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16일 101분, 국가도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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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16일 101분, 국가도 가라앉았다
[리뷰]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세타(Θ)의 경고! 경고!-세월호와 205호 그리고 비밀문서’ 편
  • 최영주 기자
  • 승인 2016.04.17 03: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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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 여러분께 잠시 안내 말씀 드리겠습니다. 현재 자리에서 움직이지 마시고 안전봉을 잡고 대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안전봉을 잡고 대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동을 하시면 지금 위험하오니 안전봉을 잡고 대기해 주시기 바랍니다.”(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 52분경 첫 번째 안내방송)

“잠시 안내 말씀 드리겠습니다. 현재 계신 위치에서 움직이지 마시고 주변에 잡을 수 있는 봉이나 물건을 잡고 대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절대 움직이지 마시기 바랍니다.”(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 56분경 안내방송)

▲ 세월호 참사 2주기인 2016년 4월 16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세타(Θ)의 경고! 경고!-세월호와 205호 그리고 비밀문서’ 편. ⓒ화면캡처 모음

그 이후로도 수차례 안내방송이 나갔다. 모두 ‘대기하라’, ‘기다리라’, ‘밖으로 나오지 마라’는 내용이었다. 갈수록 기울어가는 세월호 상황에 누군가는 “나가야 한다”고 외쳤지만, ‘기다리라’는 안내방송을 믿고 수백 명의 사람들이 나올 수 있었음에도 나오지 않았다. 476명이 탑승한 세월호. 생존자는 단 172명. 사망자는 무려 295명, 여기에 9명은 2016년 4월 16까지도 실종상태다. 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 49분부터 10시 30분까지 101분, 그날 101분간 정말 476명을 구조할 수는 없었던 걸까.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지난 2년간 알려지지 않았던 그날의 기록을 파헤쳤다.

세월호 참사 2주기인 2016년 4월 16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세타(Θ)의 경고! 경고!-세월호와 205호 그리고 비밀문서’ 편에서는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의문의 문서들과 선원 및 해경 내부 교신 내역을 방송 최초로 입수해 공개했다.

지난 2014년 6월 22일 밤 11시 50분, 진도 앞바다의 잠수부들이 건져낸 디지털 영상 장치(DVR)와 노트북 하나. 청해진해운 소속 직원의 노트북에서 나온 건 ‘[선내 여객구역 작업 예정 사항-국정원(국가정보원) 지적 사항’이라는 파일. 그리고 ‘국정원과 선사 대표 회의 라마다 Hotel 12시. 소름 끼치도록 황당한 일이 Θ(세타)의 경고! 경고! 징계를 넘어 경고 수준 메시지!!’라고 적힌 이성희 청해진해운 제주지역본부장의 수첩 속 메모.

그 외에도 국정원과 청해진해운 관계자 사이 만남과 통화가 있었다는 내용, 국정원이 세월호 선원들을 조사했다는 내용 등이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방송됐다. 국정원과 청해진해운 사이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 세월호 참사 2주기인 2016년 4월 16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세타(Θ)의 경고! 경고!-세월호와 205호 그리고 비밀문서’ 편. ⓒ화면캡처 모음

또 하나 이상한 점은 배가 가라앉고 있음에도 거의 모든 승객이 가라앉는 배 안에 ‘가만히’ 있었다는 점이다. 단원고 학생 한 명은 ‘제자리에 있으라’는 안내방송에도 이동하는 한 승객에게 “아저씨, 방송에 가만히 있으라고 하는데 왜 자꾸 움직이세요?”라고 말한다.

사고가 발생한 후 승객 구조에 힘써야 할 고(故) 양대홍 사무장이 청해진해운 여객영업팀 팀장, 제주지역본부장과 수차례 한 통화. 그리고 양 사무장으로부터 ‘대기하라는 선사의 지시를 받았다’는 세월호 탑승 직원. 여기서 또 하나 의문이 제기된다. 양 사무장은 왜 급박한 순간에 육지에 있는 청해진해운 측과 수 분간 통화를 했으며, 누가, 왜 ‘대기하라’는 명령을 내렸을까.

그날의 이해할 수 없는 일은 또 있다. 세월호 침몰 사고 현장에 도착한 해경은 왜 제대로 된 구조 활동을 하지 않았는가 하는 점이다.

오전 9시 36분, 현장에 도착한 유일한 해경함정 123정은 기울어진 배를 보고도 승객들에게 빠져나오라고 방송하지도 않았다. 구조를 위해 달려온 어선들에게는 철수하라고까지 했다. 그렇게 진정한 ‘골든타임’ 101분이 지나가는 때에도, 13명의 123정 인원 중 2명만이 실질적인 구조작업에 착수했고 11명은 구조되어 온 승객들을 끌어올리는 역할만을 했다고 한다. 그들은 구조자 인원 파악에 바빴다고 한다. 배 안에는 수백명의 승객이 그대로 있는데 말이다.

▲ 세월호 참사 2주기인 2016년 4월 16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세타(Θ)의 경고! 경고!-세월호와 205호 그리고 비밀문서’ 편. ⓒ화면캡처 모음

세월호가 바다 속으로 완전히 가라앉기 5분 전인 2014년 4월 16일 오전 10시 25분, 청와대는 해경청장 김석균에게 ‘VIP(대통령) 메시지’를 전한다. “단 한 명도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 그리고 “여객선 내에 객실, 엔진실 등을 포함해서 철저히 확인해 가지고 누락되는 인원이 없도록 하라”는 두 가지 메시지. 그러나 이미 너무 늦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세월호가 침몰하고 있던 오전 9시 13분부터 10시 29분까지 8회에 걸쳐 인터넷에 접속한 123정 김경일 정장의 휴대전화에서는 구조 현장을 촬영한 사진 6장이 나왔다. 수백 명의 승객을 태운 여객선이 눈앞에서 침몰하고 있는데 구조를 지휘해야 할 책임자가 ‘지휘’가 아닌 ‘촬영’을 하고 있다는 건 또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그것이 알고 싶다>가 보여준 그날의 기록, 그리고 이후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청문회 과정에서 나온 선원, 해경, 청해진해운 관계자들의 이야기는 ‘의문’만을 낳을 뿐이다. 도대체 왜 그들은 승객들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했으며, 왜 그들은 승객들을 구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음에도 ‘가만히 있었던’ 것인가 하는 등의 의문 말이다.

세월호가 가라앉고 295명은 차가운 바다 속에서 죽어갔고, 9명은 아직 세월호 어딘가, 혹은 바다 어딘가에서 찾아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4월 16일의 의문은 무엇 하나 제대로 밝혀진 게 없이, 그날의 상황처럼 ‘가만히’ 멈춰진 채 있을 뿐이다. 그러는 사이 일부 언론에서는 그날을 이제 ‘잊으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기울어가는, 침몰해가는 배 안에서 안산 단원고 학생들은 “얘들아 살아서 보자”, “살아서 만나자”, “이따 만나자”, “나는 꿈이 있는데! 나는!”이라고 말했지만 결국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이 더 많다.

▲ 세월호 참사 2주기인 2016년 4월 16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세타(Θ)의 경고! 경고!-세월호와 205호 그리고 비밀문서’ 편. 안산 단원고 학생인 故 정동수 군의 아버지 정성욱씨가 아들의 주검 사진을 보이며 진상을 규명해달라고 말하고 있다. ⓒ화면캡처

아직 그날의 진상은 규명되지 못하고 있다. “살아서 만나자”고 말했던 아이들이 왜 죽어가야 했는지, 왜 제대로 된 구조 활동이 펼쳐지지 않았는지, 왜 ‘가만히 있으라’고 했는지 등 수많은 의혹이 의혹으로만 남아 있다. 여전히 멈춰선 상태로 있는 그날의 진실 앞에 아직은 기억해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다. <그것이 알고 싶다>가 제기한 여러 의문과 의혹은 그날을 아직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 사회 여러 문제의 모순과 극단을 보여주는 ‘세월호’는 비단 세월호 희생자 뿐 아니라 우리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를 본 후 2014년 4월 16일, 수백 명의 학생과 사람들을 태운 세월호가 바다 속으로 사라져 간 그 날의 진실이 더욱 궁금해지고,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가만히 있으라’는 말이 가져온 결과의 참혹함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책 <세월호, 그날의 기록>을 권해본다. 그리고 기억하자. 잊지 말자. 적어도 2014년 4월16일 101분, 그날 그 시간의 진상이 규명될 때까지 만이라도 말이다.

▲ 세월호 참사 2주기인 2016년 4월 16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세타(Θ)의 경고! 경고!-세월호와 205호 그리고 비밀문서’ 편. ⓒ화면캡처

*위 리뷰는 책 <세월호, 그날의 기록>(진실의힘 세월호기록팀)을 참고해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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