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시간,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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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EBS 특별기획 ‘THE VOTE-투표’

선거를 해봤자 무엇이 바뀔까, 아니, 바뀔 수나 있을까. 공약은 빈껍데기 같고, 뽑을 사람도, 정당도 없다. 선거의 시간이 돌아왔음을 알리는 말들. ‘정치 냉소주의’도 더욱 짙어지고 있다. 유세 차량들은 발랄한 리듬에 맞춰 ‘Pick Me’를 외치고 있지만, 유권자들은 여전히 냉랭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표는 단순한 ‘한 표’가 아니라 ‘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신분고하를 막론하고, 폴리스 라인에 막히지 않고, 구속될 염려 없이 ‘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최소한이자 최대한의 시간이기도 하다.

▲ EBS 특별기획 ⓒ화면캡처

지난 9일과 10일 이틀간에 걸쳐 방송된 EBS 특별기획 <THE VOTE-투표>는 1913년 투표권을 얻기 위해 왕의 말에 뛰어들어 사망한 영국 여성 에밀리 데이비슨의 발자취를 돌아보고, 1965년 흑인 투표권을 요구하는 평화행진을 벌이다 4명이 숨진 미국 셀마를 직접 찾아 살아있는 역사를 소개한다. 또 방송은 미국 예비선거 현장, 스위스의 국민투표 현장 등 호주, 스웨덴, 영국, 프랑스 6개국 현지 취재를 통해 투표를 소중한 권리로 여기는 나라의 시민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전한다.

제1부 ‘인간의 권리, 당신의 한표’ 편에서는 투표의 역사를 돌아보며 투표할 권리가 얼마나 어렵게 얻어진 권리이자 숭고한 권리인지 알아본 후, 제2부 ‘표의 주인, 누구를 위한 투표인가’ 편에서는 다양한 정치 선진국의 모습을 통해 투표가 얼마나 중요한지와 투표가 어떻게 사회에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 조명했다.

▲ EBS 특별기획 ⓒ화면캡처

<THE VOTE-투표>는 궁극적으로는 선거 때마다 돌아오는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자’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투표를 해도 정치인과 정치, 나라는 바뀌지 않는데 왜 투표를 하라고 하는 거지?’라고 생각하는 유권자에게 해당 방송은 불편할 수도 있다. 이렇게 어렵고 어렵게 쟁취한 소중한 우리의 권리를 왜 행사하지 않으려 하느냐는 훈계 내지는 교과서적인 답안처럼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달라지지 않을 예상된 결과를 눈앞에 두고라도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왜 ‘내 목소리’를 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다시금 생각해 볼 여지는 있지 않을까.

지난 1월 열린 대만 총통선거 당시 20대 투표율은 74.5%를 기록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18대 총선 당시 20대 투표율이 29%였으며, 19대 총선에서는 41%를 기록했다. 국민당 차이잉원 의원(현 대만 총통)은 2위를 약 320만 표 앞섰다. 여기에는 약 134만 명으로 추정되는 젊은 유권자들의 표가 한 몫 했다는 게 대만 언론의 분석이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중앙선관위)가 밝힌 지난 8~9일 진행된 제20대 국회의원선거의 사전선거 최종 투표율은 12.19%. 지난 2014년 지방선거의 최종 사전투표율인 11.5%보다 다소 높은, 역대 최고 사전투표율이다. 앞서 중앙선관위가 20대 총선과 관련해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투표참여 의향 및 사전투표제도 인지도 등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 유권자 3명 중 2명 정도(70.8%)는 이번 선거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5명중 3명 이상(63.9%)이 ‘반드시 투표할 것’이라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63.9%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 EBS 특별기획 ⓒ화면캡처

올해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하는 1997년생들은 ‘스무살의 첫투표 꼭 한다’ 운동을 진행했다. 청년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반영할 수 있는 사람에게 투표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운동이다. 물론 그들의 이야기가 이번 투표로 인해 모두 반영될 수는 없을 거다.

또 그들의 한 표로, 나의 단 한 표로 세상이 180도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 언젠가 ‘가만히 있으라’라는 게 얼마나 참혹한 결과를 가져왔는지 지켜보았다. 그럼에도 ‘가만히 있으라’고 부추기는 정치권과 언론계의 ‘냉소주의’에도 불구하고 1997년생들은 투표권은 행사하겠다고 나섰다.

‘투표’는 공권력의 방해 없이 그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내 마음 가는대로 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최소한이자 최대한의 방법이다. 1997년생들의 움직임은 가만히 있느니 정치권을 향해 적어도 나는 이러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알리기 위해서는 아닐까. 무언가를 바꾸고 지켜나가는 방법은 ‘목소리’를 꾸준히 내는 것이다. 그들을 지켜보고 있음을 알리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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