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방통위원 “MBC, 소수 경영진 사유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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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녹취록 사태 방통위 차원 진상조사 주장…최성준 위원장 등 與 위원들은 ‘반대’

MBC 녹취록 사태에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최성준 위원장이 개입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데 대해 야당 추천 상임위원들이 28일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2014년 당시 MBC 경영기획본부장을 맡았던 백종문 현 미래전략본부장과 보수매체 ㅍ의 대표 ㅂ씨 등의 대화 내용이 담긴 녹취록에서 언급된 부당해고와 패널 청탁, 프로그램 통제 등에 대한 진상조사를 통해 MBC가 2013년 재허가 심사 때 제출한 사업계획서를 성실하게 이행했는지를 검토한 후 그에 따른 행정조치 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고삼석 상임위원 “MBC, 재허가 심사 당시의 약속 이행 여부 살펴야”

야당 추천의 고삼석 상임위원은 이날 오전 열린 전체회의에서 지난 27일 방통위 업무계획 관련 브리핑 이후 기자회견을 통해 MBC 녹취록 사태에 “관련 언론보도를 봤지만 (현재로선) 방통위에서 조치할 만한 문제는 없다고 본다”며 불개입 의사를 밝힌 최성준 위원장과 “생각이 다르다”고 말했다.

고 상임위원은 “녹취록 속 MBC 경영진의 행태를 보면 공영방송 내부의 규율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고 외부의 관리 감독 시스템 역시 붕괴했음을 알 수 있다”며 “MBC는 소수 경영진의 사유물이 아닌 만큼, 경영진이 공영방송을 이렇게 운영하는 걸 방관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고 상임위원은 작금의 사태와 관련해 “MBC 경영진 스스로 진상을 밝히고 대국민 사과에 나서야 한다”며 “(녹취록 대화 속에서) 이렇게 시대착오적이고 편향적인 방송관과 노사관, 역사관 등을 보이는 사람들이 방통위에서 임명한 방송문화진흥회에 의해 선임돼 이런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데 대해 (방통위원으로서) 자괴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 지난 25일 <뉴스타파>의 MBC 녹취록 파문 보도 화면 ⓒ뉴스타파 화면캡쳐

고 상임위원은 “위원장은 MBC 녹취록 사태에 개입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했지만, 방송법 제99조 1항 2호에 따른 시정명령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해당 조항은 허가‧승인조건 등을 위반한 방송사업자에 대한 방통위의 시정명령 권한에 대한 내용으로, 고 상임위원은 “2013년 재허가 당시 MBC는 공정성과 공익성, 공적책임 등의 실현 계획을 제출하고 이를 성실히 이행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지적했다. 방통위는 MBC 재허가 당시 2012년 파업에 따른 조직 안정화 방안 마련 또한 권고한 바 있다.

고 상임위원은 “녹취록 속 내용과 최근의 MBC 내부 상황을 보면 재허가 당시의 권고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며 “이에 대해 점검하고, 필요시 권고 등의 행정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홍 부위원장도 “방송법 제4조 2항을 보면 누구든지 방송편성에 대해 규제하거나 간섭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누구든지’는 (국가권력 등) 외부의 세력만이 아니라 경영진도 포함되는 것”이라며 “소유와 제작, 편성을 분리하고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與 위원들, MBC 사태 진상규명 ‘반대’…총선 악용 우려에 기자 질문 문제삼기도

그러나 최성준 위원장을 비롯한 여권 측 위원들은 MBC 사태에 대한 논의 자체에 반대하는 모습이었다.

최성준 위원장은 “(이 문제에 대해) 더 이상 논의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뒤 “재허가 조건 위반의 의미를 (고 상임위원 주장처럼) 포괄적으로 해석하긴 곤란하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방송법 제4조 2항과 관련해서도 “자율적인 편성을 보장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는 선언적 규정일 뿐 아니라, 자율적 편성이라는 건 보기에 따라 주관적인 의견이 많이 포함된 의미”라며 “방송편성이 과연 자율적으로 되고 있는지 알아보자고 조사하는 일 자체가 방송의 자유와 독립에 심대한 침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석진 상임위원은 “이 녹취록은 술자리에서 (백 본부장이) 지인과 얘기를 나누는 걸 녹음한 것으로, 녹취록 속 본부장이 실제로 (출연자 교체, 편성 개입 관련 내용들을) 액션으로 옮겼다면 명백히 (부당한) 개입을 한 것이지만, 얘기의 뉘앙스를 보면 사적인 자리에서 하소연 비슷하게 한 것”이라며 논란을 삼을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석진 상임위원은 이어 “2년 전인 2014년의 녹취가 총선을 앞둔 이 시점에 터져 나왔다”며 “자칫 선거에 악용될 수 있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기주 상임위원은 “위원들 간 견해가 다른 사안에 대해, 그것도 방통위가 어떤 액션을 해야 한다고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안에 대한 얘기라면, 충분히 사전 논의를 해야지 전체회의 기타 안건 논의 과정에서 이런 문제제기를 한다는 것 자체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지난 27일 방통위원장의 업무보고 브리핑 당시 MBC 녹취록 사태와 관련해 기자들의 질문이 나온 데 대해서도 “방통위 업무계획을 국민에게 설명하고 의지를 밝히는 자리에서 그런 질의 답변이 있었던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여권 측 위원들의 이 같은 주장에 고삼석 상임위원은 “이번 사태에 대응하지 않는 게 오히려 직무유기”라며 “방통위가 나서 (재허가 관련 방송사의) 사업계획서에 대해 이행 강제성이 없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이는 최근 종편(종합편성채널)을 제재한 법원 판결과도 다른 것”이라고 반박했다. 지난 14일 서울고등법원은 사업계획을 이행하지 않아 방통위로부터 과징금 처분을 받은 종편들이 이에 불복해 낸 사업계획의 성실한 이행에 대한 중요성을 지적하며 방통위 승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고 상임위원은 “공영방송이 다 망가진 이후에야 이 부분이 방통위 업무인지 따질 건가”라고 지적하며 MBC 녹취록 사태에 대한 방통위의 진실규명 노력을 거듭 촉구했고, 최성준 위원장은 “내주 월요일(2월 1일) 티타임에서 이 부분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자”고 정리했다.

한편 언론‧노동‧시민단체들이 공동으로 구성한 ‘MBC를 국민의 품으로! 공동대책위’(이하 MBC공대위)는 이날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 22인에게 MBC 녹취록 사태에 대한 긴급 공개 질의를 발송했다고 밝혔다.

MBC공대위는 △증거 없는 해고, 편성‧제작 개입, 특정 매체와의 부적절한 거래 의혹에 대해 MBC 안광한 사장과 백종문 본부장이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의견 △국회 차원의 조사와 청문회 필요성에 대한 의견 △공영방송 사장 선임과 공정방송 관련 법‧제도 개선에 대한 의견 등에 대해 질의했고, 오는 29일 오후 6시까지 답변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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