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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 없이 잘랐다면서 왜 해명 한마디 안 하나”

[인터뷰] ‘묻지마 해고’ 녹취록 주인공 해직언론인 최승호 전 MBC PD 이선민 기자l승인2016.01.29 04:4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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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승호 PD는 MBC의 업무 복귀 명령에 발이 묶인 노조 집행부를 대신해 다른 해직언론인과 비상대책위원로 활동하며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김성헌

오후 6시 불이 밝혀진 서울 상암동 MBC 앞 천막 농성장.

2012년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의 '120일 파업'을 지휘했다가 해고된 정영하 위원장, 강지웅 사무국장 그리고 또 다른 해고자 최승호 PD(현 '뉴스타파' 앵커, PD)천막을 지키고 있었다. 지난 달 21일 MBC가 노조 집행부의 업무 복귀를 명령하면서 발이 묶인 노조 집행부를 대신해 해고자 중심으로 꾸려진 비상대책위원회가 또다시 천막에 불을 밝혔다. 여의도 아스팔트의 뜨거운 열기는 스케이트장의 화려한 조명등으로 바뀌었지만, 퇴근길 발걸음을 옮기지 못하고 천막 비닐문을 노크하는 동료들의 인사가 낯설지 않은 그런 저녁이었다.

파업 당시 노조 집행부도 아니었던 최승호 PD는 해고통지서를 받아든 그 순간까지도 자신이 왜 해고됐는지 납득이 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얼마 전 공개된 ‘녹취록’은 그의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현직 MBC 경영진으로부터 4년 전 같은 날 해고된 박성제 기자와 함께 해고에 타당한 이유가 없었다는 내용을 녹취록을 통해 전해 들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발언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른바 ‘묻지마 해고’가 그의 해고 이유였던 셈이다;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5일 공개한 녹취록에는 백종문 MBC 미래전략본부장과 MBC 현직 간부 그리고 보수매체 편집국장 등이 한 식당에서 나눈 대화 내용이 담겨있다. 최승호 PD와 박성제 기자 해고 당시 인사위원이었던 백종문 본부장이 그들의 해고에 증거가 없고, 법원에서 증거 불충분으로 기각될 가능성도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MBC 경영진 중에 한 사람이지만 한때 시사교양국에서 동고동락했던 동료가 이유 없이 자신을 해고했다는 얘기에 최 PD는 한 동안 마음이 편치 않았다고 했다.

해고된 지 벌써 4년, 해고무효소송 1, 2심에서 모두 승소해 복직 가능성이 한층 커졌지만, 녹취록은 2012년 파업을 다시 현재의 문제로 되돌려놓았다. 최 PD는 백종문 본부장의 답변을 듣기 위해 매일 박성제 기자와 함께 MBC를 찾아 면담을 신청하고 있다. 28일 MBC 천막농성장에서 인터뷰를 진행한 최승호 PD는 “증거도 없이 해고했다면 최소한 ‘본의 아니게 그렇게 됐다’라는 해명 한 마디 해야 하는 거 아니냐”며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다. 다음은 그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 최승호 PD가 지난 27일 녹취록에 대한 백종문 MBC 미래전략본부장의 해명을 듣기 위해 서울 상암동 MBC 본사를 찾아 방문 신청을 하고 있다. ⓒMBC노조

- 녹취록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해고 통보를 받은 당시 박성제 기자와 내가 왜 해고를 당해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갔다. 나는 그야말로 평조합원이었다. 해고 최종 통보받기 하루 전 후배와 술을 마시면서 해고는 시키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 나도 참 순진했다. 정직 3개월 정도는 받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런데 해고를 하더라. 아니나 다를까 이번 녹취록에서 드러난 게 증거도 없는데 해고를 한 거 아닌가. 녹취된 그 모임 자체도 충격적이었다. 녹취록을 보면 “월급을 못 줘서 돈에 약하다”고 말하는 그런 보수매체 편집국장에게 공영방송 간부가 기사 청탁을 하는 모양새였으니 말이다. 그 보수매체 편집국장이 <PD수첩>과 <시사매거진 2580> 아이템에 대해 문제 제기하며 추궁하고 본부장이 변명하는 모습이 목불인견(目不忍見)의 상황이더라.”

- 백종문 본부장은 과거 시사교양국에서 오랜 기간 함께 지낸 동료다. 녹취 속 발언의 진심 여부는 모르겠지만 있는 그대로 놓고 보면 그가 어떤 생각인지 알 수 있다. 한때 동료였던 사람에게 그런 얘기를 들으니 기분이 어떤가?

“백종문 본부장은 편성 PD로 입사해서 교양국으로 왔는데, <PD수첩>을 굉장히 오래 했다. 나와도 <PD수첩>을 같이 한 적이 있다. 그때 신년특집 ‘점술가가 판친다’라는 아이템이었는데 잘 만들어서 당시 방송위원회에서 주는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상’도 받았다. 그런 인연이 있다. 그는 그야말로 보통의 교양 PD였다. 보수적인 세계관이었던 것도 아니었다. 백 본부장은 과거 제작본부 노조 부위원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노조 부위원장이면 그래도 아무나 하는 건 아니었지 않나. 동료들과의 관계도 나쁘지 않았다. 그런 사람이었는데…. 김재철 사장 오고 나서 편성국장으로 발탁되더니 그때부터 굉장히 극단적인 행보를 보이기 시작한 것 같다. 2010년 <PD수첩>에서 내가 취재한 ‘4대강 수심 6m의 비밀’ 불방 논란 당시 지금의 안광한 사장과 백종문 본부장이 이명박 대통령의 출신학교인 동지상고 후배에게 4대강 TF에 보내서 낙동강을 사실상 대운하로 만들라고 했다는 제보를 받고 취재한 내용을 빼라고 했다. 동지상고 부분이 우여곡절 끝에 방송에 나가긴 했지만 그런저런 과정 때문에 그 사람에 대해 좋지 않게 생각은 했다. 그렇다고 나를 딱 찍어서 해고를 했다고 (녹취록)에 나온 걸 확인하니 마음이 안 좋더라. 자기 이해관계가 있으니 그런 게 아니겠나.”

▲ 녹취록에서 자신을 증거 없이 해고 했다고 한 백종문 본부장은 오랜기간 시사교양국에서 동거동락한 사이다. ⓒ김성헌

- MBC는 당시 그 자리가 사적인 만남이었다고 하는데.

“사적인 만남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만나서 나눈 얘기가 아니지 않나. 자기 휘하에 있는 간부들을 데리고 나갔다. 회사 간의 만남이었다. 대화 내용에도 있지만 실제로 청탁을 하는 식 아닌가. 이쪽에서는 기사를 요청하고 저쪽에서는 방송 출연 등 4가지를 들어달라고 한다. 이후 녹취에 등장하는 인물이 <100분 토론> 등에 출연도 했다. 그런 청탁이 어떻게 실현되었는지는 진상을 밝히기 전까지는 알기 어려운 거 아닌가. 거의 1인당 10만원하는 한정식집이고 이날 식사비는 어떻게 치러졌는지 모르지 않나.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도 사적인 자리라 하는데 이날 법인카드가 쓰였는지 그리고 이들의 출연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조사하면 사적인 만남인지 아닌지 규명되는 거 아닌가.”

- MBC가 녹취록이 공개된 지 만 하루가 지나 입장을 발표했다. 보도자료를 봤나? “증거 없이 해고했다는 보도는 명백한 허위”라며 최승호 PD와 박성제 기자 해고 사유를 자세하게 언급했다.

“내가 폭력적인 언동을 했다고 한 부분이 가장 눈에 들어왔다. 내가 언제 그렇게 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잘 모르겠다. 파업이 한창 진행 중이던 어느날 점심을 먹으러 가는 백종문 본부장에게 큰 소리로 “너무 그러지 마라”고 말을 한 적이 있다. 당시 백 본부장이 굉장히 기분 나빠했다. 욕을 한 것도 아니고 격한 용어를 쓴 것도 아니었는데 내가 한 말이 폭력적인 언동이라는 건지. 아무리 생각해도 해고 이유를 쥐어짰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백 본부장도 녹취록에서 말했지만 (해고)거리가 없다.”

- 녹취록에는 많은 얘기가 나온다. 경력직 채용 문제와 프로그램 아이템 통제 등 그동안 짐작으로만 있었던 내용이 그날 모임에서 대화로 오갔다.

“아이템에 대한 통제가 어느 선까지 이뤄지는지 보여지는 대목이 있었다. 내가 가장 놀랐던 부분은 <PD수첩>에서 다룬 성 소수자 아이템에 대해 백 본부장이 시사제작국장에게 왜 그런 걸 다루었느냐고 추궁했다는 점이다. 당시 백 본부장은 담당 본부장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당시 담당 국장이 “그건 다뤄도 되는 줄 알았다”고 했다고 백 본부장이 전한다. 성 소수자 문제를 다루는 것조차 문제가 있다고 하고 야당이 법안을 발의한 차별금지법과 연계되는 문제라 다루면 안 된다는 논리를 펴는데, 야당에 유리하면 무조건 못하게 하고, 여당에 유리하면 하게 하고 프로그램을 정파적, 정치적으로 다루고 있다라는 걸 성 소수자 사례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 천막농성장 안에 놓여있는 녹취록 관련 언론노조 MBC본부 특보 ⓒ김성헌

- 이번 녹취록 파문이 시사하는 바는?

“‘보수언론의 붓끝으로 자신들이 어떠한 일을 하는지 알리고 싶어하는구나’ 생각했다. 그러한 부분이 하나의 중요한 교훈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민의 자산인 MBC라는 공영방송을 자신의 생존이라는 협의한 관점에서 운용하고 있구나. 자기네들이 겨자씨만큼이라도 틀린 철학이지만 자신의 관점에서 하려는 게 아니라 개인의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는구나. 녹취는 그런 제스처를 모아놓은 것이다. 시그널인 셈이다.”

- 녹취록이 공개되고 매일 박성제 기자와 함께 백종문 면담을 요청하고 있다. 그에게 무슨 말을 듣고 싶은 건가?

“이유도 없이 잘랐다고 하면 당사자에게 설명해야 한다. 그게 상식적인 거다. 도의적으로나마 설명해야 한다. 최소한 ‘내 본의가 아니었다’는 말이든 어떤 식으로라도 당사자에게 설명해야 한다. “내가 잘못했다”라고 하면 가장 좋겠지만 그것이 아니더라도 자기가 한 행동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우리는 설명을 들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계속 만남을 피하고 있다. 정말 지질하다.”

- 방송계에 중요한 고비마다 녹취록 사건이 터졌다. 강동순 녹취록, 이진숙 녹취록 그리고 이번 백종문 녹취록까지. 하지만 이번에는 그만한 파괴력이 없는 것 같다.

“녹취록 그 자체는 큰 사안이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면 달라질 거라고 하는 반응도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이 문제에 대해 함께 분노하고 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힘든 일인 건 알지만 이런 사안이 있을 때 제대로 된 싸움을 해야 한다. 어떤 식으로라도 돌파구를 찾아서 후배들을 도와주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농성도 하고 백종문 면담도 신청하는 거다. 내일도 할 거다.”

- 마지막으로 백종문 본부장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인생 그렇게 살지 마소. 나중에 뒤돌아보면 허망 하오’ 이런 말 하고 싶다.”

▲ 해고된 지 벌써 4년, 해고무효소송 1, 2심에서 모두 승소해 복직 가능성이 한층 커졌지만, 녹취록은 2012년 파업을 다시 현재의 문제로 되돌려놓았다. ⓒ김성헌

이선민 기자  smlee0104@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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