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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후예’로 본 드라마 산업의 미래

[미디어 리포트] 영화 드라마 협업 성공 ·사전 제작 안착화 등 이혜승 기자l승인2016.04.14 11:4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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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려운 걸 해냈다. 그 뒤에는 유시진 대위같이 완벽한 ‘영웅’이 있었던 게 아니다. 여러 번 엎어질 뻔한 위기와 예상치 못한 변수를 겪으며 이리저리 정면 돌파하다 보니 ‘한중 최초 동시 방영 드라마’, ‘100% 사전제작 드라마의 첫 성공사례’ 등의 수식어를 얻었다. 하지만 이 두 가지 타이틀 모두 처음에는 의도하지 않았던 일이었다. KBS <태양의 후예>의 성공으로 점칠 수 있는 한국 드라마 산업의 변화 양상을 분석해봤다.

▲ KBS2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 ⓒ화면캡쳐

#1. 영화와 드라마의 협업‘자본-기술-인재’의 선순환 구조

KBS <태양의 후예>는 KBS 문화산업전문회사와 영화배급사 ‘NEW’가 공동으로 제작했다. 이전까지 영화배급사가 드라마 제작에 참여하는 일은 흔치 않았다. 영화 <가문의 영광> 시리즈 등을 제작하던 ‘태원엔터테인먼트’가 2009년 KBS <아이리스> 제작에 참여하며 드라마 산업으로 영역을 넓힌 사례만 있을 뿐이다. ‘CJ엔터테인먼트’ 같은 경우는 방송 산업으로 시작해 영화배급 사업으로 확장한 케이스다. 따라서 ‘NEW’와 같이 국내 4대 배급사에 속하는 영화 전문 회사가 드라마 제작에 직접 손을 댄 것이 이례적이다.

예전에는 영화와 드라마가 완전히 분리된 산업이었다. 하지만 한류 열풍 등으로 영화와 드라마 산업 모두 몸집이 커지면서 영화계가 드라마 쪽으로도 손을 뻗치고 있다. 특히 <태양의 후예>의 성공으로 앞으로 영화사의 드라마 제작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 자본적 측면 뿐만 아니라 다양한 경로에서의 영화와 드라마 협업이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태양의 후예> 사례에서 보듯 영화사의 드라마 제작 참여는 제작비를 상승에 지렛대 역할을 했다.  그동안 드라마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영화적 장르 혹은 큰 스케일의 작품을 탄생시킬 수 있었다. 또한 영상 제작 기술력을 한층 높이는 효과를 낳기도 한다. <태양의 후예>의 경우 특히 해외촬영 당시 영화 쪽 도움을 많이 받았다. KBS <태양의 후예> 관계자는 “드라마에선 대규모 해외 촬영을 해본 경험이 부족해 노하우가 없었다. 그래서 드라마만의 리소스로 진행했더라면 큰 문제가 많이 생겼을 것”이라며 “많은 경험을 가진 영화 쪽 해외 프로덕션이 꼼꼼히 오랫동안 도와줘 해외촬영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드라마는 드라마가 잘하는 것, 영화는 영화가 잘하는 것이 있으니 서로 잘하는 분야에서 시너지를 내보자는 의욕이 있었다”고 말했다.

재능을 인정받은 PD와 감독, 시나리오 작가와 드라마 대본 작가 사이의 경계도 허물어지고 있다. 이미 KBS <올드미스다이어리>를 연출했던 김석윤 PD는 영화 <조선 명탐정>으로 감독 데뷔를 하고, 이후 JTBC <송곳>으로 다시 드라마를 연출하는 등 장르의 경계를 허물고 활동하고 있다. 또 SBS <리멤버>의 윤현호 작가는 영화 <변호인>으로 먼저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KBS 드라마 관계자는 “산업이 크다는 건 자본의 관점에서는 더 좋은 재능을 가진 사람이 누구일까를 찾게 된단 얘기”라며 “예를 들어 넷플릭스의 ‘하우스 오브 카드’는 드라마지만 영화감독인 데이빗 핀처가 연출을 했다. 앞으로 이런 일이 한국에서도 많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NEW’의 이번 결정에도 작가 진의 영향이 컸다. ‘NEW’ 관계자는 “영화에 투자할 때 시나리오가 좋은 것을 선택하는 것처럼, 드라마에서도 대본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김은숙, 김원석 작가의 필력과 대본을 믿었다”고 전했다.

상당수의 드라마가 편성을 확정하지 못해 엎어지는 경우가 많은 상황에서, 기반이 탄탄한 영화사의 참여는 드라마 제작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도 한다. <태양의 후예>는 여러 손을 거쳐 KBS로 넘어왔다. 이때 KBS로 넘어오기 이전부터 이미 결정돼있었던 ‘NEW’의 제작 참여는 KBS가 드라마 편성을 확정하는 데에 한몫을 했다. KBS <태양의 후예> 관계자는 “‘NEW’는 영화계에서 상당히 큰 회사이기 때문에 함께 큰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것에 대해 신뢰를 하고 있었다”며 “이름 모를 자본이 들어와 있는 것에 비해 제작을 결정하는 데에 있어 훨씬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 KBS2 7월 방영예정작 <함부로 애틋하게> ⓒ화면캡쳐

#2. 중국으로부터 불어온 ‘사전제작’ 바람

<태양의 후예>의 사전제작은 선택이 아니었다. 필수였다. 완성도를 위한 결정도 아니었고 해외 촬영을 위해 선택한 일도 아니었다. 물론 기존의 작업방식대로 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지만, 기껏해야 반사전제작이 최선이라고 믿었다. KBS <태양의 후예> 관계자는 “사전제작을 하면 촬영일수가 늘어나 필연적으로 제작비가 상승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어느 누구도 완전 사전제작으로 가야 한다고 말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사전제작은 한국에서 시도하기엔 힘든 일이었다. 그때 모든 걸 바꿔놓은 건 중국의 강화된 규제 정책이었다. 중국은 외국 드라마 쿼터제를 2014년 9월 공포하고 2015년 4월부터 시행했다. ‘전편 사전심의’ 없이는 한국 드라마를 방영할 수 없다는 지침이었다. 이전까지는 중국에서도 드라마를 한 편씩 실시간으로 방영하는 게 가능했지만 이제는 드라마가 완결이 나기 전까지는 방영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태양의 후예>는 2011년부터 기획되어, 2014년 KBS가 합류하기 전에 이미 중국 동영상 사이트 ‘아이치이’와 계약이 된 상태였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정책 변경으로 사전심의를 받지 못하면 중국 판권 가격이 1/4 이상 떨어질 위기에 처했다. 한국에서 드라마가 완결 난 이후 심의를 진행하면 최소 두 달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데, 그 사이 불법사이트를 통해 중국 시청자들이 이미 드라마를 접할 수 있어 중국 동영상 사이트 입장에서는 판권 가격을 내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사전심의를 위해 사전제작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KBS <태양의 후예> 관계자는 “중국과의 계약에서 나오는 매출이 제작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포기하기 힘든 상황이었다”며 “또 이렇게 새로운 중국 정책이 나올 때마다 정면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힘들겠다는 생각이 있어 적극적으로 대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사전 제작은 독이 아닌 득이 됐다. 사전제작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유시진 대위도 없을 뻔했다. 애초에 <태양의 후예>는 늦어도 2015년 말 방영을 목표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제작에 들어가는 시기가 배우 송중기의 제대 시점 한참 전이었다. 그런데 완전 사전제작을 하게 되면서 드라마 방영 시기가 늦춰져 촬영이 미뤄지다 보니 5월 제대를 앞둔 송중기도 남자주인공 선상에 오를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대본 작업과 해외촬영을 꼼꼼하게 가져갈 수 있었다는 점에서 극의 탄탄한 전개가 담보될 수 있었다.

<태양의 후예>는 시작일 뿐이다. 이미 사전제작 바람이 한국 드라마 업계에 불고 있다. 2016년 방영 예정인 <함부로 애틋하게>, <보보경심 려>, <사임당, the Herstory>, <화랑 더 비기닝> 등이 사전제작을 진행 중이다. 구체적인 사정은 서로 차이가 있을지라도, 중국으로의 판권 수출을 염두에 둔 결정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국 판권 계약이 드라마 제작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는 걸 고려할 때, 앞으로 한국 드라마 산업이 점점 더 사전제작 시스템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사전제작 시스템은 오래전부터 ‘쪽대본’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미국, 일본 등에서는 사전제작 시스템이 일반화되어 보다 안정적인 제작 환경이 구축돼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시청자의 반응을 확인할 수 없다는 점, 배우와 작가 등 제작진이 완성된 영상을 확인할 수 없다는 점, 제작비가 증가한다는 점 등으로 쉽게 정착되지 못했다. 그런데 중국의 정책 변경으로 ‘반강제’ 사전제작 시스템 안착이 이뤄지고 있으니 아이러니한 일이다. 중국의 방송 매체는 ‘당이 선전하고 당이 매체를 관리한다’는 공산당 통제 구조가 자리하고 있어 앞으로 또 어떤 중국 정책이 한국에 영향을 미칠지 모를 일이다.

▲ KBS2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 ⓒ화면캡쳐

#3. 한중 동시 방영이 가져올 변화

사전제작과 함께 ‘한중 드라마 동시 방영’ 역시 자리를 잡을 전망이다. 합법적인 유통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중국으로서도, 판권 가격을 최대치로 높일 수 있는 한국 입장에서도 서로 윈윈하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KBS <태양의 후예> 관계자는 “동시 방영은 불법 다운로드 단속도 용이하게 하고 합법적 서비스만을 소비할 수 있게 하기 때문에, 서비스 업체로서는 수익이 커져 비싼 가격으로 선 구매 할 수 있게 된다”며 “우리는 높은 가격에 판매하고, 그쪽은 높은 가격에 사간만큼 수익을 낼 수 있으니 서로의 니즈가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중 동시 방영은 시청자 수를 높여 드라마 시장 규모를 키울 기회를 마련해준다. 불법 유통 사이트를 차단해 합법적 유통망을 건실히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또 부가적인 상품 판매가 실시간으로 이뤄지고, OST, PPL 등과 관련한 부가적인 수입을 창출할 수 있어 드라마 산업의 경제적 활로를 다양하게 넓힐 수 있다.

일부에서는 산업 규모가 커지면 제대로 된 지상파 드라마 시즌제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투자금액 이상의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가 정착된다면 시즌제를 위한 과감한 투자를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시즌1만으로 수익을 내는 경우가 거의 없다. 적어도 시즌2, 3까지는 가야 수익이 나는 구조다. 한국 드라마 산업 역시 이런 구조로 가게 된다면 작품의 퀄리티는 높이면서 안정적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작지 않다. 한국 시청자보다 규모가 큰 중국 시청자의 입맛에 맞춘 콘텐츠가 제작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배우 캐스팅에서부터 시작해서 극의 줄거리, 지향하는 가치관 등이 한국 시청자의 정서보다 중국 정서에 맞는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다. 드라마가 한 국가의 문화를 이끌어가는 문화 콘텐츠라는 점에서 한국의 색을 잃어버리는 것에 대한 걱정이 높아지고 있다.

박상호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팀장은 “한류(韓流)가 한류(漢流)로 바뀔 수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중국인 취향에 부합하는 배우가 출연하고, 중국 시청자를 타겟으로 한 소재의 드라마가 제작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방송콘텐츠가 국내를 기반으로 중국에 진출하는 형태가 아닌 중국을 기반으로 국내에 역수입되는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혜승 기자  coa331@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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