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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자의 간절함이 모여 만들어진 방송”

[한국PD대상 수상자 인터뷰 ③] 올해의 PD상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안윤태·도준우 PD 최영주 기자l승인2016.03.22 20:5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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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것이 알고 싶다>를 대표해 인터뷰에 응한 도준우 PD(왼쪽)와 안윤태 PD. ⓒ김성헌

“상을 많이 받아보진 않았지만 받을 때마다 부담이 돼요. 어떤 노력의 대가로 주어지는 게 상이라고 본다면, 오롯이 우리가 잘해서만 좋은 평가를 받는 건 아닌 거 같아요. 우리가 현장에서 만나는 제보자나 피해자, 유가족… 그들이 우리에게 제보해준 마음, 피해자들이 2차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우리에게 이야기해준 마음이 하나하나 모여 만들어진 방송에 대한 평가라고 생각해요. PD들에게 준 상이라기보다 제보자, 피해자들과 같이 받아야 하는 상이 아닌가 싶어요.”(안윤태 PD)

지난 18일 한국PD연합회(회장 안주식)가 시상하는 제28회 한국PD대상의 대상격인 ‘올해의 PD상’에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팀이 선정됐다. 6명의 <그것이 알고 싶다> PD 중 한 명인 안윤태 PD는 이번 상의 공로를 제보자와 피해자, 유가족들에게 돌렸다. 카메라 앞에 나서 숨겨왔던 이야기, 할 수 없었던 이야기, 떠올리는 것조차도 고통스러운 이야기를 용기를 내어 들려준 이들이 있었기에 <그것이 알고 싶다>가 1000회가 넘는 방송을 24년 동안 이어올 수 있었다.

<PD저널>은 21일 서울 목동 SBS 13층에서 안윤태 PD와 도준우 PD를 만나 시상식에서 미처 다 꺼내놓지 못한, ‘<그것이 알고 싶다> PD’라는 이름을 달고 방송을 하는 의미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진실의 눈으로 세상을 지켜보겠습니다”라는 슬로건 아래 <그것이 알고 싶다>가 시청자를 만난 지도 1023회(2016년 3월 19일 기준). 사회의 이면과 부조리를 조명하고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을 이어온 시간이다. 사회 범죄, 살인, 미해결 사건 등 다양한 미스터리 사건은 물론 ‘땅콩회항’, ‘형제복지원’,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세모자 성폭행 사건’ 등 굵직한 사회적 이슈도 빼놓지 않았다. 특히 1000회를 맞이한 지난해 9월 <그것이 알고 싶다>는 대한민국의 정의를 묻는 3부작을 통해 돈과 권력으로 정의를 구현하는 ‘그들만의 리그’를 파헤쳤다. 이 같은 다양한 사회를 모습을 스토리텔링으로 쉽게 풀어내며 우리 사회 감시자로서의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에게 ‘올해의 PD상’이 주어졌다.

시상식에는 <그것이 알고 싶다> 6명의 PD가 모두 참석하지 못했다. 6명의 PD가 6주에 하나씩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하는 빠듯한 일정이다. 안윤태 PD와 도준우 PD가 인터뷰에 나올 수 있었던 것도 마침 1주 전과 2주 전 프로그램을 마쳤기 때문이다. 이들도 각자 편집하면서 혹은 쉬면서 문자로 수상 소식을 알게 됐다. 다른 PD들도 취재를 하다가 문자를 받았다. 이들은 모두 상을, 그것도 동료 PD들이 직접 선정하는 상을 받을지 몰랐다고 했다.

이들은 <그것이 알고 싶다>팀이 상을 받게 된 이유에 대해 말을 하고 싶어도 말하지 못하는 사람, 문제제기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람들을 대신해 권력의 이면을 고발하고 그들의 억울함을 들어주는 모습을 보며 시청자가 공감해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들이 지난 3월 21일 서울 목동 SBS 13층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이날 취재, 촬영, 편집 등 바쁜 일정으로 PD와 작가를 비롯한 스태프 모두가 모이지 못했다. 사진 왼쪽부터 도준우 PD, 김수현 취재작가, 길용석 조연출, 하선경 취재작가, 이다영 취재작가, 정보람 취재작가, 백진주 취재작가, 김현정 조연출, 조정아 조연출, 유가영 취재작가, 안윤태 PD, 장경주 PD, 문성훈 조연출. 사진을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김성헌

24년, 시청자를 대신해 사회의 부조리를 뒤쫓아 질문한 시간

안윤태 PD(이하 안윤태) 방송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현장에 가서 취재원을 만나다보면 그들에게는 일종의 ‘기대감’이 있어요.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해주겠지 하는 기대감인 거죠. 한(恨)을 가지고 사는 분들,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들…. 보통의 경우에는 우리 사회 기득권층이라기보다는 소시민들, 어쩌면 그보다 더 밑바닥 생활을 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죠. 그 분들의 기대감 때문에라도 사명감을 가질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프로그램을 통해 그들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해소가 된 듯한 감정들을 시청자도 비슷하게 느끼는 거 아닐까요. 일종의 대리만족인 거 같아요. 자화자찬 같지만, 그런 생각이 많이 들어요. 그 자체가 저희들이 허투루 일할 수 없게 만드는, 제작진이 책임감을 가지게끔 하는 이유이기도 해요.

도준우 PD(이하 도준우)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그것이 알고 싶다>도 수많은 PD들이 지나갔잖아요. 최근에 와서 우리 프로그램, 우리 PD가 잘했다기 보다, 어떤 면에서 우리는 예전과 비슷하게 하거나 오히려 예전보다 못하는 거 같기도 한데, 시대적 상황 때문인 거 같아요. 이 사회가 너무 정의롭지 못한 부분이 많다 보니 우리가 더 부각되어 보이는 건 아닌가 생각해요. 하는 거에 비해서 시청자들이 우리를 많이 믿어주는 게 보여요. 방송이 끝나면 저희도 실시간 반응을 확인하는데, 제가 생각했던 것 보다 더 분노하고 가슴 아파하는 댓글이 많아요. 우리가 의도하지 않은 기획의도를 찾아내신 분도 있고요. 그런 걸 보면 시청자들이 우리 프로그램을 믿어준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믿음이 크다보니 우리가 살짝 건드려도 크게 반응이 올 때가 있어요.

시청자를 대신해 질문하고 의혹을 제기하고 사회의 이면을 드러내는 게 바로 시사 PD의 역할이고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이 하고 있는 일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의 장점으로 꼽히는 건 이 같은 사회 부조리를 미스터리한 방식으로 풀어내며 시청자가 장면장면 함께 따라가며 스스로 생각하고 다음에 어떻게 될까? 누가 사건의 키를 쥐고 있을까? 등을 고민하고 생각하게끔 만든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시청자의 궁금증에 대해 미리 꼼꼼하게 취재하고 확인하는 게 필요하다.

안윤태 <그것이 알고 싶다>의 장점은 취재에서 분명히 드러나요. 제가 며칠 전 방송을 했는데, 여수 유흥업소 여직원 한 분이 뇌사에 빠졌다 사망한 사건이죠.(3월 19일 ‘사라진 목격자-여수 S주점 여종업원 사망 미스터리’ 편) 촬영을 거부하긴 했지만 전라남도경찰청 경찰관을 만나 2시간 가까이 이야기를 했어요. 한참을 이야기하다 경찰관이 ‘아, <그알>이 왜 이렇게 디테일하게 나오는지 이야기하다 보니 알겠네요’라고 하더라구요. 방송에 다 담지는 못하더라도 시청자가 느낄법한 궁금증을 다 해결하고 나서 방송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디테일하고 꼼꼼하게 질문을 하죠.

이 같은 디테일을 바탕으로 한 스토리에 집중력을 덧입히는 건 ‘스토리 텔러’인 진행자 김상중씨의 역할이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것이 알고 싶다>의 트레이드마크와 같은 대사 “그런데 말입니다”와 “우리는 여기서 한 가지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가 진행자 김상중씨의 입에서 나오는 순간 시청자는 화면에 더욱 집중하게 된다. 그 말은 곧 새로운 ‘무언가’를 보여준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도준우 <그것이 알고 싶다>의 또 다른 장점은 ‘스토리 텔러’가 있다는 거예요. 다른 방송사에도 비슷한 프로그램이 많은데, 김상중 씨는 우리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을 잘 흡수해서 시청자에게 전달해요. 제작진이 VCR을 통해 보여주지 못하는 부분까지 집중력 있게 전달해주기도 해요. VCR이 재미가 없거나 전달력이 떨어진다 해도 김상중씨가 잘 받쳐주는, 일종의 ‘브릿지’ 역할을 잘 하죠. 물론 작가들이 대본을 훌륭하게 쓰는 것도 있지만, 김상중씨가 있어서 더 힘을 받는 거 같아요.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김상중씨의 말투 등을 많이 따라하는데, 그건 그만큼 스토리 텔러가 인상적이라는 이야기인 거 같아요.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줘서 고맙다”

▲ '세모자 사건'을 취재한 안윤태 PD. ⓒ김성헌

이렇게 현장에 나가 사람들을 따라다니며 질문하고 사건을 뒤쫓고 스토리텔링을 통해 사건을 재구성해 시청자에게 선보인지도 각각 2년 4개월, 10개월을 맞은 안 PD와 도 PD. 그들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무엇인지 물었다.

안윤태 저는 작년에 같은 주제로 세 차례 방송을 했어요. ‘세모자 사건’이죠. 아무래도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어요. 그게 화제가 되고 회자가 돼서 기억에 남는다기보다, 아이들을 학대 상황에서 구해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방송을 통해 이뤄냈기에 나름 보람을 많이 느꼈던 방송이에요. 방송이 끝나고도 계속 상황을 지켜보고 있어요. 한해에 같은 주제로 세 번이나 방송한 건 처음이었어요. 그리고 재작년에 했던 민간인 학살에 대해 다룬 ‘뼈 동굴 미스터리, 50년 괴담의 진실’ 편도 기억에 남는데, 그건 제가 <그것이 알고 싶다>팀에 온지 얼마 안 된 상황에서 한 거였어요. 정부가 피해자들의 50년 이상 된 한을 아직도 풀어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사람들에게 리마인드 됐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방송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방송이 끝나고 어르신들이 저한테 했던 말이 딱 한마디예요. “이야기를 들어줘서 고맙다.” 이야기할 곳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한이 맺힌 거고요.

도준우 저는 짧게 해서 몇 개 한 게 없지만 하나만 뽑자면 ‘신정동 연쇄살인’이 기억에 남아요. 처음 봤을 때는 그냥 그런 사건들 중 하나로 생각했는데, 경찰들을 만나다보니 생존자도 있고 모르던 사실을 많이 알게 됐죠. 방송에 내지 않았지만 경찰이 용의자를 잘못 짚은 부분도 있어서 협조가 안 되는 사건이었죠. 어렵게 설득한 끝에 생존자를 만나서 들었던 이야기들 중에는 사건 당시 경찰에게 이야기 안 했던 부분도 많았어요. 그렇게 얻은 정보를 분석해서 노들길 사건과 연관성이 있다는 걸 알았고 그래서 한 번 더 방송했죠. 하면서도 재밌게 했어요. 범인을 잡을 수 있을 거 같았거든요. 경찰이 조금만 힘써주면 범인이 나올 거 같아서, 진짜 범인을 잡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했는데, 아쉬운 건 아직까지 범인이 안 잡혔다는 거예요.

이처럼 사회의 어두운 구석을 재조명하고 파헤쳐 세상에 공개해야 하는 직업이다 보니 위험은 늘 뒤따른다. 그러나 무엇보다 걱정인 것은 PD 자신이 아닌 ‘가족’이다. 누군가의 남편, 누군가의 아빠, 누군가의 아들인 그들이기에 매순간 가족들 걱정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특히 위험한 아이템을 취재할 때는 말이다.

지난 18일 도준우 PD가 수상소감을 말하면서 “<그것이 알고 싶다>의 PD를 남편으로 둬서 혹은 아들로 둬서, 아빠로 둬서 늘 걱정을 달고 사시는 모든 가족께 미안하고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한 것 역시 이 같은 이유에서다.

도준우 실질적으로 우리가 위험하다거나 그런 건 없는데, 이런 건 있어요. 최근 아파트 차량 스티커를 바꾸러 갔는데 새로 나온 스티커를 보니 아파트 이름과 동・호수까지 다 있더라구요. 혹시나 누군가 내 차를 따라와서 내 연락처와 주소를 알아간다면…. 그 집에 아내도 있는데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도 이렇게 문득 생각이 드는데 가족들은 얼마나 걱정할까, 마냥 내 남편, 우리 아빠가 잘 하고 있다가 아니라 걱정이 앞설 거 같아요.

드문 경우이기는 하나 제작진이 취재 중이던 살인사건의 가해자로 의심되는 사람이 비록 동은 다르나 제작진과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든지, 인터뷰를 했던 가해자를 오며가며 만난다든지 하는 일이 있기도 했다.

안윤태 간혹 TV에 얼굴이 나오다 보니 아파트 아주머니들이 저를 알아보세요. <그것이 알고 싶다> PD가 살고 있다는 소문도 어느 정도 나 있고요. 그런 경우에 굉장히 걱정돼요. 구체적인 해코지가 있을 수 있겠구나 싶은 거죠. 다른 일반적인 직업이면 느끼지 않아도 되는 걱정을 시사 프로그램 PD라서 짊어져야 하는 것들이 있어요. 항상 걱정을 달고 살아야 하는 게 있는 거죠.

▲ '엽기토끼'로 알려진 '신정동 살인사건'을 취재한 도준우 PD. ⓒ김성헌

불의와 억울함을 뒤쫓는 PD들, PD들의 뒤를 따라다니는 트라우마

이 같은 불안감은 마치 그림자처럼 <그것이 알고 싶다> PD의 뒤를 항상 쫓고 있다. PD들을 따라다니는 건 불안감만이 아니다. 억울하게 피해를 보거나 죽어간 사람들, 사회의 불합리한 면들을 마주치면서 오는 피로감도 상당하다. 때로는 감정적으로, 심정적으로 지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안윤태 지치죠. 감정적인 소모가 굉장히 큰 프로그램입니다. 단점이라면 단점인데, 가해자를 만난다는 건 피해자를 대신해서 마음을 단단히 먹고 강하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는 거고, 거기서 겁이 안 나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당연하게도 그 자체가 부담이죠. 피해자 쪽을 만나게 되면, 기본적으로 피해자들의 사연이나 그들의 한에 공감하려는 노력을 많이 해요. 공감을 해야지만 자연스런 의문과 질문이 생기고 해결해야 한다는 의지가 생겨나요. 그런데 피해자와 감정을 공유하다 보면 PD들도 힘들어지죠. 트라우마 비슷하게 남아요. 프로그램 한 편 한 편 할 때마다 쌓이고 쌓이는 거 같아요. 아이템 하나하나 다 생각날 수밖에 없는 게, 사람들을 만났을 때 감정이 남아요. 내가 어떤 마음으로 취재했는지 선명하게 마음 속에 남아있어요.

PD로서 취재원과 피해자 등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공감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프로그램, 특히 시사프로그램에서 객관성은 중요한 요소다. 객관성을 위해서 시사PD는 중립적인 위치에서 프로그램을 만들고 시청자에게 전달해야 한다. 그렇기에 감정과 사실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안윤태 중립을 지켜야 하기에 어느 한쪽으로 빠지지 않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해요. 이런 이야기를 해도 되는지 모르겠는데, 세모자 사건을 취재할 때 방송에 나오지는 않았지만 아이들을 엄마와 분리시키는 상황에서, 정신병원에 입원시켜 치료받게 하려고 경찰이랑 같이 병원을 다녔어요. 세 군데를 갔는데 다 거절했어요. 워낙 이슈가 된 사건의 당사자다 보니 병원 입장에서 부담스러웠던 거죠. 병원에서 거절하니까 경찰도 끝까지 뭔가 하려는 의지보다 가족들에게 넘기고 빠지려는 분위기였죠.

제 입장에서는 그때 분리를 제대로 못하면 큰 사고가 나겠다 싶더라고요. 1박 2일 꼬박 밤을 샜어요. 그때 팀장하고 새벽에 전화를 하고 상황을 설명하면서 막 울었어요. 어떻게 될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당시 팀장인 정철원 팀장이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지금 네가 선택하는 게 맞다고’ 말해주더라구요. 누군가의 인생을 결정지을 수 있는 선택을 하는 거라, 고민을 많이 했거든요. 그런 부담감이 겹치면서, <그것이 알고 싶다>와서 가장 힘든 상황이었던 거 같아요.

말을 하는 중간 안 PD의 눈시울이 또 붉어졌다. 당시를 떠올리며 이야기를 꺼내 놓는 안 PD의 마음 속에 새겨졌던 그날의 감정이 떠오르는 듯 보였다.

안윤태 중립성과 객관성을 지키는 노하우는 따로 없어요. 주변에 경험 많은 선배들에게 조언 구하고 작가와 상황을 공유하고 최선의 선택을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그리고 객관적인 방송을 하는 건, 사실 기술적인 부분인 거 같아요. 감정적인 건 다른 부분이에요. 저 같은 경우는 그런 걸 극복하려고 주변의 도움을 많이 받은 편이에요.

도준우 PD마다 다 다른 거 같아요. 선배가 말한 것처럼 감정적으로 공감을 더 잘하는 PD도 있지만, 저는 그런 게 덜한 편이에요. PD들끼리 모니터를 하는데 다른 PD들 하는 걸 보면서 내가 저 상황이면 저렇게 못할 거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저는 성격 자체가 그래서인지 누구랑 이야기하든 최대한 중립적으로 하려는 편이에요. 피해자 말이라도 과장이 있을 수 있고, 거짓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들을 바라보려고 해요. 항상 의심하려고 해요. 반대로 정말 손가락질 받아야 하는 가해자라고 해도 충분히 이야기를 듣고 이해하려 하고요.

안윤태 우리끼리는 준우가 <그것이 알고 싶다>에 최적화된 PD라고 해요. 스트레스를 최소화시켜서 <그것이 알고 싶다>를 하는 PD죠. 굉장히 큰 장점이에요.

도준우 장점일 수도 있고 단점일 수도 있는 거 같아요. 저때는 한 발 더 나갔어야 하는데 하는 부분도 있고요.

안윤태 방송을 하다 보니 가해자에게 욕먹는 것보다 피해자에게 아쉽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더 겁이 나요. 피해자가 전화를 해서 그럴 거면 왜 방송했냐고 할 때 너무 마음이 아파요. 그런 경험이 쌓이다보니 이제는 피해자들에게 그런 소리 듣지 않기 위해서라도 현장에서 좀 더 들이대고 뭔가 해보자는, 일종의 책임감이 생겼어요. 반대로 이야기하면, 방송이 끝나고 피해자분들께 받는 ‘고맙습니다’라는 한마디가 정말 큰 보람이에요. 시청률, 화제성 다 떠나서 용기 있게 화면에 나서주신 분들이 ‘고맙습니다’라고 하면 힘든 일을 버티게 해주는 힘이 돼요.

▲ 사진 우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누가 그를 모함했나-강기훈 유서대필사건, 24년의 진실’ 편(2015년 5월 30일 방송), ‘아가와 꼽새, 그리고 거짓말-여간첩 미스터리’ 편(2015년 7월 26일 방송), ‘위기의 세 모자-그들은 왜 거짓폭로극에 동참하나?’ 편(2015년 8월 1일 방송). ⓒ화면캡처

지키고 질문할 곳이 있다면 어디든 갈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때로는 분노하고 때로는 시청자 몰래 뒤에서 눈물 흘리며 때로는 누구보다 냉정하게 사건을 바라보며 <그것이 알고 싶다>를 제작해왔다. 그런 PD들이 모여 지난해 1000회를 이뤘고, 이제는 다시 2000회를 바라보며 나아갈 때다. 1000회까지 이어올 수 있었던 <그것이 알고 싶다>가 지켜가야 할 점, 그리고 2000회를 위해 새롭게 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물어봤다.

안윤태 어떤 다른 PD도 마찬가지지만 윤리의식이 강해야 한다고 봐요. 우스갯소리로 전에 영우(류영우 PD)가 이야기했나? 우리는 프로그램에 얼굴이 나오니까 어디 가서 무단횡단도 잘 못하겠다고 했는데, 공감이 돼요. 사회의 부조리를 지적하는 내용을 만드는 PD인데, 윤리의식이 강하지 않으면 이율배반적이지 않을까요? 그런 건 지금까지 선배들이 잘 해왔고 지켜왔던 것처럼 당연하게 지켜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새롭게 해나가야 할 점이라면, 우리가 1000회를 기점으로 자기반성을 많이 했어요. 살인사건에 편중된 소재들이 아니라 사회의 부조리에 대한 아이템을 조금 더 다양하게 이야기해야 하지 않나 생각을 많이 해요.

<그것이 알고 싶다>는 이른바 ‘미스터리성 고발 다큐멘터리’라고 불린다. ‘사라진 반지-드들강 살인사건 미스터리’, ‘미스터리 문경십자가 죽음의 비밀’ 등 미궁에 빠지거나 미제상태로 남은 불가사의한 사건 등 다양한 스펙트럼의 미스터리를 고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정치나 경제 권력 문제 등 거대 담론에 대한 아이템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작은 이야기부터 큰 이야기까지 다양한 주제가 혼재된 게 <그것이 알고 싶다>의 특징이지만, 제작진 내부에서는 이른바 큰 이야기에 대한 고민도 계속되고 있다.

도준우 저는 <그것이 알고 싶다> 첫 방송이 997회였어요. 운 좋게 1000회의 영광을 함께 했는데, 997회 아이템 하고 제게 주어진 임무가 1000회 스팟을 만드는 거였어요. 1회 때부터 쭉 방송을 받아서 PD들이 걸어간 뒷모습을 붙인 스팟이었죠. 저는 원래 예능PD였어요. 다른 PD들은 다 교양PD이고, <그것이 알고 싶다>에 대한 꿈같은 게 있었는데 사실 저는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선배들이 했던 모습, 걸어온 길을 보면서 <그것이 알고 싶다>에 대한 애정을 느꼈어요. 선배들이 어렵게 지켜왔구나 생각이 들었죠. 지켜야 할 게 있다면, 어디든 갈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할 거 같아요. 그게 어디든 간게 선배들이 걸어갔던 것처럼 말이죠. 새롭게 해야 할 점이 있다면, 아이템의 다변화가 필요한 거 같아요. 그리고 사회문제든 어떤 아이템이든 사람들의 눈길을 끌 수 있게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한 거 같아요.

시청자는 <그것이 알고 싶다>의 힘

인터뷰를 하면서도 두 PD는 취재원, 제보자, 시청자에 대한 고마움을 거듭 드러냈다. 그들의 인터뷰 마지막 역시 시청자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는 것이었다. 더불어 도 PD는 동료들에 대한 걱정을 감추지 않았다.

안윤태 방송하는 사람들에게 시청자들은 고마운 존재예요. 우리가 방송을 계속 할 수 있는 기반이죠. 시청률은 숫자로 표현되는 거고, 댓글은 직접 이야기를 듣는 게 아니라 처음엔 솔직히 그 의미를 잘 체감하지 못했는데, 2년 하다 보니 그게 왜 중요한지 알겠더라구요. 프로그램에 관심을 보이고 공감해주는 분들이 정말 중요한 거 같아요. 앞으로도 계속 관심을 가져주시면 <그것이 알고 싶다>도 잘 해나갈 수 있을 거 같아요.

도준우 우리 제작진들이 몸을 좀 챙겼으면 좋겠어요. 쉬어야 하는 날에도 못 쉬고 아이템을 찾는 PD도 있고, 1주일에 5일씩 밤을 새면서 만드는 사람도 있어요. 자시 스스로 몸을 챙기면서 해야 프로그램도 건강하게 만들 수 있어요. 모두들 너무 힘들게 일하는 거 같아서 항상 안타까워요. 그리고 또 하나, 제작진에는 프리랜서, 비정규직도 많이 있어요. 진짜 열정 하나 가지고 젊은 나이에 다들 밤새가면서 일하고 있는데, 그 친구들에 대한, 그들의 열정에 대한 대우가 좀 더 좋아졌으면 해요.

▲ 제28회 한국PD대상 시상식이 지난 3월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별관 공개홀에서 열린 가운데 올해의 PD상을 수상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을 대표해 도준우 PD가 수상소감을 밝히고 있다. ⓒPD저널

최영주 기자  yj719@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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