질문도 정확한 사실관계가 아니라 특정 정치인의 마음이나 생각을 묻는 ‘관심법’ 질문이다. “박영선, 천정배 의원의 심경은 어떨까?”, “조경태 의원을 바라보는 3당의 속마음은 무엇일까?”, “조경태 의원의 머릿속에는 무엇이 있을지 뇌구조를 그려보자”, “문재인 대표는 정계은퇴 마음 있나, 없나” 등이다.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출연자들의 추측만 난무하는 방송 진행방식이다.

3. 안철수의 여자, 문재인의 여자? 개념 잃은 프로그램

TV조선 <이슈해결사 박대장>(1/14)은 여성 정치인을 ‘누구의 여자’, ‘누구의 여인’이라고 언급하며, 여성 정치인의 인격을 모독했다. 윤슬기 앵커는 “박선숙 전 의원이 3년 만에 안철수 의원의 품으로 돌아왔다. 국민의당 창당 준비 집행위원장직을 맡게 됐다. 안철수 박선숙 커플의 재회 어떻게 봐야할까?”라고 물었다. 굳이 ‘품으로 돌아왔다’, ‘커플의 재회’라는 이성교재를 연상시키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여성 정치인을 남성 정치인의 파트너나 부속품 정도로 여기는 낮은 인권의식을 드러낸 것이다.

더구나 윤슬기 앵커는 박선숙 전 의원에 대한 소개를 마친 후에 “안철수 의원의 여자 또 두 명 더 있다”면서 김민전, 강연재 씨를 언급했다. 이어 “문재인 의원의 여자도 한번 보겠냐” 라고 하며 손혜원, 양향자, 김빈 씨를 언급한 뒤, 출연진들에게 “어떻게, 지금 문의 여인과 안의 여인 저희가 보여드렸습니다만 어떻게 비교가 된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었다. 진행자 장원준 씨는 방송 말미에 “박영선 의원은 어느 분의 여인이 될 거라고 보느냐?”며 끝까지 여성 정치인에 대한 발언을 이어갔다.

▲ TV조선 <이슈해결사 박대장> 화면 갈무리(1월 14일 방송) ⓒTV조선

한편, 채널A <돌직구 쇼>에 출연한 이계진 전 의원도 여성 비하 표현을 반복했다. 20일에 출연해서는 문재인 대표가 사퇴를 늦추는 것을 언급하며 “문재인 대표하고는 의정활동을 해본 적 없지만 이번에 일련의 사태를 보고 느낀 게 과감하지 못한 분이었네 싶다. 옛말에 간다 간다 하더니 애 셋 낳고 간다는데, 애 셋 낳고 떠날 거다. 사뿐히 못 떠날 거다. 김종인 대표 데려왔는데 만만치 않거든. 내 맘대로 안 되거든. 갈 테니까 갈 테니까 하면서 애 셋 낳고 갈 거다”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박영선 의원도 애 셋 낳고 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틀 뒤인 22일에는 “박선숙 전 의원이 박영선 입당을 막았다는 사실이 공공연히 밝혀졌다”면서, “이걸 보니 그 말이 딱 맞다. 결국 여성이 여성을 지원하고 응원하고 동료의식을 갖는 게 아니라 여성이 여성을 막는다"고 주장했다. 이계진 전 의원의 발언 역시 여성에 대한 차별적 시각이 가득찬 발언이다. 아무리 옛말이라도 여성에게 이런 비유를 하는 것 자체가 모욕적이다. 박선숙 전 의원이 박영선 의원 입당을 막았다는 말의 진위 여부도 의심스러울 뿐 아니라, 여성이 여성을 막는다는 표현 역시 막장드라마를 너무 많이 본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 이 글은 총선보도감시연대 모니터보고서입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를 통해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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