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기자 징계에 내부 ‘부글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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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능협회 줄줄이 성명 발표…“내부 비판에 ‘재갈 물리기’”

편파 논란이 불거진 자사 보도의 경위를 파악했다는 이유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언론노조 KBS본부(위원장 성재호, 이하 KBS본부) 산하 공정방송추진위원회(이하 공방위) 간사와 KBS기자협회 공정방송국장이 각각 감봉 6개월과 견책 처분을 받은 가운데 내부에서는 사측의 징계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 지난 2015년 11월 14일 KBS 메인뉴스 <뉴스9>를 통해 보도된 '민중총궐기 집회 교통체증-수험생 발 동동' 리포트. ⓒ화면캡처

편파 논란 보도 경위 취재한 기자에 감봉 6개월·견책 조치

KBS(사장 고대영)는 지난 23일 인사위원회를 열고 A 기자와 B 기자가 취업규칙 제4조(성실) 및 제5조(품위유지)에 위배된 것으로 인사규정 제55조(징계) 제1호(법령등위반) 및 제3호(공사명예훼손 및 품위오손)를 위반했다며 이 같이 결정했다.

A, B 기자는 각각 단체협약과 편성규약 상 보장된 공정방송 활동을 수행하기 위해 편파 논란이 제기된 지난 2015년 11월 14일 KBS 메인뉴스 <뉴스9>를 통해 보도된 '민중총궐기 집회 교통체증-수험생 발 동동' 리포트와 지난 1월 20일 보도된 KBS <뉴스9> 중계차 연결 코너 <청년 대한민국 현장을 가다, 대륙 전역 배송> 리포트를 보도한 기자에게 보도 경위 등을 취재했다. 두 기자는 모두 인사위 재심을 청구할 계획이다.

KBS 인력관리실은 25일 오전 사내 인트라넷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이번 징계는 객관적인 입증자료와 관련자의 출석・진술을 바탕으로 이뤄진 징계임을 설명했다. 인력관리실은 A, B 기자의 보도 경위 취재는 의견제시를 넘어선 ‘압력 및 간섭’ 수준이었으며, ‘방송의 공정성’을 이유로 단체협약과 편성규약 상 공식절차를 거치지 않고 해당 기자가 소속한 단체의 이익을 위해 보도를 막으려 했다고 징계 경위를 밝혔다.  

그러나 기자들에 대한 1차 징계 결과가 확정되자 KBS 내부에서는 정당한 활동에 대한 사측의 부당한 징계라며 반발하고 있다. 또한 내부에서는 이번 징계를 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 지난 1월 20일 보도된 KBS <뉴스9> 중계차 연결 코너 <청년 대한민국 현장을 가다, 대륙 전역 배송> ⓒ화면캡처

KBS 기자협회 “내부 합리적 비판마저 듣지 않고 공정한 언론이라 하는가”

KBS기자협회(협회장 이병도)는 25일 성명을 내고 오히려 사측이 단체협약 상 명시된 절차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징계를 밀어붙인 것이라고 반박했다.

편성규약에 따르면 편성위원회는 제작 자율성 침해 행위에 대해 출석위원 과반수이상의 찬성으로 시정을 요구하거나 재발방지를 촉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 사안이 심각할 경우에는 전체 편성위원회인 공정방송위원회에 상정한다고 정하고 있다. 단체협약 역시 공정방송위원회가 공정방송 정신에 반하는 행위를 한 자에 대해 징계를 하도록 절차를 규정하고 있는데 사측은 이 두 가지를 모두 무시했다는 것이다.

KBS기자협회는 “무엇보다 우리는 이번 징계를 KBS가 언론사임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라고 규정한다. 기자란 무엇인가? 묻고 따지는 것이다. 모든 사안에 대해 물을 권리가 있다. KBS뉴스가 소수 간부들의 전유물인가”라고 지적하며 “KBS 기자라면 누구나 KBS뉴스에 대해 물을 권리가 있다. 이같은 권리를 ‘부당한 개입’으로 몰아 내부의 합리적 비판마저 듣지 않아놓고 어떻게 감히 공정한 언론이라고 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KBS기자협회는 “침묵하는 조직에는 미래가 없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하는 사실이다. 그런 뜻에서 이번 사안을 보는 관점이 다른 이들조차도 이번 징계는 잘못됐다고 지적한다”며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회사의 잘못을 솔직히 시인하고 징계를 철회하라. 그것만이 KBS뉴스를 공정하게 만드는 길이고 KBS를 살리는 길”이라고 말했다.

▲ A 전 공정방송추진위원회 간사와 B 기자협회 공정방송국장에 대한 1차 인사위원회가 열린 지난 23일 언론노조 KBS본부(위원장 성재호) 위원장과 부위원장 등이 사측의 징계 시도에 반발하며 인사위원회가 열리는 장소 앞에서 피케팅을 진행하던 중 사내 청원경찰에 의해 쫓겨나고 있다. ⓒ언론노조 KBS본부 영상 화면캡처

KBS 직능단체 “내부 비판에 대한 ‘재갈 물리기’”

KBS PD협회와 경영협회, 기자협회, 방송기술인협회, 방송그래픽협회, 촬영감독협회, 카메라감독협회도 같은 날 공동성명을 내고 이번 징계가 내부 비판에 대한 ‘재갈 물리기’ 시도라며 징계를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 협회는 “정말 보도에 부당하게 개입한 행위인가? 기자협회의 공정방송국과 노조의 공방위는 보도의 문제점을 모니터링하고 비판하기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다. KBS 보도의 건강성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내부 견제 장치인 셈”이라며 “오랜 시간동안 노측은 물론이고 사측까지도 그 필요성을 인정하고 존중해왔다. 그런 조직의 실무자들이 보도의 사실 관계를 확인한 행위가 어찌하여 부당한 보도 개입인가”라고 말했다.

이어 이들 협회는 “지금 KBS 보도국의 진짜 문제는 민주적이고 자율적인 문화가 발붙일 틈이 없다는 점이다. 현장 기자들의 의견이 일상적으로 무시되고, 내부 비판의 통로가 모두 닫혀있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라며 “정말 부당한 보도 개입을 징계하고 싶다면 보도국 간부들부터 인사위원회로 불러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협회는 “이번 징계 결정을 내린 인사위원회 위원들에게 묻는다. 정말 두 기자의 행위는 직장 내 질서를 훼손한 행위라고 생각하나”라고 반문하며 “이번 징계가 양심에 거리낌이 없는 결정이었는가? 당신들의 양심에도 성실과 품위유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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