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조직개편안 ‘혁신’은 없고 수익만 좇다”
상태바
“KBS 조직개편안 ‘혁신’은 없고 수익만 좇다”
노조·직능단체 반대 줄성명 …“개방적이고 경쟁적인 조직체계 제안했더니 tvN 뻥튀기 모양새”
  • 최영주 기자
  • 승인 2016.04.22 02: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서울 여의도 KBS 사옥 ⓒKBS

KBS(사장 고대영)가 급변하는 외부환경에 대한 신속한 대응을 이유로 대대적인 조직개편에 나선 가운데 노조와 직능단체 등 내부 구성원들이 "수익과 사업을 내세워 공영성 후퇴가 우려된다"며 조직개편안에 대한 폐기를 촉구하고 나섰다.

KBS, 조직개편안 발표 후 속전속결

고대영 사장 취임 약 5개월 여 만에 KBS는 조직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는 모양새다. KBS는 지난 19일 KBS 양대노조인 KBS노동조합(위원장 이현진, 이하 KBS노조)와 언론노조 KBS본부(위원장 성재호, 이하 KBS본부)에 설명회를 갖고 기존 6본부(편성・보도・TV・기술・시청자・정책기획) 4센터(콘텐츠창의・라디오・제작기술・글로벌) 체제에서 1실(전략기획실) 6본부(방송사업・미래사업・보도・제작・운영・네트워크) 3센터(라디오・영상제작・제작기술) 1사업부(드라마사업부) 체제로 하는 조직개편안에 대한 설명회를 가졌다.

새로운 조직개편안에 따르면 아나운서실(현 편성본부 소속)과 노사협력주간(현 정책기획본부 소속)을 부사장 직속으로 둔다. 또, 조대현 전 사장 당시인 지난 2014년 10월 1일 조직개편에서 미래미디어센터를 폐지하고 신설된 콘텐츠창의센터도 이번 개편안에서 사라졌다.

KBS는 앞서 지난 18일 임원 설명회를 거쳤으며, 오는 27일 KBS이사회(이사장 이인호) 의결을 거쳐 해당 안은 빠르면 5월, 늦어도 6월에는 실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KBS, ‘생존을 위한 변화’ 내걸고 ‘사업’ 중심 조직개편안 추진

이번 조직개편안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점은 ‘사업’ 중심 조직을 위해 신설하는 방송사업본부와 미래사업본부 중심으로 조직이 재편됐다는 점이다. 편성과 제작투자, 광고 영업 등을 담당하게 될 방송사업본부의 경우 기존 편성본부가 채널사업 조직이 재편됐다고 볼 수 있으며, 제작투자담당을 신설하고 제작비를 배정이 아닌 ‘투자’ 개념으로 전환했다. 미래사업본부는 신성장동력 확보를 주요 내용으로 한다.

제작본부는 ‘프로덕션 체제’라는 것을 도입해 기존 TV본부 소속 교양문화국・기획제작국・예능국이 총 9개의 프로덕션으로 나뉘었다. 현재 TV본부 안에 소속된 교양문화국・기획제작국・예능국・드라마국이 각 프로그램 별로 예산을 조율해 배정해 운영되고 있다면, 프로덕션 체제에서는 방송사업본부의 제작 투자 유치를 받아야 한다. 제작비 유치를 위한 경쟁은 당연한 수순으로 보인다. TV본부 소속이던 드라마국은 ‘드라마사업부’라는 별도의 부로 조직됐으며, 드라마사업부 역시 제작본부와 마찬가지로 프로덕션 체제로 운영될 예정이다.

보도본부의 경우 기존 보도본부 내 영상취재 등을 담당하는 보도영상국은 신설되는 영상제작센터로, 시사제작국은 제작본부 프로덕션으로 통합된다. 탐사보도팀의 경우 신설되는 보도기획부 산하로 이전된다.

기본 기술본부 산하 TV송출부는 방송사업본부로, 인프라 구축·관리 기능과 기술연구소는 미래사업본부로, 건설인프라주간은 운영본부로 이동한다.

이처럼 사업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했다는 것은 수익을 극대화하겠다는 뜻이라 볼 수 있다. 이 같은 조직개편에는 실적 감소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국방송협회가 지난달 11일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올해 1∼2월 지상파 방송 3사의 TV・라디오 합계 광고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24%가량 감소해 월 매출액이 1000억원 이하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KBS 광고매출의 경우 각각 전년 대비 106억 원, 162억 원이 감소했다.

KBS측은 이번 개편에 대해 지난 2011년부터 2014년까지 만성적인 영업적자로 본연의 사업인 ‘방송’으로 회사를 운영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이에 따라 ‘생존을 위한 변화’를 기치로 ‘비효율 제거’를 위해 조직개편을 단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KBS는 “기존 직종별 조직에 내재하는 한계를 극복하고 직무에 따른 업무 프로세스의 재설계를 통해 비효율을 걷어내는 것 또한 시청자 가치를 극대화해야 하는 KBS의 당연한 사명”이라며 “사업이라는 명칭만으로 공영성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거나 상업화 기조에 물든 게 아니냐는 비난은 타당하지 않다. 왜냐하면 공영방송 또한 엄연히 시청자를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 고대영 KBS 사장이 지난 2015년 11월 24일 오전 10시 KBS본관 공개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밝히고 있다. ⓒKBS

KBS 구성원, 일방적 ‘밀실개편’ 비판

먼저 내부에서는 현재 조직개편안을 놓고 구성원들의 의견 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밀실개편’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KBS는 지난 3월 16일 열린 KBS이사회 간담회 자리에서 조직개편에 대한 사전 설명회를 가진 바 있는데, 당시 이사들에게도 조직개편안에 대한 자료를 따로 나눠주지 않고 PPT를 통해 설명만 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간담회에 대해 야당 추천의 한 이사는 “PPT만 하고 내용에 대한 유인물은 안 나눠줬는데 비공개로 했으면 좋겠다는 의지인 거 같다”며 “대략 왜 조직개편이 필요한지 취지만 설명했지 어떻게 바꾼다는 이야기는 없었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에도 야당 측 이사들은 조직개편의 방향이 너무 사업적 측면에 치우쳐 있다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진다.

노조를 비롯한 직능단체들 역시 “소문만 무성하던 조직개편안”(PD협회), “철저한 보안 속에 추진된 조직개편안”(기자협회) 등의 반응을 보이며 내부 구성원들의 의견 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음을 비판했다.

KBS본부는 지난 20일 낸 성명을 통해 “문제는 여기저기로 흩어지고, 모이고, 축소되는 기존 직종이나 본부의 구성원들의 의견을 거의 수렴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취임 직후 조직개편을 염두에 두고 혁신추진단을 꾸리면서 지난 4개월 동안 오로지 밀실에서 단원끼리 이리 자르고, 저리 돌리며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성원들의 반발은 너무도 당연하고 옳다”고 비판했다.

수익 중심 개편에 치우쳐 공영성 실종됐다는 비판도 거세

‘밀실개편’만이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사측은 기존 조직의 문제점 해결과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추진하는 조직개편이라고 하지만 구성원들은 오히려 문제가 많은 개편안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사업 중심의 재편으로 공영방송으로서의 철학도, 혁신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예로 사측이 밝힌 보도기획부는 ‘디지털 시대에 대비한 뉴스 부문 혁신 변화 담당’을 맡은 곳이다. 이에 보도기획부 산하 탐사보도팀이 과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내부에서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KBS기자협회(협회장 이병도)는 지난 20일 성명을 내고 “보도기획부 산하에서 탐사보도팀이 과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성격이 판이하게 다른 부서, 그것도 산하에 놓겠다니,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탐사팀이 보도기획부 산하로 간다면 제 기능과 역할은 축소될 것인 뻔하다”고 지적했다.

보도영상국을 영상제작센터로, 시사제작국을 제작본부로 이관하는 것도 문제다. 사측은 시사제작국의 제작본부 이전을 두고 PD들과의 제작 교류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서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기자협회는 과거 기자・PD 협업 실패 사례가 존재하는 만큼 의문을 표시했다. 또한 투자 개념을 도입한 제작본부에서 경쟁 중심으로 시사프로그램이 제작될 경우 질적 하락은 물론 향후 시사프로그램이 축소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PD협회의 반발도 크다. PD협회는 21일 낸 성명을 통해 절차도, 공영방송에 대한 철학도, 혁신도 없는 조직개편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프로덕션 체제가 갖는 모호함은 물론 피칭(제작자가 프로젝트의 기획 의도, 콘셉트 및 제작 계획을 잠재적 투자자에게 소개하고 설득함으로써 작품에 대한 지원과 투자를 이끌어 내는 것을 의미) 방식의 도입은 오히려 ‘돈’만 되는 프로그램에만 예산이 집중되며 프로그램의 공익적 가치는 물론 오히려 프로그램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PD협회는 “제작투자 담당의 신설을 통해 편성 투자의 책임을 명확히 하겠다는 점을 선의로 받아들인다 하여도 공영방송의 편성의 근간이 손익으로만 평가받는 사업구조라면 지금까지 수신료를 기반으로 지켜오던 프로그램의 공공적 가치는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라며 “불 보듯 빤하다. 광고와 시청률이라는 잣대로 찍혀나갈 수많은 싹들이. 그리고 무능으로 낙인찍힐 그만큼 많은 PD들의 자존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PD협회는 “KBS를 KBS답게 하는 것이 혁신이다. 매월 지갑을 털어 2500원을 내야하는 시청자들에 대한 본분을 다하는 것이 진정한 혁신”이라며 “지금이라도 기한을 정해 일방적 밀어붙이기식 조직개편안 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현업 PD들과의 논의부터 다시 시작하라”고 촉구했다.

KBS본부도 “민영방송의 개방적이고 경쟁적인 조직체계, 업무프로세스를 참고하라고 했더니 아예 공영방송 KBS를 ‘뻥튀기 해놓은 tvN’으로 만들 작정”이라며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조직개편안에 대한 논의는 지금부터다. 지금부터 혁신추진단은 각 본부와 실국을 돌며 의견을경청하고 수렴하기 바란다. 그래서 고칠 것은 고치고, 지킬 것은 지켜야 모든 KBS 구성원들이 납득하고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