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이사 자리, 총선 출마 ‘스펙 쌓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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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옥, 폭행 논란 속 EBS 이사 재임 6개월만에 새누리당 비례대표 신청

동료 이사 폭행 시비, 이사직 ‘셀프 지원’ 등으로 자격 논란을 빚었던 안양옥 EBS이사가 이사 선임 약 6개월 만에 20대 국회의원 선거 새누리당 비례대표에 공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안 이사의 이번 출마로 인해 공영방송 이사 선임 과정에 대한 문제가 또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이 지난 13일 4·13 총선 비례대표 후보 신청 접수를 마감한 결과 609명이 신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현 EBS이사이기도 한 안양옥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 회장도 공모 신청에 응한 것으로 확인됐다. 안 EBS이사는 진보 교육감들의 대항마 차원에서 교육계 대표로 후보 물망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 안양옥 EBS 이사 ⓒ뉴스1

안양옥, 지난달 'PD저널' 전화 통화에선 출마 부인

안 이사의 비례대표 출마설은 EBS이사 임명 이후 여러 방면에서 흘러나왔다.

안 이사는 지난해 12월 15일 오후 4시 서울 서초구 한국교총회관 1층 컨벤션홀에서 저서 <인성을 가르치는 학교> 출판기념회를 개최한 바 있다. 당시 출판기념회에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박주선 위원장(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조희연 서울특별시 교육감, 강은희 새누리당 의원 등이 참석했다.

방송계 한 관계자는 “작년에 안양옥 이사 출판기념회를 다녀온 지인이 그냥 출판기념회가 아니라 정치인 출마 대회 하는 거 같다고 말한 바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안 이사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출마를 시사하기도 했다. 안 이사는 지난 1월 18일 <한국대학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출마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는 질문에 대해 “봉사하는 자세로 기회가 주어지면 열심히 대한민국 교육발전을 위해 뛸 생각”이라며 “전문성을 가진 각 분야 명망가들이 희생을 전제로 국회에 들어와 봉사를 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출마설과 관련해 안 이사는 지난 2월 24일 <PD저널>과의 통화에서 출마 계획은 없다고 부인한 바 있다. 그러나 이와 달리 안 이사는 새누리당 비례대표 공모에 지원했다.

▲ 지난 1월 8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2016년 교육계 신년교례회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안양옥(왼쪽) EBS 이사(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 ⓒ청와대

동료 이사 폭행 논란 뒤 ‘셀프지원’으로 입성 후 ‘출마설’ 무성…소문이 사실로

안 이사는 지난 9월 EBS 이사 선임 당시 ‘셀프지원'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폭행 시비로 인한 자질 논란에도 불구하고 안 이사가 무리수를 두며 EBS 이사에 지원한 것이 총선 출마를 위한 '스펙 쌓기'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안 이사는 지난 2014년 1월 EBS 이사 간 폭행 시비에 휘말려 스스로 이사직에서 물러난 후 지난해 EBS 제6기 이사 공모에 ‘셀프지원’해 재임에 성공했다.

언론노조 EBS지부(위원장 홍정배)가 지난해 9월 안 이사가 직접 작성한 사과문이라며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안 이사는 “2014년 1월 8일 EBS 이사간 폭행사건의 책임은 전적으로 저에게 있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당시 이종각 이사는 정당방위 차원에서 제지하다 전치 2주의 상해를 입은 피해자임을 인정한다”며 ‘EBS 전 이사 안양옥’이라는 이름과 함께 서명을 날인했다.

이처럼 16개월 만에 물러났던 안 이사의 재임 소식에 EBS 내부에서는 안 이사의 재임이 오는 4・13 총선에서 비례대표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소문이 꾸준히 이어졌다. 총선을 위한 일종의 ‘포석’으로 이사 연임을 시도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그리고 이 같은 의혹 속에 임명된 지 약 7개월 만에 안 이사는 실제로 새누리당 비례대표에 공모한 것이다.

▲ EBS지부가 안양옥 전 EBS 이사가 작성한 것이라고 주장한 사과문 ⓒPD저널

이 같은 안 이사의 공모 소식에 홍정배 EBS지부 위원장은 “임명장 받던 날 이사직을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약속하고 나서 6개월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에 지원했다는 것은 매우 문제 있는 행동”이라며 “EBS 안팎에서 부적격 인사라며 이사 선임을 반대했음에도 이사를 하려 한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생각해보면, 자신의 폭행시비 건에 대해서 이사로 임명을 받으면서 면죄부를 받으려 한 거 아닌가 추측이 된다. 처음부터 의도가 매우 불순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 역시 “공영방송 이사 임기가 끝나고 바로 정치권으로 향하는 것도 부적절한데, 현직 이사인 사람이 하는 임기가 1년도 안 된 상황에서 도중에 사임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출마할 생각을 가지고 EBS 지원해서 공영방송 이사제도를 자신의 입신양명 발판으로 삼은 것이기에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김 사무처장은 “선임 전부터 언론단체, 노조, 시민단체 등에서 반대가 심했던 부적격 인사에 대해 제대로 된 자격 검증을 하지 못하고, 또한 (출마가) 예고된 상황에서 이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 방통위의 책임이 더 크다”며 “방통위가 부적절한 인사들을 계속 선임하고, 선임된 이사가 이사직을 개인의 정치적 욕망을 발현하는데 이용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대한 법적 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방통위가 임명 과정에서 제대로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언론노조는 14일 성명을 내고 “교원단체의 수장 자격이 있는지도 의문시되는 인사가 EBS 이사 자리를 정치권에 진출하기 위한 발판 정도로 여겼다는 사실에 언론노동자들과 시청자 국민은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임명을 강행한 최성준 방통위원장과 정부여당추천위원들은 결자해지해야 한다. 당연히 안양옥씨를 교육방송공사법이 정한 결격사유 해당을 이유로 ‘해임’해야 마땅하다. 또한 안 이사는 교육계와 언론계의 위상을 실추시키는 망동을 중단하고 자숙, 석고대죄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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