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CJ헬로비전 합병으로 넷플릭스와 경쟁?
상태바
SKT-CJ헬로비전 합병으로 넷플릭스와 경쟁?
미래부 주최, SKT-CJ헬로비전 인수합병 전문가 토론회…반복하는 찬반 의견 나열
  • 김세옥 기자
  • 승인 2016.02.04 00: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또 다시 글로벌 경쟁력 주장이다. 3일 미래창조과학부(장관 최양희, 이하 미래부) 주최로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SK텔레콤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전문가 토론회’에서 인수합병에 찬성하는 학자들은 이미 국경이 사라진 방송시장 안에서 넷플릭스(Netflix)와 유튜브(Youtube) 등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과 경쟁해야 하는 현실을 고려해 유료방송의 경쟁력을 키우는 차원에서 이번 인수합병을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글로벌 경쟁력은 방송시장에 신규 사업자를 등장시키거나 변화를 예고하는 상황마다 등장하는 얘기로, 지난 2009년 정부‧여당이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도입의 토대가 된 미디어법 개정을 밀어붙일 당시 주장한 내용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국내 1위 통신사업자가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케이블 인수로 갖출 수 있는 글로벌 경쟁력은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날 무려 세 시간 가까이 진행된 토론에선 이에 대한 주장만 있었을 뿐, 반론에 대한 재반론 등 꼬리를 무는 토론을 통한 논박과 의견조정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지역성 등 방송의 공공성에 대한 토론 또한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말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계획이 나온 직후 거의 매주 한 번꼴로 이어진 갖가지 단체와 학회들의 토론에서 업계 관계자들과 학자들이 수차례 반복한 내용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미래부는 이달 24일께 공청회를 열어 전문가들의 의견을 한 차례 더 청취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날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기존의 주장들을 반복·나열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경우, 이를 통해 수렴할 수 있는 의견의 한계에 대한 지적은 불가피해 보인다. 다만 그간의 토론회들이 이번 인수합병으로 인한 이동통신시장에서의 경쟁상황에 미치는 영향 등에 보다 무게를 둔 반면, 이날 미래부 토론회에서는 방송 산업과 공공성, 공익성 등에 대한 영향도 상대적으로 비중 있게 다뤘다는 점에선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 미래창조과학부 주최로 3일 오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SKT-CJ헬로비전 인수합병 전문가 토론회’ 열리고 있다. ⓒPD저널

내수 시장 방어와 글로벌 경쟁력은 다르다

이날 토론회에서 인수합병에 찬성하는 학자들은 그 이유로 작금의 방송시장이 해외 미디어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음을 지적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다는 차원에서 이번 사안을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규태 호남대 교수(문화산업경영학과)는 “국내 모바일 동영상 시장에서 유튜브가 80% 이상 점유율을 보이고 구글(Google)코리아의 매출이 1조원에 이르며, 전 세계에서 7500만명의 가입자를 유치한 넷플릭스도 한국에 진출했다”고 말했다. 곽규태 교수는 이어 “더 이상 국내 유료방송 시장이 내수 시장으로만 기능하는 게 아니라 글로벌 환경 하에 놓여있는 만큼, 이번 인수합병을 기회로 (유료방송 시장의) 체질을 개선한다는 차원에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성철 고려대 교수(미디어학부)도 “인수합병으로 방송 플랫폼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이를 통해 (넷플릭스 등) 세계의 OTT(Over-The-Top‧인터넷 기반 방송) 서비스를 방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김경환 상지대 교수(언론광고학부)는 “콘텐츠라면 몰라도 플랫폼 측면에서, 그것도 지역 사업자인 케이블과의 인수합병은 글로벌 경쟁력과 관계가 없다”고 반박했다. 김경환 교수는 “한국 내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넷플릭스를 두고 여기 있는 많은 이들이 콘텐츠가 부족해 경쟁력이 없다고 말하지 않았나”라고 반문하며 “같은 맥락에서 만약 SK텔레콤이 (콘텐츠 기업인) CJ E&M을 인수한다면 박수를 쳤겠지만, 플랫폼(CJ헬로비전)을 놓고 글로벌 경쟁력을 얘기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과)도 “김경환 교수의 말처럼 콘텐츠 경쟁이라면 몰라도 플랫폼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긴 어렵다”며 “지역 케이블과 합병해 미국의 플랫폼 사업자와 경제적으로 싸울 수 있나”라고 말했다.

최진봉 교수는 이어 “규모의 경제를 말하지만 이는 결국 투자를 적게 해 많은 이익을 얻겠다는 얘기”라며 “SK텔레콤이 이미 IPTV 서비스를 하는 상황에서 사실상 동일한 서비스인 케이블을 중복으로 가져와 얼마나 세계의 미디어들과 싸울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지금 (찬성 측에서) 얘기하는 건 해외 방송서비스의 진입과 관련한 내수시장 방어일 뿐 글로벌 경쟁력과는 다른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반론 이후 찬성 측에선 “글로벌 미디어 사업이 가능한 국가대표를 키워내야 한다. 콘텐츠의 글로벌 경쟁력에 대해선 다들 동의하는 듯한데, 플랫폼도 포기해선 안 된다”, “콘텐츠 경쟁력을 위해선 자본에 의한 규모의 경제가 필요한 만큼, (인수합병에 나선) 기업들의 의지가 이를 실현하는 데 있어 좋은 시그널이 될 수도 있다“ 등의 의견들이 제시됐을 뿐이다. 이런 상황엔 세 시간 동안의 토론에서 10인의 토론자들에 각각 2회에 걸쳐 5분씩, 도합 10분의 발언 시간밖에 주어지지 않은 제약도 영향을 미쳤다.

지역성 논의는 소모적인 논쟁일 뿐일까

지역성을 포함한 방송 공공성과 공익성 등의 문제에 있어서도 양측은 평행선을 달렸다. 인수합병에 찬성하는 학자들은 지역 채널을 운영할 수 있는 케이블 채널을 SK텔레콤이라는 대기업이 소유했을 때 발생하는 지역성과 공공성 등에 대한 우려가 과장됐다는 의견이었다.

이재호 동아방송예술대학 교수(방송보도제작계열)는 “선거 등에 있어 지역채널의 여론형성 기능 등을 말하는데 (지역민들이) 그렇게 지역채널에 관심이 많았다면 지역방송들이 더 파워풀한 선도자 역할을 했을 텐데, 현실을 보면 서로 운영하지 않으려 한다. (반대론자들은) 시장 상황을 너무 모른다”고 말했다.

곽규태 교수도 “지역채널은 지역소식을 전하는 역할일 뿐 지역민의 여론을 선도하는 데 있어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게 아니다”라며 “인수합병 때마다 지역성 얘기가 나온다면 소모적 논쟁이 될 수밖에 없는 만큼, 별도로 지역보도채널을 운영하는 방안 등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철 교수 역시 “방송의 공정성이나 공익성 등의 개념은 시대의 변화에 맞춰 재정립할 필요가 있고, 이런 차원에서 미디어 기업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공정성과 공익성 등을 볼 필요가 있다”며 “(인수합병 논의에서) 케이블의 지역성 부분이 문제가 된다면 독립PP(채널사용사업자)에 기능을 주는 방식 등을 고려, 이 부분을 빼면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에 김동원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는 “케이블은 태생부터 지역성에 대한 책무를 부여받은 플랫폼으로, 지역성에 대한 고민 없이 케이블은 사양 산업이니 없애버리자는 식의 이런 무책임한 말이 어디 있나”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김동원 교수는 “(케이블을 놓고) 지역에서의 영향력이 크지 않다고 하지만 지역방송은 그 존재 자체로 영향력이 있다”고 말했다.

최진봉 교수도 “1995년 탄생 이후 케이블 방송들은 지역성 부분에서 많은 노력을 했다”며 “설사 지금 지역성 측면에서 케이블 방송사들이 미치는 영향력이 크지 않다고 해도 방송은 공공성과 공익성 등의 측면에서 보호해야지, 지금 당장 장사가 안 되니 문을 닫으라고 하는 건 맞지 않다”고 말했다.

그밖에도 박민수 성균관대 교수(경제학과)는 ““케이블과 IPTV는 유사한 서비스인 만큼 행정적인 측면이나 A/S 등에서 중복되는 부분이 있으면 이에 대한 투자를 제거함으로써 생산비용을 줄일 수 있는데, 이 때 고용창출 측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콘텐츠 사업자, 즉 프로그램 공급자들은 플랫폼 사업자들과 협상을 해야 하는데, 플랫폼 집중도가 강해지면 콘텐츠 사업자들의 협상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일련의 행위들이 결국 소비자인 시청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