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혐오’ 부추기는 종편 선거방송의 불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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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포커스] ② 정당·정책·후보자 검증보다 갈등과 비난 중심 선거방송

제20대 국회의원선거가 13일(3월 31일 기준) 앞으로 다가왔다. D-13, 후보자들은 공식선거운동에 돌입했고, 유권자는 선택을 위한 판단에 들어갔다. 지금 이 순간 유권자들에게 필요한 건 판단의 근거가 될 ‘정보’다. 방송사들은 뉴스를 비롯한 각종 프로그램을 통해 선거 관련 이슈를 방송하고 있지만, 정작 유권자의 정치적 선택을 도울 수 있는 실질적인 정보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선거방송의 기본 목적은 다양한 정당의 여러 후보자, 정당의 정책 등을 유권자에게 알리는 것이다. 그러나 방송, 특히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이 선거를 다루는 방식은 계파 갈등, 논란의 중심에 있는 특정 후보자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루고 있다. 유권자의 ‘선택’이 아닌 ‘정치적 냉소’를 불러일으킨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 3월 7일~18일 간 4개 종합편성채널 9개 낮 시간대 주요 뉴스·시사토크 프로그램 아이템 비율. 사진을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PD저널

10일 간 여당 131건, 야당 115건…윤상현 막말 파문 등 여당 이슈 증가한 시기

일단 종편에서 선거 이슈 관련 여・야 아이템 비율을 살펴보면 그간 ‘야당 쏠림’ 비판을 받아왔을 정도로 야당에 치우친 모습을 보였으나, 지난 3월 7일부터 18일까지 10일 간의 아이템을 비교했을 때 여당 아이템이 야당보다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결과는 조사 기간 당시 여당에 이른바 ‘핫’한 이슈가 많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의 ‘막말 녹취록 파문’, 공천 발표를 앞두고 ‘배신의 정치’로 찍힌 유승민 의원의 거취 여부, 공천을 둘러싼 ‘친박(親朴)계’와 ‘비박(非朴)계’의 갈등이 한창 이슈가 되었던 시점임을 고려한다면 여야 아이템 비율의 역전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앞서 2016총선보도감시연대가 지난 1월 4일부터 2월 30일까지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와 TV조선과 채널A, MBN, JTBC 등 종편 4사, 여기에 보도전문채널인 YTN의 선거 보도량을 살펴본 결과 새누리당 267건, 더불어민주당 170건, 국민의당 112건으로 나타났다. 여야의 비율로 보면 여당 267건, 야당 282건으로 야당 관련 아이템이 양적으로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이번 조사에서는 비교적 여당의 이슈가 많이 발생했던 지난 3월 7일부터 18일까지 10일간 종편 4개 채널(TV조선, 채널A, MBN, JTBC)의 낮 시간대 뉴스・시사토크 프로그램인 △TV조선 <엄성섭, 정혜전의 뉴스를 쏘다>(월~금 낮 12시 50분) △TV조선 <윤슬기의 시사Q>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월~금 오후 4시) △채널A <뉴스특급>(월~일 오후 1시 10분) △채널A <직언직설>(월~금 오후 2시 30분) △채널A <쾌도난마>(월~토 오후 4시) △MBN <뉴스 BIG5>(월~금 오후 3시) △MBN <뉴스&이슈>(월~금 오후 4시 40분) △JTBC <뉴스현장>(월~일 오후 2시 30분) 등 9개 프로그램의 주요 대담 아이템(세부 리포트 제외)을 분석했다.

4개 채널 9개 프로그램이 다룬 총 272개의 주제를 다시 세분화하면 △청와대 관련 13개 △여당 관련 131개 △야당 관련 115개 △여・야 관련 13개로 나타났다. 이를 채널별로 살펴보면 TV조선은 △청와대 관련 7개 △여당 관련 70개 △야당 관련 55개 △여・야 관련 10개, 채널A는 △청와대 관련 2개 △여당 관련 30개 △야당 관련 39개, MBN은 △청와대 관련 4개 △여당 관련 17개 △야당 관련 16개 등으로 조사됐다.

▲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TV조선 <엄성섭, 정혜전의 뉴스를 쏘다>(3월 9일), TV조선 <윤슬기의 시사Q>(3월17일), MBN <뉴스&이슈>(3월 17일),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3월 18일). ⓒ화면캡처

친박vs비박, 친노vs비노 계파 갈등 혹은 특정 인물에 집중

선거에 대한 정보는 여야 아이템의 양적 균형으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아이템이 무엇을 말하는가, 즉 선거와 관련된 어떠한 정보를 담고 있는지가 중요한 지점이다.

이 같은 점에서 종편이 해당 기간 방송한 아이템은 쏠림 현상을 보였다. 해당 기간 종편은 후보자나 정당의 정책 등에 대한 내용 보다는 여・야를 막론하고 주로 당내 계파 간 갈등이나 특정 인물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크게는 야권에 대한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으며, 여권 내에서도 ‘비박(非朴)계’에 대해서는 집중적으로 다루며 비판하는 태도를 보였다.

131개의 여당 관련 아이템 중 윤상현 의원과 유승민 의원, 김무성 의원에 관한 아이템은 총 85개(윤상현 의원 관련 26개, 유승민 의원 관련 25개, 김무성 의원 관련 30개, 복합 4개)였다. 그 외에는 공천과 이로 인한 갈등, 탈당 등의 아이템이었다.

특히 여당 관련 이슈의 경우 해당 기간이 공천 발표 시기와 맞물려 박근혜 대통령 혹은 친박계와 갈등을 빚고 있는 인물에 대해 집중되는 경향을 보였다. 대통령이 자신의 노선과 일치하지 않는 정치인을 ‘배신의 정치’로 낙인찍으며 해당 정치인은 여당이지만 여당이 아니게 되는 셈이다. 이에 대한 연장선에서 친박과 비박의 갈등이 부각되고 이 같은 집중은 비박에 대한 비판 내지 비난 등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새누리당 공천 발표를 앞두고 종편은 “최후의 칼바람 ‘빨간 점퍼’ 벗길까”(채널A <뉴스특급> 3월 15일), “靑에 찍힌 유승민…탈락 위기?”(TV조선 <시사탱크> 3월 15일), “찍히면 죽는다”(MBN <뉴스 BIG5> 3월 16일) 등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배신의 정치’라는 낙인이 찍힌 유승민 의원의 거취에 대해 집중적으로 방송했다.

지난 8일 친박계 윤상현 의원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겨냥해 “김무성 죽여버리게. 이 XX 다 죽여” 등의 막말을 했다는 녹취록이 공개돼 파문을 일으켰는데, 종편은 윤 의원의 녹취록 파문 관련해 김무성 대표 측이 윤 의원을 비판한다(<시사탱크> 3월 9일 ‘김무성 측, 윤상현 맹비판’)거나, 김 대표와 윤 대표가 갈등한다(<시사탱크> 3월 11일 ‘윤상현, 김무성과 사적 악감정?’)는 식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종편은 비박계 김무성 대표와 친박계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의 갈등을 두고도 “김무성, 이한구 면전 ‘비판’”(TV조선 <시사탱크> 3월 7일), “김무성, 최고위 파행 유감 표명 안 해”(채널A <직언직설> 3월 18일) 등의 방송을 하기도 했다.

야당 관련 방송도 “종편의 더민주 죽이기는 계속된다”(2016총선보도감시연대 15차주간보고서)라는 비판이 있을 정도로 친노패권, 공천 반발 확산, 야당통합을 둘러싼 갈등 식의 부정적인 아이템이 주를 이뤘다.

야권통합을 두고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와 김한길 선거대책위원장이 정면충돌을 했다고 하거나, 친노계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컷오프 탈락을 두고 ‘친노 쳐내기’ 라는 등 공천 과정을 두고 ‘친노패권 척결’, ‘내부 권력 다툼’ 식으로 방송하기도 했다.

▲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채널A <뉴스특급>(3월 10일), 채널A <직언직설>(3월 15일), MBN <뉴스 BIG5>(3월 16일), 채널A <쾌도난마>(3월 14일). ⓒ화면캡처

‘정치 혐오’ 일으키는 정치공학 아닌 인물・정책 검증 필요

선거 이슈를 다루는 방송이라면 본래 정당이나 정치인, 정책 등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유권자의 판단과 선택을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 KBS가 지난 2015년 제정한 <KBS 공정성 가이드라인>에서는 ‘선거 보도’를 ‘유권자의 정치적 선택을 돕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 같은 정의는 선거 관련 이슈를 다루는 방송이라면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는 부분이다.

이 같은 정의에서 보자면 선거와 선택에서 필요한 것은 계파나 논란이 아니다. 누가 선택권을 가진 유권자에게 필요한 정책을 가지고 있느냐, 그리고 이 같은 정책을 방송이 시청자에게 얼마나 정확하고 제대로 전달하느냐이다. 후보자에 대한 비판과 검증은 ‘친박’이냐 아니냐 혹은 ‘친노’냐 아니냐가 아니다. 국민을 대신해 정책의제를 논하고 국민에게 필요한 법안을 발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느냐, 그리고 공정하고 청렴하게 공직을 수행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느냐다.

또한 유권자의 선택의 폭과 다양성을 위해서 선거방송은 군소 후보 및 소수 정당에 대해서도 다뤄야 한다. 그러나 여야 이슈에 매몰된 종편의 보도 행태는 녹색당・정의당 등 소수 정당과 군소 후보 관련 아이템의 부재로 이어졌다.

이와 같이 아이템이 실질적으로 다루고 있는 내용을 살펴봤을 때 과연 기계적 균형만으로 유권자의 판단을 도울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양적은 물론 질적인 부분에서 보자면 종편이 선거와 정치를 다루는 시각이 과연 ‘공정한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지난 2월 25일 열린 ‘종합편성채널이 연출하는 한국사회 이대로 좋은가?–종합편성채널의 정치도구화와 권력예속화의 문제점’ 토론회에서 이영주 한양대 겸임교수(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는 “현재 종편은 보수우파 정치인과 정당, 이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옹호하고 보호하는 한편 진보좌파 정치인이나 정당, 이들을 지지하는 세력에 대해 극단적이고 적대적인 감정과 담론들을 확대재생산하는 정치적 전위처럼 존재한다”며 “종편이 정치를 철저하게 쇼 비즈니스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은 선거 이슈를 다루는 점에서도 마찬가지다.

이 같은 종편의 방식은 선거 방송이라고 다르지 않다. 결국 종편을 통해 유권자가 올바른 선택을 하기는커녕 오히려 선택권을 내려놓게 되는 ‘정치 냉소주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과연 종편이 다루는 정보가 선거에 도움이 될 것인가 보면, 국민의 선택과는 아무 상관없는 내용을 방송하고 있다. 누가 친박인지, 비박인지는 투표에 도움을 주는 정보가 아니다”라며 “지금 종편의 뉴스・시사토크쇼는 정당 간의 이합집산, 계파 간 갈등, 공천을 둘러싼 당내 갈등, 정치인이 어떻게 될 것인가 등 정치 공학적인 내용만 전달돼서 유권자에게는 오히려 ‘정치 혐오주의’를 심어준다”고 지적했다.

김 사무처장은 “선거방송을 제대로 하려면 <뉴스타파>의 나경원 의원 의혹 보도 등 인물검증이나 정책검증이 이뤄져야 한다”며 “어떤 정치인이 필요한가에 대해 심층적으로 밝혀서 고민하게 해주는, 국민이 내 삶과 투표를 어떻게 연관할 것인가 고민하게 하는 방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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