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와 세대를 잇는 예능, 통하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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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따져보기]

어른은 어른대로, 아이들은 아이대로 자신이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찾아보기 마련이다. 하지만 다 같이 TV를 봐야 한다고 생각해보자. <무한도전>을 할아버지와 본다면 매번 웃는 타이밍이 어긋날 것 같고, 고향 소식 전하는 프로그램을 함께 본다면 할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일 때, 그저 멍하니 화면을 보고 있을 것 같다. 특히 젊은층을 타깃으로 한 케이블 채널의 프로그램이 쏟아지는 걸 보면 TV 프로그램 속 세대 간극이 현실만큼이나 벌어지는 듯 하다. 하지만 최근 변화의 흐름이 엿보인다. 연령별 ‘끼리끼리’가 아닌 남녀노소 불문하고 ‘함께’하는 예능 프로그램들이 눈에 띄고 있다. 과연 예능 프로그램이 세대와 세대를 버무릴 수 있을까.

기존 TV 프로그램에서 세대를 아우르는 건 단연 ‘육아 예능’이다. 지난 2013년 MBC <일밤-아빠 어디가>를 필두로 <슈퍼맨이 돌아왔다>(KBS), <오 마이 베이비>(SBS) 등이 육아 예능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이들 프로그램에서는 할아버지, 아버지, 아이까지 잇는 삼대(三代)가 나와 ‘내리사랑’의 모습이 그려지는가 하면 ‘삼둥이’, ‘사랑이’ 등 출연자 아이들은 엉뚱한 행동으로 시청자의 귀여움을 독차지한다. TV 속에 다양한 세대가 등장할 뿐 아니라 중장년층과 젊은 삼촌·이모팬이 시청하기에도 제격인 셈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부성애’, ‘모성애’를 강조한다거나, “아기들 장난감이나 책상, 의자 등 예쁜 것들의 가격을 보면 거의 내 한 달 생활을 포기해야 살 수 있는 가격이라 방송 자체를 별로 안 보고 싶다”(SBS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는 말이 나올 정도로 위화감을 일으킨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 SBS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 ⓒSBS

이처럼 ‘육아 예능’이 혈연 위주, 세대 별 전통적인 역할상을 강조한다면 ‘꽃보다 시리즈’(tvN)는 출연자들을 ‘연기’라는 ‘공통 분모’로 묶었다. ‘꽃보다 시리즈’인 <꽃보다 할배>, <꽃보다 누나>, <꽃보다 청춘>에서는 다양한 세대의 모습을 여과없이 담는 데 주력했다. 출연자들은 할배, 여성, 청춘이라는 키워드에 따라 한 자리에 모였지만, 나이나 지위에 연연해하지 않았다. 특히 <꽃보다 할배>에서는 할배를 ‘정신적, 신체적으로 나이가 든 노인’으로 유약하게 묘사하지 않았다. 실제 노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만연한 가운데 <꽃할배>는 오히려 ‘유머를 즐기는’, ‘배낭여행을 하는’ 할배들의 유쾌한 모습에 주목했다. 또한 할배들이 여행하는 도중 언뜻 전하는 그들이 지나온 삶의 궤적과 삶을 대하는 태도는 젊은층의 공감대를 사는 데 한 몫 했다.

최근 들어선 노년 혹은 중장년층과 젊은 세대를 잇는 방식이 좀 더 유연해지고 있다. 기존에는 앞서 언급했던 육아 예능과 더불어 KBS<우리는 형제입니다>(형제), SBS <아빠를 부탁해>·TV조선 <엄마가 뭐길래>(부모와 자식)와 같이 ‘혈연’ 혹은 ‘가족’이라는 테두리 내(SBS <자기야 백년손님>(처가와 사위), tvN <우리 할매>(외가와 손녀))에서 세대 간 접점을 찾아가는 방식이 유효했다면, 요즘 들어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출연자들이 로봇을 가지고 시골 마을에 가서 할머니의 무료함을 달래주거나(tvN <할매네 로봇>), 전국 팔도에 외롭게 혼자 사는 할배와 할매들을 찾아 나선다.(KBS <인간의 조건-집으로>) 출연자들은 아무런 이해관계 없이 세대를 이어놓은 맥락 속에서 자신과 다른 세대와의 접점을 찾으려 애쓰고, 서로의 빈자리를 채워주며 눈물을 훔치기도 한다.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가 어르신의 말동무가 되어준다는 tvN<예림이네 만물트럭>(17일 방영 예정)도 연장선에 있다.

▲ tvN '할매네 로봇' ⓒtvN

이렇게 예능 프로그램 제작진이 세대와 세대를 잇는 방식을 고민하고, 변주를 꾀하는 건 그렇지 못한 현실에 대한 해법을 찾으려는 시도처럼 보인다. TV라는 대중매체는 현실을 반영하면서도, 현실의 그늘을 교묘하게 가리고, 포장하면서 대중의 갈증을 해소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결혼을 꺼려하는 사회 분위기에서 육아 예능처럼 ‘가족 지상주의’에 근거한 세대와 세대 간 결합과 소통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또한 ‘핏줄’이라는 이유에만 기대어 세대 간 간극을 좁히고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낙관하기도 어렵다. 이러한 가운데 1인 가구의 수가 급증하고 있다는 소식과 하루가 멀다 하고 이어지는 독거노인들의 안타까운 뉴스가 전해지고 있는 요즘, 세대와 세대를 잇는 TV 예능 프로그램들은 나이가 많든, 나이가 적든 서로가 서로에게 안부를 묻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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