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소야대 20대 국회…“박근혜 대통령, 레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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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신문들 “심판 말하던 박 대통령이 심판 당해” 지적…조선 “야당 등 반대세력과 대화해야”

국회 심판을 외치던 박근혜 대통령이 심판 당했다. 13일 치러진 제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제1당의 지위를 더불어민주당에 내줬다. 1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53곳의 지역구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10곳에서, 새누리당 후보가 105곳에서, 국민의당 후보가 25곳에서, 정의당 후보가 2곳에서, 무소속 후보가 11곳에서 각각 당선됐다. 비례대표의 경우 새누리당이 17석,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각각 13석, 정의당이 4석을 차지했다.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산하면 더불어민주당 123석, 새누리당 122석, 국민의당 38석, 정의당 6석, 무소속 11석으로, 야 3당 합계 의석수가 167석에 달하며 ‘여소야대(與小野大)’ 국회가 열렸다.

주요 아침신문 모두 “심판 당한 박근혜 대통령”

16년 만에 ‘여소야대’로 의회권력이 재편된 상황을 놓고 14일자 주요 아침신문들은 모두 이견 없이 선거 며칠 전까지 전국을 돌며 국회를 완전히 바꿔달라고 외치고 선거 당일에도 빨간 옷을 입고 ‘무언의’ 선거운동을 했던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심판을 외치다 스스로 심판당한 꼴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조선일보> 35면 사설)라고 지적했다. “오만한 박근혜 정권 심판, 선거혁명 수준 민심”(<중앙일보> 34면 사설)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야권이 분열한 상황에서도 박 대통령이 대패한 이유는 뭘까. <조선일보>은 2면 기사에서 “야권 분열로 인해 총선 승리를 예단한 친박(親朴)과 비박(非朴)계의 공천 내전”을 근본 원인으로 꼽았다. <동아일보>도 2면 기사에서 “공천 과정에서 ‘친박 패권주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여권 주류가 독단적 행태를 보이면서 전통 지지층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거나 다른 당으로 옮겨갔다”고 지적했다.

▲ 4월 14일 주요 아침신문 1면. (사진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조선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동아일보.

진보 성향 신문들은 여당의 막장 공천과 함께 박 대통령의 일방통행 국정 운영의 문제를 함께 꼽았다. <경향신문>은 1면 기사에서 “새누리당이 야권 분열에 따른 ‘1여다야’ 구도라는 환경에도 참패를 당하면서 지난 3년여 간 박근혜 정부의 일방통행식 국정운영과 민주주의 역행, 경제 실정 등에 대해 민심이 준엄한 심판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고 짚었다.

1면 머리기사의 제목을 “이토록 무서운 민심”으로 뽑은 <한겨레>는 31면 사설에서 “취임 이후 박 대통령에게는 줄곧 오만과 불통의 리더십 비판이 끊이지 않았으나 쇠귀에 경 읽기였다”며 “결국 유권자들은 ‘말로 해서는 듣지 않는’ 박 대통령에게 표를 통해 명확한 의사를 전달했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조기 레임덕을 맞을 것이라는 전망도 공통으로 나왔다. 이에 대해 <한겨레>는 사설에서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나아갈 방향은 오직 한 가지다. 겸허하게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해서 지금까지의 국정 운영 방식을 완전히 바꾸는 것”이라며 “민주주의와 인권의 후퇴를 비롯해 경제, 외교‧안보, 남북관계 등 곳곳에서 시대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려온 행태를 중단하고 국정운영 궤도를 올바른 방향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3면 기사에서 조기 레임덕 전망 속 “이번 총선을 앞두고 박 대통령의 참모들은 대외적으로 새누리당 예상 의석수를 143~145석 정도라고 하면서도 내심 과반은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고, 최종적으로 박 대통령에게도 그와 같은 내용의 보고가 올라갔다”며 예측이 빗나간 데 대한 문책론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정무라인을 포함한 인적 개편이 점쳐 진다”고 전했다.

또 “청와대 일각에선 ‘우리가 민심을 잘못 읽은 것 같다’는 말도 흘러나왔다”며 “한 인사는 ‘박 대통령이 경제 악화와 경기 침체에 대한 책임을 야당의 입법 지연 탓으로만 돌리는 것에 대해 참모들은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받아들이고 이게 지지층도 화나게 한 것 같다’고 했다”고 <조선일보>는 덧붙였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도 “박 대통령은 임기 초 인사 실패를 거듭했고, 안하무인의 태도로 불통 시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박 대통령 주도로 선진화법을 만들어 주요 국정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매번 의사 결정이 지연되면서도 국민에게 사과 한 번 하지 않고 국회 탓만 했다. 이제 국정 주도력이 국민 불신을 받음으로써 사실상 임기 말 레임덕이 그 어느 정권보다 빨리 시작됐다. 지금이라도 야당은 물론 여권 내 반대세력과 대화하는 길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일보>는 3면 기사에서 레임덕 위기에 직면한 박 대통령이 호락호락 물러설 인물이 아니라며 “청와대 개편과 중폭 이상의 개각 등 파격적 인적 쇄신 방안이 벌써 거론된다. 청와대는 총선 결과에 따른 여러 시나리오를 검토하면서 일부 장수 장관들의 후임을 물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 4월 14일 <조선일보> 35면 사설

조선‧동아, 캐스팅 보트 쥔 국민의당에 사실상 여당과 싸우지 말라 훈수

20대 국회에선 여든 야든 국민의당 협조를 얻어야 국회 과반수를 차지할 수 있다. 내부 노선과 정책이 여전히 불분명한 국민의당이 어떤 형태로 움직일지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벌써부터 더불어민주당과 함께 여당과 싸워선 안 된다며 국민의당에 훈수를 두는 모습이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국민들이 제3당에 표를 준 것은 이념과 정파에 얽매여 싸움판만 벌여온 거대 양당 중심의 구태 정치를 일신해 달라는 바람을 담은 것”이라며 “국민의당이 이런 국민의 소망을 저버리고 더민주와 선명성 경쟁이나 벌인다면 ‘제3당 혁명’의 거품이 꺼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일보>도 35면 사설에서 “국민의당에는 천정배 공동대표와 정동영 당선자와 같이 더민주 친노 세력에 못지않게 강성인 인사들도 포함돼 있다”며 “두 야당이 정국 주도권을 놓고 여당인 새누리당을 상대로 선명성 경쟁을 벌인다면 20대 국회는 19대 국회 못지않게 극단적 발목잡기로 치달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경향신문>은 31면 사설에서 국회의 지형을 변화시켰지만 “야권 분열로 민의가 제대로 반영되는 선거를 만들지 못했다…(중략)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민의의 왜곡을 막지 못한 책임을 져야 한다. 야권 분열이 내년 대선에서도 최대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문재인에 호남 패배 책임 물으며 거취 종용

더불어민주당은 수도권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선전했지만 호남에선 참패했다. 선거 막판 호남행을 택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호남이 저에 대한 지지를 거두시겠다면 저는 미련 없이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겠다. 대선에도 도전하지 않겠다”(4월 8일 광주)고 했다. 하지만 애초 100석도 어려워 보였던 더불어민주당이 선전을 할 수 있던 배경엔 선거 막판 문 전 대표가 구원투수로 나선 게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동아일보>는 문 전 대표에게 약속을 지킬 것을 종용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유권자가 수도권에서 더민주의 손을 들어준 것은 결코 이 당에 예뻐서가 아니다. 집권 세력이 미워서다”라며 “정통 야당을 자임하는 더민주가 야권의 심장부인 호남과 정당투표에서 참패한 것은 친노패권주의, 운동권 정치에 대한 심판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전 대표는 호남의지지 여부에 대선 출마와 자신의 정치생명을 걸었으니 약속을 어떻게 지킬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 4월 14일 <한겨레> 6면

이런 가운데 <한겨레>는 6면 기사에서 문 전 대표의 광주 발언의 배경에 대해 문 전 대표 주변 인사의 말을 빌어 이렇게 전했다. “광주 공천과 비례대표 공천으로 호남 민심이 완전히 돌아섰다. 십자가에 매달 희생양이 필요했다. 인당수에 몸을 던져야 했다. 호남 현지 민심을 되돌릴 수 없겠지만, 수도권을 비롯한 다른 지역 20~40대 및 호남 출신 유권자 등 전통적 야당 지지자들이 반응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겨레>는 “호남에 정치적 목숨을 맡긴 문 전 대표의 승부는 실제로 다른 지역에서 통했다. 야당이 부산, 경남, 대구에서 무더기로 의석을 확보한 것은 1990년 3당 합당 이후 처음이다. 수도권의 20~40대는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에게 표를 몰아줬다”면서도 “약속은 약속”인 만큼 이번 선거 결과를 놓고 문 전 대표의 정계은퇴 약속에 대한 국민과 당원, 지지자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중앙일보>는 4면 기사에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새누리당의 과반 저지 등의 목표를 달성했으니) 문 전 대표가 집에 갈 일(정계 은퇴)이 없어졌다”고 말했다며 “문 전 대표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주는 발언”이라고 전했다. 다만 김 대표가 “호남에 대해서는 문 전 대표가 상당히 고민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중앙일보>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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