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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왜 ‘기자협회’를 흔드나

[분석] KBS 보도국장 포함 보직자 등 111명 총선 앞두고 기자협회 정상화 모임 결성 최영주 기자l승인2016.03.24 07:3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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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색 짙다"며 정상화 요구, 총선 모니터팀 가동하자 압박 강도 높여

지난 11일 KBS 사내 게시판에는 전・현직 보직간부와 평기자 등 111명 기자의 이름으로 성명이 올라왔다. ‘KBS기자협회 정상화를 위한 모임을 결성하며’라는 제목의 성명에는 KBS 기자들의 직능단체인 KBS기자협회의 존재 이유를 물으며, KBS기자협회가 KBS뉴스의 신뢰도를 추락시키는 해사행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KBS기자협회 정상화추진모임’(이하 정상화추진모임)는 정지환 보도국장을 비롯해 KBS 보도본부 소속 보직간부들과 일부 기자가 주축 되어 있다. 정지환 보도국장, 최재현 정치외교부장, 김형덕 탐사제작부장, 강석훈 국제주간, 장한식 편집주간, 박영환 취재주간 등 보도본부 보직자들과 메인뉴스인 <뉴스9> 진행자인 황상무 앵커와 최문종 앵커 등 111명 기자들이 여기에 속해 있다.

정상화추진모임은 기자협회를 ‘민주노총 산하 특정노조의 2중대’, ‘정치 조직화됐다’고 표현하며 이 같은 기자협회의 편향성과 정치성 등이 정상화를 요구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기자협회의 운영이 투명하지 않다고도 주장했다. 또한 기자협회가 ‘성명서 정치’를 통해 일종의 ‘해사행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상화추진모임은 “지금의 기협은 언론 자유와 공정 보도를 말하기에는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편향돼 있다. KBS기자협회는 사실상 특정 정치세력의 대변자 역할을 해왔다. 총선이 다가오면서 또다시 편파적인 모니터 활동이 도드라진다”며 “특정 목적을 위해 KBS 기자 사회를 황폐화시키고 ‘언론자유’나 ‘공정보도’ 등의 명분으로 포장해온 세력들은 KBS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대다수 조직원들과 시청자들의 가장 큰 적”이라고 주장했다.

결성 이후 정상화추진모임은 기자협회에 대한, 특히 기자협회의 모니터링 등에 대한 지적을 이어나갔다. 정상화추진모임은 지난 17일과 18일 또다시 사내게시판에 성명을 올리고 KBS를 ‘나쁜 방송’으로 규정하고 비판한 매체는 물론 언론・시민단체가 모여 결성한 ‘총선보도감시연대’의 모니터 보고서에 대해 기자협회가 침묵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기자협회장의 해명을 요청했다. 이와 함께 거듭 기자협회가 조속히 정상화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 지난 2015년 11월 14일 KBS 메인뉴스 <뉴스9>를 통해 보도된 '민중총궐기 집회 교통체증-수험생 발 동동' 리포트. ⓒ화면캡처

“기자협회, 보도본부 보직자들에게는 ‘손톱 밑 가시’”

정상화추진모임의 움직임은 고대영 사장 취임 이후 본격화한 기자협회에 대한 압박과 그 궤를 같이 하는 모양새다. 

지난 2015년 11월 16일 사상 처음으로 치러진 KBS 사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고대영 당시 KBS 사장 후보자는 “개인이 개인의 이름으로 (현안 등에 대해) 의견을 표시하는 건 헌법에서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인만큼 상관없지만, KBS 이름을 붙이고 개인이나 특정집단의 의견을 밝히는 건 반대한다. 대외적 활동에 있어 그런 부분에 대해 보다 엄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후 취임사와 신년사, 2016년도 업무계획에서도 ‘편성규약 개정’이 명시됐다.

이렇게 개인이나 특정집단의 의견을 밝히는 건 반대하며 이 같은 활동에 대해 엄격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후 집단적으로 기자협회의 활동에 대해 비판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고대영 사장 취임 이후 벌써 편성규약에 근거한 기자와 기자협회의 활동을 압박한 사례만 벌써 두 건이다.

편파 논란이 불거진 자사 보도의 경위를 파악했다는 이유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KBS본부 산하 공정방송추진위원회(이하 공방위) 간사와 KBS기자협회 공정방송국장은 지난 2월 각각 감봉 6개월과 견책 처분을 받았다.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 16일 보도국 아침 편집회의에 평기자를 대표해 참석한 이병도 기자협회장에 대해 보도국 간부들은 “편집권 침해”라고 규정했다. 이들은 각각 단체협약과 편성규약에 명시된 공정방송 활동을 한 것이다.

▲ 전 공정방송추진위원회 간사와 B 기자협회 공정방송국장에 대한 1차 인사위원회가 열린 지난 2월 23일 언론노조 KBS본부(위원장 성재호) 위원장과 부위원장 등이 사측의 징계 시도에 반발하며 인사위원회가 열리는 장소 앞에서 피케팅을 진행하던 중 사내 청원경찰에 의해 쫓겨나고 있다. ⓒ언론노조 KBS본부 영상 화면캡처

이처럼 기자협회장, 기자에 이어 이제는 기자들의 공정방송 활동의 중심인 기자협회 자체에 대한 압박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비슷한 상황은 이전에도 있었다. 지난 2013년 보도본부 간부들은 최근 편성규약에 따라 편성회의에 참석해 천안함 보도의 과도함을 지적한 기자협회장을 비판하는 연대 성명을 낸 데 이어, KBS 보도본부가 5일 직원들을 대상으로 편성규약의 위법성을 따지는 강의를 진행했다. 이를 두고 KBS 기자들 사이에선 “편성규약 무력화를 위한 조직적인 움직임이 시작된 게 아니냐”는 반발이 나오기도 했다.

이처럼 보도본부 간부들이 기자협회를 불편해하는 정서와 공정방송 활동의 근거가 되는 ‘편성규약’을 무력화하려는 움직임은 이전부터 있어왔다. 그리고 고대영 사장이 취임 전부터 거듭 주장하고 있는 ‘편성규약 개정’ 계획도 결국 이와 다르지 않다.

이 같은 일련의 흐름에 대해 KBS의 한 기자는 “보도본부 보직간부들이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존재가 사실 기자협회다. 뉴스에 대해서 자꾸만 손톱 밑 가시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이번 보도국장도 기자협회의 뉴스 감시기능을 무력화하는데 가장 열심히 앞장섰던 사람 중 한 명”이라고 말했다. 길게는 지난 2008년부터 시작된 움직임이 고대영 사장 체제에서 본격화되었다는 게 이 기자의 설명이다.

▲ 고대영 KBS 사장이 지난 2015년 11월 24일 오전 10시 KBS본관 공개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밝히고 있다. ⓒKBS

제3노조까지 거드는 모양새…총선 앞두고 기자협회 압박 계속될 것 우려

결성 이후에도 정상화추진모임은 기자협회에 대한, 특히 기자협회의 모니터링 등에 대한 지적을 이어나갔다. 정상화추진모임은 지난 17일과 18일 또다시 사내게시판에 성명을 올리고 KBS를 ‘나쁜 방송’으로 규정하고 비판한 매체는 물론 언론・시민단체가 모여 결성한 ‘총선보도감시연대’의 모니터 보고서에 대해 기자협회가 침묵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기자협회장의 해명을 요청했다. 이와 함께 거듭 기자협회가 조속히 정상화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같은 기자협회에 대한 압박을 제3노조가 거드는 듯한 모습도 펼쳐지고 있다. 지난 2011년 1직급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창립한 KBS공영노동조합 역시 지난 15일 성명을 올리고 “더 이상 직종별 임의조직인 ‘협회’가 회사 내 반(反)회사세력의 온상이 되지 못하도록 해야만 할 것”이라며 사측이 협회에 해산명령을 내려서라도 바로잡아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처럼 기자협회 무력화를 위한 오래된 움직임, 그리고 고대영 체제 이후 본격화된 실행 의지, 여기에 총선을 앞둔 시기라는 점까지 더해지며 기자협회, 다시 말해 공정방송 활동에 대한 압박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기자협회를 향한 정상화추진모임과 공영노동조합의 잇따른 비판 성명은 자칫 ‘KBS 내부 갈등’ 내지 ‘노노 갈등’으로 비춰질 수 있으나 이는 이번 사태의 본질은 내부 갈등이 아닌 공정방송 활동에 대한 압박이자 그 활동의 중심인 ‘기자협회’에 대한 압박으로 볼 수 있다. 특히나 오는 4월 총선과 2017년 대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총선이 다가오면서 또다시 편파적인 모니터 활동이 도드라진다”고 정상화추진모임이 지적한 점 등 총・대선을 앞두고 이 같은 압박이 본격화 된 것이란 시각도 있다.

▲ KBS 방송 편성규약 첫 페이지.

“정상화되어야 할 것은 기자협회가 아니라 KBS”

고대영 사장 체제 이후 일련의 움직임은 기자협회의 활동을 멈추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기자협회의 활동이 제약된다는 것은 공정방송 활동에 대한 제약과도 같다. 내부 비판 세력의 활동 및 그 활동 근거를 ‘무력화’시키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기자들이 의견을 모으고 모아진 의견을 통해 회사를 견제・감시할 수 있는 모임의 기반이 기자협회인 것이다. 그리고 기자협회에 대한 이 같은 압박은 점차 강화될 것이라는 게 내부의 시각이다.

이번 정상화추진모임 가운데 17명은 지난해 12월 16일 이병도 기자협회장이 보도국 아침 편집회의에 평기자 대표로 참석해 의견을 낸 것을 두고 “편집권 침해”라고 지적한 보도본부 국・부장이다. 또한 이들 중 일부는 지난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 이후 KBS의 정치 독립성과 공정성을 훼손한 길환영 전 사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보직 사퇴하거나 사퇴를 예고했던 이들이다. 그런 보직간부들을 바라보는 KBS 내부의 시선은 씁쓸할 수밖에 없다.

KBS 한 기자는 “지금 총선을 앞두고 모니터를 할 수 있는 선거보도조차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 (간부들은) 그냥 편안하게 가고 싶은 것”이라며 “취임 전부터 고대영 사장 체제는 정권 재창출에 기여할 체제가 될 것이라 예측했고 그게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기자협회에 대한 압박) 이건 시작이다. 앞으로는 압박이 더 해질 것”이라고 우려를 드러냈다.

KBS를 떠나 <뉴스타파>로 이적한 심인보 기자는 지난 17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정상화추진모임 결성과 기자협회에 대한 비판 목소리에 대해 씁쓸함을 감추지 못하며 쓴소리를 했다.

심 기자는 “KBS기자협회가 특정 정치 세력의 대변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사장을 포함한 간부들이 특정 정치 세력의 대변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왜 쏙 빼놓았는가”라며 “뉴스에 대한 기자협회의 감시활동은, 상명하복으로 이루어지는 일방통행적 뉴스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를 바로잡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기자 사회가 오랜 전통으로 이를 유지해 온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심 기자는 “정상화되어야 할 것은 기자협회가 아니라 KBS라는 점을 선배(정상화추진모임 참여 기자를 지칭하는 말)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제발 초심으로 돌아오세요”라고 말했다.


최영주 기자  yj719@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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