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앞두고 KBS ‘북풍몰이’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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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노조 KBS본부, 모니터보고서 발표…“정권 눈치 입증, 뉴스 통해 해명해야”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집단 탈북 긴급 발표 배후에 청와대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KBS가 ‘북풍몰이’를 거들고 있다는 지적이 내부에서 나왔다.

언론노조 KBS본부(위원장 성재호, 이하 KBS본부)는 지난 11일 총선보도감시 모니터 보고서를 발표하고 “KBS 북풍몰이 의혹, 뉴스로 해명하라”고 밝혔다.

지난 8일 ‘북한 식당 종업원 집단 탈출’ 소식이 전해진 후부터 10일까지 사흘 동안 KBS 메인뉴스인 <뉴스9>에서는 북한 관련 리포트가 8일 7개, 9일 6개, 10일 5개 등 총 18개 리포트가 보도됐다.

▲ 지난 4월 11일 방송된 KBS 메인뉴스 <뉴스9> “북 식당 통제 엄격…탈출 전날 큰 충돌” 리포트. ⓒ화면캡처

KBS본부가 지적하는 것은 단순히 <뉴스9>의 해당 소식 관련 리포트의 ‘개수’만이 아니다. 13명의 북한 주민이 집단으로 탈북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언론사에서 이를 다루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같은 기간 MBC(<뉴스데스크> 7개), SBS(<8뉴스> 6개)와 비교했을 때 약 2~3배가량 많은 양을 보도했다는 점은 물론, 집단 탈북 사건이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남북 갈등과 안보 위기를 조장해 국민들이 여당에 표를 던지도록 하는 전형적인 ‘북풍몰이’가 아니냐는 점에서 KBS본부는 KBS 메인뉴스의 보도 행태를 우려하는 것이다.

또한 집단 탈북 소식이 알려진 것이 청와대의 지시로 인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시점에서 만약 청와대 지시설이 사시로 드러날 경우 KBS 뉴스가 청와대 혹은 정부・여당의 선거개입을 가장 적극적으로 도운 꼴이 될 것이라는 게 KBS본부가 우려하는 또 다른 지점이다.

통일부의 집단 탈북 소식 발표 이후인 지난 11일 <한겨레>는 취재 결과 북한 주민 13명의 집단 탈북 관련 통일부 긴급 기자회견이 청와대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복수의 정부 관계자는 “통일부의 집단 탈북 공개 브리핑은 청와대의 지시로 갑작스럽게 하게 된 것으로 안다”며 “통일부가 집단 탈북 사실을 공개하면 북쪽에 남은 가족의 신변이 위험해지며 탈북 사실을 비공개로 해온 전례에도 어긋나는 일이라며 반대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번 통일부 대변인의 집단 탈북 관련 기자회견은 예정에도 없었고 30분 전 기자단에 공지된 것으로 전해진다. 또 이번 탈북자들의 국내 입국이 지난 7일 이뤄진 데 이어 바로 다음날인 8일 긴급 브리핑을 통해 해당 사실을 공개한 것도 극히 이례적이라는 점에서 이번 발표가 보수 표심을 모으려는 ‘북풍몰이’ 아니겠냐는 지적이다.

▲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이 지난 8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집단 탈북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KBS본부는 “우리는 이번 ‘집단 탈출, 입국’ 사건의 발표와 관련한 청와대 개입설에 대해 KBS가 적극적으로 취재, 조사하여 메인뉴스 등 보도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야만 KBS가 청와대 혹은 여당의 선거 전술에 맞춰 뉴스를 내보내고 있는 것이 아님을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11일) <뉴스9>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11일 <뉴스9>에서는 북한 관련 리포트가 5개 보도됐지만 해당 의혹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았다.

이번 논란에 대해서 <중앙일보>는 지난 11일 사설을 통해 “이번 탈북 발표에 대한 우리 정부의 성급함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7일 입국한 사실을 8일 언론에 공표하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며 “정부는 유엔제재의 효과를 강조하려다 생긴 일이라 해명하지만 총선을 불과 닷새 앞두고 일어난 일이라 총선용 북풍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은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세계일보> 역시 같은 날 사설을 통해 “그것(집단 탈북)이 서둘러 발표할 이유가 되는지 모르겠다”며 “총선이 임박한 시점이어서 논란의 소지도 크다. 정부는 설득력 있는 해명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KBS의 보도 태도에 대해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최근 계속 보인 보도 태도에서 전혀 변한 게 없다. 지금 상황은 누가 보더라도, 한 마디로 보수신문에서 보더라도 이번 논란은 분명히 지적받을 여지가 있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BS가 본격적으로 다루지 않고 정부의 입만, 정부가 하고 있는 발표만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며 “KBS 뉴스가 정권의 눈치를 보고 있음이 확실히 입증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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