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인사권 쥐고 관리·감독 손 놓은 방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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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 인사권 쥐고 관리·감독 손 놓은 방통위
‘셀프 추천’ 안양옥 EBS 이사 정치권 직행에도 속수무책…“EBS 정체성에 위해 가하는 방통위”
  • 김세옥 기자
  • 승인 2016.03.15 1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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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이사 선임 7개월 만에 이사직을 유지한 채로 새누리당 비례대표 지원에 나선 안양옥 이사(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논란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구성 권한을 행사하는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 이하 방통위)의 무책임을 방증하는 사례라는 지적이다. 지난해 9월 EBS 이사 선임 과정부터 최근까지 부적격 지적과 함께 20대 총선 출마 가능성이 끊임없이 나왔음에도 방통위는 안 이사 임명을 강행하고 이후의 관리‧감독 등 책임 문제에 있어선 손을 놓고 있다.

“어쩔 수 없다”로 끝낸 공영방송 이사 인선

안 이사 임명은 지난해 9월 14일 여권 추천 방통위원 3인의 의지로 강행됐다. 앞서 9월 9일 안 이사의 부적격을 주장하며 임명을 거부했던 야권 추천 방통위원 2인은 이날 역시 임명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2014년 EBS 이사 재임 시절 동료 이사 폭행 논란으로 불명예 퇴진한 안 이사는 1년여 만에 자신이 회장으로 있는 교총의 추천을 받아, 사실상 ‘셀프’ 지원으로 EBS 이사회 재입성을 노리고 상황이었다.

이에 대해 야권 추천 방통위원들은 “누가 봐도 매우 부적절하고 비정상 인사이자 국민의 도덕 기준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 인사”(2015년 9월 14일 김재홍 부위원장‧고삼석 상임위원 공동 성명)라며 임명 불가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여권 추천 방통위원들은 안 이사를 임명하지 않을 권한이 없다는 주장이었다.

한국교육방송공사법은 EBS 이사회 구성 시 ‘교육 관련 단체에서 추천하는 사람 1인을 포함’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 추천권은 교총에서 행사할 수 있다. 사실상 교총에 임명권이 있는 만큼, 법에서 정한 결격 사유에 해당하지 않고 절차적 요건만 갖췄다면 이사로 임명할 수밖에 없다는 게 당시 최성준 위원장을 비롯한 여권 추천 방통위원들의 입장이었다. 실제로 현행법은 대선캠프 활동이나 인수위원, 정당원 신분 상실 3년 미만 등을 결격사유로 적고 있는 만큼, 엄밀히 안 이사는 이 기준으로 걸러지는 인물은 아니었다.

▲ 지난 1월 8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2016년 교육계 신년교례회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안양옥(왼쪽) EBS 이사(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 ⓒ청와대

그러나 이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EBS 이사회를 구성하는 목적, 즉 ‘EBS의 독립성과 공공성 확보’(한국교육방송공사법 제13조 1항)라는 책무에 대한 고려가 있었는지에 대한 문제는 남는다.

여권 추천 방통위원들은 “법에 의해 교육 관련 단체에서 추천하는 한 명을 반드시 선임해야 해서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허원제 당시 방통위 부위원장, 2015년 10월 5일 EBS 국정감사)며 어쩔 수 없었다고만 할 뿐 보완을 위한 후속 조치에 대해선 침묵했다. 야권 추천 방통위원들이 안 이사 임명 직후 “법의 사각지대를 악용한 사례”라며 “방통위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안양옥 교총 회장이 자신의 거취를 재고해 달라”고 요청했던 모습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방송 공정성 유린하는 방통위”

공영방송 이사 인선 이후 관리‧감독 역할에 손을 놓고 있는 모습도 있다. 사실 안양옥 이사의 총선 출마 가능성은 그가 EBS 이사에 또 다시 지원했을 당시부터 나왔던 부분이다. 정치에 뜻이 있는 안 이사가 불명예 퇴진한 조직에 재입성하는 것으로 논란을 희석하고 이를 통해 경력을 ‘관리’하려는 게 아니냐는 얘기들이 EBS 주변에서 나왔다. 물론 이는 총선을 7개월 이상 남겨두고 있던 상황에서 확인 가능한 부분이 아니었다.

하지만 임명 이후에도 안 이사가 총선 출마를 저울질 하고 있다는 얘기는 EBS 안팎에서 끊임없이 나왔다. 그리고 지난 1월 말께부터 EBS 이사회 일부에선 안 이사의 총선 출마 의사를 인지하고 있었다고 한다. 결국 지난 13일 EBS 이사 신분을 유지한 상황에서 안 이사는 새누리당 비례대표 신청을 했다.

그러나 한국교육방송공사법은 이사의 결격 사유로 당원 가입 등 정치참여를 제한하고 있다. 현재 안 이사는 새누리당 비례대표 가접수 상황으로 입당이 완료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결격 사유 조항의 제정 취지를 고려할 때 방통위의 사표 수리 이전 새누리당 비례대표 신청을 한 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EBS 안팎에서 “안양옥 이사의 사표를 수리해 면죄부를 줘선 안 되고, 한국교육방송공사법에서 정하고 있는 결격사유 해당을 이유로 ‘해임’하는 게 마땅하다”(3월 14일, 언론노조 성명)고 방통위에 요구한 이유다. 하지만 방통위는 지난 14일 안 이사의 사표를 수리했다.

방통위의 이런 모습에 대해 언론노조 EBS지부는 “방송의 공정성을 명시하고 있는 현행 법률이 국가기관에 의해 유린되고 있는 비극적 역사의 단면”이라며 “부적격 인사에 끝끝내 임명장을 줬던 방통위가 이 상황에 대해 납득할 수 있는 해명을 해야 한다. (이번 사태는) 공공성, 공정성, 중립성에 기반한 EBS 정체성에 심각한 위해를 가한 폭력”이라고 주장했다.

EBS의 한 관계자는 “불명예 사건으로 도중하차 했던 이를 어쩔 수 없다며 임명한 것으로 모자라, 계속해서 출마설이 나오는 상황에서도 방관하다 새누리당 비례대표 신청 후에야 (안 이사) 사표를 처리한 방통위는 EBS의 최소한의 명예도 지켜줄 의지가 없었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야당 추천의 고삼석 방통위원은 “부적격 인사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교총에서 (EBS 이사) 추천권을 사유화 했다”며 “시행령을 개정해 EBS 이사 추천 권한을 (교총 외 다른 단체로) 확대해 후임 이사 추천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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