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후예’ 욕설, ‘바른 언어’와 ‘맥락’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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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후예’ 욕설, ‘바른 언어’와 ‘맥락’의 딜레마
[심의 On Air] 방심위, 심의 결과 행정지도 결정
  • 최영주 기자
  • 승인 2016.04.06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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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가 6일 방송심의소위원회(이하 방송소위)를 열고 지상파 드라마에서 욕설 장면이 여과 없이 방송됐다고 민원이 제기된 KBS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3월 17일 방송・19일 재방송)에 대한 심의를 진행한 결과 행정지도인 ‘권고’를 결정했다.

<태양의 후예>는 8회분에서 극중 서대영 상사(진구 분)는 진영수 소장(조재윤 분)을 향해 “이런 X발 그 개XX 당장 끌고 와!” 등의 욕설을 하는 장면을 방송에 내보냈다. 방심위원들은 해당 장면이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44조(수용수준)제2항 및 제51조(방송언어)제3항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일시: 2016년 4월 6일 오후 3시 40분

■참석자: 방송심의소위원회 소속 위원 4인(김성묵 부위원장(소위원장), 장낙인 상임위원, 하남신·윤훈열 위원/함귀용 위원 불참)

■관전 포인트
① 드라마는 ‘이야기’다. 이야기의 ‘흐름’이라는 게 존재한다. 그러나 이 같은 극의 흐름과 상관없이 드라마에 폭력, 비속어, 강간 시도, 살인 등장하면 징계의 대상이 돼야 하는 걸까.

② ‘바른 언어생활’을 해치는, ‘프로그램의 특성이나 내용전개 또는 구성상 불가피한 경우’에 방송할 수 있는 욕설 내지 비속어는 어느 정도의 수위여야 하는 걸까.

③ 이번 안건이 주목받아야 할 지점은 <태양의 후예>라서가 아니고, 대통령께도 관심을 갖는 드라마서가 아니고, ‘시청률 높은 드라마’라서도 아니다. 이건 반복되는 ‘표현’의 문제다.

■위반 조항
①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44조(수용수준)제2항: 청소년시청보호시간대의 방송은 시청대상자의 정서 발달과정을 고려하여야 한다.

② 제51조(방송언어)제3항: 방송은 바른 언어생활을 해치는 억양, 어조, 비속어, 은어, 저속한 조어 및 욕설 등을 사용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프로그램의 특성이나 내용전개 또는 구성상 불가피한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

▲ KBS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 3월 17일 방송 중. ⓒ화면캡처

■참고
① 방심위 소속 방송분과 특별위원회인 연예오락방송특별위원회 위원(총 9인) 5인은 해당 장면이 현실감을 부여하고자 한 장치이자 내용 전개상 필요한 장면으로 보이는 점, 그리고 극중 인물 캐릭터의 특성과 전후 맥락 등을 고려할 때 시청자가 수용 가능한 수준이라고 보았다. 이에 욕설 장면만 놓고 문제 삼기 어렵다며 ‘문제없음’ 의견을 제시했다. 반면 위원 4인은 지상파 방송 드라마에서 욕설・비속어를 방송한 것은 방송언어 관련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현실감을 부여하기 위해서라도 욕설 등의 표현에 대한 제작진의 진지한 고려가 필요하다며 행정지도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② 심의 중 위원들이 ‘방송언어가이드라인’을 언급하는데,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지난 2015년 8월 개정한 ‘방송언어가이드라인’ 중 ‘드라마 세부 지침’에서는 ‘욕설이나 비속어는 원칙적으로 사용하지 않아야 한 다. 다만, 등장인물의 성격을 묘사하거나 내용의 전개 과정에서 사용이 불가피한 경우 일부 욕설이나 비속어 는 제한적으로 사용이 가능하나, 이 경우에도 시청 등 급과 방송시간대, 채널의 특성 등을 고려하여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③ 일부 언론에서 이번 <태양의 후예> 욕설 장면 심의가 ‘이례적으로 3심’을 거쳐 진행됐다고 보도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시청률이 30%에 육박하며 많은 시청자의 사랑을 받는 <태양의 후예>라고 해서 ‘이례적’으로 ‘3심’을 거치는 게 아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해보면 방송프로그램에 대한 심의 절차는 다음과 같다.

방송내용에 대한 심의는 ‘방송분과별 특별위원회→소위원회(방송심의소위원회 또는 광고심의소위원회)→위원회 전체회의’를 거쳐 진행된다.

방송분과별 특별위원회는 매주 정기회의 1회(필요시 임시회의 개최) 개최되며, 보도·교양방송특별위원회, 연예·오락방송특별위원회, 광고특별위원회에서 소관 사항의 내용을 사전에 검토한다.

소위원회는 ‘방송법’ 제100조제1항에 따른 권고·의견제시 결정, 제재조치 건의, 청소년유해매체물의 결정·결정취소 등을 심의·의결한다.

위원회 전체회의는 정기회의(매월 2회)와 임시회의로 구분되며, 소위원회에서 상정한 방송내용에 대해 제재조치 등을 최종적으로 의결한다.

④ 드라마에서 현실을 지나치게 현실감 있게 묘사하거나, 드라마 소재 상 불가피하게 사용한 대사와 장면으로 징계를 받은 적은 이전에도 있었다.

지난 2015년 방송된 MBC 드라마 <앵그리맘>은 학교폭력을 소재로 한 드라마로, 주인공을 비롯한 극중 인물들이 폭력을 행사하고 비속어를 사용하는 장면을 청소년 시청보호시간대를 포함한 시간대에 방송한 바 있다. 이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36조(폭력묘사) 1항과 제44조(수용수준) 2항, 제51조(방송언어) 3항 등을 위반했다며 법정제재인 ‘경고’(벌점 2점)를 결정했다.

같은 해 학교폭력 등 학교문제를 다룬 KBS 월화드라마 <후아유-학교 2015> 역시 행정지도인 ‘권고’를 받았는데, 교실에서 학생들끼리 욕설을 하면서 싸움을 하는 장면 등 드라마 속에 학생들 간 따돌림, 욕설, 폭력 등을 수차례 묘사한 것이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36조(폭력묘사) 제1항, 제44조(수용수준) 제2항, 제51조(방송언어) 제3항을 위반했다는 게 이유였다.

▲ KBS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 3월 17일 방송 중. ⓒ화면캡처

■ 심의 On Air

김성묵 부위원장 핫한 이슈가 돼서 심의를 하게 되는데, 심의를 하기 전에 작년에 우리가 만든 ‘방송언어가이드라인’ 드라마 장르 부분에 대해 한 번 설명을 듣고, 수위를 결정하는 게 좋지 않나.

방심위 사무처 ‘방송언어가이드라인’은 작년 8월에 개정한 것으로, 방송은 국민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보편적 매체인 만큼 욕설과 비속어는 원칙적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다만 매체, 채널의 특성, 장르에 따라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게 원칙이다. 6번에 ‘15세 이상 시청가 등급으로 밤 10시 이후에 방송하는 드라마에서는 시청자가 불쾌감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악의 없는 욕설이나 비속어가 지나치게 반복적이지 않을 경우에 사용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청소년의 언어 습관 형성에 부정적 영향을 끼쳐서는 안 된다’고 나와 있다. 성적 표현이 포함된 욕설은 19세 이상 드라마에서도 들어가서는 안 된다. 이 부분은 영화에서도 묵음으로 처리한다.

하남신 위원 주위 사람들에게 의견을 물어본 바에 따르면, 전혀 거부감 없이 드라마를 봤다고, 그러한 상황에서 그런 정도의 긴박하고 어처구니없는 상황에서 그런 정도의 표현은,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시각에서 본다면 이 드라마가, 우리가 지향하고 있는 방송언어가이드라인에 저촉되고 심의규정에도 어긋나는 것은 사실이다. 저 같은 경우는 이것이 있는 그대로 표현한다면, 사실 옮기기도 조금 민망하지 않나? 이런 용어들, 단어들은, 저도 이 드라마를 여러 번 봤는데, 그런 상황에서도 (제작진이) 고심했으면 다른 표현도 가능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야, 저거 뭐야’, ‘왜 이러는 거야’ 이런 식으로 대사를 순화시킬 수 있지 않았나. TV라는 매체 특성을 감안한다면. 그런 점을 감안한다면 심의규정 위반은 분명하다. 이것이 만에 하나 ‘문제없음’을 결정한다면, 다른 드라마에 있어서 좋지 않은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저는 ‘권고’ 의견을 내겠다.

윤훈열 위원 저도 일반 영화도 아니고, 다른 PP(채널사용사업자)사의 드라마도 아니고 공중파에서 이런 아주 입에 담기도 어려운 욕설이 나온다는 것은 유감이라고 본다. 물론 저는 규정이라는 것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극의 흐름, 여러 맥락을 보면서 그 내용이 적합하게 쓰였는지, 그것이 수용가능한 부분이라면, 규정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드라마의 내용 전개상 충분히 상황에 대한 분노와 이런 것들을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라 보이지만 공중파 드라마라는 파급력도 있고, 이런 부분에서 적나라한 욕설이 나온 것은 하 위원님 지적대로 향후 어떤 방송문화나 질서, 드라마의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본다. (해당 방송이) 법정제재 이상의 징계가 필요하다고 보지만, 극의 흐름과 국민적 관심도, 그리고 내용을 감안해서 행정지도 수준에서 주의를 환기시키는 게 낫지 않나 (생각한다). 향후 재발을 방지하자는 의미에서 저도 ‘권고’ 의견을 내도록 하겠다.

장낙인 상임위원 말씀하신 내용은, 거의 비슷한 내용이다. 일반적인 상황에 비추어 본다면, 이런 욕들을 할 수 있는 상황은 맞다. (그러나) 조금 바꾼다면, 30%가 넘는 드라마라든지, 지진과 관련된 급박한 상황이라든지. 다른 걸로 치환해본다면, 예를 들어 조직폭력배의 싸움이 아니더라도, 상당히 격앙된 분위기에서 여러 사람이 싸울 때 나올 수 있는 욕이 드라마에서 전개됐을 때 우리가 어떻게 다룰 것이냐. 이 드라마에 나오는 욕과 상황은 다르지만, 다른 상황에서, 등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을 텐데, (이번 안건은 비슷한 상황을 가진 드라마에 대한 심의를 할 때)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는 거다. 그렇다면, 우리가 만든 ‘방송언어가이드라인’과 드라마의 상황이 갖고 있는, 이런 욕설과 관련해서 우리의 제재수위가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의견진술’을 들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두 분이 ‘권고’ 의견을 내셨기에, 저도 ‘권고’ 의견을 내겠다.

김성묵 부위원장 저도 ‘권고’냐 ‘의견제시’(행정지도)냐에서 고민했다. 방송언어가이드라인에서 중요한 기준점은 청소년이다. 이게 일단 시청률이 높았고, 재방송에서 어린이들에게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은 간과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다. 저도 ‘의견제시’와 ‘권고’ 중에서 고민했는데, 세 분이 ‘권고’ 의견을 주셨기에 저도 ‘권고’로 해서 전원 합의로 ‘권고’로 결정하겠다.

∴최종 제재수위는 행정지도인 ‘권고’로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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