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녹취록’에 KBS 사장 거취 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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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대현 전 사장 취임 4개월 시점에 “날린다”는 이야기 나와…당사자들 사실 부인

“제가 이번에 미방위 조해진 의원 쪽하고 하면서 몇 가지 자료도 좀 드리고 이제 코치를 해주고 하는 그 과정에서, 제가 얘기가 된 게 내년(2015년) 8월에, 내년 8월에 날리는 걸로. (KBS) 조대현 사장을”(박한명 <폴리뷰> 편집국장, ‘백종문 녹취록’ 中)

MBC 경영의 핵심인사와 보수 인터넷 매체 편집국장이 나눈 대화 녹취록이 언론에 공개되며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녹취록에 당시 취임 4개월에 접어든 KBS 사장 거취에 대한 발언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조대현 사장은 지난 해 11월 재임에 성공하지 못했다.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측이 입수한 녹음파일에 따르면 백종문 본부장은 지난 2014년 4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MBC 관계자와 보수매체인 <폴리뷰>의 박한명 편집국장 및 기자와 함께 만났다. 박한명 편집국장은 2014년 11월 가진 모임에서 백 본부장에게 “정보를 드리는 것”이라며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 쪽과 만나 “조대현 KBS 사장을 날리는 걸로 이야기가 됐다”라고 언급했다.

녹취록에 의하면 박 편집국장은 “제가 이번에 미방위 조해진 의원 쪽하고 하면서 몇 가지 자료도 좀 드리고 이제 코치를 해주고 하는 그 과정에서, 제가 얘기가 된 게 내년 8월에, 내년 8월에 날리는 걸로”라며 누구를 날린다는 건지 묻자 “조대현 사장을”이라고 말한다.

이어 박 편집국장은 “그렇게, 제가 거꾸로 정보를 드리는 거예요. 아니 본부장님(백종문 본부장), 며칠 전에 조해진 의원실 다녀가셨다고요”라며 당시 조해진 의원의 보좌관인 김모 보좌관을 만나 “많이 도우라 그랬다”고 말했다.

▲ <뉴스타파> 1월 24일 보도 'MBC 고위간부의 밀담, "그 둘은 증거없이 잘랐다"'에서 최경영 <뉴스타파> 기자가 백종문 MBC 미래전략본부장(사진 오른쪽)에게 녹취록에 대해 묻고 있다. ⓒ화면캡처

녹취록에 등장하는 조대현 전 KBS 사장은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의 지시를 받아 KBS 뉴스와 인사에 직접 개입했다는 폭로 속에 해임된 길환영 사장의 후임으로 임명된 보궐사장이다. 조 전 사장은 지난해 재임을 노렸으나 임기 1년 4개월만 채우고 현재의 고대영 사장에게 자리를 내어주었다.

조대현 사장은 취임 당시 이례적으로 청와대로부터 임명장을 늦게 받기도 했다. 지난 2014년 7월 9일 KBS 이사회는 조대현 전 사장을 임명 제청하기로 했는데, 청와대는 임명장을 보름이 지난 17일 뒤에야 조대현 사장에게 전달했다. 통상 1주일 이내에 대통령 재가가 났던 관행에 비쳐볼때 이례적인 일이었다. 당시 이를 두고 KBS 안팎에서는 다양한 해석과 의혹이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다른 생각이 있거나 청와대가 원하는 인물이 아니어서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해당 녹취록은 특정 정파에서 공영방송 사장을 이해관계에 따라 흔들 수 있다고 자신하는 모습을 방증하는 것으로, 실제 KBS 사장 임명과 해임 때마다 ‘청와대 개입설’은 반복됐다.

대표 사례가 정연주 전 사장이다. 정 전 사장은 지난 2008년에 해임됐는데 당시 류우익 대통령 비서실장이 보낸 현직 국회의원(17대)이 김금수 전 KBS 이사장을 만나 정연주 사장 해임 할 것으로 종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명박 정부 집권 첫 해에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KBS 장악 시나리오'를 청와대가 진두지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정연주 사장 해임 전부터 낙점설에 이름을 올린 김인규 사장은 정연주 사장 해임 2년후 KBS 사장으로 입성했으며 현재의 고대영 사장도 예외는 아니다.  고대영 사장과 함께 지난해 22대 KBS 사장직에 응모한 강동순 전 KBS감사는 지난해 11월 사장 후보 탈락 이후 <뉴스타파>(11월 12일 보도)와의 인터뷰를 통해 청와대 낙점설을 폭로했다. 그는 추석 연휴 때 김 모 청와대 수석이 이인호 KBS 이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고대영 후보를 검토해 달라고 부탁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이인호 KBS이사장은 해당 의혹을 부인했다.

이번 녹취록 속 조 전 사장의 거취 문제 발언에 당사자들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2014년 당시 미방위 새누리당 측 간사를 맡고 있던 조해진 의원은 지난 1일 <PD저널>과의 통화에서 “박한명이라는 사람을 전혀 알지 못한다. 처음 듣는 이름”이라며 “상임위원회(미방위) 간사가 방송사 사장 인사에 대해 어떻게 할 위치가 아니지 않나. 이번에(2015년 11월) 교체가 되긴 했지만 개인적으로 조대현 전 시장이 당시 그 위치에서 KBS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평가했다”고 말했다. 이인호 KBS이사장도 지난 1일 <PD저널>과의 통화에서 녹취록 속 내용과 관련해 “전혀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녹취록 당사자인 박한명 편집국장은 지난 1일 <PD저널>과의 통화에서 “조대현 사장을 날린다”는 말은 사적인 자리에서 한 실언이었다고 말했다. 또 "조해진 의원 측을 만나 조대현 사장의 거취에 대한 얘기를 주고 받았느냐"는 질문에 박 편집국장은 조 의원을 만난 일은 없고, 다만 김모 보좌관을 만났으나 조 전 사장의 거취 여부에 대해 이야기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조대현 사장은 좌파 사장이었다”면서 “(날린다는 말은) 내 희망사항이 표현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방송통신위원회는 오는 4일 오전 10시 예정된 전체회의에서 MBC 녹취록 사태와 관련해 진상규명을 위한 자료제출 요구에 나설 것인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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