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2년, 각자의 ‘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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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2년, 각자의 ‘2년’
[리멤버 세월호 ②] 뉴스타파 ‘참혹한 세월, 국가의 거짓말’ 송원근 PD
  • 송원근 <뉴스타파> PD
  • 승인 2016.04.13 0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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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TV에서 미국의 배우 오드리 헵번의 손녀가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진도군에 ‘세월호 기억의 숲’이라는 추모 공간을 조성했다는 보도가 흘러나왔다. 뉴스를 보던 아내는 ‘저런 일을 왜 다른 나라 사람이 해?’라고 물었지만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사실 아내의 질문은 내게 하는 그것도 아니었다. 어쩌면 참사 2년을 보내는 자신에게 하는 것이었을 수도, 어쩌면 나를 비롯한 우리 모두에게 건네는 질문이었을지 모른다. 세월호 2년, 우리는 대체 무엇을 했나…

시간이라는 것은 사람에 따라 또는 사안에 따라 그 속도가 다르다. 그런데 세월호를 생각하면 그 시간이 갖는 이중성이 동시에 느껴진다. 먼저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았는데 벌써?’ 하며 떠올리는 빠른 ‘2년’과 하루하루가 2년 전 그날에 머물러 있을 느린 ‘2년’이 그것이다.

▲ 지난 3월 29일 오후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2차 청문회에 참석한 유가족들이 폐회식때 세월호 희생자 추모 동영상을 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스1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세월호의 2년을 바뀐 것도 없고 밝혀진 것도 없는 그런 시간으로 느끼고 있을 것이다. 다른 곳에 신경 쓸 겨를 없이 돌아올 전세 재계약금이 얼마나 치솟았을지를 걱정하며 살아야 하는 일반 사람들에게도 슬프지만 어쩌면 그저 남의 애기일 수도 있다. 팍팍하게 세상을 살다보니 벚꽃이 흩날리는 봄이 되어야 겨우겨우 2년 전 그날을 떠올릴 수 있는 세상인 것이다.

하지만 세월호 속에서 가족들을 꺼내달라며 여전히 팽목항에 머물고 있는 미수습자 가족들과 아이들이 죽은 이유를 밝혀달라는 유가족들에게는 매일매일이 2년 같았을 것이다. 부모들은 새벽이 되면 아이들을 떠올리며 잠에서 깨고, 깨어나서 하루를 보내는 동안 수십, 수백 번을 2년 전 그날로 돌아가 아이들을 배에 태우지 않는 자신들을 상상했을 것이다.

같은 일을 두고, 너무나 다른 세상을 살고 있는 사람들. 왜 이런 상황이 됐을까. 세월호 특별조사위 활동을 둘러싸고 지금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보면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우여곡절 끝에 세월호 특별법이 통과된 후 정부 여당의 비협조 속에 활동기간 1년반 뿐인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가 활동을 시작했다. 구성 단계에서부터 새누리당은 특조위를 ‘세금 잡아먹는 괴물’로 만들어 조사위 구성부터 방해를 하더니 지금은 새누리당이 추천한 특조위원들은 단 한명도 남아있지 않은 상황이다. 참사 당일 청와대의 지시는 적절했는지에 대한 조사를 두고 대부분의 여당 측 위원들이 사퇴한 것이다. 사퇴한 그들이 향한 곳은 공영방송의 방문진 이사장이거나 총선 현장이었다. 특조위원 중에는 자신의 지역구에서는 ‘세월호 특조위’ 경력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경력난에서 뺀 경우도 있었다. 국가적 대참사의 진실을 국민들에게 밝히라는 시대적 의무를 저버린 채 자신들의 정치적 야욕만 드러낸 셈이다.

결국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는 반쪽짜리가 되고 말았다. 지난해 말과 올해 3월, 두 번의 청문회가 있었지만 대다수의 평범한 국민들은 청문회가 열렸는지도 모른다. 공영방송들의 외면 덕이다.

▲ 이석태 위원장이 29일 오전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2차 청문회 2일차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뉴스1

지난해 12월 열렸던 1차 청문회에서는 사고 당시 구조실패의 원인과 정부의 대응이 적절했는지를 밝히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 지난 3월 말에 열린 2차 청문회에서는 사고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밝히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그러나 재대로 드러난 것은 없었다. 주요 증인들이 핵심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모른다’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최선을 다했다’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물론 증인들의 이런 무책임한 모습은 거대 방송사들에서는 볼 수 없었다.

세월호 사고 및 침몰 원인에 대해서는 여전히 납득할 만한 원인이 밝혀진 것이 없다. 그런데도 오는 6월이 되면 특조위 활동이 종료될 것이라는 예측들이 나오고 있다. 세월호가 인양도 되지 않은 상태로 특조위 활동이 끝나버리는 상황이 올 가능성이 높다.

속시원하게 공유되는 것 없고 진행되는 것 없는 지금 이 상황, 책임지지 않는 정부 당국자들의 행태가 ‘벌써 2년이나 지났어?’라고 자문하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만든 것은 아닐까? 그리고 ‘아들 딸을 기다려온 2년의 시간’과 ‘아무 것도 바뀐 게 없는 2년’이라는 미수습자 가족과 희생자 가족들의 블랙홀 같은 2년의 시간을 만든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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