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공적책임은 언급만, 핵심은 규제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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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공적책임은 언급만, 핵심은 규제완화
[방통위 2016년 업무계획 발표] VOD 광고 등 규제 대신 활성화…광고 위한 방송?
  • 김세옥 기자
  • 승인 2016.01.27 14: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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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위원장이 2016년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방통위는 이날 업무계획을 발표하며 △공익성‧공정성 확보와 방송의 산업‧경제 가치 조화 △시청자‧이용자 중심 정책 추진 △합리적 규제 완화 등을 주요 전략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이날 공개한 올해 주요 업무들은 이미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정책들의 연장선에 있거나 현 방통위 출범 이후 이어져 온 광고 등의 규제완화를 더욱 확대하는 내용들이었다.

방송의 공적책임과 품격 제고는 이날 발표한 업무계획의 첫 머리에 위치하고 있었지만, 핵심은 공영방송 재원 안정, 즉 KBS 수신료 인상이었다. 반면 현업 언론인들과 시민단체, 야당, 그리고 방통위 일부 위원들까지도 수신료 인상과 함께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지만, 관련 내용은 포함하지 않고 있다.

수신료만 인상하면 방송 공적책임 제고 가능하나

방통위는 이날 올해 업무계획을 발표하면서 방송의 공적책임과 품격제고를 첫 번째 장에 적고, 공영방송 재원 안정화를 위해 ‘공영방송 재정연구위원회’를 구성해 수신료 산정기구 설립 등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 공익광고 활성화와 방송통신 재난대처 강화 등을 통해 방송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고, 방송프로그램의 품격제고를 위해 프로그램 등급제 개선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 방송언어특위 활성화 등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또한 방송평가 대상에 IPTV를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협찬고지 관련 법령 위반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동시에 시사‧보도 프로그램에 대한 협찬 제한을 위한 법 개정 추진 등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 밖에도 △스마트 미디어 리터러시 중장기 정책방안 수립 등을 통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강화 △소외 계층 방송접근성 제고 △고정형TV 위주 시청점유율 방식 보완 등을 통한 콘텐츠 가치측정 방법 개선 △중앙‧지역 간 방송광고 결합판매 제도개선 기본계획 마련 등을 통한 미디어 다양성 제고 등의 계획을 밝혔다.

▲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2015년 4월 8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그러나 방송계 안팎에서 방송의 공공성과 공적책임 강화 등을 위해 우선 제시하고 있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한 내용은 없었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지만, 방통위는 법 개정의 주체는 국회라며 책임을 미룰 뿐, 관련 의견조차 제시하지 않고 있는 모습을 반복하고 있다.

더구나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은 방통위의 독립성과도 무관하지 않다. 방통위는 지난해 공영방송 이사 선임‧추천 과정에서 거듭된 ‘청와대 내정설’로 체면을 구겼다. 이 과정에서 언론‧시민단체는 물론 방통위 내부에서조차 이 같은 ‘낙점설’로 인한 논란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관련 대선 공약의 이행을 방통위가 앞장서 촉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방송의 공적책임 강화를 우선 과제로 제시하고 있었지만 정작 방통위가 이날 발표한 업무계획에선 공영방송 내부에서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소속 언론인들에 대한 해고 등의 징계와 이에 따른 내부 갈등으로 인해 약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공적책무와 공공성 등의 문제에 대한 고민 역시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해 12월 10일 열린 전체회의 당시 고삼석 상임위원은 2012년 이후 소속 언론인들에 대해 해고 등의 징계를 한 MBC 경영진의 처분을 무효라고 판결한 법원의 판단이 이어지며 인사권‧징계권 남용에 대한 지적이 나오는 만큼, 방통위에서 선임한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하 방문진)가 이 부분에 대해 제대로 관리‧감독을 하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계속되는 규제완화 드라이브…시청권 침해 논란 신유형 광고도 활성화 우선 

방통위가 이날 업무계획 발표에서 방송과 관련해 주요하게 언급한 부분은 콘텐츠 경쟁력 강화로, 이를 위한 대대적인 규제 완화 방침을 밝혔다. 우선 콘텐츠 제작 재원 확충을 위해 △협찬고지 형식규제 완화 △가상광고 활성화 △방송광고 금지품목 완화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방통위는 지난해 지상파 방송에도 광고총량제를 도입하고 오락과 스포츠 보도에 가상광고를 허용했으며 간접광고와 협찬 관련 규제 또한 풀었다. 이런 상황에서 추가 규제완화를 언급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해 언론개혁시민연대는 “방통위가 방송의 공공성을 회복하기 위한 대책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이 규제완화 타령만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인 MBN이 현행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보도‧시사프로그램에 대해서도 협찬을 받아 방통위로부터 제재를 받은 사례가 있음에도 또다시 규제완화 드라이브를 거는 모습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언론연대는 “방통위가 방송의 공공성을 책임지는 주무 부처로서 일말의 사명감이라도 있다면, 적어도 지금은 추가 규제완화를 운운할 게 아니라 이미 시행된 규제완화로 인한 부작용을 점검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방송계 일부에선 방통위가 다른 방송사업자들의 눈치를 보느라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과 관련한 논의를 미루며 다른 모든 광고‧협찬규제를 완화하고, 결국 모든 규제를 다 풀어버리는 결과를 낳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방통위는 인터넷 기반 방송인 OTT(Over The Top) 등의 신규 미디어 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전문가, 사업자 등과 공동으로 ‘신유형 미디어서비스 활성화 연구반’을 운영하고 관련 광고규제 또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VOD 광고와 트리거광고(시청자가 채널을 변경할 때 특정 광고로 이동하도록 유인하는 광고) 등 신규 기법 광고에 대한 활성화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유료방송 사업자들은 현행법에서 VOD와 VOD 광고에 대한 법률적 정의를 내리지 않아 규제 또한 구멍이 난 상황을 이용해 시청자들에게 광고시청 노동을 강제하고 있다. 때문에 참여연대와 같은 시민단체들은 IPTV 등에서 유료 VOD 이용자들에게까지 30~60초 이상의 광고시청을 강제하며 시청권을 훼손하고 이중 수익을 챙기는 건 위법이라며 방통위 등 정책당국이 실효성 있는 개선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방통위는 시청권 보호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와 반대로 일련의 신유형 광고 활성화 대책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언론연대는 “방송사업자들이 규제 미비를 틈타 확대하고 있는 법외광고에 대해 방통위가 규제 여부조차 검토하지 않은 채 ‘적극 수용’을 넘어 ‘활성화’하겠다고 밝히고 있는 것은 무분별한 상품‧판매광고로부터 시청자를 보호해야 할 방통위의 책무를 방기하는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방통위는 이날 업무계획에서 방송콘텐츠 한류 확산도 주요하게 언급했다. 이를 위해 중국‧베트남 등과 체결한 FTA(자유무역협정)를 전략적으로 활용해 공동제작 협정 체결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방송 한류의 최대 소비국인 중국에 대해선 한중 공동연구반을 구성하고 국제 컨퍼런스 개최 등을 추진하며, 공동제작 협정에 따라 제작한 프로그램에 대한 국내물 인정기준과 절차 등 관련 제비를 정비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중국의 국내 방송콘텐츠 표절 등 저작권 관련 문제 등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방통위는 그밖에도 수년째 반복하고 있는 지상파-유료방송의 재송신 분쟁 등을 사전에 조정할 수 있도록 재송신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보편적 시청권 범위의 구체화 등을 추진하는 한편, 올해 10월 지상파 UHD(초고화질) 방송 사업 허가와 EBS MMS 도입을 위한 방송법 개정 등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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