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진, ‘MBC 녹취록’ 사적대화라 논의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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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방 벌이다 결론 없이 이사회 종결…최강욱 이사 “방문진에서 안 다루면 누가 하느냐”

‘MBC 백종문 녹취록’ 사태는 이대로 묻히는 걸까. 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 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고영주, 이하 방문진) 여당 추천 이사들이 녹취록 사태 진상규명 여부에 대해 논의한 결과 ‘사적 대화’를 방문진에서 논의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며 방문진 차원의 진상규명이 요원하게 됐다.

방문진은 18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율촌빌딩 6층 방문진 회의실에서 정기이사회를 열고 유기철, 이완기, 최강욱 이사가 제기한 ‘백종문 본부장 녹취록에 기재된 사실관계에 대한 진상규명 및 향후 방문진 조치에 관한 건’에 대한 논의를 비공개로 진행했다. 지난 1월 25일 녹취록이 처음 공개된 후 25일 만에 녹취록을 두고 논의하는 회의이다.

앞서 지난 4일 열린 정기이사회에서 여당 추천 이사들은 편향적 매체를 통해서 보도됐기에 녹취록의 진위를 알 수 없다며 ‘일단 녹취록을 입수한 뒤 논의해 보자’며 논의를 연기했고, 이에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2일 관련 자료를 전달했다. 최 의원은 “이번 사안에 대해 방문진이 올바른 의사결정을 내려 증거도 없이 직원들을 부당해고하는 등 MBC경영진의 잘못을 바로잡고 엄중한 책임을 묻게 되길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고영주) 정기이사회에 앞서 ‘MBC를 국민의 품으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MBC공대위)가 18일 오후 1시 방문진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시간끌기식’ 논의를 중단하고 실질적인 조치에 돌입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PD저널

그러나 논의는 이사회 막판 야당 추천 최강욱 이사가 사실상 퇴장을 하며 파행을 맞았고, 별다른 결론 없이 흐지부지 종료됐다.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 내내 여야 이사들은 녹취록 속 당사자인 백종문 미래전략본부장 등을 소환할지 여부를 두고 공방을 벌였다.

야당 추천 이사들에 따르면 여당 추천 이사들은 ‘사적인 자리’에서 술을 마시고 객쩍은 소리를 한 것인데 이에 방문진이 관계자들을 부르는 것은 물론 이에 대해 논의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적 대화에 대해 방문진 차원에서 나설 필요가 없으며 더욱이 당사자를 부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특히 고영주 이사장과 권혁철 이사, 이인철 이사는 해당 녹취록 사태가 방문진의 관리·감독 범위 내의 일이 아니라고 강력하게 주장하며 백종문 본부장 등을 소환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의선 이사와 김광동 이사의 경우 당사자의 입장을 들어봐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회의를 마치고 나온 여당 추천 김광동 이사는 “필요하면 추가적 논의를 하는 걸로 끝났다”며 “기본적으로는 사적인 모임에서 비공식적으로 하는 이야기를 가지고, (여당 이사들은) 불법이나 비위나 부당거래나 중대한 법적 위반 사례가 없는데 사적인,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가지고 추가적인 논의를 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사안이 아니라는 본다”고 말했다.

이어 김 이사는 “사장도 나오게 되고, 백종문 본부장도 두 번 중의 한 번은 (방문진 이사회에) 출석하는데 그때 물어봐도 충분히 소명 받을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야당 추천 최강욱 이사는 “내가 ‘초원복집 사건’이 생각난다고 말하며 사건의 본질을 놔두고 ‘도청’으로 몰아서 희석시키는 것과 똑같은데 그런 식으로 하지 마라, 그런 시대가 아니라고 했더니 그 이야기는 안 했다. 그러나 (여당 추천 이사들은) 계속 사석에서 술 먹고 한 이야기라고 했다”며 “당사자를 불러서 확인해봐야 할 거 아니냐고 했지만 술 먹고 객쩍은 소리를 한 거 확인할 게 뭐냐고 했다. 그럼 본인 이야기도 안 들어봤으면서 술 먹고 객쩍은 소리 하는 건 어떻게 확인했냐, 술을 얼마나 먹고, 어떤 상황이길래 그걸 술 먹고 헛소리 한 거라 판단한거냐 했더니 그건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최 이사가 말한 ‘초원복집 사건’이란 지난 1992년 12월 11일 정부 기관장들이 부산의 ‘초원복국’이라는 음식점에 모여 제14대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지역감정을 부추기자고 모의한 것이 도청에 의해 드러나 문제가 된 사건을 말한다.

최 이사는 “25일 어차피 MBC 임원 선임 관련 임시이사회가 열리고 안광한 사장과 백종문 본부장도 올 테니 그날 자연스럽게 물어보고 사실관계를 확인한 후 그 다음 논의해서 결정하자고 했지만 그것마저 거부하고 결국 표결에 부치자고 했다”며 “(여당 이사들은) 회사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고 했지만 (녹취록 사태를) 방문진에서 안 다루면 누가 하느냐. 회사에서 할 일이라면 그럼 사장을 불러서 회사가 어떻게 할 건지 들어봐야 할 거 아니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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