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측성 보도’에 ‘취재 윤리’ 위반 경징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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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의 On Air] ‘새정치민주연합 탈당 예상 리스트’ 보도한 채널A·TV조선 ‘행정지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는 24일 방송심의소위원회(이하 방송소위)를 열고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탈당 예상 리스트’라며 의원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소속 의원 21명의 탈당이 예상된다고 보도한 채널A <채널A 종합뉴스>(2015년 12월 2일 방송), 채널A <굿모닝 A>(2015년 12월 3일 방송), TV조선 <엄성섭, 정혜전의 뉴스를 쏘다>(2015년 12월 3일 방송)에 대한 심의를 진행한 결과 해당 방송이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14조(객관성)를 위반했다고 판단해 행정지도인 ‘권고’를 결정했다.

각 방송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 내 비주류 진영이 작성했다는 이른바 ‘탈당 예상 의원 리스트’를 보여주면서 21명의 새정치연합 의원의 실명을 거론하며 탈당이 예상된다고 보도 및 대담을 나눴고, 이에 대해 사실 관계에 대한 확인 없이 보도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일시: 2016년 2월 24일 오후 3시 30분

■참석자: 방송심의소위원회 소속 위원 3인(김성묵 부위원장(소위원장), 하남신·함귀용 위원) *참고: 야당 측 위원 2인 불참. 방송소위 전원은 5인.

■관전 포인트
① 뉴스는 보통 ‘팩트’(사실)을 다룬다고 한다. 뉴스의 생명은 객관성이다. 그런 뉴스에서 ‘추측성 보도’를 할 수 있는 걸까?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출처불명의 ‘추측성’ 보도 말이다.

② 출처불명의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추측성 보도’를 한 종편의 ‘취재 윤리’까지 거론됐다. ‘보도 프로그램’의 금기를 건드렸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이처럼 ‘취재 윤리’를 위반한 프로그램에 대한 징계로 행정지도는 적절했는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과거 ‘객관성’ 조항 위반으로 중징계를 받은 사례를 봤을 때 말이다.

③ 보도의 객관성, 취재 윤리. 어떤 프로그램에는 엄격하게 적용되고, 어떤 프로그램에는 다소 가볍게 적용되는 것. 가장 낮은 단계인 ‘의견제시’ 다음인 ‘권고’도 높다는 시각. ‘이중 잣대’ 논란이 나오는 이유 아닐까.

■위반 조항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14조(객관성): 방송은 사실을 정확하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다루어야 하며, 불명확한 내용을 사실인 것으로 방송하여 시청자를 혼동케 하여서는 아니 된다.

■참고
① ‘탈당 리스트’에 대한 최초 보도인 채널A(2015년 12월 2일 <종합뉴스>) 방송이 나간 다음날인 지난해 12월 3일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은 브리핑을 통해 “근거 없는 보도를 통해 허위사실을 유포해 당내 분란을 조장하고 우리당의 명예를 실추시키고자 한 데 대해서 매우 강한 항의의 뜻을 표명한다”며 <채널A>에 대해 공개 사과와 책임자 문책, 재발 방지 약속을 요구한 바 있다.

② 이날 방송소위에는 야당 추천 위원(장낙인 상임위원, 윤훈열 위원)이 빠진 채 여당 추천 위원 3인만으로 회의가 진행됐다. 장낙인 상임위원과 윤훈열 위원은 각각 지난 1월 20일과 2월 17일 TV조선 등 종합편성채널 프로그램 심의에 대한 여당 추천 위원들의 심의 공정성 문제, 이른바 ‘이중 잣대 심의’에 대한 항의로 퇴장한 후 회의에 불참하고 있다. 윤훈열 위원이 “이런 방송소위를 지속해야 하는지 존재론적 회의를 느낀다”고 말하며 퇴장한 안건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당시 방송소위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에 대해 “종북 숙주”라고 표현한 출연자의 발언을 그대로 내보낸 방송(2015년 8월 10일 방송) △비무장지대(DMZ)에서 발생한 북한의 지뢰 매설 사건 엠바고를 파기한 김광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대해 “가증스럽다” 등의 표현을 사용한 방송(2015년 8월 12일 방송)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대법원으로부터 실형을 선고받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대한 소식을 전하는 과정에서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엮는 뉘앙스의 발언을 한 출연자 발언을 내보낸 방송(2015년 8월 20일 방송) 등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 세 건에 대해 심의했다.

해당 안건에 대해 여권 추천 위원들은 방송 속 발언들이 표현상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토론자들이 저마다 자신의 주의와 주장, 가치관에 대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방송의 품격(방송심의규정 제27조(품위유지) 5호) 측면에선 문제가 있지만 공정성이나 객관성 위반은 아니라는 의견이 다수였다.

③ 방심위가 ‘이중 잣대’ 비판을 받은 심의 중 다음과 같은 사례가 있다. 방심위는 지난 2014년 10월 2일 전체회의를 열어 <걸어서 세계속으로>(2014년 8월 9일 방송)가 로마와 바티칸 시국의 유적지와 문화유산 등을 취재하며 바티칸 관계자, 시민 등과 인터뷰하는 장면을 방송하는 과정에서 실제 이름 대신 지오르지오 키엘리니, 잔루이지 부폰 등 유명 축구선수의 이름으로 고지한 것은 방송심의규정 제14조(객관성) 위반이라고 지적하며 법정제재인 ‘주의’(벌점 1점) 처분을 결정했다.

그러나 방심위는 그해 9월 24일 방송소위에서 영화 <아이언맨>의 주연배우인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관련해 거짓 내용을 방송한 MBC <신비한 TV 서프라이즈>(2014년 8월 24일 방송)에 대해 행정지도성 조치인 ‘권고’를 의결했다. 앞서 <서프라이즈>는 그해 3월 2일 방송에서 영화 <다크나이트>의 배우 히스레저의 사인이 약물오용에 따른 사고사임에도 자살이라고 전해 방심위로부터 행정지도성 조치인 ‘의견제시’ 처분을 받은 바 있다.

같은 유형의, 그것도 반복해서 잘못을 한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행정지도성 조치에 그친 방심위가 <걸어서 세계속으로>에 대해서는 중징계를 한 것을 두고 방심위 내부에서조차 ‘형평성’ 논란이 제기됐다.

④ 보도의 객관성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 경우도 있다.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과 관련해 <뉴욕타임스> 사설을 인용 보도하는 과정에서 날짜를 잘못 표기한 JTBC <뉴스룸>(2015년 10월 14일 방송)은 방송심의규정 제14조(객관성)를 위반했다며 법정제재인 ‘주의’(벌점 1점)를 받았다. ‘날짜 오기’에 ‘의도성’이 보인다는 이유였다.

▲ TV조선 <엄성섭, 정혜전의 뉴스를 쏘다>(2015년 12월 3일 방송) 중. ⓒ화면캡처

■ 심의 On Air
함귀용 위원: 탈당 예상 리스트 출처가 어디인가?

방심위 사무처: 방송에서는 비주류 진영이 작성했다고 고지하고 있다. 또, ‘비주류 내에서 분석한 내용인’이라는 자막이 같이 표시됐다.

하남신 위원: 내가 뉴스 프로그램을 보고 느낀 것은 방송에서의 금기 사항이 있다는 거다. 우리가 흔히 하는 이야기지만, ‘증권가 루머’라는 게 있다. 여의도 증권가 루머, 황당무계한 (내용의 루머). 증권가 루머지에 떴다고 해서 기사를 쓰나? 근거 없는 낭설을 보도한다는 건, 뉴스의 정보가 아니고, ‘살생부’ 이런 게 한 두 번 떠돌아다니나? 이슈가 날 때마다 틈만 나면 시도 때도 없이, 출처불명의 (것들이) 난무한다.

이런 것들을 설사, 지금 이건, 예를 들어서, 공천 탈락 예상자들, 비주류가 작성했건, 아무도 믿을 수도 없고, 확인도 안 된다. 어떻게 확인하나? 이 리스트에, 실명으로, 이런 괴문서가, 블랙리스트가 야당 주변에서 돌아다니고 있다는 건 보도할 수 있다. 그건 팩트니까. 그러나 거기 딸려 있는 구체적인 실명까지, 출처도 불투명한 것들을 직접 다룬 것은, 이건 방송의, 최소 보도 프로그램의 금기를 건드린 거다. 아무리 프로그램에서 손님을 끌려고 한다지만. 이른바 종편의 막말 토론, 막장 토론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문제가 있다.

김성묵 부위원장: (제재)수위를 말해 달라.

하남신 위원: 다른 분들 말씀을 들어보고 말하겠다.

함귀용 위원: 처음 여기 올 때는, 안건을 보고 왔을 때는 하 위원과 생각이 달랐는데 하 위원님 말씀을 듣고 보니 그 말도 상당히 일리가 있는 것 같다. 당시 12월 초에 구 새정치연합에서 안철수 의원이 나오면서 과연 얼마만치 탈당할 것이냐. 특히 비주류 중심으로 해서 탈당 예상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각 언론매체를 통해 다 보도가 됐다. 제일 먼저 한 게 아마 채널A 12월 2일 저녁 뉴스일 것이다. 동교동계 쪽에서 자기들끼리 만든 리스트를 입수해서 보도한 거 같은데, 이건 당시에는, 지금 뭐, 하 위원님 말대로 ‘카더라’에 입각한, 신빙성 없는 리스트를 방송에서 그대로 한 점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다만 그런데, 당시 이게 누가 탈당할 것이냐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국민들에게도. 리스트가 없었더라도, 제가 자주 보지는 않지만 JTBC 정치국 각 반장들이 나와서 하루에 있었던 일에 대해 자기들이 취재한 점, 앞으로 정국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것인지 자기 나름 판단해서 이야기하는 게 있다. 이름을 못 박아서 했다는 건 문제가 있다고 보고, 그냥 멘트로 누구누구가 예상된다든가, 비주류계에서 이런 류의 리스트가 돌고 있다는 정도의 언급을 했으면 문제가 없었을 사안인데, 증권가 찌라시인지 누가 작성한 건지 알 수 없는 문건을 그대로 이름 석 자 박아서 했다는 건 문제 있다고 보인다. 그렇다고 당시 12월 초 상황에서 이런 내용을 보도한 거에 대해 법정제재할 거까지는 없고, ‘권고’ 의견 내겠다.

하남신 위원: 야당 출입 기자가 이 사람 저 사람 만나고, 소위 ‘탈당설’이 나도는 의원과 면담도 하고 취재도 하고, 당의 분위기 등 여러 가지 판단해서 기자가 예상하고 판단하고 발로 뛰어 취재한 결과를 보도할 수는 있다고 본다. 선상에 오르내리고 있다, 거명되고 있다고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개각 때 기자가 취재해서 하마평에 대해 보도할 수는 있다. 다만, 출처불명의 리스트에 근거해서 기사를 쓰는 건 안 된다는 거다. 취재 윤리상. 그런 생각이다. 그래서 야당 분당되고 할 때, 이런 것들이 취재 기자들의 기본자세로서 지적해주고 싶은 마음에서 말한 거다. 다만 정가의 상황, 야당 분위기로 봤을 때 탈당을 누가 할 것인가에 대해 내 생각에는 일반인들은 관심이 없다. 다만 정치인과 주변인들은 관심이 많겠죠. 어쨌든 야당에 대한 주된 관심사안을 다룰 필요성은 있다고 본다.

그러나 취재의 기본을 지켰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장황설을 늘어놨다. 당시 정치상황과 시청자들의 욕구까지 감안하다면 저도 함 위원님의 의견을 반영해서 ‘권고’ 의견을 내겠다.

방심위 사무처: 54호(TV조선 <엄성섭, 정혜전의 뉴스를 쏘다>)의 경우에는 리스트에 신빙성이 있는 거냐 라고 해서 단정 짓지 않고 방송했다.

하남신 위원: 그럼 방송하지 말았어야지. 손님 끌자는 건데.

김성묵 부위원장: 그런데 이거 문제없는 거 아닌가?

하남신 위원: 취재 윤리에서 문제 있다고 본다.

김성묵 부위원장: 이거는, 추측성 기사는 할 수 있는 거예요.

하남신 위원: 추측성 기사는 우리가 경계해야죠.

김성묵 부위원장: 몇 명 정도가 탈당할 것이다 예상 못하게 하면.

하남신 위원: 자기가 취재해서 자기가 판단해서는 쓸 수 있죠.

김성묵 부위원장: 다만 실명들이 거론됐는데, 탈당 안 한 사람도 있다. 여기에는 조금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의견제시’(행정지도) 정도로 해서 합의를 하든지, 권고까지 가야 하나요?

함귀용 위원: 53호(채널A <굿모닝A>), 54호(TV조선 <엄성섭, 정혜전의 뉴스를 쏘다>)는 52호랑(채널A <종합뉴스>)은 차이가 있다.

김성묵 부위원장: 52호는 권고로 하고.

하남신 위원: 그렇게 차이가 느껴졌어요? 난 별로.

함귀용 위원: 사무처 판단은 어떤가?

방심위 사무처: 52호는 최초보도이고, 53호, 54호는 받아서 (보도했다).

하남신 위원: 무비판적으로 받은 것도 문제 아닌가? 출처가 불확실한 이야기를 왜 하는가.

김성묵 부위원장: 그럼 온도차를 두고 갈까요?

하남신 위원: 그냥 가시죠. 권고로. 그런데 이건 취재윤리의 문제다.

김성묵 부위원장: 100% 동의하지는 않지만, 셋 다 권고로.

∴최종 제재수위는 행정지도인 ‘권고’로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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