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녹취록’ 백종문, 사적 만남이라며 법인카드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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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 53일만에 방문진 출석해 해명

“우연히 직원들이 만난 자리에서 서로 간 가볍게 대화를 했다. 친교의 시간을 갖고 사적인 견해에 대해 얼마든지 이야기할 수 있다. 나는 술이 약해 많이 안 먹었다. (2012년 언론노조 MBC본부) 파업 때 회사 입장을 대변해줬던 사람들을 만나는데 (다른 임직원들이) 같이 가보자 했다. 우리를 파업 때 대변해줬던 유일한 매체였다.”

백종문 MBC 미래전략본부장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증거 없이 PD・기자를 해고하고 프로그램에 개입했다는 내용 등이 담긴 ‘MBC 녹취록’이 세간에 알려지며 파문을 일으킨 지 53일 만에서야 이뤄진 ‘첫 공식해명’ 자리였다. 백 본부장은 당시 모임에 대해 “가벼운 저녁 자리”였다면서도 해당 저녁 식사를 ‘법인카드’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사적인 친교를 위한 업무였다”는 것이 그 이유다.

▲ <뉴스타파> 1월 24일 보도 'MBC 고위간부의 밀담, "그 둘은 증거없이 잘랐다"'에서 최경영 <뉴스타파> 기자가 백종문 MBC 미래전략본부장(사진 오른쪽)에게 녹취록에 대해 묻고 있다. ⓒ화면캡처

백종문 본부장, ‘MBC 녹취록’ 사태 53일만에 첫 공식 해명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고영주, 이하 방문진)는 17일 오후 2시 정기이사회를 개최한 가운데 백종문 미래전략본부장은 영업보고를 한 후 이사들에게 ‘MBC 녹취록’ 사태에 대해 해명했다. 지난 1월 25일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측이 입수해 공개한 지 53일 만에 이뤄진 첫 공식 해명이다.

녹취록에 따르면 백종문 본부장은 지난 2014년 4월 서울 종로에 있는 한식당에서 MBC 관계자 3인과 보수 인터넷 매체 <폴리뷰>의 편집국장 및 기자와 함께 만난 자리에서 MBC본부의 170일 파업과 관련해 진행 중인 소송에 대해 언급하면서 당시 해직자 박성제 기자와 최승호 PD는 증거가 충분치 않은데도 해고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백 본부장은 당시 인사위원회 위원이었으며, 안광한 현 사장은 당시 부사장으로 인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또한 녹취록에는 MBC 내부 정보를 외부 매체에 제공하겠다는 이른바 ‘파이프라인 구축’에 대한 내용은 물론, 라디오는 빨갱이라는 내용, 시사프로그램에 경영진의 개입이 의심되는 발언 등이 담겨 있었다.

백종문 본부장 “술자리 모임 옳고 그름 따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해당 녹취록 파문과 관련해 백 본부장은 모든 의혹을 부인했다. 백 본부장은 해명에 앞서 모두발언을 통해 “녹취록이 공개되어 불필요한 오해를 산 데 대해 죄송하다.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우연히 만남이 이뤄졌었고, 직원들이 만든 친목의 자리에 간 것인 뿐이었다. 술도 곁들이면서 가벼운 저녁 자리였고 담소도 했다. 서로가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표현을 했었다”고 말했다.

백 본부장은 “소송 같은 것도 말하긴 했지만, 주관적이고 과장된 표현이 섞여있었다”며 “녹취된다는 생각은 상상도 못했다. 공식적이지 않은 자리에서 녹취된 것에 대해 공식적으로 옳고 그름으로 따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백 본부장은 “증거 없이 해고했다”는 언급에 대해 “사규에 의해 인사위원회에서 정상적인 절차로 진행된 것이고 옳고 그름은 대법원에서 판단할 것”이라고 해명했으며, 프로그램 통제 및 압력 발언에 대해서는 “압력을 넣었다는 주장은 허위와 곡해에 근거한 것이다. 과거 MBC의 편파 물의에 비춰서 이제는 방송을 균형 있게 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말한 거다. 방송에 간섭하거나 압력 행사한 적 없다. 의견만 냈을 뿐이고 실제로 반영도 안 됐다”고 해명했다.

내부 정보를 외부 매체에 유출했다는 녹취록에 근거한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백 본부장은 ‘허위’라며 부정했다. 해당 기자(<폴리뷰> 기자)가 정보가 없다고 해서 취재에 협조를 하겠다는 의미였지, ‘기밀 정보’ 주기로 한 것도 아니었으며 실제로 정보제공이 이뤄지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폴리뷰> 편집장의 청탁 제안 발언과 관련해서도 백 본부장은 “편의적으로 발췌하고 (일부 내용이) 누락된 것으로 뭘 했다는 것은 악의적 왜곡”이라며 해당 녹취록 파문에 대해 거듭 “술자리에서 한 이야기가 회사의 공식 견해인 것처럼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은 부당하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 지난 1월 25일 <뉴스타파>의 MBC 녹취록 파문 보도 화면. ⓒ뉴스타파 화면캡쳐

백종문 본부장, ‘사적 모임’에 ‘법인카드’ 사용?

‘사적 모임’이었다고 해명하는 백 본부장에게 야당 추천 최강욱 이사가 해당 식사비용을 누가 냈느냐고 묻자 백 본부장은 “내가 법인카드로 냈다”고 말했다. ‘사적인 모임’이었다면서 회사 업무상 필요한 경비지출과 관련된 곳 등에 사용하는 ‘법인카드’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김재철 전 MBC사장의 경우 지난 2012년 MBC 파업 과정에서 의혹이 제기돼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항소심 재판에서 벌금 2000만원을 선고받았다. 김 전 사장은 법인카드를 사적용도로 1100만원 상당을 사용하고 감사원의 자료제출 요구를 거부한 혐의로 검찰에 약식기소 됐지만, 법원은 김 전 사장을 정식 재판에 회부했다.

이처럼 법인카드 사용과 관련해 부적절성이 논란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녹취록 사태 이후 MBC 안팎에서는 만일 백 본부장이 해당 식사자리를 법인카드로 처리한 것이라면 배임혐의가 적용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최강욱 이사는 개인적인 자리였다면 법인카드 사용내역에 대해 회사에 반환조치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고 이에 백 본부장은 “업무상 만나서 이야기를 했다. 사적인 친교를 위한 업무”였다며 “예를 들어 회사 사원들이 (밥을) 먹으면 법인카드를 쓴다. 대한민국에서는 다 그렇게 일상적으로 법인카드를 쓴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녹취록 내용 가운데 또 다른 논란이 된 경력직 채용 과정 발언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백 본부장은 “인사 검증을 한답시고 지역도 보고 여러 가지 다 봤다”고 발언했다. 이에 대해 백 본부장은 “지역을 본다는 것은 학교나 지역이 한 쪽으로 치우쳐 있을까봐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해 학교나 지역, 예를 들면 경상도, 전라도, 서울도 그렇고 이런 걸 봐서 다양한 사람이 들어와서 방송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그렇게 했다”고 해명했다.

야당 측 이사들이 보직사퇴를 요구하자 백 본부장은 “그런 건 생각해 본적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 <뉴스타파> 1월 25일 방송 ‘MBC 고위간부의 밀담, 그 둘은 증거없이 잘랐다’ ⓒ<뉴스타파> 화면 캡쳐

“우리가 정치판을 욕하지만 MBC가 그런 수준”

이 같은 백 본부장의 해명을 들은 여당 추천 유의선 이사는 “우리가 다 이걸 덮자, 잘했다, 감추자는 게 아니다. (백 본부장이) 말실수를 한 것이고, 자기들도 비판을 일정수준 감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말실수가 있었던 건 사실이고 백종문 본부장이 공식적으로 송구스럽다고 하지 않나. 앞으로는 공인으로서 주의하기 바란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또 다른 야당 추천 유기철 이사는 “그렇게 자신이 있다면 왜 두 달간 왜 잠행했나. 자신이 없었나”라며 “사과가 부족한 것 같다. 보직 사퇴해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최강욱 이사는 “어떻게 실세 의원하고 똑같나. 취중에 빤한 거짓말을 했다고 말하고. 그러나 대처하는 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그 의원은 불이익을 받았고 사과하기 위해 당사자를 찾아다니기도 했다”며 “우리가 정치판을 욕하지만 MBC가 그런 수준”이라고 말했다.

최 이사는 “정치적 편향 발언을 했는데, 공영방송 인사가 처음 만난 사람에게 그런 이야기를 해놓고 빠져나가려고 하냐”고 지적하며 “이번 일은, 당신(백종문)의 발언은 인류가 존재하는 한 잊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MBC 녹취록’ 사태와 관련해서 백종문 본부장의 ‘첫’ 공식해명을 듣는 자리에서 여야 이사들 간의 논쟁이 오가기도 했다. 또한 질문을 못다 한 야당 추천 이완기 이사의 항의에 고영주 이사장은 차기 이사회에 백 본부장이 출석하게 될 경우 다시 질문을 이어가기로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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