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MBC노조 “지역자율성 훼손, 상임이사제 폐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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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 통폐합 수순 의혹 제기…“독립 경영 훼손 우려”

지역MBC 주주총회가 오는 3월 2일과 3일 양일간 예정돼 있는 가운데 언론노조 MBC본부 18개 지역 지부(이하 지역MBC 노조)는 지역MBC에 대한 상임이사제 폐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지역MBC 노조는 이번 계획이 지역MBC 광역화 및 통폐합을 위한 수순이라는 의혹을 제기하며, 결국 지역 자율성이 훼손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지역MBC 노조는 25일 낮 12시 30분 서울 여의도 율촌빌딩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고영주, 이하 방문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역MBC 지배구조 개혁을 전제하지 않은 상임이사 선임 확대는 자율경영 보장 방안이 될 수 없다”며 방문진에 상임이사제 철회를 촉구했다.

▲ 언론노조 MBC본부 18개 지역지부가 25일 낮 12시 30분 서울 여의도 율촌빌딩 방송문화진흥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역MBC 지배구조 개혁을 전제하지 않은 상임이사 선임 확대는 자율경영 보장 방안이 될 수 없다”며 상임이사제 폐지와 겸임사장 임명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PD저널

MBC, 상임이사 추가 계획…지역MBC 구성원, ‘지역 자율성’ 훼손 우려

지역MBC 노조에 따르면 지역MBC 대주주인 서울MBC(사장 안광한)는 오는 3월 2일부터 3일까지 예정돼 있는 지역MBC 주주총회에서 일부 광역사를 대상으로 상임이사제를 확대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지역MBC 중 경남, 부산, 강원영동 3개사만이 상임이사를 두고 있고, 나머지 15개사는 대표이사 1인만이 존재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MBC는 대구-포항-안동에 상임이사 1명, 광주-여수-목포에 또 다른 상임이사 1명 등 총 두 명의 상임이사를 늘릴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3개 권역을 동시에 관리하는 이른바 ‘공동상임이사제’라 할 수 있다.

문제는 두 권역 중 대구MBC와 광주MBC는 각각 자사 출신 사장이 경영 중인 곳이다. MBC는 여기에 ‘공동상임이사제’라는 형태로 서울 출신 상임이사를 두겠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지역MBC 구성원들 사이에서는 자사 출신 사장이 있는 지역MBC를 ‘관리・감독’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당초 MBC는 지난해 지역MBC의 자율경영을 이유로 오는 2017년까지 18개 지역MBC에 상임이사를 둔다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지역MBC 통제”라고 주장하는 지역MBC 구성원들의 반발에 부딪혀 한 차례 무산된 바 있다. 지난해 MBC는 대구MBC와 광주MBC에 상임이사를 선임하려 했으나 안광한 사장이 이를 철회했다.

MBC는 상임이사제가 지역을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MBC는 지난해 2월 25일 낸 공식입장에서 “지역MBC에 상근하는 상임이사를 선임하게 되면 지역 사회와 지역MBC 구성원들과의 충분한 소통을 통해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지역MBC의 경영 위기를 타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지역MBC 상임이사 선임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MBC 재허가 조건으로 제시한 ‘지역MBC 독립경영’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2013년 방송통신위원회가 지상파방송사업자 재허가 의결 과정에서 MBC의 재허가 조건으로 ‘지역MBC의 독립적인 경영과 의사결정을 위한 제도 개선 방안 마련 및 이행’을 요구한 바 있다. 지역MBC 구성원들은 상임이사제는 이 같은 방통위 권고사항에도 맞지 않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지역MBC 구성원들은 이번에도 역시 상임이사제 확대는 지역MBC 자율경영 보장이라는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반발하고 있다.

지역MBC 상임이사 확대 방안이 방통위의 MBC 재허가 조건으로 요구한 ‘지역MBC 자율경영 이행방안’에 대한 해법으로 마련한 것이라고 서울MBC는 주장하고 있지만 지역MBC 구성원들은 오히려 지역 자율경영을 훼손할 것이라는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지역MBC 노조는 “대부분 지역MBC 이사회를 서울 임원 출신 이사가 장악하고 있는 만큼, 지역MBC 지배구조 개혁을 전제하지 않은 상태에서 지역 출신의 상임이사를 1명 선임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상무이사제도가 시행되고 있는 지역MBC 구성원들이 해당 제도의 필요성에 대해 갖는 인식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 부산, 경남, 강릉-삼척MBC 노조 조합원을 대상으로 이번달 상무이사제도에 대한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 응답자 146명(총 조합원 190명) 가운데 83%가 ‘필요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그러 그렇다’고 답한 응답자는 12%, ‘필요하다’고 답한 응답자는 4%, ‘매우 필요하다’고 답한 응답자는 1%로 조사됐다.

응답자들은 상무이사제도 시행으로 인한 비용증가에 따른 경영상 부담은 물론 지역사 자율성이 없는 상황에서 상무이사제도 자체가 불필요하다고 상무제 반대 이유를 밝혔다.

한 지역MBC의 관계자는 “상무이사제의 취지는 원래 서울 출신의 지역사 사장이 있는 지역MBC에 지역 출신 상무이사를 둔다는 것인데, 이번에는 자사 출신 사장이 있는 곳에 서울 출신 상무이사를 내려 보내겠다고 하고 있다. 이는 ‘지역 자율 경영’을 강조한 방통위 권고에 위배된다”며 “결국 지역MBC를 관리・감독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공동상임이사제, ‘지역MBC 통폐합’ 위한 수순 의혹 제기

▲ 지난 2011년 8월 8일 방송통신위원회의 진주·창원MBC 통폐합 허가 결정 소식에 정대균 당시 진주MBC 노조위원장이 한 조합원을 껴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언론노조

지역MBC 구성원들은 이번에 MBC가 다시금 상임이사제를 추진하는 배경에는 지역MBC 광역화 및 통폐합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당장 공동이사제 시행 예정 권역으로 지목된 광주-목포-여수와 대구-포항-안동은 광역화에 대한 논의가 오고가는 지역이다.

지난 2014년 1월 15일 광주·목포·여수MBC 3사는 “급변하는 방송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3사가 광역화를 추진하기로 하고 광역추진단 구성에 합의했다”고 자사 언론 보도를 통해 공식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당시 3사는 광주에서 5차 광역화 실무협의회를 열어 광역화 논의 운영규칙을 제정하는 등 광역화 추진단을 구성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도건협 대구MBC 지부장은 “작년에 지역 출신 사장이 있는 대구, 광주MBC에 서울 출신 상무이사를 내려 보내겠다고 했다. 이 자리 있는 많은 지부장과 같이 막아냈는데, 1년이 지난 지금 똑같은 일을 저지르겠다고 한다”며 “지역 출신 사장이 있는 곳에 서울 출신 상무를 보내겠다는 것은 서울 임원에게 자리 하나 더 만들어주겠다는 거 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서울 출신 상무가 지역에 내려와서 뭘 하겠나. 감독관이 될 거고, 또 다시 무리하게 지역MBC 통폐합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 지부장은 “방문진 고영주 이사장에게 말하고 싶다. 말 안 듣는 서울 경영진을, 말 안 들으면 그냥 놔둬도 되나? 잘못된 행동 바로잡아야 한다”며 “서울 경영진의 폭거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MBC 노조는 “구성원들의 동의가 없는 일방통행식 광역화 추진이 얼마나 큰 상처를 남길 수 있는가 하는 것은 MBC경남의 사례에서 이미 증명이 됐다”고 말했다.

지난 2011년 진주·창원MBC 강제 통폐합을 통해 MBC경남이 출범하는 과정에서 사측은 통폐합에 반대한 진주MBC 소속 직원 13명에게 해고 등 중징계를 조치하는 등 통폐합 과정은 물론 통폐합 후에도 후폭풍을 겪은 바 있다.

지역MBC 노조는 “서울MBC가 진정으로 지역MBC의 자율경영을 보장할 뜻이 있다면 ‘지침’이라는 이름으로 지역MBC의 경영에 하나부터 열까지 속속들이 간섭하는 관행부터 중단해야 한다”며 “또 실질적인 독립 경영을 보장하기 위해서 서울MBC 사장이 서울 출신 임원을 지역MBC 사장에 낙하산으로 내려보는 기존 방식 대신, 지역MBC 사장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공개적이고 투명한 절차로 사장을 선임하도록 사장 선임제도를 개선하고, 지역 출신 사장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역MBC 노조는 지역MBC 대표이사가 실질적인 권한을 갖고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정관을 개정할 것도 요구하며 “방송문화진흥회가 서울MBC의 대주주로서 방통위의 요구를 제대로 이행하고, 지역MBC의 독립적인 경영을 보장하도록 감독할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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