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뷰징에 목매는 언론, 창조적 인재 뽑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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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뷰징에 목매는 언론, 창조적 인재 뽑겠나”
[인터뷰] ‘넥스트저널리즘스쿨’ 준비한 이성규 블로터미디어랩장
  • 구보라 기자
  • 승인 2016.02.11 1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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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고시’라는 말이 있다. 언론사에 들어가고 싶은 사람들은 많지만 채용 인원이 적다 보니 붙여진 이름이다. 물론 채용방식 또한 '고시' 같다. 미디어의 전반적인 환경은 변화하고 있음에도 대학입시처럼 논술과 상식시험 등이 여전히 중시된다. 그렇다 보니 언론사 입사를 준비하는 준비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저널리즘 교육 또한 제자리걸음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 속에서 구글-한겨레21-블로터가 함께하는 ‘넥스트저널리즘스쿨’이 예비 언론인들에게 주목을 받고 있다.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맞추어 디지털 시대의 저널리스트에게 요구되는 역량과 소양을 중심으로 커리큘럼이 구성되어 있다.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에 관한 내용에서부터 변화하는 환경에서 노력하는 기존 언론사의 움직임 그리고 혁신저널리즘(데이터 저널리즘, VR 저널리즘, 영상 저널리즘)에 대한 내용이 2주간의 커리큘럼에 모두 담겼다. 강사 또한 디지털사회연구소, MBC, SBS, <오마이뉴스>, <허핑턴포트스코리아>, <연합뉴스>, <미디어랩>, <시사인>, 미스핏츠, 72초 TV 등 다양했다.

넥스트저널리즘스쿨 1기에 이어 올해 2기까지 직접 기획하고 실행한 이성규 블로터미디어랩장을 지난 3일 서강대 구글뉴스랩실에서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 이성규 블로터미디어랩장

- 넥스트저널리즘스쿨을 어떻게 기획하게 되었나?

“‘넥스트저널리즘스쿨’이라는 행사 자체에 대한 기획은 블로터앤미디어의 김상범 대표가 했다. ‘후배들을 만들어 내고 싶다‘라는 게 취지였다. 한국 언론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으면서 함께 바꾸어 갈 수 있는 후배들을 원했다. 김 대표가 구글에 제안했더니 그쪽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어서 같이 하게 되었다. 행사를 기획하고 커리큘럼을 준비하면서는 ‘기존의 저널리즘스쿨과는 뭐가 다르지?’, '무엇이 달라야 하지?' 이런 고민이 있었다.”

- 어떤 고민이었는지 구체적으로 얘기해 달라.

“미디어의 환경 변화를 볼 수밖에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디지털이라는 기술 환경 변화에도 기존 방식으로 기자들을 교육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언론사 채용은 늘 텍스트(논술과 작문) 위주다. 그렇기에 디지털이라는 변화된 환경에 맞게, 자신들의 콘텐츠를 확산시킬 수 있는 역할과 능력을 키워줄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한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언론사들이 그럴 상황도 능력도 안 되기 때문이다. 만약 그런 능력을 갖춘 친구들이 있다 하더라도 채용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언론사에 들어갈 수 없는 구조다. 이러한 '과도기적 상황에서 저널리즘은 어떠해야 하는지', '그에 맞는 기자상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컸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언론사들이 "유통권을 네이버나 페이스북 그리고 트위터에 뺏겼다"면서 대안은 못 만들어 내고, 포털에 제공하기 위한 어뷰징 기사들을 생산하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 과연 디지털 시대에 생존하기 위한 방식인가라는 의문도 들었다.

- 이런 교육이 언론계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나?

언론사에 들어가는 사람들의 역량이 바뀌어야 한다. 새로운 인재들이 실험적인 저널리즘을 시도할 수 있는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 어차피 언론사 안에 있는 기자들을 바꾸는 문제는 어렵다. 이미 '마와리' 한 바퀴 뛴 3, 4년차의 엘리트 의식이 형성된 기자들을 상대로 새로운 저널리즘의 급박성을 얘기한다 한들, 이들은 자기 문제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경험에서 하는 얘기다. 그래서 이젠 능력 있는 친구들이 언론사에 입사하거나 아니면 창업을 통해 새로운 방식을 만들어야 한다. 

▲ 블로터, 한겨레21, 구글이 공동주최로 함께 한 넥스트저널리즘스쿨2기. ⓒ넥스트저널리즘스쿨

- 1기와 다른 점은 ‘한겨레21’이 주최사로 류한 것이다. 어떤 배경인가?

‘한겨레21’과 같이 하자는 제안은 ‘구글’이 먼저 했다. 이유는 1기 커리큘럼에서 저널리즘이라는 본질적인 가치에 관한 내용이 부족하지 않았냐는 평가 때문이다. 대부분의 저널리즘 코스에서 이런 부분을 하고 있다고 판단해 저널리즘 관련 수업을 적게 넣었다. 그런데 이번에 디지털 저널리즘으로 가기 위한 과정에서 객관성과 공공성에 대한 개념 부분을 '한겨레21' 측이 잘 채워주었다.

- 언론사가 아닌 '72초 TV' 대표 등도 강사진으로 포함되었다.  

언론의 주변부에 있으면서 실제로 언론과 경쟁할 수밖에 없는 그런 접점에 있는  매체의 목소리도 이번에 들었다. 사실 데이터 과학이 언론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이들의 목소리를 실제로 들으면서 저널리즘이라는 측면에서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해 고민하려고 했다. 독자에게 다가가기 위한 접근법으로서 언론사와 이런 매체들의 접근법이 어떻게 다른지, 이 점에 대해서 알고 뉴스를 만드는 것과 모르고 만드는 것이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다양함을 수강생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다.

- 넥스트저널리즘스쿨 경쟁률이 4대 1 정도였다. 수강생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중점적으로 보는 점은?

지원자들의 이력을 전혀 보지 않았다. 다만 ‘자신이 왜 넥스트저널리즘스쿨을 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절박함 하나만 봤다. 그래서 출신 학교, 지역, 나이, 그런 건 보지 않았다. 오로지 열정만 보고 60명을 선발했다. 그런데 넥스트저널리즘스쿨이 학생들 입장에서는 특히나 언론고시를 준비한 입장에서는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은 확실히 아니다. 언론사 채용 과정에 디지털 저널리즘 내용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론고시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넥스트저널리즘스쿨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 2016년 1월 19일부터 30일까지 역삼동 구글코리아에서 진행된 넥스트저널리즘스쿨의 수업 모습 ⓒ넥스트저널리즘스쿨

- 수업을 진행했던 현장의 분위기는 어떠했나?

첫 주에는 열의가 가득해서 수업 끝나고 토론도 많이 했다. 그런데 2주째부터는 기술적인 쪽이 많다 보니 수강생들이 힘들어했다. 하지만 이 내용을 다 알아야 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걸 시도하고 실험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과 위험이 있다는 걸 알려준 거다. 언론고시를 준비하는 사람끼리 나누는 정보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실제로 언론사 안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고, 그리고 주도적으로 끌고 가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이런 다층적인 부분을 학생들에게 제공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서로 다른 생각들을 나눌 수 있는 장이 되었다. 특히 서울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는 언론고시 스터디조차 많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이번엔 지방에서 많은 사람이 와서 다양한 생각과 정보들이 공유될 수 있었던 점에 의미를 두고 싶다. 그리고 모든 넥스트저널리즘스쿨 수강생들이 2주 동안, 언론사의 채용시험 과목에 포함되지 않는 많은 수업을 열심히 들어준 것만으로도 고마운 마음이 든다.

- 마지막 질문이다. 서로 다른 세 회사가 협업해서 만들었다는 점이 인상적인데, 현재의 언론계에도 이런 시도가 있을 거라 기대하는가?

서로 부족한 점과 잘 하는 부분에 대한 인식이 있었기 때문에 커리큘럼을 만드는 과정에서 협력이 잘 되었다. 첫 주의 과제를 어떤 걸 낼지, 그런 부분들도 함께 얘기하고, 업무를 분담했다. 그렇지만 분명한 한계도 있었다. 그럼에도 다른 언론사들도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넥스트저널리즘스쿨과 같은 교육프로그램이 언론사 안으로 들어가서 언론사의 디지털 전략과 맞물려 디지털 콘텐츠 생산이나 뉴스에 대한 실행으로 연결될 수 있는 형태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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