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예능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욱한PD의 촌방촌설 村放寸說] 제주방송 JIBS ‘잘잘 특공대’ 시즌3 ‘We can do’

여기 꿈 많은 한 젊은 PD가 있다. 그는 PD가 꿈이었고 또 예능 프로그램에 빠져있었다. 그의 유년기는 신동엽의 ‘러브하우스’, 이경규의 ‘양심냉장고’ 같은 공익예능 프로그램에 매혹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는 이제 공익예능의 꿈을 제주방송에서 펼치고 있다. <잘잘 특공대>라는 장수 프로그램의 PD가 되어 소원을 성취한 김민석 PD가 바로 그다. 올해로 8년째 방송을 이어오는 JIBS <잘잘 특공대>는 공익예능을 정통으로 겨냥하며 시즌3까지 이어오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누구보다 열심히 그리고 꾸준히 만들고 가꾸어왔던 이가 김민석PD이기에 그의 이야기로 글을 시작했다.

확인할 바는 없으나 공익과 예능을 결합해서 전 국민적 사랑을 받는 프로그램을 방송에 정착시킨 나라는 우리나라를 제외하고 드물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공익예능은 한국적인 특수성이 가미된 장르이다. 흔히들 공익은 보도 혹은 교양의 전유물로 인식되어 왔다. 적어도 김영희 PD라는 걸출한 공익예능의 개척자가 나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쇼와 코미디 그리고 시트콤 등의 장르에서 웃음을 찾아다니던 예능PD들이 어느 날 갑자기 대한민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고 주목받는 프로그램의 PD가 되어있으리라고 그 이전에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 JIBS <잘잘 특공대> 시즌3 ‘맛있는 제주 만들기’는 지역의 영세 식당을 지역의 명소 식당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두 팔을 걷고 나서는 프로그램이라고 요약할 수 있겠다 ⓒJIBS

이런 공익예능을 정착시킨 주인공이 김영희 PD라면 공익예능의 토대를 제공했던 프로그램은 MBC의 <일요일 일요일밤에>이다. <일밤>속에서 ‘러브하우스’도 ‘양심냉장고’도 꽃을 피웠다. 그 전통과 노하우는 <느낌표>의 ‘기적의 도서관’에 이르러 절정을 맞으면서 내리막을 걸었다고 공익예능의 초기 역사를 거칠게 요약할 수 있겠다.

그런데 사라진 줄 알았던 공익예능이 제주도에서 새로운 역사를 열어가고 있다는 사실은 반갑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다. JIBS의 <잘잘 특공대>는 시즌3까지 이어오면서 공익예능을 향한 뚝심을 발휘하고 있고 그 성과와 반향도 크다. 2008년 첫 방송을 시작한 <잘잘 특공대>는 시즌1에서 전통시장 살리기 프로젝트로 첫 발을 내딛는다. 이어진 시즌2에서는 지역사회를 위해 헌신하는 단체를 찾아서 소개하는 내용을 담다가 시즌3에 와서는 ‘맛있는 제주 만들기’라는 생활 밀착형 공익 방송으로 변신을 이어오고 있다.

시즌3 ‘맛있는 제주 만들기’는 지역의 영세 식당을 지역의 명소 식당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두 팔을 걷고 나서는 프로그램이라고 요약할 수 있겠다. 김민석 PD가 직접 설명하는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 이해하기 쉬울 것 같아서 소개한다.

“‘제주는 어디가 맛 집이니? 제주사람들만 가는 곳 좀 추천 좀 해줘’라고 지인들이 물어올 때면 늘 골똘히 생각하게 됩니다. 이미 맛 집으로 소문난 곳은 블로그를 통해 알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제주는 소위 말하는 대박 맛 집에 비해 영세한 식당이 훨씬 더 많습니다.

그것이 시내지역이 아닌 읍 면지역으로 가게 된다면 그 차이는 생각보다 크죠. 대박 맛 집 옆에 파리만 날리는 식당을 보세요. 얼마나 안타깝습니까.

이렇게 영세하고 어려운 식당을 도와서 제대로 된 레시피도 알려주고 깨끗한 환경을 가진 식당으로 만들어 제주도민은 물론 관광객이 찾는 진짜 맛 집을 만들어보자는 취지에 ‘신라 호텔리어’들의 재능기부 프로젝트가 진행되었습니다.”

‘맛있는 제주 만들기’ 프로젝트는 단순히 레시피를 알려주고 새로운 메뉴를 제안하는데 그치지 않고 제주신라호텔의 셰프와 서비스 담당자들이 총출동해서 식당을 전면 리모델링 공사까지 하면서 변화시키는 단계까지 이어진다. 그야말로 한 식당과 한 가정이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는 경지까지 나아가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부터 프로그램은 공익을 넘어서서 실용과 휴먼의 영역까지 넘보게 된다. 불시에 찾아온 제작진과 MC들 앞에서 눈물을 보이는 출연자들의 딱한 사연은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연민을 일으킨다. 아울러서 프로그램 출연 이후 변화된 매출액을 확인하며 기뻐하는 모습에선 희망의 감동이 전해진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에 공익예능이라는 호칭보다 생활예능이라는 명칭을 헌사하고 싶어진다.

▲ <잘잘 특공대> 시즌3는 ‘맛있는 제주 만들기’ 13호점 개점을 눈앞에 두고 있다. 2014년 새해 벽두부터 시작된 프로젝트는 쉬지 않고 달리면서 그 여정을 이어오고 있다. ⓒJIBS

<잘잘 특공대> 시즌3는 ‘맛있는 제주 만들기’ 13호점 개점을 눈앞에 두고 있다. 2014년 새해 벽두부터 시작된 프로젝트는 쉬지 않고 달리면서 그 여정을 이어오고 있다. 2달에 하나 꼴로 가게를 개점하는 벅찬 일정을 2년 넘게 소화해 오고 있는 것이다. 이 하나의 가게가 탄생하기까지 거쳐야하는 과정도 만만치 않다. 이런 빽빽한 일정과 그 속에 녹아든 김민석PD의 열정을 그의 이야기 속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업소 선정은 사연자의 직접 신청, 지역주민추천, 한국외식업중앙회 제주지부 등의 의견을 수렴해서 ‘제주특별자치도, 신라호텔, JIBS 제작진’으로 구성된 선정위원회가 최종 후보지를 답사하고 업소 사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의견을 수렴한 후 최종업소로 선정하게 됩니다. (☞업소 선정에는 기준이 있습니다. 20평 이내 규모의 식당, 하루매출이 매우 저조한 소득자 등등)

이렇게 최종적으로 식당이 선정되면 업소에 통보를 하게 되고 그다음 촬영을 진행하게 됩니다. 보통 첫 촬영 후 한 달간 식당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되기 때문에 재개장식전까지 식당 주인과 호텔리어들과 함께 새로운 소재를 매주 1회 구성해 촬영을 진행하게 되죠. 식당선정은 어떻게 되었는지, 왜 이곳이 선정 되었는지, 식당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어떻게 메뉴가 만들어지는지 등을 짚어보고 특급호텔 셰프들이 신메뉴를 개발하고 노력하는 과정을 ‘잘잘 특공대’가 좌충우돌 유쾌하게 방송으로 포장에 보여주죠. <잘잘 특공대> ‘맛있는 제주 만들기’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때로는 부담감이 많은 것도 사실이네요“

말로만 들어도 정신없이 바쁜 이 일정을 김민석PD는 혼자의 힘으로 이끌어가며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다. 예능PD를 꿈꾸었던 뜨거운 열정이 없었다면 버티기 힘든 작업일 것이다. <잘잘 특공대>는 내용에 있어서는 공익을 표방하지만, 그 형식은 예능의 문법과 스타일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이 말은 촬영과 편집 그리고 후반 작업에 많은 손길이 필수적으로 따라야 한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다. PD는 1인 제작 시스템이지만 딸린 식구는 대가족이다. 교양물이라면 카메라 한 두 대로 프로그램을 이끌어 나갈 수 있겠지만 예능물을 선언한 이상 중앙의 방송 눈높이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카메라감독 3명 외에도 다양한 카메라 장비들이 동원되는 건 필수적이다. 헬리캠과 고프로 등을 합치면 7대에 육박하는 촬영장비들이 동원된다.

이 많은 촬영 영상들은 김PD의 손을 거치면서 3일 동안의 밤샘 종편 작업으로 이어진다. 여기에 음악을 직접 고르고 입히는 일도 그의 몫으로 남는다. 그렇게 탄생하는 <잘잘 특공대>의 화면은 서울의 예능 프로그램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빠른 호흡과 재밌는 구성으로 채워진다. 김민석 PD가 직접 전하는 후반 작업의 각오는 같은 처지에 있는 지역PD들이라면 누구나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야기일 것이다.
“아시다시피 요즘 시청자들은 정말 눈이 높아요. 높은 퀄리티의 방송에 눈이 맞춰진 시청자들에게 어설픈 편집과 효과는 오히려 채널을 돌리게 하는 요인이 되죠. 그러다 보니 서울 공중파 방송처럼은 힘들어도 어느 정도 노력은 했구나 하고 생각할 정도로 CG나 음악작업, 자막 등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보통 3일 밤샘 작업 후 종편을 하고나면 촬영이 또 기다리고 있습니다. 매주 진행자들과 구성회의를 하고 소품도 직접 챙겨야합니다 그리고 장소 헌팅까지 다녀와야 하니 몸이 2개라도 모자라네요.”

▲ 제주신라호텔의 총주방장을 위시한 가족 같은 호텔리어들도 JIBS <잘잘 특공대>의 든든한 기둥이 되고 있다. ⓒJIBS

이런 살인적인 여건 속에서도 그에게 힘이 되는 이들은 장성규 아나운서를 비롯한 3인의 든든한 진행자들이다. 방송을 통해 나타나는 그들의 에너지와 입담은 프로그램에 완벽히 동화된 경지를 보여준다. 여기에 더해 제주신라호텔의 총주방장을 위시한 가족 같은 호텔리어들도 프로그램의 든든한 기둥이 되고 있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큰 힘이 되는 것은 지역민과 지역사회의 반향일 것이다. 김PD가 체감하는 반향은 어느 정도일까?

“‘맛있는 제주 만들기’를 처음 기획할 때는 개인적으로 10호점 까지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13호점이 곧 재개장식을 앞둔 지금까지 이렇게 제주지역에 큰 반향을 일으킬 거라고는 저희 제작진도 신라호텔 관계자분들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죠. 보통 하루매출 5만원에서 10만원인 영세 업소들이 ‘맛있는 제주 만들기 ’재개장식 후에는 평균 50만원이 넘는 집으로 거듭나고 있는 모습을 보면 뿌듯합니다.

더 기쁜 것은 1호점부터 12호점 업소 분들 모두 정기적인 모임과 그동안 받은 사랑을 어려운 이웃에게 돌려드리는 나눔과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방송 후에는 서로가 정도 쌓이게 되고 마치 가족처럼 지내게 되더라고요. 우리는 말합니다. ‘맛있는 제주 만들기’는 ‘가족’이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이 있다. PD들은 고생 끝에 시청률과 반향이 오길 바란다. <잘잘 특공대>는 이런 면에서 축복 받은 방송이 될 것이다. 수심 가득했던 출연자들의 얼굴이 모두 웃는 얼굴로 바뀌고 지역 사회의 먹거리도 새롭게 바뀌는 보람을 느낄 수 있다는 건 분명 <잘잘 특공대>가 가지는 미덕이자 강점이다.

‘사람들이 잘 모이고 음식도 잘 팔자’는 의미에서 ‘잘잘’ 특공대라는 이름이 생겼다고 하지만 나는 ‘잘잘’에서 ‘재잘’거림을 듣는다. 지역민들의 소박한 이야기가 재잘대고, 제작진들의 즐거운 입담이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잘잘’ 속에는 ‘자잘’한 것까지 보듬고 챙기는 제주의 따뜻한 마음씨까지 전해진다.

봄이다. <잘잘 특공대>의 봄이 제주의 유채꽃처럼 노랗게 피어나길 기원한다.

*필자 김욱한 PD는 포항MBC 편성제작센터장이면서 PD연합회 대구경북지부장을 역임하고 있다. 술과 썸타면서 방송과 연애하고 있고 책과 밀당 중이다. '변방에서 낮게 나는 부엉이'라는 황당한 닉네임을 스스로 즐겨 사용하고 있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