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00억 투자? SKB 플랫폼에 지상파 등 종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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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00억 투자? SKB 플랫폼에 지상파 등 종속”
언론노조·참여연대 등 SKB 콘텐츠 투자계획 비판…“콘텐츠 생태계 활성화가 종편 지원 사격?”
  • 김세옥 기자
  • 승인 2016.03.10 15: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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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브로드밴드가 CJ헬로비전과의 합병을 계기로 향후 1년 동안 3200억원 규모의 콘텐츠 활성화 펀드를 운영하고, 1800억원을 재투자해 5년 동안 총 5000억원 규모를 콘텐츠 산업 생태계에 투자하겠다고 지난 8일 밝혔다. SK브로드밴드는 세계의 대표 OTT(Over The Top‧인터넷 기반 방송) 업체인 넷플릭스에서 자체 투자를 통해 만든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와 같은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도록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펀드는 방송프로그램뿐 아니라 VR(가상현실) 등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 제작에도 투자한다.

그러나 언론‧시민단체는 물론 SK브로드밴드에서 투자의 대상으로 언급한, 즉 SK브로드밴드의 러브콜을 받은 지상파 방송사들의 반응은 차갑다. 콘텐츠 산업의 발전을 위한 투자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결국 이 투자의 과실은 온전히 SK브로드밴드의 주식을 100% 소유하고 있는 SK텔레콤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언론노조와 참여연대 등 14개 단체에서 구성한 방송통신 공공성 강화와 이용자 권리보장을 위한 시민실천행동(이하 방송통신실천행동)은 10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SK브로드밴드에서 밝힌 콘텐츠 투자 계획에 반박했다.

▲ 방송통신 공공성 강화와 이용자 권리 보장을 위한 시민실천행동 주최로 10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열린 SK브로드밴드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반대 기자회견에서 김동원 언론노조 정책국장(가운데)이 발언하고 있다. ⓒ언론노조

김동원 언론노조 정책국장은 “(CJ헬로비전 합병을 전제로) 향후 1년 동안 총 3200억원 규모의 펀드 조성, 이후 5년 동안 총 5000억원 운용은 근래 보기 드문 콘텐츠 펀드 조성 계획임이 분명하지만, 이는 결국 SK브로드밴드 자신을 위한 투자”라고 지적했다.

SK브로드밴드에서 CJ헬로비전 합병 후 1년 동안 조성하겠다는 3200억원은 SK브로드밴드 합병법인과 외부 투자자들이 수익을 목적으로 조성하는 펀드로, 방송콘텐츠 수익은 광고와 VOD 판매에서 나오는 만큼 결국 SK브로드밴드의 플랫폼을 통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SBS도 지난 8일 메인뉴스인 <8뉴스> 보도에서 “SK브로드밴드는 지상파와 제작사 등에 고루 투자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투자 비율은 제시하지 않았다”며 “자신들의 합병 법인에만 독점 공급하는 콘텐츠를 만드는 데 투자가 집중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SK브로드밴드는 펀드를 통해 제작한 콘텐츠(VOD) 전편을 국내 유료플랫폼에서 동시 개봉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넷플릭스가 <하우스 오브 카드> 등 자체 콘텐츠를 공개할 때 전편을 동시에 제공하는 방식이다. 기존의 유료플랫폼(IPTV, 케이블TV)에서의 경쟁력 강화뿐 아니라 CJ헬로비전과의 합병으로 확대한 가입자를 기반으로 VOD 우선 시장을, 즉 OTT 시장에서 SK텔레콤이 주도권을 쥐겠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김동원 국장은 “결국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제작사 등이 SK브로드밴드에서 조성한 펀드로 만든 콘텐츠는 각 방송사의 실시간 편성이 아닌 SK브로드밴드의 VOD에서 우선 제공될 것”이라며 “이런 조건에서 VOD 매출과 광고 수익을 협상해야 하는 지상파 방송사는 지금보다 더욱 협상력이 약화된 콘텐츠 공급자로 남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지역성 등 공적 책무 ‘구체성’ 담보한 계획은?

SK브로드밴드의 콘텐츠 펀드가 사실상 ‘보도전문채널’로 기능하고 있는 다수 종편에겐 ‘당근’으로 기능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높은 제작비가 필요한 드라마와 대형 다큐멘터리, 예능 프로그램 등을 편성하지 못하고 있는 종편은 콘텐츠 투자 계획을 이행하지 못해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로부터 시정명령, 과징금 등의 처분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즉, SK브로드밴드에서 조성하는 펀드는 종편의 아킬레스건과 같은 편성비율의 정상화를 돕는 지원책이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김동원 국장은 “지상파와 CJ E&M 등과 같은 프로듀싱‧편성 역량이 부족한 종편에 드라마 등의 제작비를 지원한다 한들 이는 모험에 가깝다”고 말했다. 지원의 성과, 즉 고품질의 콘텐츠 생산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으로, 김 국장은 “결국 이 지원은 종편의 ‘종합편성’ 비율을 충족시킬 알리바이만을 만들어 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국장은 “물론 수익 배분에 있어 종편 역시 콘텐츠 사업자로 (SK브로드밴드의) 유료방송 플랫폼에 종속되고 말 것”이라고 덧붙였다.

방송통신실천행동은 그간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 공청회 과정 등을 통해 방송계와 언론‧시민단체 등에서 지속 요구해 온 공적 책무 실현을 위한 방안에 SK브로드밴드가 계속해서 ‘침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월 4일 미래부에서 개최한 공청회에 공술인으로 참여한 학자들은 SK브로드밴드에서 케이블TV 방송인 CJ헬로비전과의 합병을 진행하려면 그간 케이블에서 담당해 온 지역성 부분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지역뉴스 펀드 조성, 지역 미디어 발전 기금 등에 대한 제안을 던진 바 있다. 하지만 SK브로드밴드의 콘텐츠 산업 활성화 계획 속 관련 내용은 존재하지 않는다.

심현덕 참여연대 간사는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 합병을 놓고 통신 독과점과 방송공정성·다양성 훼손 등 여러 측면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에 대해 SK브로드밴드가 ‘이 정도 돈이면 되지’라며 결국 펀드로 상환할 수익을 던져 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CJ헬로비전 합병에 대한 비판 여론을 3200억원으로 막으려 하고 있을 뿐이라는 비판이다.  

방송통신실천행동은 “SK브로드밴드의 콘텐츠 생태계 활성화 계획엔 유료방송 사업자라면 기본으로 갖춰야 할 콘텐츠, 지역, 시청자와 노동에 대한 어떤 장밋빛 전망도 없다”며 “유료방송플랫폼 사업자로서의 기본 자격 요건조차 결여된 모습으로, 인수합병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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