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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 ‘시사콩트쇼’의 비결은 팩트에 대한 자신감”

[한국PD대상 수상자 인터뷰 ④] 라디오 음악오락 작품상 tbs ‘9595쇼’ 정우종 PD 이혜승 기자l승인2016.03.24 09:4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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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칠수 : 너희는 모쪼록 나에게 얼굴을 보여주도록 하라.
전영미 : 그런데 대체 어디까지 복면으로 하겠다는 거에요? 메르스 한 번 더 오면 난리 나겠어요. 다들 마스크 쓰니까. 근데 마스크든 복면이든 위험한 행동 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을 보호하려고 하는 거죠. 매운 가스 덜 마시고, 내 신분 채증해가지 않게.
배칠수 : 나는 너희들 민낯을 원해
전영미 : 그럼 헬멧은? 헬멧 같은 진압 장비 쓰고 백성들 진압하는 분 중에 위험한 분들 섞여 있을 수 있잖아요. 그런 논리면 똑같이 벗겨야죠.
배칠수 : 웬 논리? 이 법 자체가 어디 논리적이디? 대들 생각하지 말란 얘긴데 속뜻을 알아들어야지.

교통방송 tbs <배칠수 전영미의 9595쇼>(이하 9595쇼) 코너 중, 현대 사회를 빗대 임금과 신하의 대화를 꾸미는 ‘나는 짐이다’의 일부다. <9595쇼>는 한마디로 ‘시사콩트쇼’다. 주로 전현직 대통령과 정치인들을 성대 모사하며 시사풍자 개그를 선보인다.

제28회 한국PD대상에서 <9595쇼>가 라디오 음악오락부문 작품상을 수상했다. 지난해 같은 프로그램으로 상을 받은 데에 이어 이례적인 연속 수상이다. 지난 16일 tbs 방송사에서 만난 <9595쇼> 정우종 PD는 “사회가 전체적으로 우울하다. 화나는 일도 많고, 슬픈 일도 많아 점점 웃을 일이 없어지고 있다”며 “<9595쇼>에 상을 주 건, 그럴수록 더 건강한 웃음을 많이 만들어달라는 얘기 같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 제28회 한국PD대상에서 tbs <9595쇼>로 라디오 음악오락부문 작품상을 수상한 정우종 tbs 라디오 PD ⓒPD저널

2015년 봄 개편 때부터 <9595쇼>를 연출해온 정 PD는 “모든 PD들이 욕심내는 프로그램이지만, 막상 맡으면 이런저런 고려와 생각을 많이 해야 하는 프로그램”이라며 처음 <9595쇼>를 맡게 됐던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개국 때부터 이어진 전통도 있고, 반대로 새롭게 바꿔야 하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 보니 그 둘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가 관건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에는 정치적인 이슈가 많다 보니 민감한 부분에 신경을 바짝 쓴다고 한다. ‘시사풍자’라는 것이 태생적으로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기는 어렵다. 자신의 의견과 다르면 ‘심기 불편한’ 사람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래서 정 PD는 팩트에 대한 체크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절대 없는 얘기를 창작하지 않는다”며 “조심은 하면서도 떳떳할 수 있는 건 팩트에 대한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일부 사람들은 ‘너무 한쪽 편만 드는 것이 아니냐’는 불만을 터트리기도 한다. 정 PD는 ”특정 당의 편을 드는 것이 절대 아니다”라며 “만약 그렇게 한다면 PD 본연의 윤리를 져버리는 행위와 같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풍자를 하다 보면 권력집단에 대한 비판을 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가장 많이 하게 되는 대상이 대통령”이라며 “요즘 사회가 대통령은 곧 여당, 그 반대는 야당. 이런 식이다. 그래서 불가피하게 야당과 목소리를 같이 하게 되는 때가 있을 뿐”이라고 토로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처음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의견제시’라는 심의제재를 받기도 했다. 기사 앞부분에 첨부한 ‘복면금지법’에 대한 풍자를 문제 삼았는데 민원이 방송통신심의위에 접수된 거다.

▲ tbs <배칠수 전영미의 9595쇼> ⓒtbs

정 PD는 “방심위에서 내용을 가지고 행정지도를 내린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당황스럽긴 했다”며 말했다. 그는 “웃자고 한 이야기였다. 복면시위 처벌의 명분이, 복면 쓴 사람 중에 위험한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거니까, 마찬가지로 헬멧 쓴 경찰 중에서도 위험한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거고, ‘그러면 (헬멧을) 벗겨야 하는 건가?’ 한 거다”라며 "진짜로 경찰의 헬멧을 벗기자는 주장을 한 것도 아니었고 일종의 반어법 같은 것이었다"고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알고 보니 방심위에 민원을 제기한 사람은 경찰의 가족이었다. ‘내 아들 죽으라는 소리’로 들려 예민하게 받아들인 모양이었다. 정 PD는 “사실 불만의 대부분은 오해에 의한 것”이라며 “간혹 그런 항의 문자, 의견이 오면 꼭 해명한다. ‘그런 의도가 아니고 이러이러한 의견이었다’라고 짧게라도 말한다”고 밝혔다. 그래서 정 PD는 “다만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죽는다고, 누군가는 상처를 받을 수 있으니 표현을 할 때 좀 더 세련되게 하자는 것이 우리(제작진)의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그래도 불만보다는 환호를 훨씬 더 많이 듣는 프로그램이 <9595쇼>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속이 뻥 뚫린다’, ‘현 사태를 콕 집어준다’며 박수를 보낸다. 매일 듣는 고정청취자가 많다. 인기 코너인 ‘백반토론’, ‘나는 짐이다’ 등은 팟캐스트 팬도 많이 늘었다.

<9595쇼>의 인기는 단순히 정치‧시사를 다루기 때문만이 아니다. ‘재미’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모인다. 정 PD 역시 기본적으로 남 웃기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는 “시사를 하려고 했으면 아예 시사프로그램에 지원했을 것”이라며 “원래 실없는 농담도 많이 하고 말장난, 콩트쇼를 좋아한다”고 웃어 보였다. 그는 프로그램을 만들 때 가장 주안점을 두는 부분도 ‘웃기는 것’이라며 “날카로운 풍자도 좋지만, 일단 사람들이 듣고 피식거리는 정도라도 웃어야 코미디는 성공한 것”이라고 밝혔다.

▲ 제28회 한국PD대상에서 tbs <9595쇼>로 라디오 음악오락부문 작품상을 수상한 정우종 tbs 라디오 PD가 수상소감을 말하고 있다. ⓒPD저널

지난 14일 시작한 봄 개편에서도 ‘콩트’를 늘렸다. 명색이 ‘시사콩트쇼’인데 콩트 수가 너무 적다는 평가 때문이다. 그래서 신설된 대표적인 코너가 ‘응답하라 2016’이다. tvN <응답하라 1988>의 패러디물로,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 지금 벌어진다는 내용이다. 예를 들어 1988년도의 노량진 수산시장이라는 설정으로 MC들이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 “노량진도 언젠가 낡을 텐데”라고 하면 “그때쯤 신식으로 고치고 좋아지겠지, 설마 ~하는 일이 일어나겠어”라고 하는데 그 ‘설마’하는 일이 지금 2016년에 실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정 PD는 “새롭게 시작한 콩트가 ‘웃기다’는 평을 받을 때 기분이 좋고, 반대로 머릿속에서는 재밌는 게 막상 현실로 구현하면 재미없을 때가 가장 아쉽다”고 말하는 ‘골수 코미디 PD’다. 그는 “앞으로 <9595쇼>가 ‘여기서만 이런 걸 들을 수 있어’, ‘남들은 안 하지만 여기서는 이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네’하는 프로그램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이혜승 기자  coa331@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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