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 한일 위안부 합의 비판, KBS 뉴스엔 없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비평] UN 여성차별철폐위 “위안부 문제 해결되지 않았다”…난감한 정부, 그리고 언론은?

UN 여성차별철폐위원회가 한일 정부의 위안부 협상에 대해 “우리의 최종 의견은 (이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라는 것”이라고 지난 7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유럽 UN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밝히며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와 배상을 권고했다. 피해자인 위안부 할머니들의 의견조차 듣지 않은 채 한일 정부끼리 타결한 합의에 문제가 있다고 UN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서 공개 지적에 나선 상황으로, 이는 합의 이후에도 위안부 강제동원 사실을 부정하는 일본 정부뿐 아니라 한국 정부도 난감하게 만들고 있다. 그리고 이처럼 위안부 합의의 주체였던 한국 정부에서 불편할 수밖에 없는 UN 여성차별철폐위원회의 권고 내용은 지난 8일 지상파 3사 저녁뉴스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보이는 대표 공영방송인 KBS에서만 찾아볼 수 없었다.

▲ 3월 8일 KBS <뉴스9> ⓒKBS 화면캡쳐

UN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일본의 여성차별 문제에 대한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보고서는 위안부 문제를 “2차 대전 중 일본군에 의해 저질러진 인권침해 행위”로 정의하고 “우리의 최종 의견은 (이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일 정부는 위안부 합의에 나서면서 최종적‧불가역적 해결을 언명했지만 보고서는 “피해자 중심의 접근을 충분히 택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일본 정부가 교과서에서 위안부 문제를 삭제한 부분을 지적하며 “교과서에 이 문제를 적절히 반영하고 학생이나 일반인이 역사적 사실을 객관적으로 알 수 있도록 조치하라”고 촉구하는 동시에, 피해자들에게 상처를 주는 일본 정부 지도자들의 발언을 삼가라고 권고했다.

UN 여성차별철폐위원회의 일련의 지적과 권고는 지난해 한일 정부에서 타결한 위안부 합의가 문제 해결에 충분하지 않다는 비판이다. 또 합의 이후에도 책임을 피하며 망언을 이어가는 일본 정부의 태도 변화를 이끌기도 어렵다는 문제제기이기도 하다. 물론 UN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서 가장 문제 삼고 있는 건 가해자임에도 수치를 모르고 반성과 책임 대신 당당하게 망언과 회피로 일관하는 일본이다. 하지만 일본의 이런 태도를 변화시킬 수 없는 합의를 타결한 한국 정부 역시 작금의 상황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현실이다.

그렇지만 언론 보도에 따르면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8일 정례 브리핑에서 “합의는 피해자와 피해자 단체들 의견 수렴을 통해 도출했다”, “합의가 충실히, 성실히 이행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등 종전의 입장만을 되풀이했다. 국제기구의 비판과 일본 정부의 불성실한 태도 속 위안부 합의를 성과로 내세우고 있는 한국 정부의 곤혹스러움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 속 수신료를 받는 공영방송인 KBS의 메인뉴스에선 관련 소식을 아예 전하지 않았다.

▲ SBS <8뉴스> ⓒSBS 화면캡쳐

그렇다면 다른 뉴스들에서도 이 소식은 중요하지 않을까. 그렇진 않은 듯 보인다. MBC <뉴스데스크>와 SBS <8뉴스> 등 다른 지상파 방송의 메인뉴스는 물론 JTBC <뉴스룸>과 TV조선 <뉴스쇼 판>, MBN <뉴스8> 등 대부분의 종합편성채널에서도 이 뉴스를 배제하지 않았다. 물론 어떤 뉴스를 선택해 보도할지 여부는 각각의 언론사 뉴스룸에서 결정한 문제로 누구도 개입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된다.

하지만 의문은 남는다. KBS 메인뉴스에선 왜 앞서도 “위안부” 표현을 빼고 박정희 정부에 대해 “독재” 대신 “장기집권”이란 표현을 사용한, 정부에서 밀어붙이고 있는 뉴라이트 역사관에 입각한 초등학교 6학년 국정 역사교과서의 편향 논란은 전하지 않았을까. 정부가 사이버테러방지법 처리를 밀어붙이는 가운데 왜 KBS 뉴스에선 북한의 전방위 사이버 공격 사례를 주요하게 내세우고 북한과의 대결 구도를 부각하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는 걸까. KBS 뉴스 시청 시간마다 오얏나무 아래서 갓을 고치지 말라는 옛말이 떠오르는 요즘이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