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 의견과 관심법으로 야당 비판하는 종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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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총선보도감시연대]

▢ 모니터 프로그: TV조선 <신통방통>, <시사탱크>, <시사Q>, <이슈해결사 박대장>, 채널A <쾌도난마>, <시사인사이드>, <뉴스스테이션>, <돌직구쇼>, MBN <뉴스와이드>, YTN <시사탕탕>, 뉴스Y <담담타타>
▢ 모니터 기간: 3월 7일~3월 9일

1. ‘네티즌 의견 빙자 진심 발언’들

TV조선 <시사탱크>에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대표를 ‘나치’에 비유하는 발언이 등장했다. 진행자 장성민씨는 한 누리꾼의 의견을 소개한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금 영혼을 사고 파는 이 친노 정치가 도대체 무슨 정치냐. 이런 주장들이 네티즌들로부터 올라왔는데요... 민주주의를 박해했던 정치적 독재, 폭군에 가까운 부역했던 그런 인물에게 민주정당의 대표로 내세운 것은 이스라엘이 유대인을 학살했었던 나치 그런 어떤 전력자에게 당 대표직을 맡겨서 영혼을 팔아먹는 것과 뭐가 다르냐고 하는 게 네티즌의 이야기가 나왔어요”(TV조선 <시사탱크>, 3월 7일)

네티즌의 의견을 옮겨 왔다지만 ‘나치’에 비유한 발언을 그대로 읽는 것은 진행자의 판단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후 <시사탱크> 제작진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는지 다시보기 영상에선 해당 발언을 편집했다.

장성민 씨의 ‘네티즌 의견 빙자 진심 담기’는 3월 7일 방송에서 뿐만 아니라 <시사탱크>에서 왕왕 발견돼 왔다. 지난주 방송만 보더라도 장성민 씨가 ‘네티즌 의견’을 적지 않게 인용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유권자들이 원하는 수권정당의 모습보다는 문재인표 당을 만들기 위한 특수 작업에 나선 것 같다는 분석이십니까? 일부 네티즌들도 그런 분석들을 내놓고 있어요.” (TV조선 <시사탱크>, 2월 29일)
“(김종인 대표가) 결과적으로 문재인 대표하고 비밀리에 계속해서 입을 맞추면서 문의 친정체제를 강화시키는 정당구도로 가고 있는 거 아닌가 이런 네티즌들의 의견이 올라온다.” (TV조선 <시사탱크>, 3월 2일)
“(김종인 대표가) 맨 처음에는 경륜가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가 그 다음에는 점령군의 입장이 비쳐지다 지금은 권모술수의 대가 이런 식으로 비쳐져서 마지막으로는 정치라는 공적 도구를 사적 분노의 표출도구로. 네티즌들도 비전경쟁이 아니고 정쟁의 심화라는 문제를 제기했어요.” (TV조선 <시사탱크>, 3월 4일)

장성민씨는 특히 문재인 의원과 더민주를 비판할 때 누리꾼들의 의견을 인용했다. 출처를 명확히 밝히지 않은 탓에 방송에서 소개된 ‘네티즌 의견’이 어디 사이트에서 어떤 게시판에 남긴 글인지는 알 수 없다. ‘친노’와 야당에 대한 막말을 쏟아낸 뒤 말미에 “네티즌 의견”이라고 덧붙였을 뿐이 아닌지 의심될 정도이다. 또는 장 씨가 말하는 네티즌이 바로 본인이 아닐까.

▲ 3월 7일 채널A <쾌도난마> ⓒ채널A 화면캡쳐

■ 채널A <쾌도난마>도 ‘네티즌 빙자 진심발언’ 동참

한편, 출처를 밝히지 않은 누리꾼 의견은 같은 날 채널A <쾌도난마>에서도 등장했다. 김한길 의원의 기자회견 내용을 다루면서 ‘누리꾼 A’와 ‘누리꾼 B’의 의견을 자막으로 내보냈다.

누리꾼 A “김한길, 탈당의 변에서는 나라를 구할 것처럼 말하더니… 통합은 명분이고 당선 가능성이 없으니…참으로 추잡하다”
누리꾼 B “김한길은 정치인생 종지부를 찍게 발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명분도 없는 통합을 혼자 저러고 있으면 누가 손뼉을 쳐줄까”

네티즌 의견은 제법 수위가 높은 비난이었다. 출연자 윤영걸씨도 김한길 의원의 “별명이 탈당전문가”라며 “또 탈당을 하게 되면 이력서가 너무 두꺼워져”라며 네티즌과 비슷한 조롱에 가까운 발언을 했다. 종편 방송에서는 이처럼 ‘누리꾼 의견’과 패널의 의견이 전체적으로 맥락이 비슷한 경우가 많다. 자신들이 하고 싶은 강한 비판을 익명의 ‘네티즌’ 의견으로 포장해서 내놓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되는 대목이다.

2. ‘관심법’ 동원해 우스개와 조롱만 난무

3월 8일 MBN <뉴스와이드>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의 속마음을 알아맞히는 ‘놀이’에 집중했다. 이날 방송은 김한길 국민의당 상임 선거대책위원장의 기자회견 내용을 중심으로 다뤘지만, 야권통합의 향방과 김한길 의원의 행보에 대해 분석하는 대신 안철수 대표의 속내를 알아보는데 전체 방송시간의 2분의 1이 넘는 시간(45분)을 할애했다.

▲ 3월 7일 MBN <뉴스와이드> ⓒMBN 화면캡쳐

방송은 진행자가 질문을 던지면 출연자들이 판넬에 답을 적은 뒤 이를 설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진행자 송지헌 씨는 “김한길 기자회견을 본 김종인-안철수의 생각은?”, “안철수의 요즘 속내는?”, “야권 원로들의 압박 속에 안철수의 생각은?” 등의 질문을 던졌다. ‘안철수의 생각’에 집중한 질문 자체도 문제가 있었지만 출연자들이 내놓은 답변들이 심각했다.

안철수 대표가 김한길 의원의 기자회견을 보고나서 한 생각을 맞춰보라는 질문에 대해서 패널들은 “나가려면 빨리…”(고영신 씨) “으이그 Troy 목마”(황태순 씨)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 대표의 발언을 토대로 향방을 예측한 것이 아닌 ‘아니면 말고’ 식의 우스개에 불과하다.

게다가 일부 패널들은 속마음을 읽는다는 명분 아래 안철수 대표에 대한 조롱과 비난을 쏟아내기도 했다. 황태순 씨는 안 대표의 얼굴을 보고 ‘명경지수(明鏡止水‧맑은 거울과 고요한 물)’라는 말이 떠올랐다면서 “어마어마한 것을 한꺼번에 당하고” 있어서 “멍해진” 상태라고 조롱했다.

고영신 씨는 안 대표의 처지를 “안팎곱사등이”에 비유하며 폄훼했다. 고영신 씨는 한완상 전 부총리가 안철수 대표에게 “발광체라고 착각하지 말라. 반사체다”라고 말한 것을 언급한 뒤, 안 대표가 “내가 반사체면 문재인은 발광체냐. 그 사람이야말로 노무현의 아바타 아니냐”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라는 추측을 내놓았다.

<뉴스와이드>는 3월 7일에도 ‘문재인의 복잡한 속내’를 주제를 다루며 ‘관심법’을 동원했다. 문재인 의원의 마음을 천사(‘김종인, 진작에 모셔올걸’)와 악마(‘내 자리 위협하기 전에 쳐야겠지?’)로 표현한 것이다. 출연자 황태순 씨는 문재인 의원이 “벙어리 냉가슴인데 내색할 수 없으니까 ‘아이, 잘하고 계십니다’ 해야지 뭐 어떻게 하겠어요?”라고 주장했다.

정치인들의 복잡한 셈법을 읽어내고 ‘정치 언어’를 해설하는 건 시사프로그램의 역할이다. 하지만 깊이 있는 분석을 제시하는 것과 속마음을 읽었다면서 근거 없는 주장을 쏟아내는 건 다르다.  MBN <뉴스와이드>는 타인의 마음을 읽는 ‘관심법’을 동원해서 정치인을 조롱하는 방송행태를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다.

* 이 글은 총선보도감시연대 모니터보고서입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를 통해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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