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방통위원들, MBC·방문진 자료 요구 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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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방통위원들, MBC·방문진 자료 요구 안 한다
野 방통위원 발의 안건 심의 의결 결론 못내…與 위원, 총선 악용 주장도
  • 김세옥 기자
  • 승인 2016.02.04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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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녹취록 사태의 진실규명을 위해 MBC와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하 방문진)에 관련 자료제출 요구에 나서자며 4일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야당 추천 상임위원들이 안건을 제의했지만 최성준 위원장을 비롯한 여권 추천 위원들의 반대로 심의‧의결 여부조차 결론짓지 못했다. 추후 상임위원 간담회 등을 통해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지만 방통위에 자료제출 요구 권한이 있는지에 대한 의견조차 갈리고 있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방통위의 자료 제출 요구권 법적 근거 해석조차 ‘각각’

이날 논의는 시작부터 엇갈렸다. 야당 추천 상임위원들이 발의한 MBC 및 방문진 자료제출 요구 안건은 ‘심의의결 제의사항’으로 이날 회의에 올랐다. 안건의 공동 발의자인 김재홍 부위원장은 “상임위원의 의안제출권은 법에서도 규정하고 있는 권한인데 이를 일반안건도 아닌 ‘심의의결 제의사항’으로 올린 상황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의결안건으로 상정해 자료제출 요구 여부를 결정할 일인데 ‘심의의결 제의사항’으로 올린다는 건 (여야 3대 2 비율의) 수적 우위를 앞세워 소수 위원의 법적 권리마저 제한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최성준 위원장은 “모든 위원에 안건 제의 권한이 있긴 하지만, 이 안건의 내용을 살핀 결과 심의의결 사항인지에 대한 판단이 먼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야당 추천 상임위원들은 이날 발의한 안건에서 방송법 제4조 3항(방송사업자는 방송편성책임자를 선임하고, 방송편성책임자의 자율적인 방송편성을 보장해야 한다)에 근거해 MBC 녹취록 속 경영진의 편성 개입 발언에 대해 조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2015년 4월 8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또한 방송법 제99조 1항 2호에 근거, 2013년 재허가 당시 MBC에서 제출한 사업계획서의 성실한 이행여부를 점검하고 필요시 시정조치를 내릴 수 있다고 밝혔다. MBC 녹취록에 경영진이 최승호 PD와 박성제 기자를 증거 없이 해고했으며 경력사원을 뽑는 과정에서 지역 등을 봤다는 등의 발언이 나와 “경영진의 MBC 사유화” 의혹이 제기된 만큼, 방송의 공적책무 실현과 공공성, 공익성 확보를 핵심 내용으로 하는 사업계획서대로 MBC를 운영하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들 위원은 방문진법 제16조(방문진에 대해 이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민법 중 재단법인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와 민법 제37조(법인의 사무는 주무관청이 검사, 감독한다) 등에 따라 방문진에 대해 자료제출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이 방통위에 있는 만큼 이를 행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언론노조와 시민단체들이 MBC 녹취록 사태에 대한 방통위 차원의 조사를 요구한 것은 방통위 설치법(제12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시청자 불만 사항 처리에 해당하는 만큼 빠른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고삼석 상임위원은 “MBC 녹취록을 보면 경영진이 증거 없이 노조원을 해고하고 교양제작국 해체 등을 통해 MBC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려는 의도를 드러냈으며, 이념 편향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보수 매체와의 결탁을 통해 여론을 호도하려 한 정황도 있다”고 말했다.

고 상임위원은 이어 “지금 MBC는 공공성과 공정성, 공적책임 등의 확보가 불가능한 비정상 상황인 만큼, 방송법 등에서 규정하고 있는 이에 근거해 MBC를 정상화시켜야 하며, 이는 방통위에 주어진 중요한 책무”라고 강조했다. 또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명분으로 (비정상 상황에까지) 개입하지 않을 경우 자칫 현재의 경영진의 위법행위를 옹호하거나 정당화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자료제출 요구에 대한 다른 상임위원들의 동의를 구했다.

與 방통위원들 “반대”…총선 거론하며 정치적 악용 주장하는 이유는?

그러나 여권 추천 위원들은 방통위에서 자료제출을 요구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의견이었다. 이기주 상임위원은 “방통위 설치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심의의결 사항 29개 중 어느 것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기주 상임위원은 “(야당 추천 위원들은) 시청자 불만 처리 등이 해당한다고 주장하나 그간 이 조항에 의거해 처리된 안건을 보면 대부분 유료방송 서비스 가입자의 계약 상 문제들이나 일부 지상파의 재송신 문제나 기술적 문제들에 대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또 “재허가 권고 이행 여부는 재허가 심사 시점에 종합 평가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김석진 상임위원은 “지금 상황이 4년 전 총선을 앞두고 MBC 노조가 170일 파업을 했던 그 상황과 매우 흡사한 상황으로 퍼져나가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며 MBC 녹취록 사태를 총선 겨냥용 정치 공세로 규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석진 상임위원은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언론‧시민단체라는 제3자가 MBC 내부의 노사 분쟁에 개입해 공대위를 만들어 주장을 하고 있고, (이런 상황에서) 마치 노조의 입장만 받아들여야 한다는 식으로 가면 균형 시각이 아니다”라며 “정부기관은 중립성을 유지할 책무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녹취록이 작성된 시점은 2년 전으로 노사갈등이 첨예한 때였다”며 “본부장이 사적인 자리에서 울분을 토하고 술자리에서 지인들에게 자신의 직무에 대해 과시하고 과장하는 차원에서 편성 등에 개입했다고 말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석진 상임위원은 이날 “MBC 녹취록과 관련해 보도만을 봤기 때문에 진위 여부를 알 수 없다”면서도 녹취록 속 MBC 경영진의 발언에 대해선 “친한 기자들과 사적으로 얘기한 내용에 대해 침소봉대로 생각하는 일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진위 여부를 검증하지 않고도 녹취록 발언들이 사적인 내용일 뿐이라고 단정하는 듯한 모습이다. 김석진 상임위원은 “4년 전 MBC노조 파업도 정치적 주장에 휩쓸려 진보와 보수 양 진영의 갈등으로 가지 않았나.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조사가 필요하다면) 방문진이 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성준 위원장도 “지금 방통위에서 심의 의결할 수 있는 어느 사항에도 이 문제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다”며 “하지만 계속 의견이 엇갈리는 만큼 다시 한 번 심의 의결 안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시간을 갖고 검토해 보자”고 말했다.

이에 고삼석 상임위원은 “방문진의 경우 방문진법과 민법에 의해 방통위에서 자료제출 등을 요구할 권한이 있고, 이는 일상적 권한”이라며 안건에 대한 심의의결 여부를 결정하기 전 이 부분만이라도 우선해 실행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최성준 위원장은 “방통위가 모든 자료를 다 달라고 하면 방문진이 MBC와 방통위 사이에서 중간 역할을 잘 할 수 있겠나. 방문진법의 취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할 필요가 있다”며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고삼석 상임위원은 “국회에서도 방문진에 대한 감독을 위해 자료를 요구한다. 방통위의 자료제출 요구 역시 법에서 규정한 권한”이라고 반박했다. 김재홍 부위원장은 “소수 위원들이 발의한 의안이니 의결될 거라고 기대도 안 했다”며 “MBC 녹취록 사태와 관련해 국회 차원의 조사 등 여러 단위에서 대응이 있을 텐데 방통위도 제대로 대처하겠다는 차원에서 TF(태스크포스) 구성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최성준 위원장은 “5인의 상임위원이 언제든 논의가 가능한 만큼 별도의 TF가 필요할까 싶지만 제안이 있으니 계속 논의를 해보자”고 답하며 이날의 토론을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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