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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개혁 야권벨트, 정치개혁의 시작”

[인터뷰] 20대 총선 비례대표 출사표 추혜선 정의당 언론개혁기획단장 김세옥 기자l승인2016.03.01 01: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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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추혜선 당시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으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정의당으로 자리를 옮긴다는 전화였다. 20년 이상 언론운동의 일선에 있던 이가 갑자기 정치인으로 변신하겠다는 소식이었음에도 굳이 이유를 묻진 않았다. 굵직한 선거를 앞두고 시민운동가들이 정치권으로 자리를 옮기는 모습이 사실 더 이상 낯설지 않은 풍경일뿐더러, 지난 8년 동안 기울었다는 표현도 부족할 만큼 한쪽으로 엎어져버린 언론 운동장은 누군가에게 어떤 선택과 결심을 부를 수도 있다고 막연히 짐작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반년이 흘렀다. 추 전 총장은 그동안 정의당 언론개혁기획단 단장으로서 5인 미만 인터넷신문 강제 퇴출법으로 불리는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헌법소원을 추진하고, 최승호 PD와 박성제 기자 등의 부당해고 정황이 담긴 이른바 ‘MBC 녹취록’에 대한 야3당의 공동 대응을 이끌어냈다. 이런 가운데 추 전 총장의 20대 총선 비례대표 출마 소식이 들렸고, 더 이상 막연한 짐작으로 질문을 미룰 수 없는 시기가 왔다. 지난 2월 25일 서울 여의도 정의당 당사 인근 카페에서 추 전 총장, 아니 예비후보인 추혜선 단장을 만났다.

“‘헬조선’ 탈출구를 막는 건 언론…보수 여야에선 언론개혁 한계”

-지난해 갑자기 정의당으로 자리를 옮겼고, 6개월이 지난 지금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로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하나씩 얘기해보자. 왜 시민운동가가 정당으로 갔나.

▲ 추혜선 정의당 언론개혁기획단 단장 ⓒ추혜선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

“언론개혁의 깃발을 들고 시민운동가로서 오래 활동을 했다. 하지만 언론개혁을 위한 법안들을 제도화 하는 과정에서 노력한 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 거의 성과가 없었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지난 정부를 거치며 언론, 특히 방송은 악화일로의 길을, 가속이 붙은 상태에서 가고 있다. 간단히 말하면 ‘위기감’이다. 이런 위기감 속 누군가는 총대를 메야 한다는 절박함이 결심을 하도록 만들었다.”

성과가 없었다는 추 단장의 말은 비단 지난 8년의 시간만 일컫는 게 아닌 듯 보였다. 헌법재판소에서조차 처리과정의 ‘위법’을 지적했지만 문제없이 출범해 야권과 시민사회를 조롱하는 힘으로 성장하고 있는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과 저널리즘의 권위를 상실하고 있는 지상파 방송에서 벌어지고 있는 갖가지 논란은 이미 쌓이고 있던 위기감의 잔을 넘치도록 만들었다. 현재의 야당이 집권당이던 시절 이른바 ‘조중동’ 개혁을 위해 신문법 등의 개정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국회라는 문턱에서 좌초했고, 결국 조중동이 종편으로 영향력을 확장하며 진화하는 현실에 놓인 일련의 상황 속 위기감은 켜켜이 쌓여왔다는 얘기였다.

-왜 정의당인지, 그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3기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출범을 앞둔 2014년엔 야당, 즉 더불어민주당 추천 몫 방통위원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렸다.

“그렇지 않아도 정의당으로 올 때 주변의 가까운 이들이 ‘그간 고생했으면 좀 더 따뜻한 곳으로 가지 왜 소수 정당을 선택하냐’고 걱정의 말들을 했다. 하지만 정의당에 와보니 여기가 내 인생 가장 따뜻한 공간이더라. 많진 않지만 월급도 꼬박꼬박 나오고.(웃음) 아무리 작은 정당이라도 시민단체보단 따뜻하다. 걱정 말라.(웃음)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사실이 있다. 언론 문제를 해결해야 민주주의도 지킬 수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의 사회를 두고 ‘헬조선’이라고 말한다. 이 지옥 같은 현실의 출구를 뚫지 못하는 건 바로 언론 때문이다. 노골적으로 한 쪽 편만 드는 뉴스들이 판을 치는 상황에서, 보수 여당은 당연하고 보수 야당조차 손에 쥔 입법 대안들을 실현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지 않는다. 보수 여야 정당 모두 정권에서 장악하기 쉬운 방송‧언론 구조를 풀기 위한 노력을 책임 있게 하지 않기에, 그러한 정치 공간에선 한계가 있다. 결국 언론개혁 의제를 오염시키지 않고 받아들일 곳은 진보정당, 정의당이었다.”

현재의 제1야당이 언론 관련 의제를 놓고 시민사회와 본격 연대한 건 19대 국회부터였다. 대통령의 ‘멘토’가 방통위의 수장을 맡아 공영방송에 마구잡이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무려 4개의 종편 탄생을 밀어붙이면서 언론 운동장은 급격하게 야당에 불리한 쪽으로 기울었다. 현재의 언론, 특히 방송의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야당에서 본격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인식과 행동이 반드시 일치하진 않는다. 19대 국회에서 제1야당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과 해직언론인 문제 해결을 내내 언급했다. 하지만 이 문제를 주요하게 논의해야 할 책무가 있는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는 야당에서조차 전‧후반기 내내 기피 상임위원회였고, 책임 있게 언론개혁 의제들에 대해 발언한 이들은 소수에 머물렀다.

“해직 언론인 문제 정치권의 책임, 잊힐 권리는 없다”

-현재 정의당 예비내각에서 언론개혁부 장관을 맡고 있다. 출마선언문에서도 언론개혁을 제1의 약속으로 내세웠다. 언론개혁, 시민운동가의 언어로는 특별하지 않지만 현실 정치현장의 정치인이 꺼내기엔 쉽지 않은 말이다. 언론개혁을 말했던 정치인들이 개혁의 대상으로 지목한 언론들로부터 받았던 공격들을 떠올려보면 말이다.

“많은 이들이 그 지점에서 걱정의 말들을 해준다. 하지만 총대를 메려는 사람이 그 부담을 스스로 규정하고 갈 순 없는 일이다. 그리고 사실 언론개혁은 한 사람이 총대를 멘다고 해결되는 일이 아니다. 미디어 생태계 곳곳에서 썩은 내가 진동하고 신음 소리가 들리는 현실을 다 걷어내기 위해선 개혁 차원의 조치가 필요하고, 그렇기에 언론개혁을 위해 단단한 야권벨트를 만들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모두 언론개혁을 말하는 언론 전문가들이 중요하다는 인식 아래 언론개혁을 위한 야권벨트를 함께 구성할 인원들을 (이번 총선에서) 대거 도전시킬 필요가 있다. 그리고 20대 국회가 열리면 초반부터 언론개혁 의제들을 제기하고, 이 의제들을 불편해하는 언론에서 공격이 들어와도 연쇄적으로 대응하며 맞설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 지난 2월 2일 정의당 예비내각 1차 출범식에서 추혜선 언론개혁부 예비장관(사진 오른쪽)이 심상정 대표(사진 왼쪽), 김종대 국방부 예비장관 등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예비내각'은 야당이 정권을 잡았을 때를 대비하기 위해 미리 구성하는 내각으로, 한국에선 정의당이 정당 사상 최초로 시도한다. ⓒ뉴스1

-언론개혁부라는 예비 내각 명칭, 꽤나 도발적이다.

“정상의 상황이라면 정치권에서 언론개혁부라는 이름을 내걸고 언론 개혁을 하겠다는 말에 문제제기가 있을 거고, 나 역시 (그런 문제제기에) 매우 동의했을 거다. 하지만 지금은 개혁 조치가 필요한 비상시기이고, 정치뿐 아니라 자본 권력에까지 포섭된 언론 환경을 법‧제도로 바로잡아야 할 때다. 그리고 현재 언론 관련 정책들이 방통위와 미래창조과학부, 문화체육관광부 등으로 나뉘어 있는 상황인데, 이렇게 나뉘어 있는 문제들을 한 곳으로 끌어올 필요도 있다.”

-출마선언문에서 ‘언론개혁 없인 정치개혁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정권부터 8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정치가 바뀌지 않으면 언론도 변화할 수 없다는 분위기도 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에 대한 얘기와 같은 사안이다. 예를 들어보자. 지금을 현실을 놓고 볼 때 여야가 바뀌고 정치 환경이 바뀐다고 해서 종편이 바뀔까. 언론에선 주요 이슈조차 묻어버리고 수면 위로 끌어올리지 않는다. 국가의, 민주주의 위기와 관련한 문제마저도 그렇다. 언론을 바로잡지 않으면, 즉 미디어 운동장의 기울기를 바로잡지 않으면 어떤 정치 희망도 (언론 앞에서) 막히고 만다. 얼마만큼 그 기울기를 바로 할지, 그 각도만큼 희망을 키울 수 있다.”

-언론개혁의 방향, 목표, 계획에 대해 자세히 말해 달라.

“언론을 권력의 품에서 시민의 품으로 끌어당겨 오는 게 한 축이고, 산업(자본권력)에서 공공‧공익부분으로 당겨오는 게 또 다른 한 축이다. 전자를 위해선 대통령도 공약하고 보수 여야에서도 얘기했지만 결국 이행하지 않은 특별다수제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과 취재‧제작 자율성 보장을 위한 방안들을 우선 마련해야 한다. 또 정권은 ‘노사의 문제’라며 거리를 두고 싶어 하지만 해직언론인들이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말하다 이유 없이 해고당한 정황이 드러난 상황이다. 해직언론인 문제는 출발부터 정치에서 풀어야 할 사안으로, 결코 잊힐 권리가 작동되지 않는 문제다.

후자는 자본에 귀속된 방송‧언론의 문제들이다. 이와 관련해선 최근 논란인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과 이에 얽힌 노동의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방송법 개정 등이 있다. 아울러 스마트 미디어 시대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서비스 다양화 등의 문제는 얘기하면서도 공익 실현과 확장의 문제들을 우리가 과연 논의하고 있는지 살필 필요도 있다. 지상파 방송은 무료 보편 서비스다. 하지만 스마트 미디어 시대로 변화하고 스마트 플랫폼으로 콘텐츠들이 이동하면서 모두 유료화가 되고 있다.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미디어 환경이 변화하면서 모든 게 유료화 되는 현실은 과연 타당한가. 이 경우 정보에서 소외당하는 이들이 발생할 수 있다. 공익의 측면에서 이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관련법과 제도를 어떻게 가져갈 수 있을지 공약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종편 취지 부합하는지 규제 측면에서 점검…입법 스크럼 필요” 

-앞서도 언급이 있었지만 종편 얘기를 더 해보자. 종편 출범과 이후 운영에 대해 언론운동가 시절부터 계속 문제제기를 해왔다.

“미디어 운동장의 기울기 측면에서 종편의 문제도 있지만, 무더기로 등장한 종편은 (방송시장에서) 자본의 지배력을 높이고 미디어 생태계를 교란하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종편 출범 5년째로 이미 시장에 안착했다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방통위가 규제를 바로잡을 책임에서 자유로워질 수 없다. 과도하게 종편을 승인했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얘기다. 모든 종편을 다 떠안고 갈 수 있는 미디어 생태계인가. 명확한 기준을 세우고 이에 부합하는지 제대로 심사하기만 하면 된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제대로만 하면 된다.”

-종편 출연에 대해선 여전히 이견이 많다.

“출연 문제와 입법 문제를 결부해선 안 된다. 거기서부터 종편 문제가 꼬인 게 아닐까. 여야 정치인이 종편을 보이콧 했는지 여부보단 입법부의 일원임에도 정작 입법 측면에서 종편에 대해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한 부분을 평가해야 한다. 출연 여부는 정치인들이 저마다 선택할 문제다. 더불어민주당의 표창원 비상대책위원처럼 종편 진행자들이 던지는 질문 속에 깔린 문제들, 잘못된 전제를 짚어낼 역량이 있으면 출연하고, 아니면 출연하지 않거나 출연해 창피를 당할지 여부는 개인 정치인들이 스스로의 역량을 판단해 선택하면 된다.”

-출연 문제를 넘어 추 단장이 하고픈 얘기는 무엇인가.

“종편은 그저 단순하게 방송 몇 개가 더 생겨난 게 아니다. 조중동 생명 연장의 수단으로 방송이 주어졌다. 그리고 방송은 순간순간 대중의 의식에 파고들며 진화하는 존재다. 다만 지면 신문과 달리 방송은 공적 측면에서 규제를 받는다. 방송 규제 체계의 정상화 측면에서 종편의 현황을 분석하고 점검해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막강한 입법 스크럼을 짜야 한다. 이게 바로 언론개혁을 위한 야권벨트다.

출범 5년째인 종편은 지금 저마다 다르게 운영되고 있다. 종합편성 방송답게 운영하며 저널리즘의 가치를 생각하는 곳이 있고, 흔들리지 않는 부동층만을 겨냥해 편파 자판기처럼 운영하는 곳이 있다. 과연 어느 방송이 종합평성채널이라는 취지에 부합하게 운영하고 있는지 규제 차원에서 살필 수 있다. 그에 따라 재승인 시점에 융통성 있게 퇴출 경로를 열어놓고 접근할 수 있다. 시사보도 프로그램만을 하고 싶다면 보도전문채널 등으로 전환할 수 있는 거다.”

▲ 추혜선 정의당 언론개혁기획단 단장 ⓒ추혜선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

-지금 추 단장이 하는 얘기들은 언론운동 진영에서 계속해서 제안하고 주장했던 부분들이다. 하지만 현실은 바뀌지 않고 있다. 그래서 얘기를 들으면서도 ‘과연?’이란 의문이 생긴다.

“절망에 익숙해서 그렇다. 절망에 익숙하면 답이 나오지 않는다. 그동안 시민단체에 있으면서 정치와 시민사회가 한 번에 무력해지는 과정을 현장에서 겪었다. 그렇기에 지금의 내게 언론개혁과 함께 무력함과 절망 속에서 우리 스스로를 다함께 끌어올리는 정치적 의무도 부여돼 있다 생각한다. 비례대표 경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나 역시도 정치를 하면서 절망을 벗는 훈련을 하고 있다. 정치는 혼자가 아닌 조직된 시민의 힘으로 한다. 그렇기에 언론개혁의 의미와 방법에 대해 당원들을 설득해야 하고, 함께 언론개혁의 문을 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조금 추상적이다.

“이렇게 얘기해보자. 언론개혁은 어디서 시작을 해야 하는 걸까. 이 질문에 대해 (나는) 당원들과 시민들에게 이런 말을 한다. 좋은 언론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좋은 뉴스와 방송을 실시간으로 함께 봐주는 일이라고 말이다. 권력에게 있어 아무리 눈엣가시여도 높은 시청률이 나온다면 결코 방송사에선 그 방송을, 뉴스를 내릴 수 없다. 시청률은 광고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좋은 뉴스를 함께 보는, 이런 연대와 조직된 힘이 있는 이상 절망할 필요가 없다.”

-추 단장도 예비경선을 치러야 하지만 최근 야권의 분위기 속 어쩌면 언론계 비례대표로는 유일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레 나온다.

“조심스러운 얘기다. (잠시 생각) 대부분 유일한 게 좋을 수 있다. 하지만 총선레이스 현실에서 언론계 대표로 유일한 후보가 된다면 이는 걱정스러운 일일 듯하다. 다른 야당에서도 언론개혁에 뜻이 있는 이들이 비례대표로 출마하고, 앞선 국회에서 언론개혁에 힘썼던 이들이 지역구에서 살아 돌아오면 좋겠다. 그렇게 언론개혁 야권벨트를 설계할 수 있는 인력구성이 되길 바란다. 대승적 차원에서 다른 야당들도 저마다 고민을 하면 좋겠다. 물론 이번 총선에서 정의당 지지율이 올라가는 게 (내게는) 우선이긴 하지만 말이다.(웃음)”


김세옥 기자  kso@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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