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보도, 10년 전으로 회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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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보도, 10년 전으로 회귀했다”
언론노조 KBS·SBS·MBC본부 공추위 간사 합동 토론 총선보도 긴급점검
  • 이혜승 기자
  • 승인 2016.04.06 1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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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보도가 10년 전으로 회귀했다." 특히 선거 공약과 정책에 대한 보도는 실종된채 특정 정당에 편향된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는 문제 지적이다. 6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프레스센터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이하 언론노조)이 주최하고 KBS, MBC, SBS 3사의 공정방송추진위원회(이하 공추위)‧민주방송실천위원회(이하 민실위) 공동주관한 ‘KBS, MBC, SBS 총선보도 긴급점검’ 토론회에서는 선거 보도의 편파성이 심각하다는 인식을 공유하는 장이었다. 

MBC는 ‘친박’에 편향성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MBC <뉴스데스크> 총선 보도 모니터 결과 여당과 야당의 공천 갈등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야당의 공천 갈등은 '낡은 진보 청산 부족' 등의 표현을 통해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반면, 여당의 공천 갈등은 사실관계 위주의 정보 전달만 이뤄지고 있었다. 또 야권 연대에 대해 “일단 합쳐서 이기고 보자” 식의 표현으로 부정적 인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었다는 지적이다. 선거운동 돌입 이후에도 여당과 관련해서는 공약 중심의 보도를 한 반면, 야당 관련 보도에서는 내부 갈등을 부각했는 문제 인식도 있었다. 또 유승민 의원 탈당 당시 기자회견을 주최한 유승민 의원 측의 입장은 단 세 줄로 정리한 반면, 이한구 위원장의 인터뷰를 중점적으로 보도해 ‘친박’ 편향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 6일 오후 세종대로 프레스센터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주최하고 KBS, MBC, SBS 3사의 공정방송추진위원회‧민주방송실천위원회가 공동으로 주관한 ‘KBS, MBC, SBS 총선보도 긴급점검’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PD저널

발제를 맡은 이호찬 언론노조 MBC본부 민실위 간사는 “총선 관련 뉴스 모니터를 하고 있지만 사측은 전혀 소통하려 하지 않는다”며 “자신들 명예를 침해하는 내용이라고 판단되면 글을 삭제하고 퇴출시켜 버린다. 그래서 발언에 조심스럽고 주춤해질 수밖에 없다”고 MBC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KBS 역시 여당과 야당 관련 보도를 할 때 이중 잣대를 들이대고 있었다. 1월 1일부터 3월 29일까지의 <KBS 뉴스9> 분석 결과 ‘친노’라는 단어가 포함된 리포트 16건 중 7건의 리포트에서 ‘패권’이라는 단어가 함께 등장했다. 반면 ‘친박(혹은 진박)'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리포트 39건 중 ’패권‘이라는 단어가 있는 리포트는 단 한 건도 없었다. 또 ’윤성현 막말 파동‘과 같이 여권에 불리한 내용은 축소 보도하거나 아예 누락시켰다. 한편 KBS는 선거를 앞둔 최근 북한에 대한 소식을 지나치게 크게 보도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모니터 기간 중 지상파 3사를 통틀어 유일하게 다섯 차례에 걸쳐 북한 관련 보도를 '톱 기사'로 보도했다.

정수영 언론노조 KBS본부 공추위 간사는 “사측이 노보 특보 배포를 문제삼아 3월 공방위(공정방송위원회)가 파행됐다”며 “노조 측에서 지적하는 문제에 대해 사측이 번번이 거절하고 있다. 이런 식의 거부는 노사 협의를 어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노조가 KBS 보도의 문제점을 나타낸 카드뉴스를 제작하고 있음을 말하며 “각종 난관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조합이 존재하고 조합원들이 기대하는 게 있는 한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겠다”고 밝혔다.

SBS는 상대적으로 ‘기계적 중립’은 지키고 있다고 평가받았다. 그러나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나아진 게 없다는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이대욱 언론노조 SBS본부 공정방송위원장은 SBS에서 심층적이고 비판적인 분석 보도가 부족하다는 것을 한계로 지적하며 “KBS, MBC의 편향성이 짙어지면서 오히려 우리의 한계가 정해지고 있다. 회사 간부들이 ‘이렇게 가면 우리만 너무 튀어 힘들다’는 입장이다”라고 말했다.

▲ 6일 오후 세종대로 프레스센터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주최하고 KBS, MBC, SBS 3사의 공정방송추진위원회‧민주방송실천위원회가 공동으로 주관한 ‘KBS, MBC, SBS 총선보도 긴급점검’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PD저널

토론에 나선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총선모니터단에서 실시한 총선 보도 양적 분석 결과 MBC는 선거 보도 자체에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상파 3사 모두 후보 공약 관련 보도와 소수정당에 대한 보도를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김 사무처장은 “모니터 대상 8개 방송사 중 ‘좋은 보도’를 하는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나쁜 보도’를 더 많이 하는 곳이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정준희 중앙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 교수는 한국 언론이 정치의 역동성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차라리 과거 경마식 보도가 그리울 정도로 지금 언론은 정치 가능성을 오히려 축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선거보도를 현재의 방송저널리즘의 위기를 극복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음에도 지상파가 스스로 무너지고 있음을 비판했다.

최경영 뉴스타파 기자는 총선 보도가 왜 ‘정치’에만 함몰되는 것인지 반문했다. 최 기자는 “정치뿐만 아니라 경제, 사회 등 전반적인 분야에서의 주요 법안을 모니터해서 그동안 국회가 어떤 법안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조사하고 보여주는 보도가 국민들에게는 더 도움이 된다”며 “국민들이 생각하는 계기를 주는 언론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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