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와 소셜 미디어의 협업에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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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기형 PD의 글로벌 프로듀싱] 총선 개표방송과 SNS의 콜라보

소셜 미디어(Social Media)란 말은 가이드와이어 그룹(Guidewire Group)의 창업자 크리스 시플리(Chris Shipley)가 2004년 최초로 사용한 개념이다. 그는 자신의 생각, 경험, 관점, 정보 등을 서로 공유하고 참여하기 위해 사용하는 개방화된 미디어 플랫폼을 소셜 미디어라 칭하였다. 소셜 미디어에서 개인은 콘텐츠 생산자인 동시에 소비자로서 타인과 실시간으로 직접 연결된다. 따라서 정보의 확산 속도가 빠르고 그 파급력이 크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처럼 소셜 미디어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과 의견, 또는 사회적인 이슈나 일상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경험과 관점을 표현하고 공유한다. 그 전제는 개방화된 온라인 툴(tool)이다. 기존의 미디어에서는 소수의 언론사가 뉴스, 정보, 엔터테인먼트 등 콘텐츠를 수동적인 불특정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하였다면 소셜 미디어에서는 누구나가 관계 혹은 친분 중심으로 쌍방향으로 소통한다. 즉 예전 같으면 일기처럼 독백에 머물렀을 내용이 온라인에서 타인과 공유되는 순간 독백은 사회적 미디어로 변환된다. 그래서 소셜 미디어는 지식과 정보의 민주화에 기여한다. 소셜 미디어는 정보에 대한 접근이 용이하고 사회적 상호작용이 늘 가능하기 때문이다. 소셜 미디어는 그 자체가 유기체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즉 정보가 양방향성을 띠고 있는 생산자와 소비자에 의해 끊임없이 자기 증식된다. 이러한 자기 증식의 정보 플랫폼은 다양한 사회적 관계망을 창조한다.

▲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처럼 소셜 미디어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과 의견, 또는 사회적인 이슈나 일상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경험과 관점을 표현하고 공유한다. ⓒpixabay

‘소셜’은 소통을 전제로 하고 있다. 소통은 사전적인 의미로 어떤 것이 막히지 않고 잘 통한다는 뜻이다. 사실 모든 콘텐츠는 소셜 콘텐츠이다. 그렇지만 특히 소통의 SNS 시대에 콘텐츠 생산은 바로 콘텐츠 소비자와의 대화에서 나온다. 소셜 시대의 미디어는 소비자가 네트워크를 통해 공통의 관심사와 활동을 공유하면서 새로운 사회 관계망을 구축해주는 웹 기반 서비스로 그 범위가 확장된다. 즉 끊임없이 소통하는 가운데 자기 완결적인 콘텐츠가 마련되는 것이 바로 ‘소셜’한 종합 정보 서비스인 것이다. 과거의 미디어 콘텐츠는 생산자가 직접 제작하고 소비자가 수용하였는데 반해 이제 소비자가 직접 제작할 뿐 아니라 여과(filtering)하는 과정에도 참여한다. 유튜브는 소비자가 이용하고 소비자가 여과하는 대표적인 방식이다. 특히 네트워크를 통한 소셜 서비스인  페이스북은 미디어의 지형 자체를 흔들 정도로 큰 파괴력을 갖고 있다. ‘소셜’은 콘텐츠가 소비자 중심으로 귀결되는 새로운 시대가 바야흐로 도래하였음을 보여주는 표상이다.

JTBC와 페이스북은 오는 4ㆍ13 총선에서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TV와 SNS가 함께하는 새로운 모델의 선거방송을 실시한다고 한다. JTBC 측에 따르면 "JTBC 보도의 신뢰성과 페이스북의 소통 능력이 결합해 '신뢰와 소통의 확산'을 위한 한걸음을 내딛게 됐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사실 그동안 방송사에서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 서비스에 계정을 만들고 시청 소비자들과 소통하는 창구로 활용한 것은 그리 낯선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총선과 같은 국민적 이벤트에서 본격적으로 국내 방송사와 페이스북이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 협업) 하는 것은 처음이다. 미국과 영국 등에서는 방송사의 뉴스 프로그램과 소셜미디어가 함께 데이터와 네트워크를 공유하며, 방송 채널과 SNS 채널을 통해 동시에 대형 이벤트를 중계 방송하는 경우가 많이 있어왔다. 뉴스와 방송 콘텐츠가 더 이상 TV라는 플랫폼에만 머무르지 않는 디지털 환경에서 방송사들이 시청자들과 소통하고 공감을 끌어내기 위한 콘텐츠와 플랫폼의 최적화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소셜 미디어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참여’에 있다. 소셜 미디어의 플랫폼은 바로 입소문의 광장이기 때문이다. 소셜 미디어에서 제공하는 콘텐츠의 광장은 입소문이 체계화되고 광범위하게 응용되는 상황을 만들어 준다. 친구가 주장하거나 추천하는 아이디어가 네트워크를 통해 여러 친구들에게 공개되고 바로 피드백을 공유하게 된다. 그래서 ‘누구나가 곧 미디어!(Everyone is Media!)’가 된 것이다. 이 개념은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패러다임을 제공하고 있다. 정보의 생산과 소비 사이의 경계가 없어진 것이다.

▲ JTBC와 페이스북이 총선 개표방송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사진은 페이스북의 케이티 하베스 국제정치 선거협력 부사장이 지난 3월 30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손석희 부사장과 인터뷰 중인 모습. ⓒJTBC

학자들은 인터넷의 대중화, 스마트폰의 대량 보급 등으로 오디오, 비디오 등을 활용한 온라인상의 대인 커뮤니케이션이 발전함에 따라 사용자들이 콘텐츠를 소비하는 동시에 생산도 한다는 의미에서 프로슈머(prosumer)라는 말을 만들어 내었다. 소셜 미디어에서는 모든 사용자가 프로슈머가 된다. 보다 적극적인 프로슈머는 퍼블리전(publizen)으로 불린다. 퍼블리전은 publicity와 citizen의 합성어이다. 소셜 미디어 열풍의 중심에는 바로 적극적으로 자신의 생각이나 일상생활을 글, 사진, 동영상을 통해 알리는 퍼블리즌이 있는 것이다. 초기에는 친구 만들기나 엔터테인먼트가 주목적이었던 소셜 미디어는 정치적, 사회적 지향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의견을 전파하는 시민 저널리즘의 역할도 담당하게 된다. 과거의 콘텐츠 생산자들은 수동적이고 객체화된 소비자들을 소구하였다면 소셜 시대의 콘텐츠는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참여자들을 전제하고 있다. 여기에서 소셜한 콘텐츠의 경쟁력이 발생한다. 이제 방송사의 프로듀서들은 시청률 그 자체에 집착하기 보다는 얼마나 많은 팔로어(follower)를 확보하는가 그리고 얼마나 많이 입소문과 ‘공유’를 끌어낼 수 있느냐에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구체적인 예를 들면, 재스민 혁명(Jasmine Revolution)은 몇 년전 이집트를 중심으로 한 중동에서 벌어진 민주화 혁명을 이르는 말이다. 이 말은 한 청년의 분신자살로 시작되어 결국 독재정권을 붕괴시킨 튀니지 민중들의 반독재 투쟁에서 유래되었는데, 재스민이 튀니지를 상징하는 꽃이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튀니지에 머무르지 않고 이집트, 리비아 등 이웃 국가에도 확산되어 이후 아랍세계 전체에 큰 영향을 주며 수많은 민주화 운동을 견인하였다.

이 일련의 과정에서 인터넷을 통한 정보 공유 특히,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큰 역할을 하였다. 기존 미디어에서 파견한 종군 기자의 리포트도 SNS를 취재원으로 할 정도로, SNS는 중동 민주화 현장에서 적극적이고 개인적인 체험적 정보를 바탕으로 큰 영향력을 떨쳤다. SNS의 경쟁력은 여기에서 발생한다. 즉 SNS는 참여가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공유하기가 용이하다. SNS는 콘텐츠에 대한 이용자의 자유로운 피드백을 허용하고 있어 콘텐츠에 대한 양방향성을 갖는다. 또 그 강점으로 순식간에 자기 증식이 가능한 네트워크를 통하여 수 천만 명의 사용자들을 모을 수 있다. 다수에게 참여가 보장되고 개방된다는 것은 콘텐츠와 정보의 공유를 통해 창발적인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콘텐츠의 제작과 유통 그리고 소비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민주화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소셜’의 적극적인 의미를 생각해본다면 콘텐츠의 생산자와 소비자를 둘러싸고 있는 여러 이해 관계자들과의 적극적이고 공익적인 가치 지향을 들고 싶다. ‘소셜’은 양방향성 소통으로 인한 민주화에 기여한다고 한다. ‘소셜’은 콘텐츠에 대한 상호작용으로 사회적인 공감 형성을 견인하기 때문이다. 

▲ 이제 방송사는 소셜 미디어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 파워 채널이 되려면 파워 소셜 미디어와 결합해야 한다.ⓒpixabay

이번 4.13 총선에서 각 방송사들은 개표 방송의 시청률에 큰 관심을 쏟을 것이다. 시청률에 신경을 쓰는 것은 단지 광고 때문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매체로서의 사회적인 영향력에 있다. 이제 각 방송사들의 시청률 그 자체 보다는 시청률의 질 적인 측면에서 공통의 관심사와 활동을 공유한 콘텐츠 소비자를 확보한 콘텐츠가 평가받는 세상이 되었다. 또한 필터링(filtering)된 소비자를 확보한 콘텐츠는 기호가 불분명한 익명의 다수의 소비자보다 오히려 광고주에게 매력적으로 어필하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 왜냐하면 필터링 시스템에 의해 세분화된 소비자를 만날 수 있으며 효율적인 마케팅에 도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TV나 라디오 같은 기존의 매스 미디어는 SNS와 적극적인 결합을 통해 보다 소통적인 매체로 진화하는 등 방송사와 SNS는 경쟁 관계이면서 동시에 공생관계로 발전해 나갈 것이다.

세상이 바뀌었다. 이제 방송사는 소셜 미디어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 파워 채널이 되려면 파워 소셜 미디어와 결합해야 한다. 이미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는 방송 콘텐츠와 결합하여 새로운 방식으로 콘텐츠를 제작하고 유통, 소비하는 환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파워 콘텐츠 프로듀서로서 방송 채널은 파워 트위터, 파워 블로거이어야 한다.  방송사가 직접 소셜 미디어로 변화하여 새로운 방식으로 시청자들과 소통하고 그들의 공감을 끌어내는 것이 소셜 시대의 패러다임이다. 방송 시장의 헤게모니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잘 이용하고 활용하는 콘텐츠 프로듀서에게로 이동할 것이며, 이러한 흐름에 적응하지 못하는 콘텐츠 프로듀서는 시장에서 도태될 것이다. 

▲ 배기형 KBS PD

[배기형 PD의 글로벌 프로듀싱 다른 글 보기]

* 필자는 KBS 국제협력 업무 전문가로서 주요 국제기구의 총회와 콘텐츠 포럼에서 초청 연사 및 진행자로 활약했다. 현재 KBS 월드 채널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으며, 저서로 <OTT 서비스의 이해>, <국제공동제작>, <다큐멘터리 피칭> <텔레비전 콘텐츠 마켓과 글로벌 프로듀싱>, <국경없는 TV, 경쟁하는 프로그램>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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