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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말자’는 건 한 번쯤 궁금해 하자는 것”

[인터뷰] tbs ‘가슴에 담아온 작은 목소리’ 리포터 겸 진행자 ‘유민아빠’ 김영오 이혜승 기자l승인2016.04.11 10:2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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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리를 부른 목소리는 서울 봉천동의 한 작은 구두 수선방에서 들려왔습니다…40년 전인 1976년 초 겨울날, 열일곱 어린 나이에 산에 나무를 하러 갔다가 지뢰 폭발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었다는 얘기였습니다”

‘유민아빠’ 김영오 씨가 스튜디오 안에서 내레이션을 녹음하고 있다. 전문 리포터가 아니기에 한 문장을 서 너 번씩 반복한다. 15분 분량의 짧은 프로그램이지만 녹음하는 데만 한 시간이 훌쩍 넘어간다. 그래도 힘들기보다 오히려 위안을 받고 있다는 tbs <가슴에 담아온 작은 목소리> 리포트 겸 진행자 김영오 씨와 노소정PD를 5일 오후 tbs에서 만나봤다.

tbs <가슴에 담아온 작은 목소리>는 아픔이 있는 사람들의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방송이다. 먹고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지나쳐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대신 들어주고, 기억하고, 전해준다. 김영오 씨는 “세월호 참사 이전에는 사회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 하지만 세월호 이후 많은 아픔을 알았다”며 “방송을 진행해보니 마찬가지였다. 그동안 겉으로만 그들의 아픔을 알아왔단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 tbs <가슴에 담아온 작은 목소리> 리포트 겸 진행자 '유민아빠' 김영오 씨가 내레이션을 녹음하고 있다. ⓒ김성헌

2월 말, 처음 리포터 제의를 받았을 때 김 씨는 고민이 많이 됐다고 했다. 그는 “언론이 나를 빨갱이, 선동꾼, 강성노조 이렇게 만들어놔서 거기에 빠진 사람들은 나를 욕하고 비난한다”며 “어차피 나는 이미 욕을 먹고 있지만, 나 때문에 tbs 방송국이 욕을 먹을까봐 고민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딸이 남겨주고 간 숙원사업이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인데, tbs야 말로 이런 걸 전하는 곳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결심을 하게 됐다. 잘못된 법과 규제를 바꾸고 변화시키려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우리 사회의 약자들과 소외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것도 생명 존중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마음에서였다.

프로그램은 3월 봄 개편 때 시작해 한 달 동안 네 곳의 현장을 찾아갔다. 원 주민의 의견을 무시한 채 진행된 도시재생사업으로 지금까지도 고통을 받고 있는 괭이부리말 사람들, 생계를 위한 아르바이트를 하다 화상까지 입은 학생, 생활고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청소노동자, 그리고 40년 전 지뢰를 밟아 지금까지 몸과 마음에 상처가 있는 민간인 지뢰 피해자를 만났다.

사회에 아픔이 있고 소외된 사람들이 있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다. 하지만 신문기사에는 나오지 않는, 겉으로는 보이지 않는 상처를 되새겨보기란 쉽지 않다. 이 방송은 그들의 내면적인 아픔을 ‘편견 없이’ 다룬다. 생명과 안전은 소위 ‘진보’와 ‘보수’의 가치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김 씨는 “2년 동안 언론을 바라보며 느낀 게 많다. 수구언론은 본인들이 판단해서 방송을 내보낸다”며 “우리만큼은 그렇게 안할 거라고 다짐했다.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면, 나머지는 청취자가 듣고 판단할 것”이라고 전했다.

당장 이슈가 되는 사건사고를 겪은 사람들이 아니더라도, 삼사십 년을 고통의 세월 속에 보낸 사람들이 있다. 이들을 잊지 않기 위해 김 씨와 노 PD는 매주 현장을 직접 찾아간다. 그곳의 소리를 담고, 그분들의 목소리를 듣는다. 프로그램을 통해 나가는 이야기는 15분이지만, 직접 전해들은 이야기의 여운은 길게 남는다. 노 PD는 “청취자들도 일주일에 하루, 그 하루 중에 단 15분 만이라도 약한 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 tbs <가슴에 담아온 작은 목소리> 리포트 겸 진행자 '유민아빠' 김영오 씨 ⓒ김성헌

김 씨가 생각하는 ‘잊지 말자’는 말은 그런 의미였다. 사고나 참사, 고통을 겪은 사람들이 10년 후, 20년 후에는 잘 살고 있는지, 보상이 문제가 아니라 그 사람들의 트라우마는 어느 정도 치료가 됐는지 한번쯤 궁금해 하고 기억하자는 거다. 김 씨는 “‘다 끝난 거 아니냐’ 이런 말만 좀 안했으면 좋겠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그런 의미에서 세월호 2주기를 앞둔 15일 방송에서는 안산 ‘416 기억저장소’를 찾아간다. 김 씨는 “왜 잊어서는 안 되고 기억을 해야 하는지, 기록물의 중요성을 알리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세월호를 잊어버린단 건 안전하지 못한 사회를 방관하는 것과 같다”며 “사고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다만 사고가 참사로 이어지지 않게 하자는 것”이라고 전했다. 새롭게 연출에 합류한 김현우PD는 “기록하는 것이 곧 기억”이라며 “4.16에 대해 기억하자고 다들 말하는데, 이게 강요하는 거라고 느낄 수도 있다. 그래서 그냥 기억하자는 게 아니라, 어딘가에서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는 걸 알려주려 한다”고 밝혔다.

김 씨는 청취자들이 방송을 듣고 나서 그만이 아니라, 같이 공감해주고 혹시 그 사람들을 만난다면 ‘힘내세요’ 말 한 마디를 전해줄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래서 앞으로 이 방송이 ‘부르면 어디든지 찾아가는 방송’이 되길 바란다며 “지금 아픈 것보다, 예전에, 오래 전에 아팠는데 우리가 잊음으로 해서 치료도 안됐다는 것, 그걸 알려주고 싶다”고 전했다.

 


이혜승 기자  coa331@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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