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리케이션’ 외연을 확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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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리케이션’ 외연을 확대하다
[리뷰] 파일럿 대전, 눈길 사로잡은 예능은
  • 방연주 객원기자
  • 승인 2016.02.11 07: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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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기간 동안 지상파 방송사들은 다양한 파일럿 예능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파일럿 예능은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을 맛보기로 보여주는 방식으로, 시청자 반응에 따라 향후 정규 편성 여부가 결정된다. 파일럿 예능들을 살펴보면 명절 단골 아이템으로 꼽히는 아이돌, 노래 대결부터 지난해 예능계를 주름 잡았던 ‘먹방’ 소재가 주요하게 포진돼 있었다. 특히 파일럿 예능에서 강세를 나타냈던 MBC의 <톡하는대로>와 ‘타임워프’를 설정으로 <미래일기>가 감동과 재미를 안기며 시청자의 눈길을 붙잡았다.

시청자 댓글에 따라 움직이는 ‘무계획 대리여행기’

<톡하는대로>는 댓글로 소통하는 댓글리케이션(댓글+커뮤니케이션을 합친 단어)의 화룡점정을 찍었다. <톡하는대로>가 ‘무계획 대리여행기’를 표방하고 있듯이 윤계상, 권율, 유세윤, 차오루 등 스타들의 여행 길잡이로 누리꾼들이 직접 나섰다. 일종의 ‘아바타 여행’인 셈. 지난 2010년 ‘아바타 소개팅’격인 <일요일 일요일 밤에-뜨거운 형제들>보다 한 발짝 더 나아갔다. <뜨거운 형제들>은 당시 여성과 소개팅 하는 한 출연자의 말과 행동을 다른 공간에 있는 출연자가 무전으로 지시하면서 재미있는 상황을 만들어냈다.

<뜨거운 형제들>은 출연자가 출연자를 조종하는 방식이었다면, <톡하는대로>는 누리꾼이자 잠재적 시청자들의 댓글이 출연자의 손과 발이 되었다. 누리꾼들은 여행 과정의 선택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출연자들이 어디로 떠날지, 여행지에 무엇을 타고 갈지, 어떤 걸 먹을지 등 지극히 사소한 부분까지 누리꾼들이 결정했다. 이에 “두 번째 댓글로 움직입니다”, “48번째 댓글에 따르겠습니다”라고 밝힌 출연자들은 예상 밖의 상황에 처하면서 예능적 재미가 살아났다. 예컨대 윤계상과 권율이 춘천으로 여행을 떠나서 누리꾼의 요청에 따라 난생 처음 네일아트를 받는 상황 자체가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 MBC 파일럿 프로그램 '톡하는대로' ⓒMBC

이처럼 누리꾼들의 댓글리케이션은 프로그램의 흐름을 좌지우지하면서 엉뚱한 재미를 만들어냈다. <톡하는대로>는 젊은층이 하루 종일 스마트폰을 쥐고 살아가는 생활 패턴과 ‘공감’, ‘좋아요’ 등을 누르며 실시간으로 반응하는 콘텐츠 소비 방식을 적절하게 활용한 포맷이었기에 시청자의 호응도 컸다. 다만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 ‘인터넷 방송’이라는 플랫폼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이에 대한 누리꾼의 참여를 안정적으로 끌어내고 있다면, <톡하는대로>는 누리꾼이 SNS를 통해 ‘출연자의 선택’을 결정짓는 것을 넘어서 기발하게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확보하는 게 필요해 보였다.

‘타임워프’로 ‘나이듦’을 준비하다

젊음을 꿈꾸지만 늙음을 반기진 않는다. <미래일기>는 ‘나이듦’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미래일기>는 연예인이 세월을 뛰어넘어(타임워프) 자신이 원하는 미래의 특별한 하루를 경험해본다는 게 프로그램의 기획취지로 내세웠다. 한국 축구계를 들썩이게 했던 안정환은 80대 독거노인이 됐고, 힙합 가수 제시와 그의 엄마는 58세, 89세로, 배우 강성연은 남편과 함께 결혼 40주년이 된 노부부의 모습으로 시간을 훌쩍 건너뛰었다.

<미래일기>는 나이를 먹으면 누구나 겪는 신체적인 늙음을 마주하는 모습을 특수 분장으로 표현했을 뿐인데, 실제 그 효과는 뷰티 프로그램에서 외모 변신으로 ‘판타지’를 키우는 것 이상으로 파장을 일으켰다. 일례로 출연자들은 바뀐 외형을 마주하면서 크게 동요했던 모습이 그렇다. 제시는 세월의 흔적이 깊게 베인 엄마의 주름진 얼굴을 보고 “너무 슬프다”며 말을 잇지 못했고, 강성연도 남편을 향해 “우리 너무 늙었다”며 세월의 야속함을 탓했다. 안정환도 쇼윈도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이상하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프로그램이 중반부에는 출연자들이 ‘노인 분장’을 그저 분장이 아닌 ‘미래의 자신’으로 받아들이면서 내뱉는 속내는 시청자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던졌다. “저절로 행동이 느려지는 것 같다”, “외롭다”, “혼자 밥 먹으려니 기분이 이상하다” 등의 발언들은 출연자 뿐 아니라 이를 지켜보는 시청자들도 ‘노년’에 대해 생각만큼 많은 관심을 두지 않았음을 간접적으로 일깨웠기 때문이다. 특히 가족관계, 사회적 관계가 끊긴 독거노인으로 분한 안정환이 “이렇게 잠자고, 다음날 되면 일어나는 것 아니냐. 이력서라도 넣어야겠다”고 말하는 부분에선 ‘노년의 삶’에 대한 불안함도 묻어났다. <미래일기>는 ‘타임워프’를 통해 사회 전반에 깔려있는 노인에 대한 인식을 간접적으로 전해주는 동시에 삶을 반추해보는 계기를 마련하는 등 기대 이상의 역할을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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