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는 되는데 KBS는 안 되는 ‘세월호 2주기’ 추모 현수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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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울타리에 설치한 노조 현수막 철거 …노조, 가로수에 다시 설치

언론노조 KBS본부(위원장 성재호, 이하 KBS본부)가 설치한 세월호 2주기 추모 현수막을 KBS(사장 고대영)가 철거해 논란이 일고 있다.

KBS본부는 세월호 참사 2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오전 KBS본관 앞 가로수와 신관 정문 울타리에 ‘잊지 않고 있어요’라는 문구가 세겨진 세월호 참사 2년을 추모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해당 현수막은 SBS, CBS 등 타 방송사 앞에도 설치돼 있다.

그러나 현재 신관 정문 울타리에 설치됐던 현수막은 사측이 시설관리권을 이유로 철거하자 KBS본부가 궁여지책으로 가로수에 현수막을 설치했다. 

현수막 철거 이유에 대해 KBS측은 “내용과는 상관없이 현수막을 설치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기 때문에 불허를 통보하고 철거했다”고 밝혔다.

▲ 언론노조 KBS본부(위원장 성재호, 이하 KBS본부)가 서울 여의도 KBS신관 정문 옆 울타리에 설치한 세월호 2주기 추모 현수막이 사측의 철거로 인해 가로수로 옮겨져 있다. ⓒ언론노조 KBS본부

그러나 KBS본부는 사측의 조치를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수막 게시에 앞서 지난 14일 오후 사측에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음에도 사측이 회사의 승인 없이 무단으로 설치한 것이라며 철거를 통보하더니 끝내 이를 철거한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또한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오보 등으로 비난받았던 KBS가 당시 ‘반성하자’고 외쳤음에도 시설관리권 등을 이유로 추모 현수막을 철거하는 것에 대해 KBS본부는 “염치가 없다”고 비판했다.

지난 2014년 5월 8일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은 희생자들의 영정 사진을 들고 서울 여의도 KBS본관을 찾아 KBS의 세월호 보도 태도 등을 항의하며 보도 책임자인 보도국장과 KBS 책임자인 사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후 사장의 뉴스 개입 의혹으로 사태는 번져 당시 길환영 사장이 해임되기도 했다.

▲ 지난 2014년 5월 8일 밤, 세월호 사고 유가족들이 영정사진을 들고 서울 여의도 KBS본관 앞에서 길환영 KBS 사장과 보도 책임자인 김시곤 보도국장의 사과를 요구하며 강하게 항의하며 본관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PD저널

KBS본부는 “우리 KBS가 세월호 유가족들의 가슴에 얼마나 많은 대못을 박았는가? 유가족의 가슴을 오보로 찢어놓고, 망언으로 후비고, 문전박대로 멍들게 하지 않았는가? 그리해놓고 ‘잘못했다. 반성한다. 잘 하겠다’고 맹세하지 않았는가”라고 반문하며 “공영방송이라는 KBS가, 세월호 유가족들의 가슴에 피멍을 들게 한 KBS가 자꾸 이제는 ‘세월호를 잊으라’고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KBS본부는 “보통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처사다. KBS 고대영 사장과 경영진에게 묻는다. ‘잊지 않고 있어요!’라는 추모 현수막이 도대체 왜 그리 불편한 것인가”라며 “바로 엊그제 세월호 유가족을 모욕하고 원인 규명을 지연시킨 박근혜 정부와 여당이 국민의 혹독한 심판을 받았음을 설마 벌써 잊었는가? 더 이상의 악업은 쌓지 말기 바란다”고 말했다.

▲ 서울 목동 SBS 사옥 울타리에 설치된 언론노조SBS 본부의 세월호 추모 현수막. ⓒPD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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