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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문제 끝나지 않은 우리의 일”

[한국PD대상 수상자 인터뷰 ②] 드라마 작품상 KBS ‘눈길’ 이나정 PD 구보라 기자l승인2016.03.22 14: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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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광복 70주년 특집으로 제작된 2부작 <KBS 드라마 스페셜-눈길>(연출 이나정, 극본 유보라)이 제28회 한국PD대상 TV드라마 작품상을 받았다. ‘위안부’ 피해 여성들의 삶을 세심한 연출로 그려내 시청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던 <눈길>이 현직 PD들로부터도 작품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이탈리아상 TV드라마-TV영화 부문에서 '프리 이탈리아상'을 수상했고, 중국의 영화제 금계백화영화제에서도 최우수 작품상과 여우주연상(김새론)을 받은 바 있다.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KBS별관에서 만난 이나정 PD는 “배우부터 스태프, 유보라 작가까지 모두 진정성을 갖고 작품에 임했다”며 제작진 전체에게 수상의 공을 돌렸다. <눈길>은 더 늦기 전에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알리고 싶었던 유보라 작가의 바람에서 시작했다. “위안부 이야기를 역사를 망각하면 비극은 되풀이 될 수 있다”(<눈길> 기획의도 중에서)는 생각으로 유 작가와 2013년 <KBS 드라마 스페셜- 연우의 여름>을 함께 작업했던 이나정 PD가 이번 작품에서 다시 손을 잡았다.

▲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KBS별관 공개홀에서 열린 한국PD대상 시상식에서 수상소감을 말하고 있는 이나정 KBS PD ⓒPD저널

이 PD는 <눈길>을 잘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기에 제작 준비 과정이 길었고, 작품이 배경이 될 장소를 찾는 데에도 많이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2015년 1, 2월 내내 태백, 인제, 정선, 충남 아산, 경남 밀양, 소록도, 해남 등등 촬영 장소를 찾기 위해서 전국을 다녔다. 작품에 대한 깊은 애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눈길>에서는 1928년 당시 열다섯이었던 소녀 두 명이 일본군에게 끌려가 위안소에서 겪었던 이야기를 다루지만, 위안소에서 소녀들이 당하는 고통을 ‘직접’ 드러내지 않는다. 직접적이고 자극적인 연출 대신 은유적 표현으로도 충분히 그들의 슬픔과 고통이 전해진다. 이 PD는 ‘남자 대 여자‘로 특히나 ’겁탈하는 남자 vs 당하는 여자‘라는 구도를 피하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전쟁의 비극을 단순히 ‘어린 소녀가 당한 겁탈’로 보여주고 싶지는 않았던 이 PD는 피해자들에게는 사건의 재현이 또 다른 폭력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 자극이지 않은 연출에 신경을 많이 섰다. 배우들이 연기하는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아역들도 촬영하는 과정에서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해 노력했어요. 방 안에서 배우를 눕히는 것만은 하지 말자는 게 원칙이었죠. 또한, 어린 친구들이 그 상황을 연상하지 못하도록 장면을 나눠서 촬영했어요.”

예를 들면 종분(김향기)이 방에 있고, 일본 군인이 들어오는 장면에선 은유적으로만 표현하기 위해서 향기가 방에 있는 장면을 먼저 찍고 나서, 일본군이 들어오는 장면을 따로 찍었다. 일본 군인이 들어오는 것도 ‘구둣발’로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그 당시의 여성들, 현재 작품에 출연하는 여성 모두를 배려한 연출이 돋보이는 지점이다.

▲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KBS별관 공개홀에서 열린 한국PD대상 시상식에서 TV 드라마부문 작품상을 수상한 이나정 PD에게 <눈길>에 출연했던 배우 김영옥과 김향기가 트로피와 꽃다발을 전해주고 있다. ⓒPD저널

또한 <눈길>은 ‘전쟁이라는 비극 속에 놓인 개인’에게 초점을 맞추었다. 1928년 그 당시의 비극적인 상황뿐만 아니라 전쟁으로 인해 ‘평범했던 소녀’들의 꿈과 인생 전체가 사라져버린 상황 자체를 보여준 것이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 초점을 다르게 맞춰보려 했어요. 그 당시 상황들을 생각하며, ‘저렇게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있으면 나는 어떻게 살지?’라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되더라고요. 그 당시에 태어나서 그런 일을 당했던 사람들은 어떠했을지 생각하면 너무 마음이 먹먹해졌죠.”

그렇기에 ‘가해자 대 피해자’, ’한국 대 일본‘ 등 이분법의 틀로 당시 상황을 그려내지도 않았다. <눈길>에서 일본군 소년병 또한 가미카제(자살 공격을 한 일본군 특공대) 받은 것에 대해 후회하며 우는 장면이 나오듯 전쟁으로 인해 폭력과 그 상처는 민족, 남녀를 떠나서 모두에게 비극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눈길>은 위안소로 끌려가 ‘얼마나 모질고 참담한 상황’을 겪었는지에 집중하기 보다는 모든 걸 폐허로 만들어버리는 전쟁과 고통 받는 ‘개인’을 세심하게 그려냈다. 또한 지난 아픈 역사를 짚어보며 먹먹하면서 깊은 울림을 주었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아직도 정리되지 않은 진행형의 과제임을 강조했다. 지난해 참석한 ‘이탈리아상’에서 수상한 이유도 “역사적 소재를 다루면서도 현대적인 영화”라는 점 때문이다. 2차 세계대전 관련 작품이 많았지만 심사위원들이 <눈길>을 보면서는 현재 IS가 소년·소녀들에게 폭력을 가하는 상황이 연상되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나정 PD가 <눈길>을 연출하면서 알리고자 한 메시지도 바로 이 점이었다. “더 좋은 드라마도 많았는데 짧은 두 편 짜리 특집극에 상을 준 것은 ‘위안부’ 문제가 끝나지 않은 일임을 기억하자는 의미로 받아들였어요. <눈길>의 기획의도처럼 누군가의 마음에 진심으로 따뜻하게 공감하는 그런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눈길>은 오는 6월 영화로도 개봉된다. 영화 작업으로 인한 저작권 문제로 다시보기 서비스가 중단돼 아쉬워했던 시청자들은 스크린으로 <눈길>을 만나볼 수 있다.

▲ 한국PD대상 TV드라마부문 작품상 수상작 KBS <눈길> ⓒKBS

구보라 기자  9bora@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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