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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방송의 태동은 BBC의 ‘제국 서비스’

[배기형 PD의 글로벌 프로듀싱] ‘국제방송’의 매체 전략과 역할 배기형 KBS 월드사업부 PDl승인2016.02.17 13:3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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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TV 사장의 법인카드 유용 논란을 계기로 많은 사람들이 ‘국제방송’에 대해 뜻밖의 관심을 보이게 되었다. 전 세계가 단일 시장으로 묶인 글로벌 시대에 국제방송이 갖는 미디어의 영향력과 위상은 실로 대단하다. 그렇지만 우리의 경우 아쉬운 부분도 많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기회를 통하여, 국제방송에 대해 살펴보고 우리의 국제방송이 기본을 찾고 제대로 미래를 지향할 수 있게끔 성찰해 보는 것은 나름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된다. 우리의 국제방송에 대한 고민이 그야말로 공적(公的) 담론으로, 오해 없이 생산적으로 논의되었으면 한다.

▲ ⓒpixabay

국제방송의 속성과 외국의 국제방송

국제방송은 방송 전파의 월경(越境)에서 출발했다. 방송 전파는 그 속성상 인문학적 경계와 국경을 초월(spill-over)하여 전달되기 때문이다. 20세기 초반 태동한 국제방송은 그 만들어진 배경을 살펴보면, 사실 어떤 방송보다 정치적인 냄새가 풍긴다. 겉으로는 국제 교류나 친선 도모라는 명분으로 치장하지만 실제는 자국의 이미지 제고를 위한 국가 홍보, 즉 프로파간다(propaganda)가 국제방송의 본질적인 기능이었다. 국제방송을 처음 시작한 구미의 경우, 식민지에서의 자국민에 대한 정보와 오락의 제공, 국책(國策)의 전파가 국제방송의 주된 목적이었다. 지금도 국제방송은 해외에서 자국의 정보에 영향을 받는 시청자(혹은 청취자)를 형성하기 위해 자국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역할을 전달시키는 전략으로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국제방송국은 국가의 정책 홍보 및 자국의 대외선전을 목적으로 하기에 그 재원도 국가 예산으로 운영되고 있다. 미국의 VOA, 영국의 BBC, 독일의 DW(Deutsch Welle), 일본의 NHK, 호주의 ABC 등이 그러하다. 미국이 설립한 VOA(Voice of America)는 대표적인 국책방송의 예이다. 냉전 시절 소련의 ‘라디오 모스크바’와 함께 정치적 선전도구로 활용되었다. VOA의 텔레비전 버전인 미국의 ‘월드넷 TV'나 독일의 DW TV도 단파 라디오의 프로패건더 방송이 텔레비전으로 발전된 형태라 할 수 있다.

영국 BBC의 국제방송은 1932년 출범하였는데 처음에는 ‘제국 서비스(Empire Service)’로 불리었다.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국제방송의 목적은 인도, 아프리카, 캐나다 등 식민지 국가에 발신(發信)하여 영국 제국의 이익을 꾀하기 위함이었다. 이후 주로 영연방 통합의 목적으로 운용 되다가 1990년대 이후 국제적이고 보편적인 서비스를 지향하게 되었다. BBC의 국제방송은 뉴스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정보의 원천으로서 신뢰받는 뉴스, 공정하며 정확한 보도가 BBC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그 명칭의 변화를 보면 재밌다. 출범 당시의 제국방송은 1939년 ‘해외 서비스(Overseas Service)’로 개칭하고, 1952년 ‘외부 서비스(External Service)’로, 1988년에는 ‘BBC World Service’로 개칭된다. 이후 영국의 BBC는 1994년 5월에 ‘BBC Worldwide’를 설립하게 되는데 이 조직은 BBC의 해외 위성방송, 프로그램 판매, 공동제작 등을 담당하는 자회사이다. 이제 영국은 BBC 국제방송의 높은 위상을 바탕으로 저널리즘과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NHK는 1935년 6월 1일 단파에 의한 라디오 방송을 통해 국제방송을 시작했다. 이후 주로 제 2차 세계대전의 프로패건더 방송으로 활용되며 대적국(對敵國) 방송에 중점을 두다가, 1945년 패전 후 미 연합군의 명령으로 외국어 방송이 중단되었다. 이후 1952년 ‘라디오 일본’이란 이름으로 국제방송이 재개되었다. 1996년 6월에는 ‘NHK 월드라디오 일본(NHK World Radio Japan)으로 개명되었으며 2009년 현재 18개 언어로 방송되고 있다. NHK 의 국제방송 모토(motto)는 ‘세계인에게 아시아를, 아시아인에게 세계를 전해준다.’이다. 아시아의 맹주(盟主)를 자처하는 일본으로서 그 타겟(target)과 전략을 분명히 한 느낌이다.

중국은 국영방송 CCTV가 CCTV 4 채널(보통화)과 CCTV 9 채널(영어)로 24시간 제공하는 TV 국제방송을 실시하며 거의 전 세계에 방송하고 있다. 또한 2004년 7월부터 프랑스어와 스페인어를 12시간씩 방송하는 새로운 채널 서비스를 시작했다. CRI(Chinese Radio International, 중국국제라디오)에서는 43개 언어로 라디오 국제방송을 실시하고 있다. 중국의 국제방송의 목적은 대외 선전이 주 임무이며 중국 사회주의 건설의 성취를 알리며 중요한 이슈에 대해서 중국의 원칙과 입장을 나타내는 창구로서, 또 중국 문화를 해외에 알리는 채널로서 운용하고 있다.

우리 국제방송의 매체 전략적 중요성과 역할

▲ KBS월드 유튜브 홍보 영상 ⓒKBS

우리나라의 국제방송은 1953년 8월 15일에 시작 되었는데,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들 대상으로 우리의 문화, 전통, 사회적 실상을 알리기 위해 KBS에서 <자유대한의 소리; VOICE FREE OF KOREA>를 매일 15분씩 방송한 것이 효시이다. 1973년 3월 ‘라디오 코리아(Radio Korea)’로 개칭하고, 1994년 8월에는 ‘Radio Korea International’로 이름을 바꿔 현재에 이르고 있으며 10개 언어로 서비스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해외 TV 국제방송은 대표적으로 ‘KBS 월드’와 ‘아리랑 TV’가 있다. KBS월드는 공영방송의 공적 서비스 측면에서 재외 한국인 뿐 만 아니라 세계 각 지역의 현지시청자들을 염두에 두고 개국 때부터 영어자막 프로그램을 제공했고, 현재도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영어 채널로 방송되고 있으면 일본에서는 일본어, 중남미 권에서는 스페인어로 또 중화권에서는 중국어로 현지화해서 방송 되고 있다. 한류의 파이프라인(pipeline)을 자처하는 KBS월드는 지난 몇 년 동안 시청 가구 수를 급속도로 키워왔다. 2016년 현재, 세계 100개국에서 5,805만 가구가 KBS월드를 시청하고 있으며, 시청자 수는 약 2.6억 명에 달한다. 한류 열풍과 더불어 한국 콘텐츠의 경쟁력과 해외 마케팅 노력이 KBS월드의 괄목할 만한 세계 진출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 아리랑TV 홍보 영상 ⓒ아리랑TV

한편 아리랑TV는 전신인 한국국제방송교류재단에서 이름이 바뀐 재단법인 아리랑 국제방송에서 운영하며 1997년 2월에 개국하였다. 재원은 KOBACO(한국방송광고공사) 기금의 이자 수입과 방송발전기금의 지원금 그리고 광고 수입 등이다. 처음에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케이블 TV 이었으나, 1998년 8월에 해외 위성방송을 개시했다. 아리랑 국제방송은 자사의 홈페이지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100여개 국가에서 약 1억 1,285만 시청자들에게 한국 콘텐츠를 발신하고 있다고 한다. 이밖에 주로 해외 한국인에 대한 자사 프로그램 콘텐츠 판매를 꾀하는 상업적 목적으로 MBC, SBS, YTN에 의해 국제방송이 실시되고 있다. 북한도 1999년 7월부터 국영방송 조선중앙 TV가 아시아, 호주, 중동, 북아프리카, 유럽지역을 대상으로 자사 방송국의 지상파 TV프로그램을 방송하고 있다.

우리의 국제방송이 지구촌 거의 전 세계로 발신되고 있으며 또 많은 해외 현지 시청자들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뿌듯한 일이다. 그렇지만 우리의 국제방송이 어떻게 해야 세계화, 정보화, 다채널 플랫폼 시대에 맞춰 제대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우리의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해결해 나가야 하는 숙제일 수 밖에 없다. 그 핵심은 우리 국제방송이 갖는 매체 전략적 중요성과 그 역할이다.

첫째, 국제방송은 우리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고 한국 문화의 해외 진출 플랫폼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몇 개국의 예만 들었지만, 국제방송은 본질적으로 해외에 있는 수용자에게 국가 홍보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의도된 초국경(超國境) 방송이다. 그러나 글로벌화에 따른 전 지구적 단일시장이 형성됨으로써 국제방송은 단순 국가 홍보 외에도 문화 전략적 활용가치가 증대되고 있다. 즉 국가 정보의 포털(portal)로서 긍정적 국가 이미지를 형성하는 채널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 방송 채널의 이미지가 곧 국가 이미지이다. ‘BBC 월드’나 ‘NHK 월드’가 곧 영국과 일본의 이미지를 형성한다는 점을 부인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 국가의 총체적 문화 프로모션이 국제방송을 통해 효율적으로 이뤄진다. 따라서 우리의 국제방송은 경제적, 산업적, 문화적으로 우리나라의 가치를 세계에 널리 알리는 창구가 되어야 한다. 국제방송을 통해 투영되는 우리나라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는 궁극적으로 우리 문화의 해외 진출에 유용하게 작용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국제방송은 뉴스 뿐만 아니라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을 포함하여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발신한다. 콘텐츠가 중요한 이유는 콘텐츠가 한 사회의 가치의 공정과 그 결과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방송 콘텐츠는 문화와 가치관 그리고 생활양식을 분별하고 판단하는 기초를 제공한다. 그러기에 국제방송은 우리 문화가 세계와 교류하는 상시적인 장(場)이다. 한 국가의 문화, 정치와 사회의 움직임, 과학과 산업의 현황 또 그 국민들의 삶의 방식 등이 상대방 국가에 전파되며 세계 각국과의 상호 이해를 넓히고, 친선과 문화교류를 촉진한다. 이렇듯이 국제방송은 문화 전파자의 구실을 한다.

두번째는 한민족 공동체를 강화하는 중심 채널로서의 기능이다. 600여만 재외 동포의 모국프로그램에 대한 시청 욕구를 충족시키고, 유사시에는 재난 대책 등 안전 정보를 제공하야 한다. 또한 이제 해외 동포에게도 투표권이 주어지는 것에 맞추어 동포 사회의 여론 형성의 장을 제공하여야 한다. 우리의 국제방송은 민족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심어주는 창구의 역할도 한다. 아리랑TV나 KBS월드의 네트워크는 곧 한민족 네트워크이기도 하다. 민족 정체성을 유지하는 데에 국제방송은 기여하고 있으며 재외 동포들에게 소속감을 부여하는 매개가 된다. 따라서 국제방송은 해외 동포들에게 지속적으로 공동체 의식을 유지 강화하는 데에 기여한다. 그렇지만 국제방송이 해외 동포만을 대상으로 하여야 한다는 주장은 비현실적이고 비효율적이다. ‘BBC월드’나 ‘NHK월드’가 꼭 영국이나 일본의 해외 거주 동포만을 위해 방송하는가? 사실 ‘NHK월드’는 해외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NHK 월드 TV’와 해외 일본 교포들을 대상으로 하는 ‘NHK 월드 프리미엄’을 방송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그 무게 중심은 해외의 현지 외국인 일반을 대상으로 하는 NHK 월드 TV에 있어 보인다.

다음으로 국제방송은 우리 문화와 콘텐츠 그리고 한류 확산의 시발점(始發點)이 되어야 한다. 또한 마케팅의 측면에서 보자면 우리 방송 콘텐츠 프로그램의 상시(常時) 견본시장의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국제방송이다. 국가 경쟁력이라는 것은 경제적 측면에서 보자면, 해외 시장에서의 자국 콘텐츠와 상품의 마케팅 경쟁을 의미하는데, 국제방송은 우리 한류 콘텐츠 마케팅의 첨병 역할을 하는 아주 유용한 채널이다. 아울러 이제 국제방송도 미디어 환경변화에 따라 적극적으로 OTT 서비스를 비롯한 다 플랫폼 전략을 수립하여야 한다. N스크린 증대와 모바일 서비스 강화는 국제방송의 세계적인 경향이다. 다매체 멀티 플랫폼 환경에서 위성방송, 케이블, IPTV 뿐만 아니라 범용 인터넷망을 이용한 OTT 서비스를 아우르고 또 연계되는 전천후 플랫폼으로 운용되어야 하는 것이다. OTT 서비스의 등장으로 방송 콘텐츠의 유통 구조는 매체 중심에서 개별 콘텐츠 중심으로 변화했다. 국제방송도 이러한 패러다임 변화 환경에서 자유롭지 않다. 시장 경쟁의 핵심은 콘텐츠 자체의 질적 수준과 경쟁력에 의해 결정된다. 국제방송으로 발신되는 콘텐츠의 질적 수준 제고에 적극 투자하여야 하는 이유이다.

나름 이러한 준거를 가지고 우리 국제방송의 매체 전략과 미션을 달성하기 위하여, 법적, 제도적 토대를 정비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제방송의 수익구조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공영성을 기반으로 국제방송은 국가에서 지원하고 있다. NHK나 BBC의 경우 국제방송 채널을 운영하기 위한 재원은 대부분 정부의 지원금으로 충당되고 있는 것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국제 발신력과 콘텐츠 강화를 위해서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 그 핵심은 무엇보다 우리 국제방송의 경쟁력과 효율성 강화에 있다.

선진 외국의 경우에는 국책 국제방송 만큼은 원칙적으로 국비에서 운용 경비를 지출하며 통합된 체제를 갖추어 국가적인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다. 물론 방송사의 입장에서도 국제방송의 자체 수익구조 개발에도 힘써야 할 것임은 마땅한 일이다. 궁극적으로는 전 세계로 발신할 수 있는 송출료를 상회하는 콘텐츠료 수익을 담보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국제방송의 주관 방송사는 양질의 콘텐츠를 효율적으로 수급할 수 있어야 한다. 해외에서의 경쟁력 있는 콘텐츠 특히 드라마와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의 시장성이야 말로 시청 소비자의 증가와 광고방송의 확대를 가능하게 하고, 국제방송 자체 내에서도 규모의 경제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하지만 이 시스템이 제대로 가능하게끔 정책 결정 단계에서 시장 질서를 만들고 그 인프라를 지원하는 것은 정부 정책 입안의 몫이라는 것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배기형 KBS 월드사업부 PD  webmaste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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