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중단, 공영방송의 따옴표 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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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비평] 北 돈줄 차단, 언론으로서 질문하지 않는 대표 공영방송

정부가 지난 11일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을 결정하고 이를 북한에 통보했다. 개성공단 사업이 시작된 이후 2013년에 이어 두 번째 전면 중단으로, 사실상 폐쇄 수순에 돌입했다는 분석이다. 남북 관계의 완전한 단절 상황으로 회귀하는 이 결정으로 한반도 긴장 고조와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의 피해가 예상된다. 하지만 공영방송의 대표 격인 KBS의 메인뉴스에선 일련의 지점들을 놓고 정부가 과연 신중한 결정을 내렸는지, 정말 정부의 주장처럼 실효성 있는 결정인지 여부 등에 대해 질문하는 모습이 사실상 보이지 않았다.

개성공단 중단, 정부의 의지와 정부에서 기대하는 효과 중심의 뉴스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결정이 있었던 지난 11일 KBS <뉴스9>는 첫 리포트를 포함해 관련 뉴스만 13개 연이어 보도했다. KBS <뉴스9>는 이날 뉴스에서 “기존의 대응방식으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계획을 꺾을 수 없어 개성공단을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했다”(홍용표 통일부 장관)는 정부 발표와 함께 어떤 형태로 개성공단 철수 작업이 이뤄질 지에 대한 내용을 1~3번째 리포트에서 우선 전했다.

KBS <뉴스9>는 이어 4번째에 배치한 ‘앵커&리포트’(‘핵‧미사일 자금 악용 원천 차단’)에서 개성공단 자금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이용되고 있다는 정부의 주장을 짚었다. 홍용표 장관은 개성공단 중단을 발표하며 “지금까지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에 총 6160억원의 현금이 유입됐고, 작년에만 1320억원이 유입됐으며, 정부와 민간에서 총 1조 190억원의 투자가 이뤄졌는데, 그것이 결국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을 고도화하는 데 쓰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KBS <뉴스9>는 이 같은 분석과 전망을 전했다. “과거 김정일은 장거리 미사일을 한 번 발사하는데 2억~3억 달러, 우리 돈으로 2000억~3000억원 정도의 돈이 든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북한이 개성공단을 통해 2~3년 간 벌어들이는 돈과 맞먹는 액수다. 개성공단 수익 중 실제 얼마나 무기 개발에 쓰이는지 정확히 확인되고 있지 않지만, 정부의 이번 조치는 개성공단이 북한 정권의 자금줄로 악용될 소지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중략) (이번 조치는) 대북심리전 강화 등 기존 제재 수단과 비교해 평화적인 응징 수단이자, 독자 제재 방안으로써 북한 정권에 실질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조치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동시에 북핵 문제의 핵심 당사국으로서 선제적 조치를 취한 만큼, 국제 사회의 강력한 제재를 이끌어 내는 데에도 한층 힘이 실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개성공단에 대한 정부의 민간의 투자가 북한의 핵무기와 장거리미사일 고도화에 사용됐다는 주장은 그간 보수단체와 여당 일부에서 지속해서 제기한 내용이다. 실제로 정부의 개성공단 중단 결정 직후 열린 새누리당 긴급최고위원회의에서도 서청원 최고위원은 “개성공단은 김정은 정부의 현금지급기 역할을 해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2월 10일 KBS <뉴스9> ‘앵커&리포트-핵·미사일 자금 악용 원천 차단’ ⓒKBS 화면캡쳐

이런 주장의 배경엔 개성공단의 인건비가 지급되는 방식에 대한 의문이 있다. <조선일보>가 11일자 신문 2면 기사에서 지적한 내용을 보면 이렇다. “(개성공단) 근로자 1명에게는 월평균 160달러 정도의 임금이 지급되고 사회보험료‧수당 등이 더해진다. 돈은 100% 미국 달러화로 현금 지급되며 북측 중앙특구개발총국을 통해 김정은의 통치자금을 관리하는 노동당 39호실로 들어간다. 근로자들은 대신 임금의 10~20% 가량을 당국으로부터 북한 돈 또는 지정된 상점에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쿠폰 형태로 받는다. 일단 39호실로 들어간 돈의 사용처는 김정은과 그 측근들만 알 수 있다. 남측이 지급한 개성공단 임금이 북한 핵이나 미사일 개발에 쓰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의심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의문은 <조선일보>의 표현대로 현재로선 ‘의심’인 상황이다. 즉, 개성공단의 인건비가 정말로 북한 핵무장에 쓰였는지 여부에 대해 실증하지 못하는 상황이기에 언론은 과연 정부의 이번 조치에 따른 득실 중 무엇이 더 큰지에 대해 물을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 KBS <뉴스9>는 10번째 리포트 ‘가동 중단은 글로벌 ’北(북) 돈줄 차단‘ 신호탄’에서 개성공단 중단으로 연간 1000억원 상당의 돈줄을 끊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미국에서도 대량파괴 무기 관련 물자로 귀금속, 흑연 등 광물자원을 포함시켜 북한의 주요 자금원인 광물 수출과 관련해 제3국의 기업과 개인을 제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이 상원 통과를 앞두고 있는 만큼 북한에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냉전 시대, 제재 실효성에 대한 우려는?

그러나 KBS <뉴스9>에서 짚지 않은 반대의 전망도 있다. 중도 성향의 <한국일보>는 11일자 신문 3면 기사에서 “폐쇄 조치로 북한보다 우리가 잃을 게 더 많다는 점에서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이) 제재 수단으로 적절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며 이 같이 전했다.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이 실질적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은 북한 근로자들의 인건비인 약 1억 달러가 전부로 북한이 대외무역(70억~80억 달러)로 벌어들이는 비용을 감안하면 ‘뼈아프게’ 타격을 주기엔 역부족이란 것이다. 북한 입장에선 개성공단 근로자들을 개성공단보다 임금 수준이 2~3배 높은 중국이나 러시아 지역으로 돌리면 손실액은 충분히 만회하고도 남는다.”

오히려 피해는 개성공단에 입주한 124개 한국 기업들 몫이라는 지적도 나오는 상황이다. 공단 가동 중단에 따라 당장 지킬 수 없게 된 계약으로 인해 입을 손해뿐 아니라 공장시설 등의 압수와 동결로 인한 손해, 나아가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에 원‧부자재를 납품하는 기업들이 입을 손해 등을 감안할 때 “대북 제재가 아니라 사실상 대남 제재”(2월 11일 <경향신문> 2면)의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제재의 실효성 논란에 더해 남북관계 악화에 따른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 즉 개성공단이 한반도 정세의 바로미터 역할을 해온 상황에서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으로 과거와 같은 냉전시대로 완전히 돌아간 만큼, 정부의 이번 결정이 국가 신용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안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2월 11일 <한겨레> 1면) 또한 이번 조치로 정부가 당장 ‘북핵 불용’ 의지를 과시하는 심리적 효과를 거둔다 해도 장기적 관점에서 한반도 평화를 해치는 돌이키기 힘든 악수를 두고 있다는 비판도 존재한다.(2월 11일 <내일신문> 23면 시론)

▲ 2월 10일 KBS <뉴스9> ‘여 “불가피한 조치”…야 “재검토해야”’ ⓒKBS 화면캡쳐

정부의 조치를 두고 긍정과 부정 양면의 평가와 그에 따른 각각의 전망이 있다. 그러나 KBS <뉴스9>에선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 가동중단 결정을 놓고 정부의 의지와 정부에서 강조하는 효과를 앞세워 전달하는 모양새다. “북한 전체 교역량의 90% 정도를 차지하는 최대 교역국인 중국 기업들이 북한과 거래를 끊도록 만들어야 북한에 실질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가동 중단은 글로벌 ’北 돈줄 차단‘)고 덧붙이고, 정부 결정에 대한 여야의 입장을 전하는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은 개성공단은 남북 화해의 상징이라며 조업 중단 재검토를 촉구했고, 국민의 당은 실효성 없는 제재라며 반대했다”고 야당의 주장을 ’전달‘만 했을 뿐이다.

그리하여 이쯤에서 질문할 수밖에 없는 건 정부의 의지와 정부에서 기대하는 효과를 분석과 전망이라는 형식으로 전달하며, 이에 반대되는 견해는 야당의 반응으로 갈음하는 사실상의 ‘따옴표 저널리즘’이 한국의 대표 공영방송이 지향하는 최선의 저널리즘인지 대한 부분이다. 언론이 언론의 시각에서 언론의 언어로 질문하지 못할 때 저널리즘은 과연 어떤 의미로 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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